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해를 돌아보며 늘 후회가 남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열매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24년 새롭게 시작할 때 계획했던 것들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한 채 한 해가 마무리 되기도 한다.
.
열매가 없는 이유에 대해 사도 바울은 '스스로 속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문화 내러티브의 영향으로 우리가 물든 세계관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에 스스로도 속고 있을 때가 많다. 성경은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는 법칙을 설명하면서 '스스로 속이지 말라'를 덧붙인다.
.
2.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갈 6:7~8)
.
많은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심음과 거둠의 법칙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편법으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 심지 않고 거두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작게 심고 많이 거두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병철 교수는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현대미술의 거장인 '제프쿤스'의 풍선개라는 작품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매끄러움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회현상에 빗대 설명한다.
.
3.
매끄러움을 아름답다 느끼는 것은,,,오늘날 긍정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좋아요를 추구한다.. 그의 예술 앞에는 어떤 판단도, 어떤 해석도, 성찰도, 사고도 필요하지 않다.. 아름다움은 만족의 대상으로 좋아요의 대상으로 임의적이고 편안 것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는 아름다움의 위기를 맞고 있다."
.
아름다움의 위기는 결국 어려운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매끄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 그 자체이다. 다시말해 고통이 줄 수 있는 모서리나 귀퉁이, 갈등이나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든 것을 먼저 선택하는 즐거움을 유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대에는 풍성한 열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진정한 열매는 '울더라도 씨를 뿌려야' 기쁨으로 단을 거두기 때문이다.
.
4.
결국 열매가 적다는 것은 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령으로부터 풍성한 열매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다른 것 즉 육체를 위하여 심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심지 않고 거두려고 했던 스스로 자신을 속이려고 했던 삶을 돌아보고 회개해야 한다. 그러나 그 회개는 단순히 후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
바울은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 6:9) 계속 이어서 말하고 있다. 한 해 풍성한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고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을 일독 계획을 했는데 하지 못했다고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
5.
비록 많이 심지 못했지만, 낙심하지 않고 나아가면 반드시 우리의 인생 속에서 하나님이 풍성한 열매를 주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인생은 결단과 목표를 통해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싫을 때 조차도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결국 연약한 우리를 통해 열매맺게 되기 때문이다.
.
"너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빌 1:6) 라고 바울이 고백하는 이 고백이 우리 영혼의 고백이 되어야 한다. 나의 결단과 노력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그분은 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신 분이시고,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랑하는 아들의 목숨을 내어주신 분이시다.
.
6.
자신의 아들의 목숨까지 내주신 이가 나를 선택하셨다. 내 인생을 이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복음이 주는 은혜의 확신이 결국 우리를 순종의 사람으로, 실천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준다. 바울이 복음과 은혜를 말하다가 심음과 거둠을 말하는 것은 은혜에서 갑자기 율법의 순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
은혜는 반드시 순종으로 열매맺는 것이고, 하나님은 이른비와 늦은 비를 골고루 내러주시는 분이시다. 우리 동참시켜 주셔서 밭을 갈게 하시는 것은 은혜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다. 한 해 여러가지 부족했던 점이 있어도 괜챦다. 낙심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 때가 이르면 반드시 거두게 될 것이다.
.
7.
인생은 결단과 목표를 실천하는 것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나와 함께 하시고 내가 나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싫을 때조차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우리는 새로워지는것이다. 25년 그 은혜를 기초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구원을 얻고자 하는 율법적 행위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이루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은혜의 신뢰가 우리를 울더라도 심는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는 것이다.
.
결단이 아니라 은혜이다. 목표와 성취가 아니라, 주님께 붙어있는 것이다. 주와 동행할 때, 삶은 결국 열매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