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적 여수에 살았었다.
나에게는 누이가 하나 있었다. 실제로 내 누이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할머니가 나에게 그를 내 누이라고 알려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누이를 그냥 여수누이(여수에 사는 누이)라고 불렀다.
누이는 정신이 약간 이상했는데 나와 20살 이상이 차이났던것 같다.
나는 할머니에게 모질게 혼날때도 누이는 바닥에 똥을 싸도 혼나지 않았다.
맛있는것은 모두 누이에게만 주었으며 나는 겨울에도 초가집에서 거적을 뒤집어 쓰고 잤다.
누이는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잤는데 말이다.
나는 점점 커갈수록 누이에게 반감을 가졌다. 그리고 내가 성인이 될 무렵.
나는 누이를 할머니의 눈을 피해 가끔 발로 차곤 했다.
누이가 온 몸을 꼬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면서 울고 있을 때
할머니는 그것을 보고 나에게 빗자루로 몹시 매질을 했다.
나는 성인이 되어 몸이 커져 할머니의 매를 맞아도 반항 할 수 있었지만
꾹 참았다가 할머니가 없을 때 누이에게 딱 10배만큼 그 고통을 돌려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무렵에 할머니는 모든 재산을 누이앞으로 해두었고
막노동을 하던 나는 유산도 한 푼 받지도 못하였다.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이 나에게 누이를 잘 부탁한다는 것이였는데
나는 아직까지 그 유언을 지키고 있다.
" 누이야 밥 먹어야지 "
손에는 내가 먹다 남긴 밥과 반찬 그리고 국을 접시에 섞어서 지하실로 내려갔다.
누이는 내가 잘 돌보고 있다. 누이는 할머니가 남긴 시골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는데
내가 누이를 돌봐야 하니 나도 같이 살고 있다. 지하에 방을 하나 내주었으니 누이도
불만이 없겠지.
무일푼으로 막노동을 하던 나는 어느날 누이를 찾아가 통장과 땅문서를 찾아냈고
모두 나의 명의로 바꾸어버렸다. 생각보다 일은 간단해서 나는 할머니의 유산과
부동산 그리고 농장을 되찾아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여수누이를 요양원에 보낼수도 있었으나 옛 정을 생각해서 나는 지하에 방을 내주고 돌보는중이다.
지하실을 내려가서 누이를 불렀다.
" 누이야. 여수누이야 "
' 쩔그렁 쩔그렁 '
쇠사슬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났다.
" 여수누이야 밥 먹자 "
" 으므......으브브..."
누이는 손과발이 쇠사슬 족쇄에 묶여 있었다.
여러모로 이 편이 누이에게 안전하니까. 누이가 밖으로 나갔다가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내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누이에게 먹다 남은 밥을 한곳에 모아 비빈 쟁반을 내려놓고 나는 다시 1층으로 올라갔다.
이런 생활을 한지가 어느덧 2년이 넘어가는데 여수누이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게
무척 신기했다. 하긴 모든게 잘 돌봐주는 내 덕이다.
어느 겨울밤에 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 이어어어어.....우에에에에으아잉~~~ '
" 어이구 우리 누이가 추운가보다 "
나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이 겨울에 지하실이 많이 추울테지.
나는 지하실에 있는 호스에 뜨거운 물을 틀었다. 그리고 누이를 향해 그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을 뿌렸다.
" 누이야. 여수누이야. 이제 좀 따뜻해 ? "
' 이에에에엑!!! 으어으아아 룸림 '
" 어 그래그래 누이야. 그 동안 많이 추웠나붸. 진작 얘길허지 그랬어 "
나는 누이가 조용해질때까지 뜨거운물을 뿌린 후 다시 올라왔다.
며칠 후 나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올라가게 되었다. 올라가기전 누이를 한번 방문했다.
지하실로 내려가니 악취가 났다.
누이의 앞으로 가서 나는 준비해온 돼지사료를 땅에 부어주었다.
" 누이야. 내가 일이 있어서 어디 좀 다녀올테니까 그 동안 이것 먹구 있으어 "
누이의 주변에는 누이가 싼 오줌과 똥이 엉켜 있었지만 내가 다시 그 위에
돼지사료를 부어주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 우리 여수누이. 똥은 먹지 말고 이 밥만 먹고 지녜 ? 알았제 ? "
서울에서 정육업체와 큰 계약을 성사시킨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누이를 찾았다. 지하실로 내려가니 누이는 없고 족쇄만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다.
" 이거 큰일이구만...우리 누이 집도 못 찾아 올건데 워떡한댜... "
나는 집에 있던 사냥용 엽총을 들고 누이를 찾아 나섰다.
나는 가끔 사냥을 즐기기 때문에 짐승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건 나에겐 무척 쉬웠다.
우선 누이는 워낙 못 먹어서 말랐을 것이며 그래서 족쇄에서 쉽게 손과 발이 빠졌을 것이다.
누이는 정신병자지만 내가 없는 사이 혼자 몸을 마구 움직여보다가 족쇄가 빠지니
탈출했을 것이다.
우선 누이의 똥묻은 발자국으로 짐작해본 결과 누이는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나간것으로
추정된다.
어차피 이곳은 농가라 인적이 드물어 누이가 어디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우선 양계장과 돼지우리를 둘러보고 누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나는 산으로 올라갔다.
몇 시간을 산을 뒤졌을 때 나는 여수누이가 바위밑에서 웅크리고 있는걸 발견했다.
" 어이 ~ 누이야. 왜 거서 그러고 있댜. 어여 집으로 가자 "
누이는 산발을 하고선 바위밑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총구로 누이의 머리통을 건드려보니 누이가 움직였다. 나는 누이의 손을 철사로 묶고
집으로 대려와 다시 철사에 팔 다리를 묶어 놓았다.
조금 더 작은 족쇄를 준비해야 겠다.
그날 밤 삼촌에게서 전화가 왔다.
" 여보쇼 ? 어 삼촌 ? "
" 그래. 동식이냐. 잘 지냈고 "
" 어 삼촌 웬일이랴 ? "
" 놀라지말고 들어라. 여수에 살던 니 누이 있잖냐 "
" 어? 여수누이가 왜 ? "
" 여수누이가 죽었다 "
" 뭐시 ? 여수누이가 죽었다고 ? "
" 그래. 여수누이가 오늘 3시쯤에 서울에서 죽은채로 발견됐어 "
" 그럴리가.....삼촌 지금 어디여. 내 가볼랑게 "
" 그래. 여기 병원 주소가.... "
나는 급히 삼촌이 알려준 병원으로 달려갔다.
영안실에 가서 시신을 확인하니 바로 그 여수누이였다.
나는 삼촌에게 너무 충격을 받아서 집에서 잠시 쉬다가
장지갈때 다시 오겠다며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죽은 시체가 여수누이라면 내 지하실에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하실로 내려가보았다.
여수누이와 꼭 닮은 그 인간...아니 정체모를 그것은 평소 여수누이가
하던 모양대로 벽을 보고 웅크려 앉아 있었다.
' 서걱..서걱..서걱 '
" 누이야 ? "
' 서걱...슥삭.. '
" 여수누이야 ? 누이 맞어 ? "
여수누이의 형상을 한 그것은 무언가를 바닥에 문지르고 있었다.
평소에 자기가 바닥에 싼 똥을 문지르던 그 행동과 흡사했다.
" 누이야? 여수누이야 ?? "
나는 조금씩 그것에게 다가갔다.
어느 순간 그것이 몸을 휙 돌려 나를 쳐다보았는데
어느새 묶여 있던 철사를 풀어놓고 있었다.
여수누이가 정신병자라 그렇게 생각하고 대충 묶은게 화근이였다.
그 여수누이의 형상을 한 인간은 나를 향해 네 발로 기어왔는데
그것읜 팔은 다 잘려 있었고 팔목의 뼈를 땅에다 날카롭게 갈았는지
마치 송곳 같았다.
내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칠 무렵에 그것은 나에게 달려 들어
내 심장과 복부를 마구 찔렀다.
엽총을 가져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와 죽을 때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는 죽으면서 무척 궁금했다. 여수누이는 어떻게 서울에서 죽은것이며
지금 내 눈앞에 여수누이의 형상을 한 이 노파는 누구인가.
나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졌다. 얼핏 노파의 옷을 보니
내가 여수누이에게 입힌것과는 조금 다른것도 같다.
노파는 날카롭게 갈린 자신의 팔목뼈로 나를 무수히 찔렀고
나는 죽어갔다.
나도 곧 죽으니 여수누이를 만나게 될까 ?
여수누이를 만나면 나는 죄를 빌어야 할까 ?
아니 어쩌면 지옥에 갈지도 모르는 일이지.
여수누이는 죽어서 편안한곳에 갔을까.
여수누이여...죽어서라도 평안을 얻기를
그리고 나는 점점 감기는 눈을 닫고
죽음을 맞이했다.
첫댓글 오랜만에 올라온 글 잘 읽었습니다. 재밌네요. 지하실에 있는 그것은 뭘까요 ㄷㄷ..
할머니 아닐까용? ㅎㅎ
와 재밌다.. 잘 읽었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