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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나눔 ▒▒ 스크랩 페타꽁쁠리(終)
대은 추천 1 조회 135 12.08.14 05:2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페타꽁쁠리

                                                    

 

 

 

 

 

                                                                                                                                                     - 여강 최재효

 

 

 


                                                                            終

 

 

 

 

 나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며 부질없고 허황된 망상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낸 내

자신을 가학(加虐)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모든 자산을 한 순간 악마의 입안에 털

어 넣은 나는 매일 독주(毒酒)에 젖어 말초신경을 최대한 자극하는 수단에 내 육신

을 아무렇게나 내 던져 버렸다. 아내의 따가운 시선과 주변의 연민의 눈길은 나를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가려 하였다. 아내의 말도 안 되는 억지와 그럴듯한

논리에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파경(破鏡)을 맞이해야 했다. 21세기에 돈이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가 아닌 사람보다 훨씬 윗자리를 앉아 사람을 부리

는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수치(數値)에 밝은 손 큰 아내는 이미 나의 위험한 도박에 대비하여 부부가 된 이

공동의 땀이 밴 동산(動産) 및 부동산(不動産)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완벽하게

통화(通貨)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친정의 잘난 동생들의 의

견이 상당부분 가미되었음은 나의 오랜 관찰에서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나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 혜진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해맑은 소

녀 같던 혜진의 첫 이미지는 간데없고 세파(世波)에 찌든 노파(老婆)가 내 앞에 앉

아 있었다. 나는 두 아이과 부모형제 생각에 목이 메어 콧물 눈물을 분간하지

못하자 혜진은 손수건을 건넸다.

 

 그녀나 나나 안정된 수입으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며 바람처럼 물처럼

살았다면 비 내리는 밤에 강원도 바닷가에 앉아 극약을 품고 이승의 마지막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혜진은 못 다한 이야기를 마저 다 하겠다며 좌중의

시선을 모았다. 나는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오늘밤 거사(巨事)를 치를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일었다. 나는 혜진에게 대략적으로 지난 이야기를 하라고 주문

하였다. P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모든 자금을 몰빵한 덕에

혜진은 오랫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남편 모르게 남편의 지인들과

시아버지에게 막대한 돈을 차입하고 살고 있던 집까지 담보로 한 돈을 날린 혜진

을 음독하였지만 남편에게 빨리 발견되어 살아 날수 있었다.


 혜진은 증권사, 지인들의 채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자신의 불찰로 남편까지 채

무자로 만들 염려가 있어 혜진은 남편과 협의이혼 한 뒤 모든 것을 버리고 잠적

하였다. 가정에서 살림만 하던 여자가 각박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

었다. 혜진은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밤마다 술로 위안을 삼

았다. 식당일은 보기보다 무척 힘들었다. 가냘픈 육신을 가진 혜진이 할일이 아

니었다. 혜진은 덜 힘든 일을 찾다가 주점(酒店)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손님 대

부분이 중년 남성들이라 반반한 얼굴의 혜진은 곧 많은 남성들과 접촉할 수 있

었다. 주점을 자주 찾던 남성 고객 중 박 사장이라는 50초반의 남성이 있었는데

첫눈에 혜진에게 홀딱 빠지고 말았다.

 

 박 사장은 잘나가는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박 사장은 부동산 중개

업뿐만 아니라 채권과 보험 등을 함께 취급하였다. 아무리 도도한 여자라도 남

자의 집요한 구애(求愛)에 무너지게 마련이었다. 박 사장의 집요함은 결국 혜진

과 낮에 자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말았다. 혜진은 박 사장을 만나 점심

을 먹거나 박 사장이 운전하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

를 다녀 오기도 하였다. 남녀의 잦은 만남은 정을 주고받게 마련이어서 혈혈단

신의 혜진은 박 사장에게 심신(心身)을 의지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박 사장은

혜진을 자주 만나면서 혜진이 주식에 대하여 상당한 안목(眼目)이 있다는 점을

알고 주점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업소에 나와 함께 일하자 유혹하였다.

 

 혜진은 어쩌면 자신이 주식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하였다. 낮에는 박 사장 곁에서 채권이나 보험관련 일을 도와주면서

틈틈이 주식 관련 인터넷을 통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등락을 유심히 체크

하기도 하고 슈퍼개미들이 출간한 서적과 인터넷 강의를 접하였다. 주식에 투

자하여 번번이 쓴맛을 본 박 사장은 혜진에게 종자돈을 대주며 투자를 해보라

고 하였다. 다행히 주식시장 활황이어서 혜진이 계속 수익을 내자 박 사장은

독신녀인 혜진을 자신의 여인으로 삼아 버렸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동성(同

性 )의 혜진을 질투하였는지 박 사장이 혜진을 믿고 거금을 거품주에 몰빵하였

다. 보기 좋게 쓴잔을 마신 박 사장은 별의별 이유를 대며 혜진에게 폭행을 행

사하기도 하였다. 혜진은 박 사장의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박 사장은 폭력배를 동원하여 혜진을 감시하며 자신이 혜진의 실력을 믿고 주

식에 투자했다 잃은 원금을 회수할 때 까지 자신의 손아귀에서 놓아주지 않을

심산이었다. 악마로 변한 박 사장은 밤이면 혜진을 성적 쾌락의 도구로 사용하

였다. 변태기질의 박 사장은 밤마다 혜진에게 독주를 마시게 하고 혜진의 육신

에 가죽채찍을 휘두르며 성적 희열을 만끽하였다. 밤마다 이어지는 박 사장의

변태행위로 혜진의 육신은 병들어 가고 있었다. 혜진에게 온갖 해괴한 체위(體

位)를 요구하기도 하고 요상한 물건을 가져와 마치 외국 포르노 영화에 나올 법

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혜진은 밤새도록 박 사장에게 성적 핍박을 받고나

녹초가 되었다.

 

 어떤 날은 고무로 된 거대한 인조 남근(男根)을 이용해 혜진을 괴롭히기도 하

고, 또 어떤 날은 혜진을 발가벗겨 놓고 포르노 비디오를 보며 그대로 흉내 내

보라고 강요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혜진은 성적 노예(奴隸)로 일 년 가까이 학

대받다가 가까스로 박 사장의 손아귀를 탈출 할 수 있었다. 혜진은 박 사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지역에 월세 방을 얻고 다시 식당일을 거들며 근근이 살아

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어느 날 소화도 잘 안되고 몸이 찌뿌듯해 병원을 찾

은 혜진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간암 말기의 판정을 받은 것이

었다. 혜진은 이야기 중간 중간 닭똥 같은 눈을 흘리면서 자신의 신세를 탓

했다.

 

 나는 병색이 완연한 혜진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면서 23년간 살을 섞다 이혼

한 진옥을 떠 올렸다. 이렇게 밤비가 내리는 밤에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

을까? 나와의 잘못된 인연을 가슴 아파 하면서 나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거나

다른 남자의 품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왜 진작 이혼을 하지 못했을까?’

자문하며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탓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내가 진옥

과 이혼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진옥은 결혼기간 내내 한 번도 가계부를 써

본 적이 없었다. 23년간 내가 봉급을 갖다 주어도 고맙다거나 돈 버느라 고생했

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늘 불평불만을 양 볼에 달고 다녔다. 둘째 아이

가 세 살 되던 해에 진옥은 직장을 다니겠다고 하여 나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 이후 이혼하기 전까지 19년 동안 나는 진옥의 월급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

었다. 어쩌다 내가 급여내역을 물어보면 남자가 별걸 다 묻는다며 짜증을 내거

나 ‘내가 돈 벌어 친정에 갖다 주는 줄 아느냐?’며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이혼

하기 전까지 나는 가장으로써 일 년간의 우리집 수입과 지출을 전혀 알지 못했

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다는 억울한 생각만 들었다. 이혼하면서 알게

된 가슴 아픈 사실은 진옥이 자신의 명으로 보험을 13개나 들고 있었으며 억대

가 넘는 예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너무 허탈한 나머지 정말로 내가 23년 동

안 제정신이 박힌 여자와 산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나에게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진옥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일

기도 하였다. 그때까지 우리 뒤에서 우리들의 슬픈 전력(前歷)을 들으며 혼자

술잔을 홀짝거리던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 세 사람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와 너무나 흡사하여 자리를 뜰 수 없었다고 하면서 아예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 합석을 요구하며 우리 세 명에게 일일이 술잔에 술을 따랐다. 나는 우리

일행의 성스러운 최후의 만찬에 불쑥 껴든 불청객에 당황하면서 그 남자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식이라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에게 희생된 피해자

라는 사실에 동질성을 느끼기는 했지만 퍽 내키지는 않았다.


 대현과 혜진 역시 나와 비슷한 감정이여서 탐탁치 않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우리에게 이야기 할 틈도 주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은 한

때 서울 여도에서 잘나가던 애널리스트였으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로

슈퍼 개미 반열에 오른 적도 있었다고 하였다. 그 역시 최고의 수익을 올릴 때

는 곧 재벌이 되어 자신의 원대한 뜻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발탁되어 자리를 옮기

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주식과 달리 펀드는 간접형태의 투자로써 수많

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거대 자본을 형성하여 장기적이면서 안정성을 우선

시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수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에게는 적합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자신도 투자자가 아닌 단타(短打)를 주 무기로 하는

투기꾼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며 한국의 버펫이 되기를 바랐던 사내는 자신이

굴릴 수 있는 수백억의 거금을 주식형펀드에 투자하여 큰 성과를 보이자 증권

가의 샛별로 등극하였다. 개인 입장에서 주식에 투자하여 이익을 보거나 손실

을 입더라도 자신의 일로 끝나지만 수많은 고객예탁금을 잘 굴려야 하는 펀드

매니저는 매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그는 자신의 시장 분석능력

을 과신(過信)한 나머지 상사(上司)들을 설득하여 민감주(敏感株) 펀드에 투자

할 것을 유도하였다. 펀드매니저의 분석이나 투자에 따라 한 기업체의 흥망이

달려 있으며,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 등 단위가 큰 기금을 운용하는 펀드매

저들의 순간의 실수나 주관적 요소로 인하여 나라의 흥망(興亡)까지도 영향

주게 된다.

 

 펀드매니저는 베타계수 즉, 변동성 계수를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펀드매

니저의 오판으로 베타큰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사내는

고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고(高) 베타종목을 대량으로 포트폴리오 목록에 올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펀드 역시 리스크를 감안하여 글로벌 펀드나

신뢰도가 높고 오래된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사내는 무시하였

다. 하락장(下落場)에서도 잘 버티는 방어주(防禦株)는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그는 결국 다른 퍼드매니저들과 짜고 민감주를 대량

으로 매입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하여 엄청난 손실을

입고 말았다.

 

 그 일로 인하여 사내는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렸다. 사내의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에 우리들은 그의 이야

기에 몰입하였다. 나는 사내에게 술잔을 건넸다. 그는 이야기 도중에 자신의

파란만장한 뒤안길을 돌아보는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눈물을 흘리곤 했

다. 회사에서 쫓겨난 사내는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까지 당하여 전재산을 잃고

말았다. 절치부심하던 사내는 오랜 고생 끝에 어렵게 종자돈을 마련하여 그의

전공인 초단타(超短打)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성을 잃고 주식시장에 뛰어들면

그 결과는 뻔 한 것이었다. 주식에서 계속 돈을 잃으면 잠시 그만두고 심산유

곡을 찾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아봐야 하는데 잃은 원금

때문에 밤잠을 못자고 안달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게 마련이다. 사내는

병까지 얻어 하루에도 서너번 수십 종류의 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사내는 개미들이 주식에서 실패하는 이유에 대하여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주식 시장은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시장을 미스터 마켓이

라고 하자. 마켓 아저씨는 뛰어난 통찰력을 지니고 외국인, 기관투자자, 개미들

머리 위에 군림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상태를 훤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미래에

취할 일거수일투족을 미리 알고 있다. 17세기 유럽에서 주식이 시작된 이래 누

구도 마켓아저씨와 싸워 완벽한 승리를 쟁취한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워렌 버

펫 조차도 완벽하지 않다. 즉, 투자자들이 1차 대전 때 창공을 날던 프로펠러

전투기를 몰고 있다면 마켓아저씨는 스텔스기를 몰며 투자자들과 전투를 벌이

는 것이다.


 결과는 보나마나 아닌가? 개미들은 수익을 낼 시점이 와도 투자를 하지 못하

고 투자하지 말아야 할 때 무리수를 두며 투자를 감행한다. 그러다 몇 번 쓴맛

을 보면 두려움이 커지고 극단적으로 이성을 잃고 군중심리에 매몰되거나 무모

해져서 미수에 차입금까지 끌어다 몰빵을 한다. 철저히 미스터 마켓의 의도와

정반대로 나간다. 또한 개미들은 남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수법을 자신만 알고

있는 특수한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동평균선, 5일선, 20일선, 지지선

과 저항선, 골든크로스(Golden cross)와 데드크로스(Dead cross) 따위는 주식투

자를 몇 달만 해보면 누구나 다 아는 고리타분한 방법이다. 소위 슈퍼개미라 자

칭하는 사람들이나 자칭타칭 주식의 달인(達人)이라며 매스컴에 등장하는 사람

들이 대박을 예고하는 종목을 선정한다고 하면 그런 사람은 100% 사기꾼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주식에 대하여 전지전능하다면 자신이 직접 투자를 하면 될 것을 돈

몇 푼 받고 증권사나 경제관련 TV에 나와 쓰레기 같은 하찮은 지식을 팔며 호

구지책(糊口之策)으로 삼겠는가? 일반개미들은 슈퍼개미가 주식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그만의 특수한 비법이 있다고 착각하며 슈퍼개미를 따라하려 한다. 그

러나 슈퍼개미도 내일의 주가를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 개미들의 비극은 가장

초보적인 기본을 무시하는데 기인한다. 그들은 주식시장의 격언을 처음에는 받

아들이지만 어쩌다 한 두본 달콤한 꿀맛을 보면 격언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장기 투자하라.’ ‘우량주에 분산 투자하라.’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무릎에서

시작하여 어깨에서 끝내라.’ ‘상투를 잡지마라’ 등등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선

배들의 고언(苦言)을 무시해버린다.

 

 몇 번의 우연한 꿀 맛으로 교만해진 탓이다. 그리고 바다건너 이야기 같은 자

의 허술한 논리를 앞세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에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오류 투성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면 이미 종자돈이 모두 소진되거나 몸

에 병이 깊은 상태가 되어 있다. 미스터 마켓은 어리석은 개미들의 피를 주식

(主食)으로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전지전능한 시장 아저씨를 상대로 개미들은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값비싼 게임을 즐길 뿐이다. 게임 중간 중간 들려오는

슈퍼개미 성공담은 개미들의 투기 심리를 조장하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일종

의 마약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이다. 슈퍼개미는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타

고 나야한다. 유명한 야구선수 이승엽 처럼 되기 위하여 대한민국 모든 타자

(打者)가 불철주야 노력해서 이승엽 처럼 된다면 야구장에서 관중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누구든 전업 투자자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내가 이승엽 처럼 홈런을 잘 칠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는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과 가족 주변의 지인들을 생각해서 조용히 솔잎을 먹는

송충이로 사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것이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오랜 세월

솔잎만 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뽕잎을 먹다 비명횡사한 소영웅(小英雄)의 시

체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중언(重言)이지만 이왕 개미가 되기로 작정했다

면 살아남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제일 먼저 귀를 무겁게 해야 한다. 기본적

으로 기본분석이나 기술분석의 능력을 키우고 주요 경제신제신문의 시황(市

況)을 접하면서 나스닥이나 다우지수, 코스피 혹은 코스닥 지수, 일본이나

중국 유럽의 증시상황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근본도 모르는 슈퍼개미의 성공담이나 시장에 넘쳐나는 작전세력들의 루머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부단하게 공부하면서 오로지 자신을 믿고 만년바위

처럼 무심, 무념, 무상의 상태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냉정하게 찾아가야 한

다. 슈퍼개미나 전설적인 주식의 영웅들이 알려준 길은 왕도(王道) 아니다.

내가 가야할 길은 평지 위에 난 아스팔트길이 아니라 오리무중(五里霧中) 속

에 있으니 동물적 감각으로 찾아가야 한다. 사내의 실패담과 성공담은 계속

이어졌다. 물론 일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우리들에게 가슴을 찌르는 비수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

다.

 

 혜진과 대현은 숨소리조차 죽여 가며 사내의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창밖에

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파도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댔다. 사

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했다. 달랑 불알 두 쪽 차고  전국을 누비며 방

랑하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그의 배는 복수(腹水)가 차서 남산만 했다. 그 역

시 간암 말기로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나는 간암 말기 환자가

어떻게 술을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50중반으로 보이는 사내의 좌우 뺨

에는 저승꽃이 피어 있었다. 사내가 죽음을 기다리는 힘없고 나약한 사슴

아 보였다. 나는 우리들의 일정을 말해 주었다. 사내는 우리들의 거사(巨事)에

참하고 싶다고 했다. 혜진과 대현은 나를 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 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당초의 계획을 약간 수정하여 우리는 사내와

함께 2차 장소인 단란주점으로 향했다.

 

 단란주점에서는 일체 주식이야기를 하지 말고 오로지 말초신경이나 원초적

본능에의존하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최대한 즐겨보기로 하였다. 사내를 새

로운 피안의 동행자로 영입하였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도우미 네

명을 불러 염부주(閻浮洲)에서의 마지막 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의 애창곡을 부르게 하였다. 혜진이 김수희의 ‘멍에’를

시작으로 ‘너무합니다’, ‘남행열차’ 부르며 홀 안을 뜨겁게 달궜다. 대현은 나

훈아의 ‘영영’을 시작으로 모창(模唱)하면서 여인들을 간드러지게 하였다. 나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가장을 혜진이에게 맡기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뱃속

에 든 내용물을 모두 쏟아내고 혜진이 건네준 약을 복용하니 속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나는 횟집에서 새로운 회원으로 영입한 사내에게 노래를 권하자 사내도 남진의

내며 분위기를 돋웠다. 사내는 노래를 마치자 피를 토했다. 분위기가 사그

라졌다. 그러나 우리들 중 누구도 119에 신고를 한다든지 병원에 연락하지 않

았다. 우리는 사내를 부축하여 주점을 나와 콘도로 향했다. 나는 다시 한 번 각

자에게 정말로 피안(彼岸)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동승할 각오가 돼 있느냐고 재

차 물었다. 그리고 A4용지를 한 장씩 주고 유언장(遺言狀)을 작성하여 제출하라

고 했다. 혜진은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서럽게 울었고, 대현 역시 눈물을 닦으며

고향을 향해 절을 올리며 연신 ‘어머니’를 불렀다. 사내는 유언장이 필요 없다면

서 마지막으로 술을 한잔 더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간단한 유언장을 작성하고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잠시 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기도를 마치고 나자 마

음이 편했다.

 

 나는 혜진과 대현에게 각자 준비해온 약을 꺼내라고 했다. 나는 혜진에게 눈짓

하여 약을 분배하라고 했다. 혜진이 음료수 컵에 농약을 5부쯤 채우고 수면

제를 30알 씩 나누어 주었다. 먼저 수면제를 입안에 털어 넣고 농약을 단숨에 마

시면 알약이 잘 넘어갈 거라 했다. 우리는 동시에 컵을 들었다. 새벽 4시가 막 넘

어 커튼을 치지 않은 유리창이 여명에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마치 돌부처처럼 앉아서 미동(微動)도 하지 않았

다. 나는 누가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다. 대현이 오랫동안 하나님을 섬겨왔다고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피안을 향한 동행길이 평안하고 무탈하기를 바

라는 기도를 해보라고 요구하였다. 대현이 울음 섞인 목소리를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며 어린양들을 천국으로 인도해달라며 절규하였다.

 

 나는 대현이 기도를 올리는 사이에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헝가리 출신 투자자 앙드레 코스툴라니의 달걀이론에서 주가

가 바닥을 형성한 상태인 페타 꽁쁠리(Fait Accompli) 같다고 생각했다. 대현의 장

엄한 기도가 나자 우리는 동시에 컵을 비웠다. 그리고 서로의 몸을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주요 TV 저녁 뉴스시간에 다음과 같은 소식이 전국에 전해

졌다.

 ‘강원도 속초시 소재 한 콘도에서 세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 나머지 해결 방법없자

여자를 포함한 네 사람 모두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하였습

니다. 다행히 네 사람 모두 조되어 같은 병원에서 위세척을 받았습니다. 병원 측에 의하면

수면제를 음료수복용한 상태라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깨어나는대로 정확한 동반자살 이에 대하여 추가적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

니다.’


  

 

 

 

 

                                                                                                                                           - 끝 -        

 

 

 

 

 

 

 

 

 

 

 

 

 

 

 

                                   _()_  긴 글 감상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곧 다른 작품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막바지 무더위에 건강 챙기시고 만사 형통 하시길 빕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서 여강 최재효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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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8.19 06:41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날되세요 _()()()_

  • 12.08.19 08:11

    좋은 글 귀감이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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