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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축구공.
엄청난 이단 옆차기로 스파이크를 먹이는 청명스님의 발.
네트를 넘어 그대로 상대 코트에 작렬한다.
서브를 넣는 청명스님.
재규 일당에 의해 다시 넘어오는 축구공.
다시 스파이크를 매기는 누군가의 발.
스파이크 서브를 간단하게 받아내는 또 다른 발.
족구의 묘기 묘기들…….
바라보고 있는 재규 일당, 모두 놀란 표정이다.
슬쩍, 재규에게 귓속말을 건네는 날치.
청명스님, 재규에게 다가와서는.
청명: 시작할까요?
재규: 종목을 바꾸겠습니다.
씬 25. 재규 일당의 숙소/밤.
왕구라: (목소리) 나이스!
딱, 바닥에 꽂히는 똥광 한 장.
쌍피를 먹어 가는 손. 선수로 뽑힌 막내.
맞은편엔 마찬가지로 선수로 뽑힌 현각스님이 화투장을 들고 있다.
상황을 보면 막내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고…….
재규: 치시지요.
현각스님, 조심스럽게 화투를 뒤집으면 그것은 바로 서비스!
대봉: 그건 뭡니까?
현각: 서비습니다. 쌍피지요.
짝짝짝…….
합장한 손으로 박수를 쳐주던 명천스님.
옆에 있는 청명스님이 노려보자 슬그머니 손을 내린다.
현각스님, 일단 서비스를 자신이 먹은 흑싸리 두 장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두고.
다시 화투를 뒤집으면…….
또 흑싸리.
막내: 싸셨습니다.
현각: (주위 스님들에게) 속세에선 이런 걸 자뻑이라고 들 하지요.
막내: 글쎄요. 그럴까요. 이런.
일부러 툭 떨어뜨리면.
바닥에 떨어진 흑싸리 한 장.
와!
손뼉 치면서 기뻐하는 부하들.
표정 굳어지는 스님들과 청명스님의 얼굴.
막내: (주변 둘러보며) 이따 먹으려고 했는데. 낙장불입이니까. 어쩔 수 없겠습니다. 스님.
냉큼, 현각스님이 싸놓은 흑싸리를 먹어 버리는 막내.
천천히 화투장을 비추는 카메라.
똥광, 달광, 일광, 비광…….
홍단에…….
청단에…….
거의 이십여 장에 가까운 피까지.
완전한 막내의 대승이다.
재규: 쓰리고에 광박. 피박이니까.
현각: 정확하게……. 194점입니다.
재규: 하하하……. 스님.
재규를 바라보는 현각.
재규: 멍따는 왜 빼십니까? 388점입니다.
참담한 표정으로 결과를 바라보고 있는 스님들.
청명: 이러면 무승부가 되는 겁니까?
재규: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청명: (강하게) 어쨌든 승부는 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재규: 물론입니다.
강하게 부딪치는 청명스님과 재규의 시선,
그리고 두 진영의 시선.
시선들.
씬 26. 계곡/오전.
깊고 푸른 물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계곡,
재규 일당과 암자의 스님들이 모두 모여 있다.
재규: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청명: 잠수 대결입니다. 오래 버티는 쪽이 이기는 거지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누군가를 부른다.) 스님…….
스님들을 제치며 앞으로 나서는 대봉스님.
웃통을 벗은 앙상한 몸이 드러난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재규 일당 노려보는 대봉스님.
청명: (합장하며)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봉: (합장하며) 복식호흡이야 저희들 생활 아닙니까.
청명: 참선 할 때처럼만 해주시면 됩니다.
대봉: 십분 정도면 되겠지요.
완전히 기가 눌린 재규 일당.
재규, 굳은 표정으로 뒤쪽 바라보면 마찬가지로 웃통 벗은 채 부하들을 제치며 불곰이 앞으로 나선다.
재규: 너만 믿는다.
불곰: 형님, 우린 복식호흡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까짓 거 정 못 참겠으면 여기 있는 물 다 먹어 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재규: 물은 먹지 말고 잘 참아 봐.
불곰: 귀신 잡는 해병 680기 아직 안 죽었습니다.
끼어드는 청명스님의 목소리.
청명: 가만……. 우리 대봉스님도 해병대 출신이신 걸로 아는데요?
말없이 고개 끄덕이는 대봉.
불곰: 아니, 중들도 군대를 갑니까?
청명: 우리 대봉스님이 몇 기시더라?
대봉: (낮은 목소리로) 654기입니다.
불곰: (귀에 손을 대고) 몇 기라고!
불곰의 기세에 완전히 쫄아 있는 대봉스님.
대봉: (약간 크게) 654기입니다.
불곰: (귀 가까이 대며) 간지럽다! 해병의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다시!
대봉: (크게) 해병 654기입니다!
불곰: 654기! 하하하…….
천천히 미소가 가시는 불곰.
이제 물에 들어갈 차비를 끝낸 불곰과 대봉스님,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대봉: (불곰의 어깨 가볍게 툭 치며) 해병의 명예를 걸고 잘 하자 잉?
불곰: 네.
대봉: 한 번 해병은?
불곰: 영원한 해병입니다.
불곰의 볼을 툭툭 두드리는 대봉.
풍덩…….
소리 깔리며.
물속으로 잠수하는 불곰과 대봉스님.
그리고 두 사람을 응원하는 양 진영.
재규: 지면 끝이야! 알아!
막내: 힘내십시오! 형님!
파이팅을 외치며 불곰을 응원해주는 재규 일당.
그리고 합장을 하며 응원을 해주는 청명스님과 스님들.
고요한 수면 위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 재규 일당과 스님들.
응원의 열기도 식어가고 이제 누가 먼저 나오나 기다리고 있을 무렵…….
카메라, 천천히 수면 밑으로 들어가면.
수면 밑.
목을 움켜쥔 채 숨을 참고 있는 대봉스님.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투의 현장.
하지만 눈 뜬 채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불곰이 들어온다.
보글…….
보글…….
가끔씩 뻐끔거리는 불곰의 입은 계속 물을 먹어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급기야 참지 못하고 대봉스님, 밖으로 솟구치면 수면 위.
와!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재규 일당.
청명: 스님! 스님! 뭣들 하십니까! 빨리 꺼내 드리세요!
밖으로 꺼낸 대봉스님을 문지르고 주무르며 기력을 되찾게 해 주는 스님들…….
반면, 여전히 물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불곰.
놀라운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바라보는 재규, 너무나 자랑스럽다.
재규: 저게 바로 건달의 오기다……. 다들 배워.
부하들: 예! 형님!
재규: 불곰! 그만 나와라.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느낄 수 없는 수면 위.
재규: 나오라니까! 이겼어!
여전히 조용한 수면 위.
재규: (조금씩 이상해진다.) 불곰.
꿈쩍도 하지 않는 수면 위.
재규: (절규를 한다.) 불곰!
말 끝나자마자 물속으로 뛰어드는 날치, 왕구라, 그리고 막내.
완전히 의식을 잃어 몸이 풀린 상태의 불곰, 부하들에게 둘러 싸여있다.
재규에게 다가오는 청명스님.
청명: 이제 제안을 하시지요.
재규: 스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우리가 이긴 거 아닙니까?
청명: 오판 삼승이라는 것도 있지요.
불꽃 튀는 두 사람의 눈빛.
씬 27. 요사채 안/밤.
정좌한 채 모여 있는 스님들, 다들 심각한 얼굴들이고.
명천스님만이 뒤쪽에 조금 물러나 앉아있다.
대봉: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청명: 꼭 이겨야 합니다.
현각: 그렇습니다.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또 질 수 있습니까?
청명: (뒤쪽에 있는 명천스님에게 합장하며) 명천스님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벌써 묵언수행을 하신 지가 2년이 넘었는데 끝까지 그 뜻을 이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뒤쪽에 있던 명천스님, 웃으며 합장으로 답례해주고.
청명: 그럼 시작할까요?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사람들.
청명: 대봉스님이 먼저 시작하십시오.
대봉: 글쎄요…….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청명: 배운 대로만 하면 됩니다.
대봉: (합장으로 답례를 해주고) 그럼 수행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어두운 암자에 불이 켜진 요사채.
안에서 뭘 하는지 스님들의 짝!
짝!
스피디한 박수소리만 들려온다.
씬 28. 재규 일당의 숙소.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원을 그려 마주 앉아있는 재규 일당과 스님들.
나름대로 결전을 앞둔 전사와도 같은 얼굴들이다.
청명: 시작하시지요.
씨익 미소 지으며 스님들을 바라보는 재규와 부하들.
재규: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들: (양팔을 퍼덕이며) 사암육구, 삼육구, 사암육구, 삼육구.
재규: 일.
청명: 이.
불곰: (박수 짝!)
대봉: 사.
날치: 오.
현각: (박수 짝!)
369게임을 하는 스님들과 재규 일당.
흘러내리는 땀.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게임을 하고 있는 양 진영.
왕구라: 이백 팔십 칠.
현각: 이백 팔십 팔.
재규: (박수 짝!)
청명: (박수 짝!)
불곰: (박수 짝!)
대봉: (박수 짝!)
연신 박수만 쳐대는 재규 일당과 스님들. 번호가 300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서로를 노려보며 잔뜩 긴장한 상태로 연신 박수를 치는데.
어느 순간, 손을 번쩍 치켜드는 명천스님.
게임은 중단되고 침묵이 흐르는 실내.
아직까지 누가 이겼는지 서로 모르고 있다.
모두들 명천스님만 바라보고 있는데…….
명천: (천천히 재규를 가리키면서) 사. 백에서 박수를 쳤습니다.
와!
환성을 지르는 스님들.
허탈한 표정의 재규 일당.
모두 고개를 떨구고…….
묵언수행을 어쩔 수 없이 깬 명천스님도 풀썩 고개를 떨구고 만다.
씬 29. 요사채 안/다음 날 아침.
노스님, 동자승을 포함한 암자의 스님들과 재규 일당이 모두 모여 있는 요사채 안.
노스님: 그래. 어떻게 됐다고?
청명: 오늘 떠나신 답니다.
재규: 안 떠나신다고 전해 주십시오.
청명: (언성을 높인다.) 떠나 주십시오!
재규: (단호하게) 못 떠납니다! 어차피 무승부 아닙니까!
청명스님과 재규, 불꽃이 튄다.
노스님, 미소 가득 어린 얼굴로 양 진영을 바라보다…….
노스님: (일어나며) 그래? 좋다. 그럼 다들 따라 나와.
씬 30. 암자 마당/오후.
밑 빠진 독을 들고 얼굴을 비춰 보는 재규.
바닥에 내려놓으면 이 곳은 졸졸졸 흘러내린 물이 고이는 커다란 돌 항아리 옆.
사람의 몸통이 겨우 들어갈 만한 중간 크기의 밑 빠진 독이 두 개 놓여 있고 재규 일당과 암자의 스님들 각각 독 앞에 서 있다.
노스님: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우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십분 안에 다 채워야 되고 깨진 부분에 손을 대거나 막으면 안 돼.
고민하는 암자의 스님들, 방법이 없다.
현각: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청명: 큰스님이 내신 문제입니다. 분명 깊은 뜻이 있어요.
대봉: 그래도 물을 한 번 부어 볼까요?
명천: 그건 답이 아닙니다.
동자승과 함께 흐뭇한 표정으로 구경을 하는 노스님.
한편, 아무도 몰래 연신 발로 흙을 긁어서 깨진 부분으로 밀고 있는 막내.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하는 왕구라.
불곰: 너 지금 뭐하는 거니?
왕구라: 형님! 나 머리 아파요.
불곰: 다 놀아. 어휴……. 이걸 그냥…….
이때, 날치의 시선으로 독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청명스님이 보인다.
날치: 형님!
재규, 고개 돌리면 독 안으로 들어가는 청명스님.
바라보는 스님들과 재규 일당.
그리고 노스님의 얼굴.
청명: (합장하고서) 마음이 물이요……. 물이 마음이요. 몸과 마음이 다르지 않으니 어찌 마음으로 이깟 깨진 독 하나에 물을 담을 수 없겠는가……. 관세음보살…….
승리를 확신한 스님들, 흐뭇한 표정으로 노스님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노스님,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노스님: 난 물을 채우라고 말했지. 사람을 채우라고는 안 했다……. 답이 아니야.
한편, 연신 물을 퍼다 부으며 갖은 방법으로 채워 보려 애쓰고 있는 막내.
왕구라: (작은 목소리로) 흙 좀 더 밀어 넣어봐.
막내: 알았어요.
연신 흙을 밀어 넣고 있지만 당치도 않은 생각이고……. 초조해하는 재규 일당.
재규: 얼마나 남았냐?
불곰: (시계 보며) 2 분 남았습니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는 없는 법.
점점 시간은 흘러가고…….
노스님: (끝났음을 알린다.) 이제 됐다. 그만.
하는데.
재규: 들어!
재규에게 향하는 모두의 시선.
재규: 들어!
왕구라: 예?
재규: 항아리 들고 따라 와! 빨리!
뛰어가는 재규를 따라 밑 빠진 독을 들고 뛰기 시작하는 부하들.
마치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죽어라고 뛰어가는데 재규 일당이 뛰어간 쪽을 바라보는 노스님. 저 아래에서 재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재규: (목소리) 스님! 스님!
씬 31. 폭포.
미소 짓고 있는 노스님의 얼굴.
재규 일당과 암자의 스님들이 모두 바라보고 있는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밑, 연못처럼 패인 웅덩이 속으로 풍덩, 재규 일당이 던진 밑 빠진 독이 잠기면…….
조금씩 물이 차오르면서 마침내 밑 빠진 독에 물이 가득 채워진다.
바라보고 있는 재규 일당, 암자의 스님들, 그리고 동자승과 노스님.
노스님: 독에 가득 든 물이 촬촬 넘치는구나……. 아주 좋다……. 시원하다…….
재규 일당의 기쁜 표정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스님들, 나름대로 작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합장을 한 채 밑 빠진 독을 바라보고 있다.
가득 물이 넘쳐흐르는 밑 빠진 독처럼 노스님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가득 넘쳐흐르고…….
노스님: 이제 일주일동안 머물러도 좋다고 허락했으니까 약속 지킬 수 있겠지?
재규: 물론입니다. 스님들하고 똑같이 할 수 있습니다. (부하들 보며) 그렇지!
부하들: (큰 소리로) 네! 형님!
씬 32. 재규 일당의 숙소/새벽.
벽면에 걸린 일정표.
<중들의 하루> 라는 제목으로 일정표가 붙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새벽 3시 기상. 새벽 도량석, 예불, 정진
오전 6시 아침공양
오전 7시 정진 (입선)
오전 10시 사시마지
오전 11시 사시공양
오전 12시 포행
오후 1시 정진 (입선)
오후 4시 포행
오후 5시 저녁공양
오후 6시 포행
오후 7시 정진 (입선)
오후 10시 취침
한껏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재규와 부하들.
어느 순간 맑은 목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벌떡 일어나는 재규.
재규: (정신이 버쩍 든다.) 기상! 기상!
잠에 취해 헤롱 거리는 부하들을 무지막지하게 깨우는 재규.
씬 33. 암자 마당/새벽.
아직 캄캄한 새벽.
가사와 장삼을 차려 입고 낭랑한 목탁소리와 함께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대봉스님.
도량석을 시작하면 줄줄이 그 뒤를 따르는 불곰, 날치, 절뚝거리는 왕구라, 막내 연신 하품을 하며 정신 못 차리고, 뒤통수를 때려가며 이들을 독려하는 재규.
그리고 재규의 뒤로 언제 나왔는지 수맥 찾는 쇠막대를 들고 도량석에 참석하는 츄리닝맨이 보인다.
씬 34. 참선 방/아침.
꾸벅꾸벅 조는 불곰의 얼굴.
불곰의 어깨에 딱!
내리꽂는 청명스님의 죽비.
눈을 번쩍 뜨는 불곰의 눈에 죽비를 어깨에 멘 채 왔다 갔다 하는 청명스님이 보인다.
두 손을 가지런히 정좌를 한 채 깊은 참선에 든 재규 일당과 스님들.
재규 또한 지긋이 눈을 감고 참선에 열중하고 있지만 불곰, 왕구라, 날치, 막내는 연신 고개를 떨궈 가며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재규 일당을 바라보는 청명스님.
씬 35. 스님들의 숙소/밤.
벽에 붙어 있는 재규 일당의 계보도.
재규와 나머지 부하들의 특징을 잡아 몽타쥬처럼 손으로 그려 놓았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청명, 현각, 대봉스님.
그리고 열심히 작대기로 짚어가며 브리핑하고 있는 명천스님.
명천스님, 왕구라의 얼굴을 짚는다.
명천: 스님들도 잘 아시다시피 제일 말이 많은 왕구랍니다.
이때 가만히 손을 드는 현각스님.
대봉: 스님…….
명천: 말씀하세요.
대봉: (조심스럽게) 왕구라가 뭡니까?
명천: 속세에서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이빨을 잘 깐다는 뜻이지요.
대봉: 이빨이라면.
명천: 썰을 잘 푼다는 말입니다.
대봉: (이해가 안 간다.) 썰이요?
명천: 썰을 잘 푼다. 즉, 입만 열면 뻐꾸기를 날린다 이런 뜻이지요.
대봉: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뻐꾸기를 날린다 함은. 하는데.
옆에 있던 현각스님, 옆구리를 쿡 찔러 눈치를 준다.
대봉: (이해가 간다는 듯) 아……. 뻐꾸기…….
현각: 계속하시지요.
다부진 표정으로 스님들을 바라보는 명천스님.
명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습니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대봉, 현각스님.
청명: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큰스님께서 허락하신 일 아닙니까……. 조금만 더 두고 봅시다.
현각: 자기들 발로 들어 왔으니 자기들 발로 나가 게 해야지요.
대봉: 그렇습니다.
명천: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합니다.
다부진 결의를 보이는 명천스님의 얼굴 위로 음산한 부엉이 소리 깔리며…….
씬 36. 암자 마당/밤.
무섭게 느껴지는 암자의 깊은 밤.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암자 마당을 가로질러 오는 왕구라.
후레시를 들고 해우소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슬며시 뒤도 한 번 돌아보는 왕구라.
오싹 오싹 한기마저 느껴진다.
힐끗 힐끗 주변을 살피고는 해우소 안으로 들어가는 왕구라.
씬 37. 해우소 안.
불을 켜고 후레시를 옆에 놓고 볼일을 보는 왕구라.
왕구라, 꼬불쳐 놨던 꽁초를 꺼내 불을 붙이는데 어디선가 쉬익 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긴장하는 왕구라.
찬찬히 주변을 살피지만 여전히 주위는 고요하고.
점점 무서워지는 왕구라,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이때 들려오는 한 번의 목탁 소리 딱!
긴장하는 왕구라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희미하게 딱!
딱!
규칙적인 목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두리번거리며 덜덜 떠는 왕구라.
순간, 퍽!
해우소 불이 꺼져 버리면.
으악!
하고 놀라는 왕구라.
딱!
딱!
목탁소리 계속 들려오며 빨라지고.
왕구라, 벌떡 일어나 해우소 문을 열어 제치면.
자욱한 안개 사이로 달빛에 비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난다.
후레시로 자세히 비추면 승복을 거꾸로 입고 돌아서 있는 스님의 뒤통수가 보인다.
눈, 코, 입이 없는 번들거리는 뒤통수는 여지없는 달걀귀신의 모습이고…….
기겁을 하는 왕구라.
씬 38. 해우소 앞.
흘러내리는 바지 끌어 올려 가며 해우소를 뛰쳐나오는 왕구라.
비명을 지르며 암자 마당을 가로질러 줄행랑을 치고.
해우소 옆에서 부체를 들고 나오는 현각스님, 승복을 거꾸로 입은 명천스님, 그리고 목탁을 들고 있는 대봉스님.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하는 스님들.
씬 39. 재규 일당 숙소.
문을 팍 열고 들어오는 왕구라.
왕구라: (무서워 말도 잘 안나온다.) 형님. 화. 화장실에. 귀신이 있습니다.
불곰: 뭐? 귀신?
왕구라: 귀……. 귀신……. 화장실에 귀신이 있어요.
날치: (피식) 무슨 귀신이디? 처녀귀신?
왕구라: 농담 아니라니까요. 진짜 귀신이에요. 제가 일보고 있는데 문 앞에서 달걀귀신이 나왔다니까요.
재규: 니가 잘못 본 거야.
날치: (불곰보며 장난스럽게) 형님, 쟤 혹시 기가 허해져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 동안 고기 못 먹 멕이고 풀만 멕였잖아요.
겁먹은 왕구라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는 막내.
왕구라: 정말이라니까요……. 이거 미치겠네. 정말……. (재규 팔 잡으며) 형님……. 우리 다른 절로 옮기죠. 네?
재규: 잘 못 본거라니까.
왕구라: 낼 당장 딴 절로 옮겨야 된다니까요.
문 앞에서 몰래 엿듣고 있는 명천, 현각, 대봉스님.
서로 마주보며 고개 끄덕이는 세 사람.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씬 40. 해우소 안.
탁, 해우소 안에 불이 켜진다.
밑에서 쑤욱 올라오는 노스님의 얼굴.
천천히 승복을 내리고 헛기침도 두어 번 하고
끄응…….
앉아서 볼일을 보는데…….
딱!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탁소리.
다시 딱!
딱!
목탁소리 이어지지만 태연한 노스님의 표정.
그리고 어느 순간, 해우소 불이 탁 꺼지면…….
해우소 밖.
문 밖에서 뒤돌아 서 있는 명천스님, 비명소리를 기다리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뭔가 좀 이상한 명천스님, 슬며시 뒤돌아보면.
그 앞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노스님의 얼굴.
노스님: 너 명천 아니냐.
명천: 네…….
노스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노스님의 귀에 여전히 들려오는 목탁소리.
옆에서 나오는 연기를 따라가면 부채를 들고 있는 현각이 보이고, 뒤로 돌아가면 해우소 뒤에 쪼그리고 앉아 목탁을 두드리고 있는 대봉스님이 보인다.
인기척을 느끼고 슬며시 고개 돌리는 대봉스님, 노스님과 얼굴 마주치고.
씬 41. 암자 마당/이른 아침.
암자 마당에 자리 잡은 석등.
낭랑한 목탁소리와 함께 천천히 불탑 주위를 돌며 도량석을 하는 청명스님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면 그 뒤로 하나씩 하나 씩 오리걸음으로 불탑을 도는 현각, 대봉스님.
그리고 승복을 거꾸로 입은 명천스님이 들어온다.
오리걸음을 하며 벌을 받는 세 스님.
씬 42. 공양간.
입가 가득 검정을 묻힌 채 재규와 불곰, 왕구라, 막내가 감자를 구워 먹고 있다.
호호 불어 가면서 맛있게 감자를 구워 먹는 재규와 부하들.
김치독도 가운데 놓고서 포기김치 쫙 쫙 찢어 가며 맛있게 먹는다.
불곰: 형님, 이렇게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막내: 원래 훔쳐 먹는 사과가 더 맛있다잖아요.
재규: (한 입 베어 물며) 어서 구했냐?
왕구라: 형님. 뽀리 하나로 버텨온 이십 년 인생입니다. 말씀만 하십시요. 뭔들 못 구해 오겠습니까?
이때 삐걱…….
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재규와 부하들, 돌아보면 장작을 진 현각, 명천, 대봉스님.
스님들의 눈에 들어오는 마구 어지럽혀져 있는 공양간 안.
땅이 꺼질 듯 한숨 쉬며 참담한 현각, 대봉, 명천 등 스님들의 얼굴.
씬 43. 해우소 안/오후.
끄응, 소리와 함께 일을 보고 있는 날치.
날치의 시선으로 해우소 열린 문틈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사뿐사뿐 가벼운 걸음걸이와 파르라니 깎은 머리…….
고운 목덜미…….
엷은 분홍색 입술.
여자다!
눈 커지는 날치 점점 다가오는 비구니 연화스님(23)의 얼굴.
씬 44. 공양간 안.
놀란 재규와 부하들의 표정.
재규: 뭐? 여자?
왕구라: 여자라구요?
날치: 방금 여자 중이 하나 왔습니다.
불곰: 예쁘냐?
왕구라: 안 이쁘면 어떱니까? 여잔데……. (상상한다.) 고 야들야들하고 뽀얀 피부에……. 속살에……. 가슴에. 아이고 죽것다…….
재규: (버럭 소리 지른다.) 시끄러!
부하들, 웃음을 거두고 재규 바라보면.
재규: (굳은 표정) 좋아할 때가 아냐. 우리가 노출될 수도 있어.
긴장하고 있는 재규의 얼굴.
씬 45. 노스님의 숙소.
노스님 숙소 밖.
대화 소리 깔리며 노스님 숙소가 보인다.
연화: (목소리) 건강은 좀 어떠세요.
노스님: (목소리) 몸뚱아리야 아무려면 어때……. 이만큼 살았는데…….
연화: (목소리) 그런 말씀 마세요. 큰스님…….
소박한 질그릇 찻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노스님과, 연화스님.
연화: 못 보던 처사님들이 계시네요…….
노스님: 응……. 내가 새로 받아들인 처사님들이야.
연화: 네…….
노스님: 반찬공양 해 주시러 이렇게 먼길까지 와 주시고. 우리 연화스님 고마워서 어쩌나……. 성불하시게.
살포시 웃으며 합장으로 답례하는 연화스님.
노스님: 그나저나 갖고 온 거 빨리 줘 봐…….
연화: 네?
노스님: 대성이 오기 전에 빨리 줘. 들키면 그 놈이 다 가져가.
연화: (그제서야) 아. 네
작은 꾸러미를 건네주는 연화스님.
노스님, 펼쳐보면 쵸콜릿 같은 과자가 가득 들어있다.
장난기 가득한 노스님의 미소가 정겹고.
노스님 숙소 밖.
노스님 숙소 앞에서 카메라 움직이면 대화를 엿듣고 있는 재규의 얼굴이 보인다.
씬 46. 공양간.
반찬을 만드는 연화스님의 깔끔한 손길.
팔을 걷어 부친 섬섬옥수로 나물을 무치고.
김치를 담근다.
가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정성으로 반찬을 만들어 주는 연화스님.
그리고 먼발치에서 연화스님을 바라보고 있는 날치.
씬 47. 노스님의 숙소 앞.
노스님 숙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재규.
노스님, 밖으로 나오며 신발을 신는데 재규, 준비하고 있던 질문을 던진다.
재규: 누굽니까?
고개를 드는 노스님.
재규: 우리 얘기했습니까?
노스님: 왜 걱정 되냐?
재규: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노스님: 했다 이놈아. 왜?
표정이 굳어지는 재규.
재규: 이러면 재미없습니다. 스님.
노스님: 이 놈아, 죄가 있으면 죄 값을 치르면 될 것이고. 죄가 없으면 아무 걱정 할 것도 없는 게 아니야……. 뭐가 걱정이야…….
알 듯 모를 듯 미소만 띠는 노스님.
그리고 그런 노스님을 노려보는 재규의 얼굴.
씬 48. 암자 마당.
연화스님을 떠나보내는 배웅의 자리.
노스님: 연화스님 보고 싶어서 어떻게 또 기다리나.
웃으며 합장으로 노스님께 예를 갖추는 연화스님.
대성을 바라보더니 무릎을 꿇어 동자승 대성에게 안부를 전한다.
연화: 저희 암자로 언제 놀러 오세요. 다른 스님들이 많이 보고 싶어하세요.
스님들과 합장을 하며 인사를 나누는 연화스님.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재규와 부하들.
마치 행자처럼 암자마당을 청소하며 왔다 갔다 하면서 연화스님을 주시하는 재규와 부하들.
그리고 연화스님의 일거수일투족,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날치.
연화스님, 합장하며 암자를 빠져나가고 나면.
재규: (날치에게) 따라 붙어.
씬 49. 어느 산 길.
울긋불긋 수놓은 단풍과…….
졸졸졸 흘러내리는 개울 물소리와…….
간혹 들려오는 청명한 새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산길의 정경.
산길을 걷는 연화스님과 몸을 숨겨가며 그 뒤를 몰래 뒤쫓는 날치.
잠시, 바위 위에 걸터앉아 땀을 닦으며 쉬는 연화스님, 바랑에서 칼을 꺼낸다.
나무 뒤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 날치의 눈에 칼이 들어온다.
바랑에서 사과를 꺼내 깎는 연화스님.
단아하고 정갈하게 흘러내리는 긴 사과 껍질.
날치의 눈에 들어오는 하얗고 가녀린 연화스님의 섬섬옥수…….
연화스님, 사과를 깎아 한 입 베어 먹으며.
연화: 이리 오세요. 처사님.
얼른 나무 뒤로 숨는 날치, 식은땀이 흐른다.
연화: (날치 쪽 보면서) 이리 와서 과일 좀 드세요…….
이미 들켜 버린 날치……. 슬며시 몸을 드러내 연화스님에게 다가가고…….
바위 위에 앉은 두 사람.
연화스님이 건네는 사과 한 쪽을 받아드는 날치.
빤히 연화스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과를 먹는다.
새소리, 물소리…….
앉아있는 연화스님과 날치의 모습.
과일을 나눠먹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들어온다.
씬 50. 암자 마당/새벽.
이제 동이 터 오는 붉은 하늘.
암자 마당에서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한 어느 둔덕에서 홀로 선무도를 연습하고 있는 청명스님이 들어온다.
천천히 느리게 하지만 동작 하나 하나에 힘이 실려 있는 청명스님의 자세는 범상치 않은 무술 실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건을 목에 걸고 암자 마당을 가로 질러가다 청명스님을 발견하는 재규.
한참을 바라보다 청명스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씬 51. 암자 안/어느 둔덕.
작은 종루가 계단으로 연결된 독립된 공간.
청명스님의 얼굴위로 흘러내리는 땀방울.
진지한 자세로 동작 하나 하나에 힘을 실어 선무도를 연습하는 청명스님.
어느 순간, 자세 바꾸며 돌아서면 그 앞에 서 있는 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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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1|02나리오 1
고등어 | 등급변경
7
나는야 오로라 공주
투자배급 시네마서비스
제작 이스트필름
각본 서민희
감독 방은진
사람들
감독/각본 최동훈
모두:
래. 그래. 나가자…….
<9부>
1. 외과 스테이션
8부와 이어지고..
준혁을 필두로 회진이 시작된다...준혁, 자신감에 찬모습으로 걷는데..
2. 내과병실
도영, 은혜와 의국원, 간호사를 곁에 두고 회진중이다
도영, 침상에 앉아있는 환자를 청진하고 있다
도영 (청진기빼며)한 이틀 지나면 가래는 줄어들거예요
(배를 주물러보며)더부룩한 느낌은 많이 가셨죠?
환자 네, 이제 배고파요..
도영 (웃고)그럼, 점심부터 조금씩 드셔보죠
(간호사에게)c. l. diet(clear liquid diet)부터.
도영, 순일에게 갔는데..순일, 외면하듯 고개돌리고..순일처 난처한 얼굴이다
도영 안녕하세요?
순일처 (순일 눈치보다)이이 결과 언제나 알수있을까요?
도영 (딱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3. 외과병실
준혁, 중년의 여환자앞에 서면..
상일 (차트보며)십이지장궤양으로 내원했다가 장교수님, 아니 과장님께서 담도내
담석증으로 진단하셔서 제가 수술했습니다
준혁 (끄덕이고)어떠세요?
환자 (복부드러내며)여기가 좀 따끔거려요
준혁 수술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으면 이상하지. 금방 괜찮아질거예요
준혁, 어느새 돌아서 다음환자로 가자, 환자, 말을 더하려다 말고
민승 (얼른와서)지난 월요일에 간이식받고, 어제 병동으로 오셨습니다.
준혁 프로그랍은?
민승 14입니다
준혁 (끄덕이며)엑스레이 보자
준혁, 동일이 건네는 엑스레이를 받아서 허공에서 비쳐보면.
가운 소매가 내려간 사이로 와이셔츠의 금빛 커프스 버튼이 번쩍 빛난다
준혁 자리 잘잡고 있네요. 수술이 아주 잘됐어. (다음 환자로)
환자2 저..(하려다 말고)
4. 내과 외래
도영, 방으로 들어와 앉자마자 모니터로 순일의 엑스레이 보는데
간호사, 차를 가지고 들어온다
간호사 (찻잔내려놓으며)15분후에 예약환자부터예요
도영 어..(하다)병동에 연락해서 권순일환자 보호자좀 오시라고 해줘
간호사 네,(나가고)
도영 (다시 엑스레이 보는데)
5. 외과 스테이션
회진을 마치고 나오는 준혁팀. 준혁, 스테이션앞에 멈춰서고
준혁 이번주는 제주도 세계외과학회준비관계로 바쁠것 같으니까 수술스케줄 조절좀해
민승 준비하고 있습니다.
준혁 (끄덕이고)특별연제로 30분가량 하는거니까. 케이스 디스커션시간10분정도 빼고, 비디오 20분에 정확하게 맞추고
건하 네, 거의 다 됐습니다.
준혁 홍선생이 원고 준비하고 있지?솜씨좋으니까 기대할게
홍상일 (떨떠름)네..
준셕 (힐끗보곤)우리 외과를 세계적으로 알릴기회니까 준비들 잘해(모두 대답하면)
참.염선생 백일당직 끝났지?
동일 네
준혁 이제 환자맡아도 되겠네. 의국장
민승 네, 조치하겠습니다.
동일 (좋아서)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라 과장님. 회진끝나시는대로 내과 최도영교수님게서 연락달라세요
준혁 알았어. (의국원들에게)수고들 해
준혁, 돌아서 가면, 뒤에서 의국원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6. 출국장앞
민국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기있는 동안 윤진씨한테 많이 고마웠어요
윤진 ...한것도 없는데요.
민국 그만가볼게요. 마지막으로..(손내밀고)
윤진 (미소보이며 악수하고)안녕히 가세요
민국 그 의사분은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것으로도 행복할거예요..
윤진 네? 아...그분은 그냥 의사로서 존경하는것뿐이예요
민국 (알들말듯한 미소)잘지내요..(가고)
윤진 (인사하며)네..가세요
민국, 안으로 들어가고..윤진 가만히 보며 생각이 깊어지고
7. 내과 외래
도영과 준혁, 순일의 CT와 CHEST보고있다
도영 당뇨가 있고 CA 19-9수치가 갑자기 올라서 검사를 했는데..
준혁 (CT만 보고있고)
도영 방사선과에선 췌장이 원래 커져있는거 아닌가 하더라구.
그리고 캔서는 아닌거 같다고 하든데
준혁 캔서야.(한부분 가리키며) 이런 음영은 췌장염 아냐. 원래 커졌다고 보기엔 크기도
작고. 초기 췌장암이야
도영 (놀라 준혁을 보고)
준혁 수술로 (가리키며)미부만 떼내면 돼. 우리과로 트랜스퍼 시켜.
도영 어..참 여기 체스트에도 음영이 보이는데..
준혁 (가슴사진 빤히 보는데)
간호사 (들어와)권순일 환자 보호자분 내려오셨어요
도영 들어오시라고 해.
(준혁에게)이 환자 보호자야. 검사결과 때문에 예민해져 있어(조심해달라는듯 보면)
준혁 (사진만 보고있고)
순일처, 초조한 낯으로 들어와 앉고
준혁 환자분이 폐결핵 앓으신적 있어요?
순일처 군에 있을때 앓았었단 얘길 들었던거 같은데..그게 왜요?
준혁 (끄덕이곤)가슴 사진에 결핵앓은 흔적이 보여서요.
그냥 흔적이니까 신경쓸건 아니고..문제는 췌장에(하는데)
도영 (준혁을 저지하듯 본다)
준혁 (힐끗 보고)췌장에 아주 작은 암종양이 있는데 수술로 떼어내면 문제없을겁니다.
외과로 옮겨 수술하시죠
순일처 (기겁)암...이요? 우리 그이가 암..이라구요?
준혁 (도영에게)나 수술있거든. 나머진 최교수가 설명좀 해드려
준혁, 나가고 순일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조영, 준혁을 따라나간다
8. 내과 외래밖
준혁, 당당히 나오는데 도영 따라나온다
도영 수술은 언제쯤 가능해?
준혁 다음주는 제주학회니까..이번주에 바로하지 뭐
도영 폐음영말인데..혹시 모르니까 수술전에 폐생검 해보는게 어때?
준혁 결핵앓았다잖아. 뭐하러 환자 가슴에 긴 바늘을 찔러넣어.
최선생이 지금까지 이런저런 검사 많이 했을거 아냐
도영 췌미부암은 전이가 잘되니까..폐전이가능성도 있을것 같애서
준혁 (웃고)그냥 흔적이야
도영 그래도..해봐. 확실하게 하는게 좋잖아
준혁 (예민해지는)내가 틀렸다는 거야?
도영 그런뜻 아니잖아. 해. 환자한테는 내가 잘 설명할테니까
준혁 알았어 알았어.(하곤 돌아서면, 귀찮은듯한 표정이고)
도영, 그런 준혁의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9. 주완의 서재
이주완, 만년필로 성경을 베껴쓰고 있다
주완E) 악을 떠나는것은 정직한 사람의 대로니 그 길을 지키는 자는 가지의 영혼을
보전하느니라.
주완, 멈추고 눈을 감고 끄덕이며 음미하곤 다시 쓰기 시작하는..
주완E)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주완처, 들어오면 주완, 하던일을 멈춘다
주완처 (한심한)하실일이 그렇게도 없어요?
주완 성경은 인문학의 보고야..지성인이라면 한번쯤은 봐야돼
주완처 (기막히고)그럼 읽기만하면 되지 쓰긴 왜써요?
주완 그야..정독을 하느라 그런거지..
주완처 (짜증)얼른 번듯한 자리좀 찾아봐요. 그렇게 패배자처럼 있지말구
주완 (발끈)패배자라니. 난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퇴직했을뿐이야.
복마전같은 선거판에 잠시 몸을 담궜던게 굳이 허물이라면 허물일까..
그것도 우리 외과의 장래를 위해서 그랬던거고..
주완처 아무튼 장준혁과장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 보자구요
주완 이왕 과장이 된거 병원과 환자를 위해서 잘하길 바래야지.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