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의 토종닭 농장 '달구와 낭구'에서 키운 닭으로 백숙을 끓였다. 껍질은 고소하고 가슴살은 씹을 수록 고기 맛이 고였다. 정강이 길이가 한 뼘 가까이 된다. 신인섭 기자
무더위가 길고 극심하다. 복날은 열흘마다 오는데, 올해는 말복이 중복 20일 후(8월 16일)에 오는 월복(越伏)이라 더위가 길어지는 듯하다. 삼복더위라 하지 않던가. ‘삼복 때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더위에 지쳐 기력이 쇠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보양식을 해 먹는 복달임 풍속이 생겼다. 소∙개∙닭의 고깃국을 주로 끓여 먹었다. 옛 기록에는 개장국이 많이 나오지만, 반려견이 늘어난 요즘에는 대부분 닭을 먹는다.
산(山)닭 키우는 홍천 ‘달구와 낭구’ 모이만 공급할 뿐 거의 야생 방목 5000평 산판에 3000마리 뛰놀아
아무 데나 알 낳고 병아리 부화도 AI 돌 때 소독 한 번 안 해도 무사
가장 흔하게 먹는 복달임 음식 닭 가슴살이 맛있어야 진짜 맛있어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달 20일, 가축 폐사가 100만 마리에 육박하고 닭 피해가 가장 심하다는 뉴스를 들으며 한 양계장엘 찾아갔다. 강원도 홍천에서 산(山)닭을 키우는 ‘달구와 낭구’ 농장이다. 닭을 찾자 산으로 안내했다. 100여m 올라가자 넓은 닭 운동장이 나타났다. 모이로 준 채소와 음식 찌꺼기가 흩어져 있었다. 닭들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떼 지어 몰려다니거나 나무에 날아다니는 모습을 기대했으나, 어림없었다. 벽은 부서지고 지붕만 있는 그늘막 같은 닭장이 몇 동 보였다. 주인 이성우(54)씨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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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풀어 6개월 키운 토종닭
강원도 홍천 '달구와 낭구' 농장의 닭들이 한낮 기온이 올라가자 숲 그늘에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다. 5000평 산판에 닭 3000마리를 풀어놓고 키운다. 신인섭 기자
-닭은 몇 마리이며, 다 어디에 있나. “3000마리쯤 된다. 산속 아무 데나 있다. 알도 아무 데나 낳고, 산에 모아뒀다가 병아리 까서 데리고 내려오는 놈도 있다.”
-산짐승들이 해코지 안 하나. “개 9마리가 지켜 큰 피해는 없다. 나뭇잎이 지는 겨울이면 매가 닭을 잡아간다. 겨울 동안 100~150마리는 없어진다.”
-닭 품종은. “토종닭 계열이다. ‘소래토종닭’ 병아리를 올해 처음 분양받았다. 오골계 포함해 2500마리 들여왔다. 묵은 닭이 500마리쯤 있었다. ‘우리맛닭’을 5년, ‘한협3호’를 2년 키웠는데, 맛은 소래토종닭이 내 입에 가장 맞다.”
-맛의 기준은 뭔가. “50~60대가 좋아할 만한 맛이다. 그 세대가 자랄 때 8개월~1년 키워서 복날이나 명절 때 삶아 먹던 닭 맛을 추구한다. 가슴살 맛있는 닭이 진짜 맛있는 닭이다. 퍽퍽하지 않고 탄력 있으면서 가닥마다 맛이 배어 나와야 한다. 국물은 맑으면서 기름이 많지 않고, 맛은 구수하고 시원하다. 제대로 자란 닭은 운동량이 많아 기름기가 적다. 6개월은 키워야 그런 닭이 된다.”
털만 벗긴 4개월짜리 소래토종닭은 3.2㎏이 나갔다. 몸통 길이는 2ℓ 생수병과 비슷하다. 신인섭 기자
-어떻게 요리하는 게 좋은가. “백숙이나 구이다. 백숙은 40분~1시간 삶아야 한다. 구이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소금 뿌려 2시간쯤 뒀다가 양념하지 않고 숯불에 구우면 담백하고 맛있다.”
-수익은 어떤가. “달걀로 버는 돈이 더 많다. 생산량이 일정하진 않지만, 하루 평균 15판(450개) 정도 나온다. 하나에 500원이다(※365일이면 8212만5000원). 단골이 700~800명 돼 재고는 없다.”
-어떻게 판매하나. “전화로 주문받아 택배로 보내준다. 장닭 3만5000원, 암탉 3만원이다(※3만원씩 2000마리면 한 해 6000만원). 모든 일을 혼자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주문이 몰리면 발송이 지연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자란 닭을 판매하나. “6개월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 내장 빼고 2.4㎏ 크기가 맛도 좋고 단골들이 좋아한다(※소래토종닭은 출하 중량까지 표준 생육 기간이 70일이지만, 그는 6개월을 고집한다. 품종보다 사육 방법∙기간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단골은 어떻게 확보했나. “초기엔 SNS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한다. 알리려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 간 사람들은 단골이 된다.”
-닭에게 무엇을 먹이나. “시장∙음식점에서 다듬고 남은 채소, 음식 찌꺼기, 한의원∙건강원 부산물을 준다. 매일 춘천 시내를 돌며 1t 트럭에 가득 실어와 운동장에 뿌려준다. 알을 낳기 때문에 모이를 매일 줘야 한다.”
-어떤 모이를 좋아하나. “잎채소나 껍질 안 깐 곡식을 좋아한다. 모이를 뿌려주면 채소에 먼저 달려든다. 채소 중에도 양배추가 좋다. 배추는 물이 많고, 부추는 질겨서 닭이 뜯어서 먹기 어렵다. 양배추는 물기가 적고 닭 부리로 쪼면 잘 뜯어진다. 농장은 홍천군에 있지만, 춘천 시내가 더 가깝다. 춘천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채소가 양배추다. 닭갈비에 양배추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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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돌 때 소독 한 번 안 해도 무사
'달구와 낭구' 이성우 대표가 4개월 자란 소래토종닭을 들고 무게를 가늠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닭 키우는 걸 언제부터 생각했나. “젊어서부터 했다. 현재 닭장 자리에 있던 집에서 태어났다. 자랄 때는 아버지가 논밭 농사짓는 게 싫었다. 왜 만날 땅이나 파고 살아야 하나, 다른 건 없을까 생각했다. 그때 닭이 떠올랐다. 닭 활동 공간은 1만6529㎡(5000평) 정도 된다. 닭은 모이 주는 시간 말고는 산판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다가 밤이면 닭장으로 돌아온다.”
-‘달구와 낭구’라는 농장 이름 재미있다. “서른아홉 살(2002년)에 귀향 준비하면서 지었다. 자작나무 묘목을 1만 주 사가지고 내려왔다. 농사 소득 보장해드릴 테니 땅에 나무를 심자고 아버지에게 제안했다. ‘이놈이 미쳤나’라며 펄쩍 뛰었다. 묘목을 심으면 아버지는 뒤따라오면서 낫으로 베어버렸다. 결국 농사짓기 어려운 땅에만 심었다. 당초 꿈은 본궁리 온 마을을 자작나무 숲으로 덮어보는 것이었다. 심어놓고 15년 후에 돌아와 자작나무 수액을 받아서 건강하게 키운 닭을 삶아 먹게 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래서 ‘달구와 낭구’라는 이름을 지었다(※‘달구’는 닭, ‘낭구’는 나무의 강원 지방 사투리다). 그때 계획대로 했으면 자작나무 숲만으로도 명물이 됐을 것이다.”
-닭은 언제부터 키웠나. “2010년 닭 300마리로 시작했다. 하루에 달걀 90개 정도 낳았다. 그나마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 반도체와 유통 분야 사업해 돈 좀 벌었는데 닭 키우면서 다 까먹었다. 5년은 계속 투자했으니까.”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돌면 어떻게 하나. “이곳은 야생에 가까운, 가장 원시적인 양계장이다. 그러나 동물복지나 환경 측면에서는 가장 선진화됐다. AI가 돌아도 소독 한 번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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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 먹으려면 하루 전에 주문해야
'달구와 낭구' 농장에서 키운 토종닭으로 백숙을 끓이고 있다. 음나무 달인 물에 마늘, 감자, 능이버섯(또는 상황버섯) 등을 넣고 45분을 삶는다. 신인섭 기자
취재 중 백숙 한 마리를 주문했다. 4개월 자란 장닭 무게는 털만 벗기고 3.2㎏이었다. 부인이 춘천에서 운영하는 식당 ‘하누마루’에서 음나무 달인 물에 마늘∙감자∙능이(또는 상황버섯)∙산양삼을 넣고 45분 동안 삶았다. 가슴살을 한 가닥 먼저 맛봤다. 탄력 있으면서 씹을수록 고기 맛이 고였다. 껍질은 미끈거리거나 느끼한 게 아니라 꼬들꼬들하고 고소했다. 국물은 시원하고 단맛이 돌았다. 소금 말고 들어간 양념이 없는데 닭에서 우러난 진하고 깔끔한 맛이 국물에 가득했다. 남자 4명이 먹을 만한 백숙 한 마리 값은 6만원(산양삼 별도). 닭을 미리 잡아놓지 않기 때문에 하루 전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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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맛 쌉싸래한 산골 마을회관 복달임
초복인 지난달 17일 충남 부여군 내산면 온해2리 마을회관의 복달임 음식 ‘닭국'. [사진 이택희]
충남 부여 시골 농가주택에 머물며 초복(7월 17일)을 맞았다. 이장이 새벽에 마을방송으로 ‘마을회관 점심 복달임’ 소식을 알렸다. 알을 품은 시골 닭 5마리, 찹쌀 5㎏, 마른 인삼, 대추를 동네의 각기 다른 사람이 내놔 자리가 마련됐다. 평균 연령 70대의 아주머니(?)들이 요리했다. 15명이 참석했다. 삶은 닭고기를 찢어 일부는 접시에 담아 소금과 함께 내고, 나머지 고기는 사발에 노느매기해 솥에서 국물 퍼 담아 따로 지은 찰밥과 함께 상을 차렸다. 닭고기는 뻣뻣했지만, 꼭꼭 씹으니 묵은 닭의 깊은 맛이 우러났다. 그리워하던 닭고기 맛이다. 국물은 인삼이 듬뿍 들어가 쌉싸래하고, 대추도 녹아 진하고 뿌옜다. 한술 뜨자 “진국이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음식 작명은 중심재료∙조리법을 묶는 게 대종인데, 아주머니들은 인삼을 그렇게 많이 넣고도 그저 ‘닭국’이라 했다. 나무젓가락 굵기의 인삼 한 가닥 들어간 시중 삼계탕 이름이 가소로웠다.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토종닭 농장 '달구와 낭구'에서 키운 닭으로 백숙을 끓였다. 껍질은 고소하고 가슴살은 씹을 수록 고기 맛이 고였다. 정강이 길이가 한 뼘 가까이 된다. 신인섭 기자
무더위가 길고 극심하다. 복날은 열흘마다 오는데, 올해는 말복이 중복 20일 후(8월 16일)에 오는 월복(越伏)이라 더위가 길어지는 듯하다. 삼복더위라 하지 않던가. ‘삼복 때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더위에 지쳐 기력이 쇠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보양식을 해 먹는 복달임 풍속이 생겼다. 소∙개∙닭의 고깃국을 주로 끓여 먹었다. 옛 기록에는 개장국이 많이 나오지만, 반려견이 늘어난 요즘에는 대부분 닭을 먹는다.
산(山)닭 키우는 홍천 ‘달구와 낭구’ 모이만 공급할 뿐 거의 야생 방목 5000평 산판에 3000마리 뛰놀아
아무 데나 알 낳고 병아리 부화도 AI 돌 때 소독 한 번 안 해도 무사
가장 흔하게 먹는 복달임 음식 닭 가슴살이 맛있어야 진짜 맛있어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달 20일, 가축 폐사가 100만 마리에 육박하고 닭 피해가 가장 심하다는 뉴스를 들으며 한 양계장엘 찾아갔다. 강원도 홍천에서 산(山)닭을 키우는 ‘달구와 낭구’ 농장이다. 닭을 찾자 산으로 안내했다. 100여m 올라가자 넓은 닭 운동장이 나타났다. 모이로 준 채소와 음식 찌꺼기가 흩어져 있었다. 닭들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떼 지어 몰려다니거나 나무에 날아다니는 모습을 기대했으나, 어림없었다. 벽은 부서지고 지붕만 있는 그늘막 같은 닭장이 몇 동 보였다. 주인 이성우(54)씨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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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풀어 6개월 키운 토종닭
강원도 홍천 '달구와 낭구' 농장의 닭들이 한낮 기온이 올라가자 숲 그늘에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다. 5000평 산판에 닭 3000마리를 풀어놓고 키운다. 신인섭 기자
-닭은 몇 마리이며, 다 어디에 있나. “3000마리쯤 된다. 산속 아무 데나 있다. 알도 아무 데나 낳고, 산에 모아뒀다가 병아리 까서 데리고 내려오는 놈도 있다.”
-산짐승들이 해코지 안 하나. “개 9마리가 지켜 큰 피해는 없다. 나뭇잎이 지는 겨울이면 매가 닭을 잡아간다. 겨울 동안 100~150마리는 없어진다.”
-닭 품종은. “토종닭 계열이다. ‘소래토종닭’ 병아리를 올해 처음 분양받았다. 오골계 포함해 2500마리 들여왔다. 묵은 닭이 500마리쯤 있었다. ‘우리맛닭’을 5년, ‘한협3호’를 2년 키웠는데, 맛은 소래토종닭이 내 입에 가장 맞다.”
-맛의 기준은 뭔가. “50~60대가 좋아할 만한 맛이다. 그 세대가 자랄 때 8개월~1년 키워서 복날이나 명절 때 삶아 먹던 닭 맛을 추구한다. 가슴살 맛있는 닭이 진짜 맛있는 닭이다. 퍽퍽하지 않고 탄력 있으면서 가닥마다 맛이 배어 나와야 한다. 국물은 맑으면서 기름이 많지 않고, 맛은 구수하고 시원하다. 제대로 자란 닭은 운동량이 많아 기름기가 적다. 6개월은 키워야 그런 닭이 된다.”
털만 벗긴 4개월짜리 소래토종닭은 3.2㎏이 나갔다. 몸통 길이는 2ℓ 생수병과 비슷하다. 신인섭 기자
-어떻게 요리하는 게 좋은가. “백숙이나 구이다. 백숙은 40분~1시간 삶아야 한다. 구이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소금 뿌려 2시간쯤 뒀다가 양념하지 않고 숯불에 구우면 담백하고 맛있다.”
-수익은 어떤가. “달걀로 버는 돈이 더 많다. 생산량이 일정하진 않지만, 하루 평균 15판(450개) 정도 나온다. 하나에 500원이다(※365일이면 8212만5000원). 단골이 700~800명 돼 재고는 없다.”
-어떻게 판매하나. “전화로 주문받아 택배로 보내준다. 장닭 3만5000원, 암탉 3만원이다(※3만원씩 2000마리면 한 해 6000만원). 모든 일을 혼자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주문이 몰리면 발송이 지연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자란 닭을 판매하나. “6개월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 내장 빼고 2.4㎏ 크기가 맛도 좋고 단골들이 좋아한다(※소래토종닭은 출하 중량까지 표준 생육 기간이 70일이지만, 그는 6개월을 고집한다. 품종보다 사육 방법∙기간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단골은 어떻게 확보했나. “초기엔 SNS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한다. 알리려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 간 사람들은 단골이 된다.”
-닭에게 무엇을 먹이나. “시장∙음식점에서 다듬고 남은 채소, 음식 찌꺼기, 한의원∙건강원 부산물을 준다. 매일 춘천 시내를 돌며 1t 트럭에 가득 실어와 운동장에 뿌려준다. 알을 낳기 때문에 모이를 매일 줘야 한다.”
-어떤 모이를 좋아하나. “잎채소나 껍질 안 깐 곡식을 좋아한다. 모이를 뿌려주면 채소에 먼저 달려든다. 채소 중에도 양배추가 좋다. 배추는 물이 많고, 부추는 질겨서 닭이 뜯어서 먹기 어렵다. 양배추는 물기가 적고 닭 부리로 쪼면 잘 뜯어진다. 농장은 홍천군에 있지만, 춘천 시내가 더 가깝다. 춘천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채소가 양배추다. 닭갈비에 양배추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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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돌 때 소독 한 번 안 해도 무사
'달구와 낭구' 이성우 대표가 4개월 자란 소래토종닭을 들고 무게를 가늠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닭 키우는 걸 언제부터 생각했나. “젊어서부터 했다. 현재 닭장 자리에 있던 집에서 태어났다. 자랄 때는 아버지가 논밭 농사짓는 게 싫었다. 왜 만날 땅이나 파고 살아야 하나, 다른 건 없을까 생각했다. 그때 닭이 떠올랐다. 닭 활동 공간은 1만6529㎡(5000평) 정도 된다. 닭은 모이 주는 시간 말고는 산판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다가 밤이면 닭장으로 돌아온다.”
-‘달구와 낭구’라는 농장 이름 재미있다. “서른아홉 살(2002년)에 귀향 준비하면서 지었다. 자작나무 묘목을 1만 주 사가지고 내려왔다. 농사 소득 보장해드릴 테니 땅에 나무를 심자고 아버지에게 제안했다. ‘이놈이 미쳤나’라며 펄쩍 뛰었다. 묘목을 심으면 아버지는 뒤따라오면서 낫으로 베어버렸다. 결국 농사짓기 어려운 땅에만 심었다. 당초 꿈은 본궁리 온 마을을 자작나무 숲으로 덮어보는 것이었다. 심어놓고 15년 후에 돌아와 자작나무 수액을 받아서 건강하게 키운 닭을 삶아 먹게 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래서 ‘달구와 낭구’라는 이름을 지었다(※‘달구’는 닭, ‘낭구’는 나무의 강원 지방 사투리다). 그때 계획대로 했으면 자작나무 숲만으로도 명물이 됐을 것이다.”
-닭은 언제부터 키웠나. “2010년 닭 300마리로 시작했다. 하루에 달걀 90개 정도 낳았다. 그나마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 반도체와 유통 분야 사업해 돈 좀 벌었는데 닭 키우면서 다 까먹었다. 5년은 계속 투자했으니까.”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돌면 어떻게 하나. “이곳은 야생에 가까운, 가장 원시적인 양계장이다. 그러나 동물복지나 환경 측면에서는 가장 선진화됐다. AI가 돌아도 소독 한 번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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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 먹으려면 하루 전에 주문해야
'달구와 낭구' 농장에서 키운 토종닭으로 백숙을 끓이고 있다. 음나무 달인 물에 마늘, 감자, 능이버섯(또는 상황버섯) 등을 넣고 45분을 삶는다. 신인섭 기자
취재 중 백숙 한 마리를 주문했다. 4개월 자란 장닭 무게는 털만 벗기고 3.2㎏이었다. 부인이 춘천에서 운영하는 식당 ‘하누마루’에서 음나무 달인 물에 마늘∙감자∙능이(또는 상황버섯)∙산양삼을 넣고 45분 동안 삶았다. 가슴살을 한 가닥 먼저 맛봤다. 탄력 있으면서 씹을수록 고기 맛이 고였다. 껍질은 미끈거리거나 느끼한 게 아니라 꼬들꼬들하고 고소했다. 국물은 시원하고 단맛이 돌았다. 소금 말고 들어간 양념이 없는데 닭에서 우러난 진하고 깔끔한 맛이 국물에 가득했다. 남자 4명이 먹을 만한 백숙 한 마리 값은 6만원(산양삼 별도). 닭을 미리 잡아놓지 않기 때문에 하루 전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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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맛 쌉싸래한 산골 마을회관 복달임
초복인 지난달 17일 충남 부여군 내산면 온해2리 마을회관의 복달임 음식 ‘닭국'. [사진 이택희]
충남 부여 시골 농가주택에 머물며 초복(7월 17일)을 맞았다. 이장이 새벽에 마을방송으로 ‘마을회관 점심 복달임’ 소식을 알렸다. 알을 품은 시골 닭 5마리, 찹쌀 5㎏, 마른 인삼, 대추를 동네의 각기 다른 사람이 내놔 자리가 마련됐다. 평균 연령 70대의 아주머니(?)들이 요리했다. 15명이 참석했다. 삶은 닭고기를 찢어 일부는 접시에 담아 소금과 함께 내고, 나머지 고기는 사발에 노느매기해 솥에서 국물 퍼 담아 따로 지은 찰밥과 함께 상을 차렸다. 닭고기는 뻣뻣했지만, 꼭꼭 씹으니 묵은 닭의 깊은 맛이 우러났다. 그리워하던 닭고기 맛이다. 국물은 인삼이 듬뿍 들어가 쌉싸래하고, 대추도 녹아 진하고 뿌옜다. 한술 뜨자 “진국이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음식 작명은 중심재료∙조리법을 묶는 게 대종인데, 아주머니들은 인삼을 그렇게 많이 넣고도 그저 ‘닭국’이라 했다. 나무젓가락 굵기의 인삼 한 가닥 들어간 시중 삼계탕 이름이 가소로웠다.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