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바래봉에서 내게
“봐봐, 저게 지리산이야.!”
그리 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차마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
지리산을 사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지리산을 사랑하게 해 준
당신과의 기억을
그리움도 없이
간직함도 없이
사는 내내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나를
지리산에
가게 해 주셔셔
고맙습니다.
“지리산아, 안녕! 안녕! 안녕! 안~~녕!
“효연아,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우리는 따뜻하게 만났고, 다정하게 서로를 품었습니다.
나는 행복해졌습니다.
마음은 행복했지만
산 길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걷는 길, 오후 1시에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하동바위를 지나니, 숨이 차고 배도 고프고,
참샘을 지나 물 한잔 마셔도, 배는 여전히 고프고,
가방에는 사과 두 개, 귤 세 개, 초콜릿 네 개가 전부.
어떻게 하지?
우선 초콜릿 두 개를 먹고, 힘을 내서
소지봉에 도착하니, 기운이 부족해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어떻게 하지?
기운은 자꾸 빠지고, 눈발이 날리고, 사람은 없고,
온통 눈 밖에 없었습니다.
효연아, 너를 저기 장터목대피소 산장까지 데려다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힘내, 너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그래, 내가 너를 데려왔으니, 내가 너를 그곳까지 데리고 가 줄게.
아빠와 함께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내 보고
지치면 나무에 기대 하나, 둘, 셋, 넷....스물 세고 다시 걷고
걷고 걷고 걸어서 드디어 장터목 대피소에 4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그새 또 힘든 걸 까먹고 막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장터목대피소, 천왕봉, 2층 87번^.^
따뜻하다 못해 더워서 껴 입었던 옷을 다 벗고,
사과 하나, 귤 하나 먹고,
1시간 30여분 글을 쓰고 있는데,
장터목대피소 앞에서 사진을 찍어 주신 선생님께서
저를 발견하시고는 밥 안먹었냐고 물으시고, 간단하게 먹었다고 대답하니까,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더니, 호빵 다섯 개를 쩌 주셨습니다.
곧 소등 시간이라 1개만 겨우 먹었지만, 자꾸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덮던 담요를 수시로 걷어 차며,
우리 집보다 따뜻하게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천왕봉에 가는 길, 하늘에 초승달이 보이고 중산리쪽이 붉어집니다.
하지만 곧 눈발이 날리고 구름이 빨개진 내 볼을 스치고 지납니다.
오늘 아침, 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천왕봉, 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너를 보려고 많은 날을 그리워했단다.
천왕봉에 사는 바람아, 볼 수 있어서 참 고마워.
우리, 다음에 다시 인사하자,
그때까지, 너도 잘 지내고 나도 잘 지내자.
안녕.
그렇게 인사하고 다시 백무동으로 내려왔습니다.
망바위,
이곳에서 지리산이 준 선물을 받았습니다.
“효연아, 일출 못 봐서 서운하지,
너 혼자 오느라 고생 많았는데,
자.....눈을 잘 뜨고 봐봐.
어때? 참 좋지?
이제 괜찮지?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서 잘 지내.
또 올수 있잖아.”
“고마워. 지리산아...”
산다는 것,
사랑하는 산에 갈 수 있다는 것,
이 고요함이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석봉에서 생각했습니다.
" 지리산의 서른 번째 겨울
내 전부의 시간,
나는
다만,
서른 번째의 겨울일 뿐이야.
오래된 고사목,
차가운 돌,
눈에 갇힌 땅의 숨소리,
나는
아직
생명을
낳지 않았어.
아이를 낳게 되면
산하 앞에서
자랑스레
나도 나무야
나도 땅이야
말해봐야지."
그렇게 산에 내려와
이렇게 글을 씁니다.
님은 항상 곱디 고운 사랑이란 생각이듭니다
지리에서 만나면 알아보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꼭 가야겠군요! 송년 휴일을 맞이하여 님이 느꼈던 따뜻한 지리산으로...
파란책님의 글은 꼭보게 됩니다. 벌써 눈이 이렇게나 왔군요... 참 보기 좋습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글 같아요. 오랜만에 들어와서 잘보고 갑니다.
효연씨~~~~~^^ 방가요 잘계셔서 고마워요 지리산에 천사님 맞죠?....담엔 꼭 함께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