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
11년 전 큰아이는 군포시에 있는 개원한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규모가 있는 최신시설의 시립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다. 2년 정도 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시설은 물론 운영면에서도 정말 만족도가 높았던 원으로 서울로 이사를 할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했다. 큰아이는 3살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4살반으로 올라 갈 때 4살이 되면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질 거고 한 반은 장애아 통합보육을 할 거라는 안내가 있었다. 어떤 반으로 갈 지 선택권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장애아 통합보육을 하는 반으로 배정된 부모 중 일부는 "우리 애가 뭘 잘못해서 이 반인 겁니까!!" 하면서 거칠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 아이들이 반을 바꿨는지 아니면 원을 옮겼는지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장애아 통합반이 아이에게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런 상황이 안타까웠다. 큰아이는 통합반에서 잘 지냈고 다운증후군 친구가 동생같고 귀엽다면서 이야기를 종종 해주곤 했다.
단상 2 :
큰아이 때는 맞벌이 하느라 학교 엄마들 모임에 참여를 많이 못했었는데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여러가지 학부모 활동에 참여하면서 엄마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엄마들은 서로 이야기 할 꺼리가 그리 없었는지 반에서 특이하고 소위 찍힌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 "아휴, 그 애 때문에 우리애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몰라요. 그런 애들은 따로 반을 모아서 관리하던지 해야지, 왜 다른 애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거지요?" 다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의견을 가진 목소리가 큰 엄마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특별히 문제가 있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엄마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친절한 보통의 엄마였다. 여럿이 모여서 이야기가 합쳐지고 종합되면서 그 아이의 외모에 대한 비하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단상 3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이었던 나는 여러 강의를 들으면서 놀이에 대한 의미와 필요를 많이 내면화하게 되었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후 2학기가 되면서 지역에 있는 도서관에서 놀이터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존에 만났던 부모들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아이는 어디서도 환영 받지 못하던데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우리 놀이터 활동에 참여하면서 함께 하도록 하자." 혹시라도 소외를 받고 있는 아이가 눈에 띄면 어떻게 하면 참여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얼굴을 평가받기도 했던 그 아이를 만나고, 시간이 가고, 그 아이 엄마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아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단점이라고 생각되었던 강한 자기주장도 장점이 될 수 있으며 아이들 앞에서 주목 받고 칭찬 받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아이였다. 여러 관계로부터 고립되어있던 엄마에 대한 아픔도 가지고 있었고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여전히 여러 보통의 엄마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아이지만, 잘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아이를 따듯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 아이는 알고 있는 것 같다.
첫댓글 저도 아이 중1때 반 아이들이 모두 싫어하는 행동을 해서 왕따가 됐다가, 담임샘의 특별 엄호를 받던 아이가 떠오르네요. 그 아이도 누구라도 자신을 더 인정해주고 북돋아주었다면 달라졌겠지.. 쉽진 않은 일이라, 그 한 사람이 언제나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