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걸음 후기
자연학교 등교 일정 예기치 못한 차질에 생긴 칠월 초순 화요일이다. 전날 통도사 산문 무풍한송로를 걷고 집에 닿은 저녁 식후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여정을 몇 줄 글에 남기려고 노트북을 켜 워드를 입력하다 자판에 커피를 엎질렀다. 금세 전원이 불통이라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잠에 들어 한밤중 깨었다. 날이 밝아오길 우두커니 기다려 다른 일에 앞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노트북 장애가 없었다면 밀양을 찾아 영남루 올라 아동산을 거쳐 삼문동 솔밭을 둘러올까 했는데 길을 나서지 못했다. 가전제품 서비스센터 업무 시작에 맞춰 수리 의뢰를 맡기니 문제가 간단하지 않아 난감하다. 메인 보드까지 교체해야 하는데 부품 재고가 없어 공장에서 출고되길 기다려야 할 처지였다. 하루 이틀이 아닌 당분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니 갑갑하기 그지없다.
상남동 시내로 나간 걸음에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으로 향해 대출해 읽은 책은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두 권 빌렸다. 거기 열람실도 정보화 기기를 이용할 수 있으나 사용한 바 없어 자주 드나든 대산 평생학습센터로 향했다. 창원역으로 나가 1번 마을버스로 가술에 닿아 국숫집에서 먼저 점심을 해결했다. 이어 젊은 사서가 혼자 지키는 작은 마을도서관 열람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전날에 못 남긴 생활 속 글을 써 가락문학 카페와 몇몇 지기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이어 오늘 자 생활 속 글은 집으로 가도 노트북이 없어 남길 수 없는 처지다. 주변에 유상으로라도 노트북을 며칠 대여 받아 쓰고 싶으나 가전제품 서비스센터 기사도 그런 사례가 없다는 회신이 왔다. 나에게는 발품 판 현장에서 글감이 생기는데 종일 도서관에 머물러 어제 본 풍광을 되새김한다.
대산 작은 도서관 데스크탑 컴퓨터로 어제 통도사 경내로 들면서 본 비비추가 떠올랐다. 엊그제 삼정자동 마애불상 앞에서도 본 꽃이었다. 통도사 무풍한송로 숲 바닥은 싱그러운 맥문동이 지피식물로 가득 자랐다.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꽃대감 친구가 가꾸는 꽃밭에도 맥문동과 비비추꽃은 봤다. 거기는 참나리와 백합과 원추천인국꽃까지 어울려 피어 초여름 계절감을 드러낸다.
통도사 일주문 근처 고승 사리탑을 지나 목백일홍은 아직 개화 때가 일렀다. 내가 사는 창원 도심 창이대로와 원이대로 중앙분리대 조경수로 자라는 배롱나무다. 고목 매실 그루가 선 영각 뜰에서 약사전 앞으로 간 연지에는 수련꽃 송이가 하얀 꽃잎을 펼쳤다. 돌담 축대 위에는 덩굴로 뻗어 자란 능소화가 주황색 꽃을 무더기로 피웠다. 땅바닥은 동백꽃 낙화처럼 송이가 깔렸다.
절집 마당 연못 수련과 석탑의 배경이 되어준 능소화를 완상하고 청법전 바깥으로 나갔다. 개울을 건너 안양암 가는 언덕에서 보경호 가는 출세길 숲을 걸었다. 산문 절집에서 바깥 세속으로 나간다는 뜻의 ‘출세(出世)’다. 아직 하안거에 들지 않은 먹물 옷을 입은 스님들이 몇 분 지나쳤다. 근년 인공호수로 만든 보경호는 연은 가꾸지 않아 연꽃 대신 개구리밥만 동동 떠 있었다.
자장암과 극락암으로 나뉘는 갈림길 너른 터는 휴경지로 보리싹만 무성했다. 늦여름에 메밀을 심어 가꿔 메밀꽃이 절정일 때 다시 들러 보련다. 출세길을 되짚어 나와 큰절 공양간에서 비빔밥으로 요기하고 산문을 나오다 카페 송수정(送愁亭)에서 시원한 커피를 받아 야외 쉼터에 앉아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시 머물렀다. 근심을 보낸다는 이름에 어울리는 멋진 천변 풍경이었다.
신평 터미널에서 물금역으로 나가 창원중앙역으로 복귀한 엊저녁 노트북 장애로 서비스센터에 맡겼다. 자고 난 아침에 ‘통도사 능소화’를 남겼다. “장맛비 그친 틈새 찾아간 영축 총림 / 영산전 매실 그루 낙과는 진작이고 / 연지에 수련 꽃송이 하얀 꽃잎 펼쳤네 // 약사전 축대 위로 덩굴로 뻗어 자란 / 능소화 제철 맞아 주황색 꽃을 피워 / 동백꽃 낙화를 보듯 송이째로 깔린다” 26.07.07
첫댓글
울산 가까이 왔다 갔구나.
送愁亭 앞을 늘상 지나만 갔을 뿐
한 번도 카페문을 연 적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