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멕시코만 원유누출 사고 일 년 후
지난 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 해역에서 84km 떨어진 멕시코만 1,525미터(5,000 ft) 수심에 위치한 BP가 소유한 Macondo유전. 해저 굴착하던 Transocean사의 Deepwater Horizon굴착선이 해저에서 터져 나오는 원유를 제어치 못하고 이로 인한 화재로 침몰하면서 사망자 11명과 부상자 17명을 낸 역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을 기록하는 대재앙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수산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이 타격을 입었고 일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멕시코만에는 152m(500ft) 이상 수심에 대한 심해굴착이 금지되었다(금지라기보다는 이러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방안을 제시토록 되어있으므로 굴착허가를 신청하는 측이나 해당 관청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심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현재 심해 굴착허가 5건이 심사 중에 있는데 빠르면 2011년 3분기부터는 새 규정에 따른 굴착 허가가 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10년 7월 15일 이 사고의 해저 유정을 막을 때까지 약 3개월 동안 분출된 원유의 양은 총 490만 배럴로 이는 하루에 원유가 약 55,000배럴 누출된 셈이다. 이 사건의 총책임은 BP사가 지기로 했지만 해상 굴착선 소유사인 Transocean과 굴착시공사인 Halliburton간 법정공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사고는 사람과 장비 그리고 시공 실수의 총집합체로, 스위스 치즈에 비유하면 여러 장의 치즈에 있는 수 많은 구멍 중 한 구멍이 아주 우연히 일치한 경우로 본다.
즉, 모든 것이 완전할 수 없으므로 몇 겹의 안전장치시설을 하고 설계 시나 공사 시에 안전계수를 적용하지만, 이번 경우는 하나 하나의 안전 장치를 모두 빠져 나간 특이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멕시코만에 14,000여 개의 심해굴착(천해까지 포함하면 43,000여 개)이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이런 사고가 없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 사고 하나로 심해굴착을 금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고 사고 시 긴급 수습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고 후에 유전개발의 허가와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내무부 소속 MMS(Mineral Management Service) 책임자를 파문하고 나아가서 이름을 BOEMRE(Bureau of Ocean Energy Management, Regulation & Enforcement)로 바꾸는 등 대개혁을 단행하였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심해굴착 허가를 얻기가 더욱 까다로와지고 더 많은 안전요건을 충족하려면 많은 시간과 경비가 들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이 사건의 원인을 살펴보면, 통상 드릴링 비트가 원유를 저장한 암반층을 뚫고 들어가면 원유저장층 (reservoir)의 높은 압력에 바로 접하게 된다. 이 때 원유의 분출을 저지하기 위하여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를 두는데, 첫째로는 casing 간극에 시멘트 처리를 하고, 둘째로는 순환시키는 진흙(mud)의 농도를 조정하여 원유의 압력을 억제하고, 마지막으로 해저면에 설치한 분출방지장치(BOP, blowout preventer)로 유사 시 예기치 못한 높은 압력이 지하에서 분출될 때 이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장치 등을 둔다. 위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적용 혹은 작동했다면 이 사고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본다.
첫 번째로 시멘팅 문제는, 원유저장층이 깊다 보니 긴 파이프(Long String casing)의 외부casing(9.625”)과 내부casing(7”)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간극에 균등한 두께의 시멘트 포설작업이 쉽지 않았다. 간극을 조정하려면 최소한 16개 spacer(centralizer)가 필요함을 알면서도 당시 현장에 있었던 6개만 사용한 것도 실수였고, 시멘트 혼합시험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와서 BP가 Halliburton에게 새로운 배합을 요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다.
또한 시멘트 주입, 경화 후 압력시험에서 0 psi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압력이 1,261psi까지 측정 되었는데, 이 때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공사를 임시 중단한 후 사태를 파악했어야 했다. 이 압력 시험결과도 무시하였다.
둘째로 mud 농도가 유정의 압력을 제어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는데 이는 굴착작업의 마지막 단계에서 긴장을 풀고, 또한 담당자들이 다른 업무에 쫓기다보니 mud의 농도 점검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실제로 사고발생 전 7시간 동안 mud 농도를 계측한 기록이 없고, 마지막 단계에서 바닷물로도 충분히 원유의 분출압을 억제할 수 있으리라는 오판으로mud대신 바닷물을 사용하였다.
셋째로 BOP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아직까지 조사 중이긴 하지만, 설치 시부터 기계를 작동시키는 유압관 6군데에서 유압류가 샌 흔적이 있었고, 설치 후 정기 검사도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유압이 약하여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나 유추하고 있다.
2011년 1월 11일 발표한 사건진상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인재로 (1)여러 가지 경고징후 무시 (2)협력 업체간 정보교환 부족 (3)위험의 심각성 결여 등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아무튼 여러가지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약 3개월만에 겨우 원유를 차단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커다란 쇠로 만든 원유누출 차단뚜껑을 씌우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고(5월 8일), ‘Top Kill’이라고 하여 BOP를 통하여 mudㆍ시멘트를 주입하여 유정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또 실패하였다(5월 26일).
다음 단계로 시도한 것이 굴착 라이저를 잘라내고 새 라이저를 연결하여 분출하는 원유를 유조선(oil tanker)으로 받아내는 것이었다(6월 4일). 그리고 7월 15일 새 뚜껑(Sealing Cap)을 완전히 씌워 더 이상 원유가 누출되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 단계로, 두 개의 보조유정(Relief Well)을 뚫고 들어가 사고유정의 밑바닥에 시멘트를 투여하여 사고유정을 영구적으로 막음으로써(Static Kill) 사고처리를 마무리했다(9월 17일).
이렇게 사태수습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이러한 종류의 사고를 미리 예상하지 못했고 따라서 해결책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결책이 나온 후에도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설계하고 제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유사한 사고에 대처하고자 비영리단체인 Clean Gulf Associates나 Marine Well Containment Company(MWCC) 등이 생겼고, 이들이HFRS(Helix Fast Response System)나 MWCS(Marine Well Containment System)같은 해저유정에서 원유누출 시 긴급 대응할 시스템을 고안하고 있다. 또한, SEMS(Safety & 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라는 안전 및 환경관리 규정이 2010년 10월20일에 공표되면서 향후 모든 심해 굴착업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되어 있다.
사고 당시 Macondo프로젝트는 예정보다 공기가 6주일 뒤쳐졌고 경비가 약 0.58억 불 더 들어간 상황으로 현장에서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심해굴착 시 으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더우기 해저 4,075m (수심을 고려하면 총 5,600m 깊이)를 파 내려가는 심해굴착의 한계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로서 시간과 경비를 떠나서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결국 BP는 이번 사고로 약 80억 불을 지출하였고, 수 많은 인명피해와 환경오염 유발을 비롯, 산업 전반에 큰 피해를 끼쳤다. 모든 사고의 원인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듯이 이번 사고도 경고 메세지를 여러 차레 무시하고 원칙에 따르지 않고 기본 상식을 무시하여 일어난 인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