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휴대전화를 구입하면 기본으로 길 안내 서비스, 즉 내비게이션이 제공된다. 이 때문에 별도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일명 ‘국민 내비게이션’ 앱이라 불리는‘김기사’는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앱이 아니다. 록앤올이란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무료 앱이다. ‘김기사’는 어떻게 이통사를 꺾고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성공했을까.
박종환 록앤올 공동대표는 지난 3일 매일경제신문과 매경닷컴이 공동 주최하는 ‘더 MBA 포럼(The MBA Forum)’에서 ‘국민내비 김기사 창업스토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며 김기사 서비스의 여정을 들려줬다. 그는“내비게이션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랫동안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해왔기 때문에 나는 록앤올 창업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비게이션 사업에 뛰어들면서 무너뜨려야 하는 장애물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내비게이션은 대기업 이통사들이 장악하는 레드오션 시장이다’라는 편견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내비게이션은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라는 고정관념이었다. 록앤올은 이 두 가지 편견을 깨는 데 성공했다.
사실 박 대표는 국내 내비게이션 기술 발달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웹 GIS(지리정보시스템)엔진인 ‘프리맵’, 자녀안심서비스인 ‘아이서치’, 세계 최초 휴대폰 일체형 내비게이션인 ‘케이웨이즈’ 개발 뒤엔 그가 있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내비게이션에 대해 고민하고 개발해온 만큼 이통사와 경쟁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선보여진 다양한 내비게이션 앱과 김기사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록앤올은 김기사 서비스 콘셉트를 네 가지로 정했다. 첫째, 사람들이 단 한 번만 듣더라도 앱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박 대표는 “이미 대기업들이 고급스러운 이름을 갖고 광고마케팅을 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반대로 아주 촌스러운 이름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둘째, 최고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기존 내비게이션 앱과 비교해서 최소 4~5배의 빠른 속도를 선보여야만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셋째, 직관적이고 예쁜 유저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를 제공한다. 김기사 앱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벌집 UI가 이를 증명한다. 넷째, 스마트폰의 기능들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사진으로 하는 검색, 블랙박스 등의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다.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를 자랑하는 김기사 앱은 무료다. 그렇지만 사실 처음부터 무료 서비스는 아니었다. 2011년 처음 앱을 선보였을 때는 한 달만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한 달 동안의 무료 기간이 끝난 후 사용자들이 더 이상 김기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2012년 1월 록앤올은 김기사 서비스의 무료화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무료화 선언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미 1, 2년 유료 사용을 결제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이런 불만을 잠재운 것은 다름 아닌 광고였다. “무료 사용자들에겐 광고가 나가는데, 유료 사용자들에겐 광고가 붙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를 듣고 무려 90%의 유료 결제자들이 그대로 김기사 서비스를 계속 사용했다.
서비스 무료 선언 이후 박 대표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수익창출을 하는가’다. 록앤올은 이에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첫째, 단순한 내비게이션 앱이 아닌, 차량 관련 서비스의 대표적 플랫폼이 된다. 예로, 이동경로만 알리지 않고,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나 맛집도 안내하는 것이다. 둘째, 소셜 기반의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된다. 사용자들끼리 소통을 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버가 저장되는 빅데이터를 잘 활동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여러 외부 정보를 통해 이뤄지는데, 김기사 앱에서는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뇌과학과 미래 기계지능 시대 사회’를 주제로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