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1월 30일 금요일)
- 물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 관광 -
베니치아(베니스)는 이탈리아반도의 동쪽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어 새벽부터 안개가 짙게 드리우고 흐렸다. 바다로 이어지는 산호 위에 발달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항구도시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다. 9~15세기에 동서양 무역의 중심지로 지중해 상권을 장악했던 곳이다. 120여 개의 작은 섬이 150개의 운하를 이용하여 교통수단이 되고 섬과 섬 사이는 400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이동한다. 해수면보다 낮은 섬에 폴(나무기둥)을 박고 진흙과 돌을 쌓아 섬을 만들어 도시가 형성되었다. 북쪽의 게르만족과 훈족의 침략과 약탈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자연 요새가 되어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했다고 한다.
베네치아는 바다와 운하로 둘러쌓인 수상 도시이기 때문에 자동차가 없다. 유일한 이동 수단은 수상버스(바로레토), 수상택시, 곤돌라 이다.
자유의 다리를 건너 로마광장의 주차장에서 내려 표를 산 후 선착장(수상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수상버스를 타고 베네치아까지 이동하여 하선했다. 섬은 수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고딕양식의 건물들이 고색창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로의 양쪽 건물 사이에 아치형 다리가 있으며 두칼레궁과 베니치아감옥을 연결하는 다리다. 곤돌라와 수상스키들이 사람과 짐을 싣고 물길을 따라 오가는데, 죄수들이 건너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다는 의미의 ’탄식의 다리‘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베네치아 중심부에 있는 최고의 명소인 산마르코광장에 입성했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산마르코광장을 ’유럽에서 가장 멋진 응접실‘ 이라고 표현했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산마르코대성당은 베네치아의 상징이다. 비잔틴 건축을 대표하는 양식의 성당으로 건물 정면 위에 있는 청동 마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정면에 5개의 십자형 돔 천장이 보이고 12개의 십자가 첨탑이 배치되어 있으며 동양적인 멋진 아치 위에는 황금빛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건축예술의 극치다. 아름답고 황홀하다.
갈릴레이가 천체관측을 한 탑으로 유명한 99m의 종탑(종루)이 광장 오른편에 우뚝 서 있다.
쌀쌀한 날씨에 커피 한 잔이 생각나서 감옥을 탈출한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즐겨 마셨다는 카페를 찾아보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0.5유로, 의자에 앉아 마시거나 악사들의 연주 음악을 들으면 20유로가 넘는다고 하여 지갑에 손이 가질 않는다. 노천카페를 찾다가 따끈한 핫쵸크를 3유로 내고 바 밖에서 서서 마시니 뱃속이 훈훈하고 냉기가 사라졌다.
베네치아는 작년에 홍수로 도시 전체가 50cm 정도 물에 잠겼으며 해마다 물난리로 아래층은 비어있는 건물이 많았다. 앞으로 50~100년 안에 지도에서 사라질 운명이라 하니 전설 속의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은 주민들도 많이 떠나고 경제적인 타격이 심하며 도시가 쇠퇴해지고 있다고 한다. 자유시간이 주어져 돌아다녀 보지만 여행객을 노리는 집시들의 소매치기에 물건값도 비싸고 사기범도 많아 광장 주변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다.
두칼레궁전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총독관저로 베네치아 고딕양식의 완성작으로 다른 건물과는 달리 외관이 흰색과 분홍색의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어 산뜻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 가랑잎처럼 흔들린다는 뜻의 곤돌라를 타고 소운하 사이사이를 누비는 곤돌라 투어는 빼놓을 수 없는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관광이었다. 1인당 50유로, 소요시간은 30분으로 5~6명씩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서서 긴 노를 젓는 사공과 선두 배에 이탈리아 민요를 부르며 흥을 돋우는 가수, 학창시절에 배웠던 ’산타루치아‘ 노래도 따라 불러보며 손뼉 치고 흥에 겨워 환호한다. 곤돌라는 미로 같은 좁은 운하를 날렵하게 빠져나갔다. 다음으로 수상택시에 탑승하여 베니스 대운하를 4km 정도 왕복했다. 운하 양쪽에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중세풍의 도시풍경에 빠져든다. 세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이 되었던 ’리알토다리, 궁전, 교회, 컬렉션, 미술관, 부호들의 저택, 오고 가는 유람선과 곤돌라, 어선 등 그림 같은 경치에 빠져든다.
낭만의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작별하고 버스정류장 근처 한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맛은 별로였지만 된장국이 구수했다. 10유로나 하는 소주를 1병 사서 어른들 끼리 마셨다.
밀라노 -
베네치아에서 3시간 30분 동안 달려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로 이동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경제, 금융, 산업, 문화의 중심지로 패션과 최첨단 브랜드로 유행을 선도하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다. 시가지는 전통적인 건축물과 현대적인 건물까지 다양한 건축양식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보니 활력이 넘치는 도시의 느낌이 들었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에 두오모 광장으로 걸어갔다. 택시, 버스, 전차, 자전거가 뒤섞여 지나가고 행인들은 신호등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막 건너간다. 자유스럽지만 무질서하다. 이탈리아 고딕양식의 정수인 밀라노 두오모성당의 광장에 서니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신의 경지까지 이른 듯 경이로운 모습에 압도되고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두오모성당은 길이 157m, 높이 108.5m이며 2245개의 거대한 조각 군으로 장식되어 있고 135개의 철탑이 하늘로 치솟아 있다. 가장 높은 첨탑에는 도시를 수호하는 황금 마리아상이 세워져 있다. 450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어 19세기 초에 완성된 성당이다. 야간조명이 켜지니 자애로운 마리아상의 성스러운 모습이 천상에 펼쳐진 빛으로 펴져 내려 관광객들이 탄성을 쏟아냈다. 밤이라 성당 내부 관람을 하지 못하여 아쉬웠다.
두오모 광장에서 스칼라 극장까지의 양쪽 거리는 고급 쇼핑 아케이트로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숍이 줄지어 있으며 수천만 원이 넘는 옷, 가방, 보석, 시계 등이 진열되어 있으며 명품을 걸친 세련된 유럽 젊은이들이 활보하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건물의 통로인 거리는 중앙에 유리로 된 높은 돔형 천장과 사방의 벽면은 프레스코화로, 바닥은 대리석으로 깔려있고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모자이크 바닥의 그림에 담긴 전설을 들으며 스칼라 극장까지 걸어갔다.
스칼라극장은 파리, 빈과 더불어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이다. 베르니, 푸치니 등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들이 초연을 하고 우리나라 지휘자 정명훈이 활동한 곳으로 알려졌다. 스칼라극장 밖에서 스칼라극장으로 쏘아 올리는 연보라색 조명이 환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