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지 기사나 인터넷 언론의 멘트를 잘 믿지 않는 편입니다. 이름난 메이저 언론 기사가 무조건 더 뛰어나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지방지는 필연적으로 지역색이 강한 기사를 실을 수 밖에 없고, 상업적인 경쟁력이 뒤쳐지는 인터넷 언론은 페이지뷰를 늘려 광고주의 주목을 받으려면 역시 필연적으로 소설을 써댈 수 밖에 없어서 드리는 말씀이죠. <삼성 우승>이 아니라 <한화 아깝게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뽑는다면 기사를 읽을 때 그 논조를 감안하고 취사선택 해야 하구요.
이 두 가지 경향은 최근 5~6년간 생긴 습관인데 1990년대 초반부터 쭉 갖고 있던 원칙도 있었습니다. 그건 <스프링캠프 기사는 믿지 말자>입니다. 올해는 누가 전성기 기량을 되찾는다, 미완의 대기였으나 올해는 10승을 기대한다. 저 녀석은 분명한 신인왕이다. 이런 류의 기사 중에서 개막 후 현실과 똑같이 들어맞는 내용은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정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루트는 바로 언론입니다. 특히 이런저런 소설성 기사들이 쏟아지는 스프랭캠프 기간에는 말이죠. 코칭스태프나 친분 있는 선수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디만 대부분의 팬들은 그런 루트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문기사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죠.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만, 오늘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출근해서 인터넷을 뒤적이다 기사 하나를 봤습니다. <독수리 TNT타선 터졌다!>라는 제하의 기사고 '스포츠월드'에 업데이트 되어 있네요. 현재 신문기사 게시판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기사 내용은 <한화 중심타선이 잘했다. 김태균과 크루즈가 멀티히트에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김태균은 경기 후 "올해 타격 부문 내 최고 기록을 모두 깨겠다"고 말했으며 코칭스태프도 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타자의 공격지표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홈런과-타율-타점입니다. 여기에 단순 대입해보면 김태균이 최고기록을 모두 깬다면 미니멈 성적이 .336-32홈런-107타점입니다. .335는 2001년 타율인데 이 해에 규정타석은 미달했지만 88경기에 (245타수 + 44볼넷) 하면 대충 300타석 이상 들어섰으니 그냥 기록이라고 우겨보겠습니다. (규정타석 최고타율은 .323)
"내 목표가 이거요!"라고 주장해도 그대로 다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세상에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하면 올해의 그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사실 김태균은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가 2003년 이후 꾸준히 퇴보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팀 사정상 동 시대에 뛴 야수 고참중에서 그를 끌어줄 만한 선수도 별로 없었고 예전 이승엽-우즈, 이승엽-심정수처럼 맞대결을 펼친 라이벌도 없었죠. 서튼이나 브룸바같은 일류 타자들이 있었으나 김태균과 직접 경쟁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김태균 역시 그런 뉴스메이커가 되면서 어떤 특정한 타이틀 부문을 주도하지도 못했으니까요.
팀내에서 그의 입지는 병장들 죄다 제대하고 말년만 몇명 남았는데, 상병들이 하나도 없어 군기 작뜩 빠진 1병 5호봉 쯤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 잘하고 똑똑한데 군번이 풀려서 벌써부터 병장행세 하는 일병 말입니다.
하지만 작년시즌 이대호의 대역전은 김태균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을겁니다. 물론 둘 사이가 꽤 친하다고 들었고, 언론에서 너무 대결구도로 몰아간 감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라면 솔직히 친구의 약진을 무조건 박수쳐주고 진심으로 축하만 하지는 않았을겁니다. 솔직하게 그렇지 않을까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 약오르기도 하고 다시 뒤집어서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할 겁니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라면 마음 속의 가장 치열한 경쟁자는 바로 친구니까요. 모르긴 해도 82년생 선수들이 학교 동창이 아닌 이상 과연 얼마나 속 깊은 친구일지도 사실 의문이구요.
개인적으로 올해 김태균이 이대호보다 더 잘할지 아니면 못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제목에 적힌 저 정도 성적이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은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감을 상실하고 약간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던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어떤 스프링캠프때보다 더 페이스를 올려놨으니까요. 준플옵 MVP에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날렸던 4개의 홈런도 올해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한화의 올 시즌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송진우-구대성-문동환-정민철이 제대로 같이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리고 김태균에게도 마찬가지일겁니다. 100점을 바라는 부모 밑에서 항상 90점 전후로 우등생 소리는 들었는데 엄마 친구 아들이 100점을 받아왔으니 이번 시험에 대한 전투력은 대단하겠죠. 그래도 남들보다는 잘하니까 혼내지 않던 엄마가 친구 아들 얘기를 꺼내며 잔소리를 시작할테고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김태균의 성적 상승폭은 꽤 클 겁니다. 무슨 타이틀을 따낼 지, 몇관왕이 될 지 그런건 알 수 없으나 분명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서 최고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예리하신 분석이내요 ㅋ 올해 진짜 재밌을거 같은 느낌 ㅎㅎ
결국 김태균선수의 글이네요^^
오히려 의욕만 앞서서 망치는 해가 될수도 있음..
정말 글 잘쓰시네요~ 역시 일반인의 글 하고는 차원이 틀리네요... 잘 읽었습니다.ㅎ
1번 선발님의 글은 역시...^^
엄마친구 아들 비유짱이네요 ㅋㅋ
정말 비유 짱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