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성화에도…글로벌 반도체 기업, 中 포기 못하는 이유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업들이 최대 매출처인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제재에 맞서 국가적으로 기술 강화를 천명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중국 반도체 기술 자립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업계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반도체 산업 콘퍼런스에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와 램리서치, KLA가 주요 후원사로 참여했다. 세 회사는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TEL)과 함께 글로벌 톱5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와중에 유수의 미국 장비 회사들이 중국 반도체 행사를 거들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해당 기업들도 중국에 첨단 장비를 공급할 수 없다. 닛케이는 "이번 후원은 반도체 장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장비 회사들의 열의를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수익을 좇는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은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금액은 283억달러로 전세계 1위였다. 전세계 구매 금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장비 회사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제품인 국내 기업들 입장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액에서 중국은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IT(정보기술)제품 소매 매출액도 미국과 함께 글로벌 톱2를 이루고 있다.
장기적으론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14년 1387억위안(26조6276억원) 규모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했고, 미중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된 2019년엔 2042억 위안(39조2023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었다.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선 반도체를 포함한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강조했고,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YMTC에 19억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다소 떨어지는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과 한국 반도체 기업 핵심인력에 접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아차리기 힘들도록 해외 서버를 주로 이용한다"며 "억대 연봉과 주거지 제공 등을 약속하며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떤 반도체 기업에게나 중국 시장은 포기할래야 할 수 없는 규모"라며 "중국이 어떻게라도 기술과 장비, 제품 등을 끌어올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일본의 대(對)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를 예시로 들면서 "한국이 반도체 소부장 핵심품목 국산화에 성공한 것처럼 중국이라고 가만 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