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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따라 말없이 떠나간 큰형님
深秋庭杏一葉落(심추정행일엽락)-깊은 가을 정원에 은행 한잎 뚝 떨어지고
草間百蟲諸悲啼(초간백충제비제)-수풀속 온갖 벌레들 슬프게 우는 구나
挽留瞬無忽離兄(만류순무홀리형)-말릴 사이도 없이 홀홀히 떠난 큰형님
閉眼默默向哪里(폐안묵묵향나리)-눈감고 말없이 가는 곳이 어디맨가
黃泉遠路無客店(황천원로무객점)-저승 가는 먼 길에는 여인숙도 없다는데
今夜誰家一宿息(금야수가일숙식)-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어가리
微波悲痛末養川(미파비통말양천)-슬픔은 잔물결 되어 멀리 안양천 끝으로 향하고
離去兄場秋風吹(리거형장추풍취)-큰형님이 떠난 인라인 운동장에 가을바람만 불어오네
新亭洞坡春草出(신정동파춘초출)-신정동 언덕에 내년에 봄풀이 돋아나면
君笑搖手能忘記(군소요수능망기)-그대 웃으면서 손 흔들때 모습 어찌 잊을 수 있으랴 !
농월(弄月)
노란 은행잎 따라 말없이 떠나간 큰형님 !
10월은 아름답게 물든 단풍만 피고 지는 것이 아니다.
인생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다가 소리 없이 지고 있다.
신정동 인라인 트랙 “큰 형님”이 돌아가셨다.
향년(享年) 85세 !
우리는
그가 고향이 어디인지 가족이 어떤지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그냥 신정동 인라인 트랙에서 제일 나이 많기 때문에 “큰 형님”이라 부른다.
인라인을 배운지는 얼마 안됐지만 6,70세대 못지않게 근력(筋力)이 좋아
노익장(老益壯)의 칭송을 받아왔다.
그런데 작년(2017년)에 췌장암 수술을 받아 잘 회복이 된다 싶었는데
결국 피안(彼岸)의 먼 배를 타고 말았다.
생명이 있는 만물이 생(生)을 다할 때는 다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그렇지만
會者定離 生者必滅(회자정리 생자필멸)이라 했던가 !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고,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된다.
라고 했지만,
죽음 앞에서 자연이치를 이해하기 보다는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세상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끈을 놓지 못하는 중생(衆生)의 어리석은
미련(未練) 때문일까.
사실 10월에는 추석이 들어있고 만물이 결실을 맺는 축복의 달이다.
추수(秋收)의 감사절(感謝節)이다.
그러나
秋到冬來(추도동래)-가을이 오면 겨울이 뒤따라오고
冬來葉落(동래엽락)-겨울이 오면 잎이 떨어지고
生老歸土(생로귀토)-인생이 늙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는 자연이치(自然理致)가 생(生)의 말년(末年)을 슬프게 하고 있다.
정유년(丁酉年) 1월 1일부터 10월 31일 까지 304일간 “정원일기”속에
하루하루의 변함은 차이가 없게 보이지만
304일이 지난 지금에는 사진과 같이 1월과 10월의 정원이 저렇게 변하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20세 까지는 세월이 천년만년같이 길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어 부모의 잔소리 안 듣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
고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눈 깜짝 한 순간에 인생의 이별곡을 부르고 있다.
刹那的 人生(찰나적 인생) !
조선조 연산군 때의 문신(文臣)으로 시(詩)와 글씨에 능했다는
신종호(申從護)는 “슬픈 가을”이라고 아래와 같이 시를 썼다.
슬픈 가을
月子纖纖白玉鉤(월자섬섬백옥구)-작은 달이 가련하게 옥구리에 걸려있고
霜楓露菊滿庭秋(상풍로국만정추)-서리 맞은 단풍 이슬 머금은 국화 뜰에 가득한 가을
天翁不辦埋愁地(천옹불판매수지)-하늘은 이내 시름 묻을 곳도 마련 못한 채로
盡向寒窓種白頭(진향한창종백두)-모두 차가운 창문을 향하여 흰 머리만 심었다오.
신종호(申從護)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짓고 가사문학(歌辭文學)의 대가(大家)인 송강(松江) 정철(鄭澈)도
가을이 슬프다고 아래의 시를 지었다
가을은 막을 수 없어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산 속의 빗줄기가 밤새 대숲을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풀벌레 소리 가을되니 침상에 가깝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흐르는 세월 어찌 멈출 수 있으랴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백발(白髮)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가 없구나.
정철(鄭澈)
新亭洞坡春草出(신정동파춘초출)-신정동 언덕에 봄풀이 돋아나면
君笑搖手能忘記(군소요수능망기)-그대 웃으면서 손흔들때 모습 어찌 잊을 수 있으랴 !
내년 봄에 신정동 안양천(安養川) 언덕에 새풀이 돋아나겠지만
옛것은 볼 수 없고 모두 낯선 새 생명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무심한 구름마저
안양천물위에 그림자만 드리울 것이다.
농월
↑10월 1일 기온 13 ~ 24℃
추석이 가가워 오니
京鄕名節仲秋佳(경향명절중추가)-경향각지 아름다운 민속명절 추석
歸省市都空闊街(귀성시도공활가)-도시의 거리 고향으로 떠나 텅 비었구나.
五穀薦新先祖祭(오곡천신선조제)-햇곡으로 조상 님께 천신제 지내고
酒杯飮福後孫齋(주배음복후손재)-집안 모여 경건한 마음으로 음복하네
弟兄家屬笑顔滿(형제가속소안만)-형제가속 웃음집안 가득하고
親戚舊朋解包懷(친척구붕해포회)-친척옛친구와 회포푸네
月出東山高醉興(워출동산고취흥)-동산에 달이 뜨니 취흥이 고조되어
夜深歌舞洞娛偕(야심가무동오해)-밤 깊은 줄 모르며 다 함께 춤추고 노래 즐기네.
강희식(姜熙植)
↑10월 2일 기온 13 ~ 23℃
추석풍경
場市繁華樂歲秋(장시번화낙세추)-시장은 들썩들썩 풍년 정취 즐겁고
凞凞行旅故遲留(희희행려고지류)-희희낙락 길손들은 머뭇머뭇 걸음 못 떼네.
欣看野店侈肴饌(흔간야점치효찬)-주막집에는 음식이 풍성해 눈이 번쩍 뜨여도
到處何多蹇脚牛(도처하다건각우)-어디 가나 다리 부러진 소가 어째 저리 많을까?
農家秋夕最良辰(농가추석최양신)-농촌에서는 추석이 제일 좋은 명절
歡笑村村醉飽人(환소촌촌취포인)-웃음이 넘치는 마을마다 술과 음식이 지천이다.
海市山場來去路(해시산장래거로)-사람들 오가는 바닷가 시장 산촌 장터 길에는
優婆鼓舞唱回神(우파고무창회신)-사당패가 북치고 노래하며 신령을 부르네.
유만공(柳晩恭)
↑10월 3일 기온 13 ~ 21℃
추석달
歲歲仲秋月(세세중추월)-해마다 한가위 달 좋은데
今宵最可憐(금소최가련)-오늘 밤은 더욱 애처롭네
一天風露寂(일천풍로적)-온 하늘 바람결 고요하고
萬里海山連(만리해산연)-만리 산천은 연이어 한빛일세
故鄕應同見(고향응동견)-고향서도 응당 저달을 함께 볼지니
渾家想未眠(혼가상미면)-온 집안이 아마도 잠 못 이룰걸
誰知相憶意(수지상억의)-뉘라서 알까 서로 추억을 그리는 뜻이
兩地客茫然(양지객망연)-예나 제나 아득한 것을
정도전(鄭道傳)
↑10월 4일 기온 12 ~ 22℃
가을 감
朝日柿影出(조일시영출)-아침햇빛에 감은 그림자를 들어내고
晩帶霞光紅(만대하광홍)-저녁노을에 색깔은 더욱 빨갛다
看時生取心(간시생취심)-볼 때마다 따고 싶은 마음을
忍自保秋色(인자보추색)-스스로 참아 가을을 지키고 있다
농월(弄月)
↑10월 5일 기온 12 ~ 23℃
달을 바라보며
未圓常恨就圓遲(미원상한취원지)-둥글지 않았을 때 항상 더딤을 한스러웠는데
圓後如何易就虧(원후여하역취휴)-둥근 뒤 어찌 이리 쉬 이그러지는고
三十夜中圓一夜(삼비야중원일야)-서른 밤, 둥근날은 단 하루 뿐
世間萬事摠如斯(세간만사총여사)-세상 만사 모두가 이와 같은 걸
송익필(宋翼弼)
↑10월 6일 기온 12 ~ 18℃ 올가을 들어 가장 낮는 기온이다
코스모스
別君鐵路凉秋風(별군철로량추풍)-철길에서 그대와 이별할 때 서늘한 가을 바람 불어오고
坡野牆下秋英滿(파야장하추영만)-비탈진들 담장아래에 코스모스 가득 피었네
暑往天高三角近(서왕천고삼각근)-더위는 물러가고 하늘은 높아 삼각산이 더 가까워 보이고
蟋蟀哀聲南歸雁(실솔애성남귀안)-귀뚜라미 슬픈소리속에 남쪽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농월(弄月)
↑10월 7일 기온 14 ~ 25℃
어머님을 생각하며
堂上吾親白髮新(당상오친백발신)-고향집 우리 어버이 백발이 성성하나
幾年拜退走兵塵(기년배퇴주병진)-인사하고 물러나 전장에 나선지 몇 해인가
國危未濟家鄕隔(국위미제가향격)-국난을 못건지고 고향을 멀리 떠나있으니
天地環爲不孝人(천지환위부효인)-천지간에 가득히 불효한 자식 되었습니다
심수택(沈守澤)
↑10월 8일 기온 13~ 25℃
고향 생각에 흐르는 눈물
寵辱悠悠兩自驚(총욕유유양자경)-은총과 치욕이 아득하니 두 가지 절로 놀래니
飄零何處着殘生(표령하처착잔생)-영락하여 떠도는 목숨 그 어디에다 붙여보나
天邊落日懷鄕淚(천변락일회향루)-하늘가 해질 무렵 고향 생각에 흐르는 눈물
寒外窮秋去國情(한외궁추거국정)-국경 밖 늦가을에 고향 떠나는 마음이로구나
雲葉亂飛山盡黑(운엽란비산진흑)-구름인 듯 떨어져 날리는 나뭇잎에 산은 온통 새까맣고
月輪低照海全明(월윤저조해전명)-둥근 달 나직이 비치니 바다가 온통 밝구나
羈愁此夜偏多緖(기수차야편다서)-나그네 시름 오늘밤 유난히도 어지러워
坐對靑燈到五更(좌대청등도오갱)-푸른 등불 마주보고 앉으니 날 샐 무렵 다 되었구나.
심언광(沈彦光)
↑10월 9일 기온15 ~ 24℃
가을이라 애닯픈 노래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가을 바람 일어라 애달픈 노래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한 세상 돌아봐도 지음(知音) 드무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삼경(三更)이라 창밖에는 비가 으시시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만리라 등잔 앞엔 내 고향 생각
최치원(崔致遠)
↑10월 10일 기온16 ~ 24℃
대가 그리운 가을밤
懷君屬秋夜(회군속추야)-그대가 그리운 가을밤
散步咏凉天(산보영량천)-서늘한 날씨에 거닐며 시를 읊네
山空松子落(산공송자락)-쓸쓸한 산에 솔방울 떨어지니
幽人應未眼(유인응미안)-그대도 잠 못 이루고 있으니
위응물(韋應物)
↑10월 11일 기온15 ~ 20℃ 가을비가 내린다 지난 7월부터 붉게 물들며
떨어지기 시작한 벚꽃나무 잎은 그대로 가을로 연결되어 낙엽으로
변했다 자연무상(自然無常) 이제 나뭇잎들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가을비 소상야우(瀟湘夜雨)
江村入夜秋陰重(강촌입야추음중)-강촌에 밤이 들어 가을 그늘 무거운데
小店漁燈光欲凍(소점어등광욕동)-조그만 주막에 고깃불 얼겠다.
森森雨脚跨平湖(삼삼우각과평호)-빗발이 주룩주룩 편편 호수 걸렸는데
萬點波濤欲飛送(만점파도욕비송)-만 방울 파도는 날아갈 듯 하는구나.
竹枝蕭瑟碎明珠(죽지소슬쇄명주)-바삭바삭 댓가지 밝은 구슬 부수듯하고
荷葉翩翩走環汞(하엽편편주환홍)-연잎사귀 푸득푸득 둥근 수은 굴린다.
孤舟徹曉掩蓬窓(고주철효엄봉창)-밤새도록 외론 배 봉창을 닫아놓아
緊風吹斷天涯夢(긴풍취단천애몽)-바람 부는 하늘가 꿈을 끊어 버린다.
진화(陣화)
*소상(瀟湘)은 중국(中國) 호남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의 남쪽에 있는
소수(瀟水)라는 강과 상강(湘江)이라는 강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 부근(附近)에는 경치(景致)가 아름다운 소상(瀟湘) 팔경이 있다
↑10월 12일 기온 8 ~ 13℃
가을날에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산 속의 빗줄기가 밤새 대숲을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풀벌레 소리 가을되니 침상에 가깝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흐르는 세월 어찌 멈출 수 있으랴
白髮不禁長(백발불금장)-백발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가 없구나
송강(松江) 정철(鄭澈)
↑10월 13일 기온4 ~ 18℃ 아침 4도면 초겨울 날씨다 아파트 정원을 반바지를
입고 걷는데 차가운 느낌이 든다. 잣나무에도 누런 색깔이 들었다
가을 구름은 아득히 떠 가고
秋雲漠漠四山空(추운막막사산공)-가을 구름은 아득히 떠 가고 온 산은 고요한데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었구나.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시내가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을 물으니
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지 알지 못하겠네.
정도전(鄭道傳)
↑10월 14일 기온 7 ~ 18℃ 하늘이 맑다 가을기운이 완연하다
가을하늘 비단같이
堅刺崩流下(견자붕류하)-꼬~옥 찌르면 추루루 흘러 내릴 것 같이
落萬泉天秋(락만천천추)-만길 샘물 떨어질 것 같은 맑은 가을 하늘
无止展靑缎(무지전백단)-푸른 비단 끝없이 펼쳐
三角下村蓋(삼각하촌개)-삼각산 아랫동네를 덮고 있구나 !
농월(弄月)
↑10월 15일 기온 6 ~ 19℃ 저 벚꽃나무들을 보라
6,7월과 비교하여 많이 변하지 않았는가 하루하루사이에 변하는 것은 알 구분이 안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붉게 물들고 잎은 떨어지고 있다 삶이란 이런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고 늙고 있다
다 변하는데 사람인들 안변할 소냐
萬物全貌變(만물전모변)-만물이 전부 그 모습이 변하는데
人傑無變也(인걸무변야)-사람인들 변하지 않을 소냐
變化內人隨(변화내인수)-변화 속에 사람도 따라 가니
当人不如故(당인부여고)-마땅히 사람도 옛과 같지 않네
농월(弄月)
↑10월 16일 기온 12 ~ 19℃
가을 달빛
突然睡中覺醒來(돌연수중각성래)-문득 잠에서 깨어 보니
時計指着深夜二(시계지착심야이)-시계는 한밤중 두시를 가리킨다
窓外圓月挂松枝(창외원월괘송지)-창밖의 둥근달은 소나무에 걸려 있고
月色松影風微波(월색송영풍미파)-달빛에 나무그림자는 바람에 일렁인다
秋之一谷尤深染(추지일곡우심염)-가을은 한골짝 더 깊이 물들어 가는데
楓濃寒霜人老與(풍농한상인로여)-단풍 진하고 서리 차가워 지니 사람도 따라 늙네
蟋蟀哀聲破靜寂(실솔애성파정적)-귀뚜라미 슬픈 소리에 정적이 깨어 지니
涯遺憂愁滿月光(애유우수만월광)-생애의 아쉬운 시름만 달빛에 가득하네
농월(弄月)
↑10월 17일 기온 12 ~ 22℃
단풍(丹楓)
月裏靑山淡如畵(월이청산담여화)-달빛 속의 푸른 산 그림과 같고
露中黃葉颯然秋(노중황엽삽연추)-이슬 맞은 단풍잎 삽연한 가을
危欄倚편都無寐(위란의편도무매)-높은 난간에 의지해 잠 못 이룸은
祗恐星河墮入樓(지공성하타입루)-은하수가 다락 위로 떨어질까바
오융(吳融)
↑10월 18일 기온10 ~ 16℃
단풍을 보며
秋雲漠漠四山空(추운막막사산공)-가을하늘 구름은 아득히 떠가고 온산은 고요 한데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낙엽은 소리없이 떨어져 땅을 붉게 덮었네
立馬溪邊問歸路(입마계변문귀로)-말을 시냇가에 세우고 돌아갈 길을 물으니
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아—이몸이 한폭의 그림속에 있는것 같구나
정도전(鄭道傳)
↑10월 19일 기온 15도
그대가 그리운 가을밤
懷君屬秋夜(회군속추야)-그대가 그리운 가을밤
散步咏凉天(산보영량천)-서늘한 날씨에 거닐며 시를 읊네
山空松子落(산공송자락)-쓸쓸한 산에 솔방울 떨어지니
幽人應未眼(유인응미안)-그대도 잠 못 이루고 있겠지
위응물(韋應物)
↑10월 20일 기온 13~21 맑음뒤 구름
이크, 단풍 !
一葉初驚落夜聲(일엽초경락야성)-이크, 잎새 하나 밤에 떨어지는 소리
千林忽變向霜晴(천림홀변향상청)-아침에 온 서리에 수풀이 문득 변했구나
最憐照破靑嵐影(최련조파청람영)-푸른 산빛을 비추어 그림자를 부수고
不覺催生白髮莖(불각최생백발경)-어느덧 흰 머리를 재촉하여 나게 하네
廢苑瞞盱秋思苦(폐원만우추사고)-황폐한 동산을 바라보니 가을 생각 괴롭고
遙山唐突夕陽明(요산당돌석양명)-먼 산엔 눈에 번쩍 석양이 더 밝아라
去年今日燕然路(거년금일연연로)-문득 회상되는 건, 작년 이날 연연 길에
記得屏風嶂裏行(기득병풍장리행)-병풍 같은 산중으로 가던 일을
이장용(李藏用)
↑10월 21일 기온 13도~21도
단풍으로 물들었네 !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었는데
千峯秋葉裏(천봉추엽리)-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었네.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산승(山僧)이 물을 길어 돌아가고
林末茶烟起(임말차연기)-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피어나네
이이(李珥)
↑10월 22일 14도~12도
단풍(丹楓)
三角溪減石子出(삼각계감석자출)-삼각산 계곡 물은 줄어 작은 돌멩이가 보이고
秋深天冷紅葉稀(추심천랭홍엽희)-가을이 깊어지고 날씨가 추워지자 단풍도 듬성듬성
山中不在無染房(산중부재무염방)-산중에는 염색공장도 없는데
草木藍天衣楓變(초목남천의풍변)-초목과 쪽빛 하늘이 사람의 옷을 단풍으로 물들이네!
농월(弄月)
↑10월 23일 기온 15도
오신다고 하고서 안 오시는 임
莞城雨初歇(완성우초헐)-완산에 내린 비, 이제 그치고
落山淡秋山(낙산담추산)-해 지는 저녁 산에 깃드는 가을 빛
佳期隔江浦(가기격강포)-강 건너 포구에서 우리 만날 약속
望望水雲間(망망수운간)-자욱한 물과 구름에, 아득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안민학(安敏學)
↑10월 24일 기온 18도
단풍은 사랑하지만 시 재주없어
萬山千林楓紫紅(만산천림풍자홍)-천지 온 산에 단풍이 울긋불긋
水彩畵圖滿秋花(수채화도만추화)-수채화를 그리듯 가을꽃이 가득하네
愛楓无邊詩無巧(애풍심만시무교)-단풍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없지만 시(詩)에는 재주가 없어
感情無止章不隨(감정무지장부수)-감정은 끝없이 일어나고 문장(文章)은 따라가지 못하네
此鬱心情先知覺(차울심정선지각)-이 답답한 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過年輕時一冊讀(과년경시일책독)-지나간 젊은 시절 책이라도 한권 더 읽을 것을
萬山楓染雲流去(원산고적운류거)-온산에 단풍은 물들고 구름은 흘러가니
至今歎息晩時過(금오후회만시영)-이제 와서 탄식한들 세월은 이미 지나 갔으니
농월(弄月)
↑10월 25월 기온 15.3도
단풍이 영산홍 닮았네
一步二踏喜愛楓(일보이답희애풍)-한걸음 두걸음 밟으면서 단풍을 즐기니
葉葉色相似映山(엽엽색상사영산)-잎마다 색상이 마치 영산홍(映山紅)처럼 붉네
仔細一看綠基繡(자세일간록기수)-자세히 보면 녹색 바탕에 수를 놓은 듯
不能比較造物作(부능비교조물작)-비교 할 수 없는 조물주가 만든 작품이라네
농월(弄月)
↑10월 26월 기온 15.7도
단풍과 국화(楓菊爭艶)
黃花芳艶樂秋陽(황화방염요추양)-노란국화 아름답고 곱게 가을볕 즐기는
滿目風光錦繡鄕(만목풍광금수향)-풍광이 눈에 가득 금수의 시골.
爛紫酣紅鮮更色(난자감홍선갱색)-울긋불긋 가을단풍 색깔 더욱 곱고
傲霜孤節奧逾香(오상고절오유향)-가을국화 향기 한층 더 그윽하네
嘉招萬野金葩發(가초만야금파발)-온 들판에 핀 국화 아름답게 손짓하고
壯觀千山赤葉裝(장관천산적엽장)-붉은 잎으로 꾸민 산 볼만한 광경이네.
遠望燃楓知已感(원망연풍지이감)-바라만 봐도 불타는 단풍 느낌 이미 아는데
姿情美麗惜非長(자정미려석비장)-아름답고 고운 정취 짧은 것이 아깝구나.
↑10월 27월 기온 16도
단풍(丹楓)
赤葉明村逕(적엽명촌경)-붉은 단풍 시골길 환하게 밝혀주고
淸泉漱石根(청천수석근)-맑은 샘물 돌부리를 양치질로 닦아내니
地偏車馬少(지편거마소)-오가는 사람들은(거마) 없어도
山氣自黃昏(산기자황혼)-황혼에 물든 산기운.
이숭인(李崇仁)
↑10월 28월 기온 15도
단풍(紅葉)
秋霞翦作淺深紅(추하전작천심홍)-옅은 색 짙은 색 붉은 천을 만들고
靑女多情巧不窮(청여다정교부궁)-서슬 퍼런 서리는 웬 정이 많은지 끝없이 솜씨를 보인다.
點點欲燒殘照外(점점욕소잔조외)-저무는 낙조 아래로 점점이 불에 타오르고
層層如畵亂山中(층층여화란산중)-이 산 저 산 속에 층층이 화폭이 펼쳐진다.
數行書字悲心事(수행서자비심사)-몇 줄의 사연은 심사를 구슬프게 만들며
幾幾牽愁落晩風(기기견수낙만풍)-이런저런 시름 끌고 저녁 바람에 떨어진다.
莫向秋深怨零落(막향추심원령낙)-깊어가는 가을 향해 조락을 원망하지 말자.
東君應又綴殘叢(동군응우철잔총)-봄바람은 또 시든 풀숲에서 풀을 엮고 있을 게다.
김시습(金時習)
↑10월 29월 기온 13도
霜落西郊萬葉知(상락서교만엽지)-서교(西郊)에 서리 내려 온갖 초목 단풍들 제
風飜夕照十分宜(풍번석조십분의)-바람 불고 석양 비쳐 참으로 아름답네
深紅間點深黃色(심홍간점심황색)-진노랑 사이사이 심홍색 점 박혔으니
渠自無心我見奇(거자무심아견기)-숲은 본디 무심한데 내 눈엔 기이하네
↑10월 30월 기온 15도
슬픈 가을
月子纖纖白玉鉤(월자섬섬백옥구)-작은 달이 가련하게 옥구리에 걸려있고
霜楓露菊滿庭秋(상풍로국만정추)-서리 맞은 단풍 이슬 머금은 국화 뜰에 가득한 가을
天翁不辦埋愁地(천옹불판매수지)-하늘은 이내 시름 묻을 곳도 마련 못한 채로
盡向寒窓種白頭(진향한창종백두)-모두 차가운 창문을 향하여 흰 머리만 심었다오.
신종호(申從護)
↑10월 31월 기온 16도
은행잎 따라 말없이 떠나간 큰형님
深秋庭杏一葉落(심추정행일엽락)-깊은 가을 정원에 은행 한잎 뚝 떨어지고
草間百蟲諸悲啼(초간백충제비제)-수풀속 온갖 벌레들 슬프게 우는 구나
挽留瞬無忽離兄(만류순무홀리형)-말릴 사이도 없이 홀홀히 떠난 큰형님
閉眼默默向哪里(폐안묵묵향나리)-눈감고 말없이 가는 곳이 어디맨가
黃泉遠路無客店(황천원로무객점)-저승 가는 먼 길에는 여인숙도 없다는데
今夜誰家一宿息(금야수가일숙식)-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어가리
微波悲痛末養川(미파비통말양천)-잔물결 슬픔은 멀리 안양천 끝으로 향하고
離去兄場秋風吹(리거형장추풍취)-큰형님이 떠난 인라인 운동장에 가을바람만 불어오네
新亭洞坡春草出(신정동파춘초출)-신정동 언덕에 봄풀이 돋아나면
君笑搖手能忘記(군소요수능망기)-그대 웃으면서 손 흔드는 모습 어찌 잊을 수 있으랴 !
농월(弄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