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주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

[서헤레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구약에서는 하느님과 백성과의 성실한 약속을 맺을 때 동물의 피를 통한 ‘피의 계약’이라고 하겠습니다. 
 모세가 백성들 앞에서 말씀과 모든 법규를 일러 줍니다. 
 온 백성이 한 목소리로 하느님의 ‘모든 말씀을 실행하겠다.’고 대답합니다. 
 모세는 산 기슭에 제자들을 쌓고 열두 지파를 기념하는 기둥 열둘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제단에서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바치며 소를 잡아 그 피를 대접에 담아 절반은 제단에 뿌립니다. 
 
대접의 남은 피를 백성에게 뿌리며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탈출 24,8)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제물의 피는 생명을 말합니다. 그래서 동물의 피는 생명을 뜻하는 것으로 하느님과 
백성이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바치며 계약을 맺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가나안을 중심으로 유목문화의 생활 바탕에서 동물을 잡아 피를 바치는 것은 성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또 생활화한 모습이었습니다.


박학하다는 유대인들도 창세기의 한 대목을 해석하는 데에 명확한 설명을 못하는 한 부분이 있습니다. 
 크도를라오메르와 연합군이 아브람의 조카 롯과 가족들을 끌고 갔는데 이 소식을 들은 
아브람은 롯과 그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다마스쿠스 호바까지 갑니다. 
 그곳에서 연합한 군대를 물리치고 조카의 가족과 빼앗긴 가축들을 데리고 돌아오지요. 
 
아브람을 환영하기 위해 사웨 골짜기, 곧 임금의 골짜기로
소돔 임금과 살렘의 왕이며 사제인 멜키체덱이었습니다. 
 
그는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아브람에게 줍니다. 아브람은 멜키체덱에게 그의 전리품 중에 
십분의 일을 내어 줍니다.(창세 14,17-21참조) 
 
히브리 서간의 저자는 멜키체덱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멜키체덱은 “살렘 임금”이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로서, “여러 임금을 무찌르고 
돌아오는 아브라함을 만나 그에게 축복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모든 것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먼저 그의 이름은 
‘정의의 임금’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또한 살렘의 임금 곧 평화의 임금이었습니다.” (히브 7,1-2) 
 
히브리 서간의 저자는 멜키체덱은 부모도 없고 족보도 없으며 시작도 끝도 없는
 ‘하느님의 아들’을 닮아 언제나 ‘영원한 사제’로 남는다는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앙을 설명합니다. 
 
멜키체덱에 대해 창세기 저자가 전해 주는 것이 다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합니다.
통상 유목민들에게는 가축이나 음식을 주는 것이 통례인데,
“왜 ‘빵과 포도주’이냐?”라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합니다. 
 
히브리 서간의 저자는 유대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바로 메시아이시며 영원한 하느님의 
사제인 멜키체덱 사제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이루어진 좋은 것들을 주관하시는 대사제로 오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사람 손으로 만들지 않은,
곧 이 피조물에 속하지 않는 더 훌륭하고 더 완전한 성막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염소와 송아지의 피가 아니라 당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 번 성소로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셨습니다.”(히브 9,11-12)


예수님께서는 수난 전날, 그러니까 무교절 첫날, 파스카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과 함께 미리 
준비하셨던 예루살렘의 한 이층 집에서 파스카 음식을 나누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 말씀하십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마르 14,22)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돌려가며 마시게 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24절) 
 
그리고 주님께서 의미 있는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25절) 그리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게 식사 후에 하시는 대로 찬미가를 부르며 올리브 산으로 가십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주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다시 해서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이루신 것입니다. 
 
한적한 곳에서 지친 군중을 보시고 주님께서는 측은지심이 생기신 것이지요. 
 
스승께서 제자들에게 ‘지치고 배고픈 군중을 어떻게 배부르게 하실까?’하는 질문을 하시지만 
그들에게 어떤 해결을 기대하신 것은 아니시지요. 
 
주님께서는 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하늘을 향해 드시고 감사를 
드리십니다.
 
그리고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면 제자들은 그것을 군중에게 나릅니다. 
 
물고기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시지요. 성체를 라틴어로 ‘감사’라는 의미가 담긴 
‘에우카리스티아(eucharistia)’라고 합니다. 
 
이 의미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마르코가 전하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음식을 나누시다가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 말씀
하시지요.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마르 14,22) 그리고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마시게 하시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24절)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대사제가 여러차례의 동물의 피를 바치는 것과는 달리 십자가에서 
당신 생명을 바치시는 단 한 번의 제사로 많은 이들의 죄를 사하시는 것입니다. 
 
히브리 서간의 저자는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멜키체덱의 사제로 새 계약의 중개자이심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는 새 계약의 중개자이십니다. 첫째 계약 아래에서 저지른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속량하시려고 그분께서 돌아가시어,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약속된 영원한 상속 재산을
받게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히브 9,15)


성체성사 거행은 주님께서 ‘계속해서 이 예를 행하라’고 말씀하신대로 예루살렘 다락방에서 시작해서 이천년 늘 새롭게 이어져 내려 온 것은 놀라운 신비입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성체와 일치를 합니다. 
 성체가 ‘감사’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바로 우리의 삶이 감사와 찬미와 연결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의 성체의 
의미인 ‘감사’를 전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신앙인의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온전히 사랑하시어 빵과 포도주위 형상 안에 우리를 초대하시고 
매일 성화하는 삶을 살도록 인도해 주시는 것입니다. 



출처: 구름 흘러가는 원문보기 글쓴이: 말씀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