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통명산 산행 이야기
o 일시: 11. 4. 17.(일)
o 장소 : 곡성 통명산(764m)
o 산행 길 : 광주→곡성→오곡면→ 구성리→ 통명산
※ 산행시간 : 3시간 40분(8Km)
o 참석자(10명) : 경문, 금연, 기주, 동진, 두열, 순태, 시영, 환기, 영란, 윤숙(운전: 시영, 환기)
‘곡성 통명산 산행’은 애시당초 3월 20일에 산행하려고 했으나 당일 아침에 비가 내려 취소하였다. 이를 4월로 연기하였다.
곡성의 제1명산을 동악산(도림사가 있는 산)을 꼽는 데에 이견이 없지만 동악산은 곡성 제1봉은 아니다. 곡성의 제1봉은 통명산(764m)이다.
통명산에 가려면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곡성읍을 거쳐 오곡면소재지로 간 다음 구성리 쌍구마을로 가야 한다. 오곡면 소재지에서 죽곡 방향으로 가다가 ‘구성재’를 찾아가면 되는 데 ‘구성재’에 도착하기 직전에 도로 오른쪽에 주차장과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는 등산로 표지판이 있고, 나무계단이 있다. 이곳에서 10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 곳을 택한 이유는 완만한 산행을 하기 위해서다. 산행 길은 ‘구성재’에서 시작하여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어서 편안하고, 힘도 들지 않아서 좋다.
4월의 봄 날은 따뜻해서 좋고, 간간이 피어있는 진달래의 화사한 분홍꽃이 봄날의 여흥을 돋우고 있다. 통명산의 식생은 거의 도토리 나무 계열이 주를 이루고, 간간이 소나무, 단풍나무, 두릅나무, 진달래, 철쭉, 산죽이 자라고 있다.
통명산은 구성재에서 1.2km 라는 데 이 산 어디에도 ‘통명산’ 정상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고, 가끔 나타나는 안내판이 있음에도 앞서 걷던 기주친구가 주부산으로 이끌고 말았다. 그러니 친구들은 통명산에 와 있으면서도 ‘통명산이 어디냐?’고 묻는 것이다. 주부산은 죽곡쪽 산으로 통명산과 연결되어 있다. 주부산을 찍고 돌아 나와 능선을 타고 통점재 방향으로 걸었다.
산 길을 걸으면서 화사한 진달래를 한 모금 가득 입안에 넣고 봄 날을 만끽하듯 오물오물 씹는다. 봄의 향기가 입안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날씨가 워낙 따뜻해서 겉 옷을 벗고 산행을 하는 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옷도 축축해졌다. 맥주로 땀을 식히는 경문, 막소주를 즐기는 황금연, 시영, 딸기와 다시마전, 찰밥을 즐기며 휴식하였다.
능선을 타고 산행을 해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제법 재미 있었고, 산 길은 활엽수가 발목이 빠질 정도로 가득 쌓여 있어서 쿠션이 아주 좋았다. 연인들은 잠시 쉬면서 사랑을 나누어도 시몬스침대는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이 산은 알려지지 않은 산이어서 등산객은 우리 말고는 아예 없었고, 산행 길을 알려주는 리본도 어쩌다 볼 수 있을 뿐으로 적적하기 조차 하였다. 그러니 연인들이 사랑을 나눈들 누가 엿보기나 하겠는가?
양지바른 헬기장 바닥에는 할미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어렸을 때 양지바른 밭둑이나 묘소 주변에 흔하게 피어 있던 할미꽃은 산업화 시대 오염에 찌들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그만큼 오염에 약한 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 통명산에서 할미꽃 군락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기 그지 없었다. 시영이와 기주는 할미꽃을 캐어 가방에 담아 가지고 간다는 데 할미꽃이 도시에서 온전하게 자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또한, 두릅나무가 제법 많았다. 이제 갓 움을 틔우고 있는 데 앞으로 1주일 후면 잎이 피어날 것이다. 식물에 남다른 관심이 많은 기주는 ‘겨울을 지내고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봄 나물이나 나무의 새순을 데쳐서 먹어야 힘이 난다’고 했다. 두릅나무는 이 곳 통명산 이외에도 주로 너덜겅 지대에 많이 자란다. 두릅나무 새순을 따려면 너덜겅 지대를 잘 살펴보면 될 터이다.
통명산은 명당이 많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고려 건국공신인 신숭겸과 조선 태종시대 활약한 마천목 장군이 이곳 통명산 자락 태생이다. 큰 사람은 지기(地氣)를 타고 난다는 것은 오랜 역사가 확인해주고 있는 사실이자 과학이다.
그럼에도 무심히 버려져있는 고총이나 파묘된 봉분을 볼 때 세태의 변화도 알 수가 있다. 가족간 유대를 강화하고 어버이를 봉양하고, 효도하며, 선조의 산소를 지극 관리하는 마음들은 도시화, 산업화, 특정종교의 영향으로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난 우리들은 보릿고개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지만 퐁요롭고, IT 등 신기술이 넘쳐나는 신세대 사이에 낀 우리들은 자녀들이 1~2명에 불과하고, 설령 나처럼 4명의 아들이 있다한들 노년을 아들들이 보장해 줄 수 있을까?
기주 친구는 아들이 하나인 데 시대의 변화와 함께 노후를 보장받지 못함은 물론 묘소 관리도 못할 것이니 ‘아예 생명이 다하면 수목장으로 할 것’ 이라고 말한다. 수목장을 논할 정도로 우리는 중년의 길을 걷고 있다. 멀리 하늘을 쳐다본다. 봄 하늘은 무심할 뿐!
이 산 이 곳 저 곳에는 앙상한 도토리 나무 숲에 활짝 핀 벚나무가 요염함을 뽐내고 있다. 벚나무들은 새들이 벚나무 열매인 버찌를 먹고, 씨앗은 똥속에 쌓여 배설된 후 싹이 트고 자라난 것들이다. 그렇게 벚나무들은 세대를 이어 번식하고 있다.
도시를 떠나 한적한 산 길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평화로움을 만끽하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을 찾게 되면 답답한 사회로부터 벗어나서 좋고, 산행에 올인함으로써 갖가지 걱정거리도 잊게 되는 것이다. 하여 무심히 걷고 또 걸으면서 중년의 날들을 보내고 있음은 다행일까?
달마다 친구들과 함께 하루를 즐기기 위해 산행할 곳을 고르고, 운전당번을 지정하고, 산행코스를 선택하고, 산행시간을 결정하는 것도, 산행하고 나서 산행후기를 기록하는 것도 조금은 번거롭지만 즐겁게 담당하고 있다.
산행을 하는 것은 산 정상을 밟는 것이 목표도 아니요. 산행시간에 얽매여 있는 것도 아니므로 길을 걷다가 쉬고 싶으면 그늘이 있는 곳에 자리를 펴고 간식을 먹는다. 맥주, 소주, 오디주, 매실주가 있고, 파프리카, 딸기, 거봉포도, 싱싱한 광어회, 쑥떡, 다시마전, 찰밥, 바나나를 먹는 즐거움을 나누며, 영양도 보충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다.
통점재를 향해 가다가 구성마을로 내려가도 되는 데 차량을 구성재에 주차해 놓았으므로 ‘원점 회귀형’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통점재에 이르기 전에 되돌아 서서 구성재를 향해 돌아섰다.
'산줄기는 물을 넘지 않고, 산은 곧 물을 나눈다'는 말이 있는 데 통명산, 주부산과 곤명산을 잇는 산줄기가 섬진강과 보성강을 나누고 있다.
출발지에 도착하니 오후 2시 10분! 산행시간은 3시간 40분이 걸렸다.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곡성군청에 문의하니 섬진강변 ‘별천지식당’과 ‘용궁가든’을 추천해 주었다. 곡성쪽에서 섬진강을 따라 구례쪽으로 가다 ‘별천지식당’에 가니 손님이 바글바글하여 들어갈 수 없어서 압록철교 부근 ‘압록가든’으로 갔다. 이 곳은 예전에도 와 본 곳인 데 압록주변에는 참게탕이나 참게+메기잡탕이 먹을 만하다. 섬진강변에 앉아 오후 한 나절을 보내고 있는 데 강변의 벚꽃이 우수수 떨어져 봄바람에 하늘에 수놓는다. 마치 눈발이 흩날리듯 뿌려지는 광경은 정말 멋있었다.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섬진강에도 벚꽃이 사뿐이 내려앉아 떠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봄 날은 하염없이 가고 있다.
진달래 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어여쁜 아가씨의 연분홍 주름치마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처럼 휘날리어 봄 날에 생각나는 음악 한 소절은 ‘봄 날은 간다’가 불현듯 떠오른다. 황금심의 구성진 가락이 그립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 날은 간다.
첫댓글 봄날은 간다~ 친구들과 하롱거리는 꽃잎을 즐기는 그대들이 마냥 부럽다.즐겨 담당하는 수고하는 친구가 있기에 함께 산행한 가분(?)으로 같이 즐긴다. 고마우이~! 좋은 친구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