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9.7일 목요일 밤 10시!
음력으로는 윤7월15일 보름밤이다. 약속한대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회사직원 전원과(아, 대만식구들은 함께 못하고 룡과장님은 독일 전시장 출장 중.
종구씨가 눈 치료중이구나!)산악대장으로 모신 한상우, 정재운씨가 함께다.
예정보다 10분쯤 빨리 출발한 듯...
친절한 오룡관광 버스 기사 분, 잠을 자두는 게 좋겠다는 말씀으로
차안을 어둡게 해주셨고 조용히~ 잠을 자려 애쓴다.
차를 달려 양양을 들어설 무렵,
멋진 음악(러브스토리?)과 밝은 불빛으로 깨워주시더니
3.8휴게소에 차를 대어 주신다.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화장실, 담배...모두들 차 밖으로 나가보는데
우와~~달빛이라니? 휘영청 솟아오른 보름달이 초롱초롱한 별빛과 함께
내 마음을 쏙 뺏어간다.
공기는 싸느랗다.
(화장실에 앉아 이른 새벽볼일중인데...파도소리 철썩철썩~~
고백하건데, 그 이른 시간에 화장실에서 파도소릴 듣기는 난생처음이다.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니 그조차 좋더라!)
잠이 안와서 어찌어찌 애쓰다가 깊은 잠에 폭 들었던 듯,
싸늘한 공기 속에서 몸을 놀려보니 생각보다 개운타.
새벽2시 좀 넘은 시간 오색약수터 매표소 들머리에 접어드는데
지난여름 비 피해를 입은 흔적이 끔찍하다.
흉물스럽게 패인도로, 뽑힌 나무둥치...한계령복구는 1년을 예정하나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기사님 설명이 실감난다.
너른 공간에 내려 몸 풀기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앞머리에는 한상우대장이 후미대장은 정재운씨가 맡고
출발 직후 버스 안에서 뽑은 번호표대로 짝을 맞추어 팀 구성하여
산을 오르기로 한다. 새벽2시30분!!
캄캄하다.
산속이라 숲에 가려서인지 달빛조차 느낄 수 없고
이마 등 불빛만으로 걷기 시작,
대청봉까지는 5키로 미터! 4시간예정하고 50분 걷다가
10분 쉬는 리듬으로 걷겠다는 산악대장 이야기...
대청봉에서 해돋이를 불 수 있길 소망하며 산을 오른다.
첫 번째 휴식~
자기 파트너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해온 간식들?
저마다 끌러서 나누며 주고받는다. 숲이 우거지지 않은 평지라 달빛도 보이네?
가벼운 그릇에 담아온 키위랑 메론을 맨 먼저 꺼내 짝이랑 나누고
가까이 앉은 사람들한테 그릇을 돌린다.
한차장님이 출발 전에 전원에게 나눠준 약식도 한입 베어 먹고...
또 다시 산행! 개기월식? 둥근달을 반쯤가린(먹힌?) 현상도 한참 올려다보며
열심히 걷는다. 땀이 흘러 온몸이 축축하다. 긴 옷 하나를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걷기...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어슴프레 밝아오고
어둠이 걷히고 있다.
‘아, 정상에 올라 해돋이를 보고 싶은데...’
숨이 턱에 걸리는데 정상에서 해를 볼 욕심으로
마구 서둘러 속도를 내보는데 정상직전 500미터는 왜 그리 길고 멀기만 한지?
더 이상 다리가 안 떨어져 속도를 줄이는데 우측으로 벌겋게 해가
솟아오른다.
“아~~몽글몽글 솜이불 같은 구름 띠와 붉은 빛!
저어기 좀 봐!! 동이 트기 바로 직전이야요~~”
앞뒤로 오르던 몇 명이 동시에 동해바다 쪽을 바라본다.
“우와~~~”
그렇게 대청봉 바로 직전에서 돋는 해를 마주하고
느긋하게 올라오니 벌써 모두 와 계시네?
사방을 둘러보니 저 아래 중청산장(대피소)가 으뜸으로 반갑다.
저기서 좀 쉴 수 있겠군!
전체사진, 개인사진... 6시가 훨씬 넘도록 시간을 보내고
중청대피소로 내려온다. (눈 소나무? 자그마한 키에 땅이 붙듯이
엎드린 듯이 건강하게 자란모습들이 도드라진다.
갖은 들꽃과 자잘한 나무들~~융탄자를 깔은 것처럼 포근한?)
김밥과 컵라면, 커다란 생수 한 병씩을 넣어온 남자직원들 수고와
두 대장님이 물을 끓여주어 컵라면을 맛나게 먹는다.
지하 대피소!
바깥기온이 차고 바람이 불어 땀이 식으니 한기가 드는 터에
아주 훌륭한 쉼터가 되어준다. 평일이고 시즌이 아니라서인지 빈 침상에 제법 있어
몰려 들어가 쉴 수가 있었다. 일단 등산화 벗고 다리 뻗기!!
그곳에서 한 시간여 보내고서야 하산,
천불동계곡코스, 11.8키로 거리다.
중청-소청-희운각 산장-양폭 대피소-귀면암-비선대-소공원까지.
중청에서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소청,
그 아래 자리 잡은 봉정암! 그 쪽은 다음번을 기약한다.
소청산장에서 바라보는 설악산풍경이라~가장 으뜸이라는, 대만지사장 강추이니
다음번에는 <백담사-수렴동-봉정암-소청산장-대청봉>으로 함 오르리라!!
든든히 배를 채우고 쉬었으니 부지런히 걸어야겠지.
햇살이 따끈하게 퍼지는가 싶더니 구름 속을 오락가락한다.
두 번째,새로운 번호표를 뽑아 파트너를 다시 정한다.
어찌하여 여인네들만 오글오글 앞 조, 앞 팀으로 구성~
자연스레 걸음이 더딘 사람들이 앞장을 서니 잘 된 일인가?
이제는 자잘한 들꽃들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주로 보랏빛 꽃이 많다.
튼실하고 건강한 소나무둥치를 볼 때면 아예 걸음을 멈추고 선다.
“우와~ 저 빛깔 좀 봐~~”
“와~~ 그 놈 참 건강타!!”
감탄을 얼마나 했는지...
몇 포인트 지점에서 단체사진을 안(?)찍으면
유스테크에서 영원히 제명(?)이라는 미연씨 협박에 헬기장터에서
산을 배경으로 두 번째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초입부터 인절미 떡 상자를 들고 올라온 장호씨한테
정과장이 ‘말레이시아 박 사장!’이라 이름 붙였다는데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지는 별명에 포복절도 할 뻔했다.
까무잡잡한 피부, 검은 뿔테안경, 가슴에 안은 떡 상자...
푸하하하핫! 정과장 감성도 보통은 아닌 게다.
희운각 산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따끈한 커피와 맛난 비장의 간식과...
사장님의 커다란 배낭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두모두 궁금하기 그지없다.
내려오면서 수해흔적을 복구하느라
여러분들이 무거운 돌을 들어 계단 만들기 등을 위해 애쓰신다.
가방을 열어 빵 주머니를 꺼내 놓으며
“이거, 천안에서 가져온 맛난 빵이니 나눠드시어요!
그럼, 수고 하십시오~~”
친절하게도 내려갈 때는 스틱이 길어야 한다며 앞장선 여인네
스틱 두 개를 받아 손수 길게 늘여주시기조차 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는데
나쁘지 않다.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 가늘 가늘한 빗방울이
얼굴에 닿으니 오히려 몸이 가볍다.
양폭 산장!! 먼저 내려온 사람들은 옥수수동동주 한잔씩을 걸치고 있네?
좀 이르긴 하나(정오 무렵~)점심을 여기에서 먹기로 한다.
바깥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옥수수동동주 한 사발씩 들이키며
찰밥+오징어채고추장 무침+새우와 마늘쫑 볶음+김치+김으로
점심을 먹으니 꿀맛이다. 동동주 두 사발에 빙빙~~싱글벙글~~
사방으로 펼쳐진 바위병풍과 얼굴에 떨어지는 보슬비...
“좋다! 차암 좋다아~~”
밥 한 숟갈 입에 넣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마주 앉았던 충근씨도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같은 마음 듯~ 아마도 모두가 그랬을 게다.
그 집에 있는 동동주를 우리 일당이 바닥을 냈단다, 후후훗.
이제 그만 하산하자는 대장 말에
(아,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파트너를 바꾸었다.
경영지원팀, 똑같은 번호표쪽지를 세 세트나 준비하다니...
그 준비 덕분에 쪽지로 접힌 표 한 장씩 뽑아들고 내 파트너는 누구?
싶은 기대감도 좋았다.)
“여기서 노래하고 그냥 놀고 싶은데...”
나의 진심이었다. 일어나지 말고 노래 부르며 그 계곡에서 놀고 싶었다, 그냥.
어여쁜 다람쥐를 자주 만났는데
하, 우리 밥 먹는 동안 곁에서 겁도 없이 머무는 녀석한테
김 과장이 초컬릿을 떼서 던져주니 앞발 둘로 거머쥐고 열심히 동글리고 있다.
가만히 보니, 볼따구가 볼룩해지는데 저렇게 저장하는 거라는 김 과장 설명?
계속하여 그런 방식으로 주는 것마다 오물오물 볼따구로 넣는데 세상에??
나중에는 그 다람쥐 얼굴보다 더 크게 양 볼이 부풀어 올랐다. 음식물을 저장해서?
드디어 자기 저장창고로 가는지 사라져버렸다.
귀면암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는 코스~~
바위 틈바구니에 곱게 피어난 보랏빛 금강초롱!!
그렇게 예쁠 수가? 감탄 감탄하며 보고 또 본다.
말은 물은 또 어떤가?
주방장님은 그 맑은 물에 온 마음을 뺏긴 듯싶고
나는 소나무와 금강초롱과 내 얼굴을 살풋살풋 적시는 빗줄기가
특별히 끌린다.
급기야, R&D실 유선씨가 다리가 풀렸는지
두 무릎을 동시에 꿇어버리더니 다리가 후들거리는 증세가 뚜렷하다.
마지막 파트너 선영씨가 곁에 서고 김과장님이 끝까지 지켜(?)주신다.
나중에는 후미산악대장이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엎어야겠다고 하는데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
김 과장이 등을 내밀고 몇 번을 업히라 해도 고집...스스로 걷겠다고!
정말 안타까운, 거의 질질 끌다시피 걸으면서도 다 가시고
김 과장 도움(?)만 받겠다니 역시 연구개발실 식구들끼리다.
비선대에 내려오니
모두들 패잔병 저리가라? 후미를 기다리다기다리다 지쳐서
모두 몸을 꺾어 뼈 없는 동물들처럼 하고 있네?
사실은 나도 발이 몹시 아프다. 발끝이 디딜 수 없을 만큼 아픈데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떼기가 겁이 날 지경...
산악대장이 관리사무소에 연락하여 지원차를 요청,
비선대에서 내려와 500미터쯤 더 걸었나?
차 길 가능한 공원입구까지 길을 유선씨만 태워다 준다.
나보고도 타라는데...잠깐 갈등이 있었지만 유선씨 혼자 태워 보내고
맨 후미일당 몇에 섞여 소공원입구까지 걷는다.
공원입구 곰 조각상 앞에서 마지막 단체사진!!
먼저 내려온 사람들이 흩어져 제법 사라졌다. 결국 있는 사람들끼리만 찍고,
주차장 버스에 오르니 모두 보인다. 6시쯤?
낙산 해수탕, 대중탕에 남녀 나뉘어들며 한 시간여 몸을 담구어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나오니 한결 개운타.
낙산해수욕장 횟집에 가서 회와 매운탕~~넉넉한 인심으로 모두 맛있게 먹다.
커피 한잔씩 후식으로 나누고 차에 올라 8시20분에 천안으로 출발~~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차에서는 모두 죽음처럼 잤다.
차가 좀 밀린 탓에 11시40분경 회사에 버스도착...
한명의 낙오자나 사고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이
너무나 든든하고 고맙기조차 하다.(*)2006.9.10 일요일
첫댓글 보름맞이 산행 멋지게 하셨네요..다들 체력도 대단하시구요..
수고하셨습니다. 설악산이 눈에 선합니다. 눈 소나무가 아니옵고.. 눈 잣으로 기억납니다.
어제 할매 보살님하고 백담사로 영시암으로 해서 봉정암 꺼정 올라 갔다 왔는데 천천히 가니 새삼 안보이는 것도 보이고 느긋한기 참 좋더구만요 멀지도 않고 다리도 편하고, 산에갈때 세월아 네월아 하고 댕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