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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이팝나무
쌀독의쌀이줄어든다며‘느그오빠가쌀을퍼다가팔아먹어야’‘엄마가밥해서먹으니까줄어드는거여’‘내가쌀이줄어드는것도모르는멍충이인줄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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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독의 쌀이 줄어든다며
‘느그 오빠가 쌀을 퍼다가 팔아먹어야’
‘엄마가 밥 해서 먹으니까 줄어드는 거여’
‘내가 쌀이 줄어드는 것도 모르는 멍충이 인줄 아냐’
평생, 혼자서
자식들 굶기지 않고 키우려고 고생하셨을
그 마음이 늙은 쌀독에 넉넉하다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쌀이 줄어드니 행여 자식들 굶주릴까 봐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 우리 밥 굶지 않고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 쌀밥나무에 쌀밥이 주렁주렁 매달렸으니
이제 밥걱정 안 해도 돼요
하얀 쌀가루 가득 뿌린 쑥버물로 피어나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멈춰버린 엄마의 시간 속에서
밥 달라고 우는 자식이 있었는갑다
처연하게 꽃대를 피우고
오래된 세월 계절 속을 혼자 걷는 이팝나무에게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전한다.
<시작노트>
87세인 엄마가, 수심 가득 찬 얼굴로, 느그 오빠가 쌀독의 쌀을 팔아먹는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이시는 모습이, 딸인 나로서는 너무나 맘이 아팠다.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그 마음을, 이팝나무 꽃을 보며, 이제 자식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께 전하는 딸의 마음을 적었습니다.
김은아
전남 신안군 팔금면 출생
201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1년 《시와사람》 신인상 당선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수상
시와사람시학회 시학상 수상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2회)
시집 『흔들리는 햇살』, 『흰 바람벽』, 『직박구리에게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