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 모씨는 얼마 전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꿨다. 가스레인지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주부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뉴스를 접했어도 전기레인지로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존 하이라이트형 전기레인지는 한 번 요리를 하면 상판 전체가 뜨겁게 가열되다 보니 아무거나 일단 손부터 대고 보는 네 살 난 아들이 혹시라도 뜨거운 열판에 화상이라도 입을까봐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몇 달 전 놀러간 콘도에 설치된 전기레인지에 아들이 무심코 손을 올릴 뻔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었다.
그냥 차라리 내 건강 좀 해치고 보자는 마음으로 가스레인지를 계속 썼지만 요즘 나오는 인덕션 전기레인지는 사람이 손을 올려도 전혀 뜨겁지 않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독일 고급 가전메이커인 밀레에서 만든 제품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밀레코리아의 인덕션 전기레인지는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는 유해가스가 전혀 없고 청소도 쉬워 가스레인지를 대체할 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안전이나 상대적으로 느린 조리 속도 같은 여러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
인덕션형 전기레인지가 기존 하이라이트형 전기레인지와 가장 크게 차별되는 점은 세라믹 글라스 상판을 열로 달구지 않고도 조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이라이트형 전기레인지는 상판 밑의 전기코일을 가열시켜 열을 상판으로 전달시킨다. 가스레인지와 달리 연소되는 불꽃이 나오지 않으니 안전하지만 사용 후 고온의 잔존 열이 남아 있어 아이들이 손을 올렸다가 화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반면 인덕션 전기레인지는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장을 통해 철 성분이 포함된 금속 재질의 냄비만 가열할 뿐 비금속 재질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위에선 냄비나 프라이팬만 끓을 뿐이지 사람의 피부나 헝겊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셈이다. 아이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주부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인 셈이다.
자기장을 이용해 조리용기를 가열할 때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조리용기 하단에 열기가 집중되니 냄비 표면이 그을리거나 변색되지 않는다. 개당 몇십만 원인 고급 식기들이 변형될 염려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이라이트형에 비해 조리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화력이 약해 요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이 많던 하이라이트형 전기레인지에 비해 인덕션형은 조리 시간이 50% 이상 빨라진다. 실제로 밀레코리아 쇼룸에서 진행한 시연에선 냄비에 물을 넣고 20초 정도가 지나면 바로 기포가 올라올 정도였다. 밀레코리아 관계자는 “라면을 끓이기 위해 물을 올려 놓고 라면에 들어갈 파를 다 썰기도 전에 물이 끓기 시작할 정도로 빨리 가열되는 게 인덕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덕션형 전기레인지가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시작한 시점은 작년 무렵이다. 유럽 가전업체들이 20년 전 출시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급이 늦었던 이유는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두 배가량 비싼 가격에 가전업체들은 하이라이트형 전기레인지만 만들었다.
그러나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밀레코리아도 하이라이트형 전기레인지를 판매하긴 했지만 한 걸음 앞을 내다봤다. 안 대표는 조만간 국내 소비자들은 보다 진화한 인덕션형 전기레인지를 찾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밀레코리아가 내놓은 인덕션형 전기레인지는 4000시간의 내구성 검사를 거쳐 약 20년간 사용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모든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아닌 밀레가 직접 독일 뷘데공장에서 생산하는 ‘Made in Germany’다. 또 사용자 편리를 고려한 여러 기능이 탑재돼 있다. 출력을 한 번에 집중시켜 음식을 최대한 빨리 조리할 수 있는 ‘트윈부스터(Twin Booster)’ 기능도 있다.
요리가 끝난 후에도 음식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보온 기능’은 한 번 조리된 음식을 재가열하거나 여러 번 데우는 수고가 없도록 도와준다.
올해 한국 소비자의 선호도를 반영한 3구형 인덕션을 내놓은 밀레코리아는 내년에는 한국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으로 5종 모델을 추가로 출시한다. 화이트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한국 주부를 위해 세라믹 상판이 흰색인 화이트형 인덕션으로 내놓기로 했다. 세라믹 상판 전체가 전기장을 발생시켜 데판야키처럼 큰 철판도 올려서 요리할 수 있는 ‘파워플렉스형’도 있다.
안 대표는 “5개 모델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독일 본사가 아니라 밀레코리아 지사에서 분담한다”며 “워낙 소비자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한국지사는 이제 독자적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한국형 모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안전이다. 최근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통해 유럽에서 직접 전기레인지를 사오는 소비자가 많지만 밀레코리아는 안전 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전기주파수가 50㎐인 유럽과 달리 한국은 60㎐로 전기설비 환경이 다르다. 소비자가 직접 전기주파수가 다른 전기레인지를 설치했다가는 화재나 전기 합선 등 위험이 있다. 밀레코리아 역시 안전 문제를 확답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외 직구 제품의 직접 설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