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어쩔 수 없이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을 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하는 거짓말은 대개 사소한 거짓말이 대부분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해서, 또는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해서 하는 가벼운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누군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덕담과 칭찬을 해 주면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물론, 정말 뭔가를 잘해서 칭찬해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조금 부족한 사람에게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면 비록 거짓말이라도 기분이 정말 좋아질 것이다. 이럴 경우 '선의의 거짓말'이다. 그래서 하얀 거짓말은 흔히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거짓말인 것이다. 영어에도 선의의 거짓말이 있다. 'white lie'라고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하는 말은 매우 악의적이고 거의가 새빨간 거짓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국민을 상대로 잘도 속인다. 그래서 질이 아주 나쁜 거짓말인 것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정치혁신안을 발표했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 사전 승인제 도입, 출판기념회 수입비용 선관위 위탁으로 투명성 강조, 직무와 관련이 없는 금품수수에도 처벌하겠다는 이른바 김영란 법 적용, 경조사비용, 선물비용 정액상한제 도입, 특권방지법 제정, 국민소환제 등 이었다.
하지만 김한길이 제시한 이 개혁안은 같은 당의 박지원으로 부터도 인기영합설에 불과하며 물리적이자 실효성 제로라고 공개 면박을 당했고, 친노 강경파들은 방안도, 방향도 틀렸다고 비판을 받았다. 특히 김한길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펴온 친노 강경파인 정청래는 그의 트위터를 통해 김한길의 혁신안은 "감동없는 드라마"라고 혹평한 뒤, "국민은 자학적 제살깍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당다운 야당이 되라는 겁니다. 번지수 찾기가 이렇게도 어렵나요?"라고 격하게 힐난하기도 했다.
김한길이 제시한 개혁안이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도 냉소를 당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제시한 내용들이 지극히 감성적이고 말단지엽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개혁의 본질로부터도 거리가 먼 내용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떤 내용은 이제 막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숙지해야할 윤리준칙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모처럼 작심하고 내놓은 김한길의 개혁안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로부터 비웃음만 사게 되어 역시 거짓말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숱하게 공약한 진짜 정치개혁안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동안 선거 때만 되었다 하면 큰소리 탕탕 치면서 공약한 의원 세비 30% 삭감, 불체포특권 포기, 면책특권 포기, 여야 동시 국민경선참여제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안은 몰래 감추고 엉뚱한 방안만을 주장하니 새빨간 거짓말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기를 쓰고 안달하는 이유도 이런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목적일 터인데 설령 거짓말쟁이 사기꾼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특권을 쉽게 놓을 리가 만무할 것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모리배들은 또 있다. 안철수 신당에 참가한 윤여준은 설 연휴전만해도 안철수 신당은 6.4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모두 후보를 낼 것이고 단일화나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했다. 특히 가장 늦게 안철수 신당의 공동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성식은 자기가 있는 한 야권연대나 단일화는 일체 없다고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기도 했다.
그랬던 안철수 진영에서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연대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소통위원장인 송호창은 "상황이 바뀌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냥 나 홀로 가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감각에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윤여준은 "우리로서도 야권연대는 딜레마"라며 ‘국민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민하게 따라가 봐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신당은 그동안 야권 연대론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어왔다. 안철수 자신도 "야권 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말이 이렇게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도 거짓말쟁이 대열에 동참할 준비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야 한 때, 호남지역에서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올 때는 ’단일화는 없다‘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지만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역전을 당한 지금의 상황에 따라 또 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새정치는 고사하고 ’정치는 현실이다‘라는 이름아래 또 하나의 카멜레온 정당이 출현할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새정치에는 원래 새정치가 없다. 새정치라고 입을 떼는 순간 새정치는 사라지고 구태정치로 변하기 마련이다. 원래 거짓말쟁이나 사기꾼들은 헌정치를 새정치로 포장하는 기술만 발달되었지 정말 새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지키지도 못할 거짓말 만 남발하다보니 허구한 날 정치인하면 새빨간 거짓말쟁이, 또는 정치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작년 일 년 내내 노숙자 생활만 했던 김한길이 뜬금없이 정치개혁을 하자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로 들리지만, 걸핏하면 새정치를 주장하고 다녔던 안철수의 말도 역시 새빨간 거짓말로 들린다는 점에서 이 두 사람은 난형난제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