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바다로 되돌려주기
김설희 시인
목구멍이 뜨끔거리는 건 감기의 징조이죠
아무 데서나 기침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기의 특징을 일기장에 기록하고
쓴 알약과 달콤한 시럽을 먹은 시간을 달력에 적었던 적 있어요
예방하는 방법도 경험으로 살 수 있죠
항아리에서 소금을 집어내는데
바이러스를 소금물로 잡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읽은 게 기억났어요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굴뚝 연기가 앞산을 가리며 흐르는 저녁이었어요 심부름으로 장독대 소금 독에서 꺼내오던 조기가 떠오르는데 문득 흰 고무신을 즐겨 신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전 부치기 전에 뒤집은 솥뚜껑을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닦았죠. 이가 아파도 잇몸이 부어도 우선 냄비에 소금을 녹이는 것부터 시작하셨죠. 종일 이가 아프던 날 소금물로 입안을 헹구고 퉤퉤퉤 세 번 뱉은 침을 바가지에 담아 동구 밖으로 갔죠. 별빛 유난히 반짝이는 밤이었죠. 돌아오는 길 빈 바가지 바닥에 소금 찌꺼기들이 북두칠성처럼 반짝이고 있었어요
할머니의 그 비법은 밤바다 파도 속으로 소금을 되돌려주는 일이었어요
웹진 『시인광장』 2024년 12월호 발표
김설희 시인
2014년《리토피아》로 등단. 경북여성문학상 수상. 시집 『산이 건너오다』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