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를 넘기면서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께서는 평균 100시대를 살고있는 우리 모두에게 멋진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김교수님께서 슈바이처 박사의 자서전을 온몸으로 통독通讀하며 깊은 감동을 받은 다음, 자신의 인생지도人生地圖를 명료하게 그렸으며 그후 이를 나침반으로 삶아 온몸을 던져 향상向上의 영성여정靈性旅程을 이어오셨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김교수님의 <백년을 살아 보니>(덴스토리, 2021)란 책 소개를 드렸었습니다.
이번에는 김교수님의 이와 같은 인생여정의 원동력의 또 다른 한 축은 40세부터 쓰기 시작한, 참나 찾기를 위한 ‘일기 쓰기’ 습관에 있다고 사료되어, 《백세 일기》 가운데 머리글과 맺음말을 포함해 그 핵심내용을 발췌해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군더더기: 참고로 저의 경우 20세 때 선도회 종달 선사 문하로 입문해 비록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성찰[참선수행] 일지日誌나 주지週誌 또는 월지月誌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스승께서 입적하신 때인 35세부터는 선도회 제2대 지도법사 직을 수행하며 길벗[道伴]들과 함께 선도회 홈페이지를 통해 성찰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덧붙여 지난 5월부터는 개인적인 자료 등을 포함해 용량 제약이 없는 성찰글을 네이버 개인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 2일 어려움이 없는 곳[無難軒]에서 거사 법경法境 합장
매일 잠들기 전 써내려간 충만한 삶의 순간들
책 소개:
김형석 지음 《백세 일기》 (김영사, 2020년)
머리말
나는 40이 되면서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30까지는 가정의 보호와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30부터는 나 자신의 인격과 자아를 형성하고 싶었다.
(생략)
40을 넘기면서부터는 내가 하는 일들이 사회적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학교 교육은 물론 사회 교육의 결실도 열려 있다는 경험이 쌓이기 시작했다. 비교적 많은 일을 했고 지금도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은 왜 하는가. 그 해답은 간단하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100명의 사람이 100가지 일을 하는 것 같아도 그 목적은 다 같다. 나로 인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노력이다. 그러니까 일하기 위해 배우고, 배움이 더 값있는 일을 가능케 하리라는 삶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일을 위해서는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살피며 반성해보아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은 자주 보면서, 자기 인생과 인격을 위해서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나는 나 됨을 찾아 성장하고 새로워지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기 쓰기’를 한 것이다.
(생략)
일기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3부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
100번째 새해를 맞는 마음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새해가 성큼 다가왔다. 나에게 새해가 온다는 것은 인생의 석양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과거가 길어질수록 미래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 1년 동안 바쁘게 많은 일을 했다. 강연의 횟수를 헤아려보았다. 모두 183회 이틀에 한 번씩 강연을 한 셈이다. 집필도 1년 내내 계속했다. 조선일보 주말섹션 ‘아무튼, 주말’에 매주 글을 보냈고 동아일보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칼럼을 송고했다. 합하면 60여 편이 된다.
저서도 몇 권 출판했다. 계간지 <철학과 현실>에 3년간 연재한 글들이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서점에 나왔다. 기독교 계통 TV에서 강연한 내용은 《왜 우리에게 기독교가 필요한가》라는 책이 되었다. 성경 강좌 일부인 《교회 밖 하나님 나라》도 출간했다. 철학계 후배와 제자들이 집필한 《영원과 사랑》이 출판되었다. 나의 사상과 삶에 관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비교적 옛날에 썼던 글들은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 등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내 나이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뿌듯한 마음을 갖는다. 독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략)
금년으로 만 100세를 넘긴다. 무엇인가 더 새로운 정신적 열매를 남기고 싶은 심정이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더 많은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는가에 있는 것 같다. 더 오래 우리 곁에 있어달라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그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4부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
젊은이들을 보면 뜨거워진다
나는 지금도 강연을 많이 하는 편이다. 금년에는 8월 중순까지 150회가 넘었다. 강연을 끝내고 나면 세 가지 반응이 있다.
먼저 소수는 강연 내용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정치적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갖는 사람들과 종교적 선입견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스님들 중 많은 사람이 내 책의 독자이고 신부님들 중에서도 성당의 강사로 나를 초청하는 경우가 있다.
개신교 보수 신앙을 강조하는 지도자들은 나와 거리가 있다. 그런 이들은 정치나 신앙이 각자의 선택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나 자신도 나와 같은 정치관이나 신앙이 최선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선택과 개선을 위한 견해 중 하나로 받아주면 된다.
(생략)
요사이는 100세라는 나이 때문일까, 공자와 석가의 교훈을 떠올리기도 하고 성경을 자주 읽어보곤 한다. 예수는 33년 생애에서 3년 3개월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십자가에 달리기 전날 목요일의 기록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세상 떠나기 직전에 예수는 당신의 죽음을 포함한 생애보다 제자들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들을 통해 인류에 남기고 싶은 유언이었다.
(생략)
맺음말
(생략)
나는 우리 사회를 불행과 고통으로 끌어들인 문제의 핵심은 아주 평범한 ‘공동체 의식’을 상실했거나 포기한 데 있다고 본다. 솔직히 말하면 더불어 살 줄 모르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대화의 필요성과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투쟁해서 승자가 되면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고방식이다. 그 정도가심해지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편 가르기를 예사로이 여긴다. 집단적 투쟁이 사회적 정의의 길이라고 착각한다.화합과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사라지고 있다.그 결과는 사회적 고통과 파국이 된다.
최근에는 세대 간의 간격과 갈등까지 합세하는 현상이다. 청년의 ‘지성을 갖춘 용기’는 소중하다. 장년의 ‘가치관이 있는 신념’은 필수적이다. 노년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도 있어야 한다. 이 3세대가 공존할 때 우리는 행복해지며 사회는 안정된 성장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젊은 세대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며 늘어나는 노인 세대는 소외당하는 세태로 변하고 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의 불행이며 사회적 퇴락을 자초할 뿐이다.
이런 우려와 반성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여러 분야에 걸친 글을 썼다. 그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다고 본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도 <100세 일기>를 읽는다고 인사하며, 가족이 함께 즐긴다고 고마워한다. 서울서 가까운 지방에 갔을 때는 내 글을 노인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 교재로 사용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안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함께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에 김영사에서 그 글들을 추려 한 권의 책을 펴낸다. 노년 독자들에게는 선물이 되고 청장년 독자들에게는 우리도 100세가 될 때까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감사하겠다.
2020년 4월에
김형석
한 세기의 무게가 담긴 단단하고 빛나는 삶의 기록
매일 밤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쓰는 노교수의 성실한 삶의 자취.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고마움, 사랑, 그리움.
어제보다 더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의 고백.
“내 나이 100세. 감회가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산과 자연은 태양이 떠오를 때와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가장 아름답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100세에 내 삶의 석양이 찾아들 때가 왔다.
아침보다 더 장엄한 빛을 발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
- 본문에서
관련 이전 자료:
책 소개: 김형석 지음 <백년을 살아 보니>
https://blog.naver.com/seondopk/222778204933
함께 읽으면 좋은 관련 책 소개:
책 소개: 『오강남의 생각』(현암사, 2022년)
http://www.seondohoe.org/139983
책소개: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오강남 지음
http://www.seondohoe.org/138558
* 참고: ‘매일 밤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쓰는 노교수의 성실한 삶의 자취’ 관련해 함께 살피면 좋을 것 같네요.
군더더기: 사실 김교수님께서는 2년 전과 1년 전의 과거 오늘과 현재의 오늘을 비교하며 얼마나 ‘참나 찾기’ 공부가 向上되었는지를 자증自證, 즉 스스로 검증하며 1년 뒤 미래의 오늘을 철저히 예견하는 삶을 이어오셨다고 사료됩니다.
법경 합장
우리에게 잃어버릴 꿈은 있는가? (<금강신문>)
http://www.seondohoe.org/1503 (2011.03.18.)
참고로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은 《무탄트 메시지》(말로 모건 지음/ 류시화 옮김)란 책에서 생일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단지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작년보다 올해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됐다는 걸 축하하는 것이다.”
- 본문에서 발췌
[출처] 김형석 지음 《백세 일기》 (김영사, 2020년)|작성자 무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