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못 썼다 ㅠㅠ
“해리, 일어나! 오늘은 시간표 받으러 일찍 가야 한단 말이야.”
누군가 내 귓가에서 높은 목소리로 종알거린다. 페투니아……가 아니네? 어, 그리고 보니 나 호그와트 입학했구나.
“좋은 아침~”
나는 눈을 반쯤 들어 올려 드레이코를 확인하고는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헤에, 포터라고 부를 줄 알았는데 해리라니 의외다. 나는 킥킥 웃고는 드레이코의 목덜미를 답싹 끌어안았다. 오, 이거 크기가 맘에 든다. 조그맣고 말이지.
“해…해리?!”
“헤헷, 너희들도 좋은 아침~”
나는 드레이코를 얼른 놔 버리고는 다음 제물(?)에게 매달렸다. 내 미련 없는 작태에 드레이코가 멍한 표정을 짓는 게 보인다. 너무 매달리는 남자는 매력 없는 법이거든. 응, 그렇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던 나는 처음 보는 아해에게 물었다.
“…네 이름은?”
“시…시어도르.”
“너 맘에 든다.”
그러니까 크기가. 드레이코보다도 작고 마른 편인 시어도르는 내 품에 착 감겼다. 해리보다도 작다니! 나는 시어도르를 곰인형 껴안듯 껴안고 정신줄을 놓쳤다. 아…역시 졸리다.
“포터?!”
“나 포터 아냐…….”
헛소리를 하며 다시 까무룩 자려고 하는 나를 방해한 건 나에게 뻣뻣하게 안긴 시어도르도 아니요, 어리버리하게 날 보는 드레이코도 아니요, 뒤에서 인간방패처럼 서 있는 크레이브와 고일도 아니고 테리였다. 나와 시어도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테리는 기어코 내 품을 쟁취하고는 그르릉그르릉 만족스러워했다. 나는 멍하니 테리를 내려다봤다.
“안 일어날 거니, 해리?”
“아냐, 일어날 수 있어.”
난 할 수 있다고. 드레이코의 말에 고개를 저은 나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면서 비척비척 일어났다. 밥 먹어야지 밥.
“잠깐, 잠옷 입고 연회장에 갈 건 아니지?”
어라, 그리고 보니 나 잠옷이네. 그냥 가면 안 되나? 내가 눈빛으로 물어봤지만 애들의 표정이 별로 밝지 않다. 음…안 되나 보다. 결국 망토로 갈아입고 연회장으로 갈 때까지도 난 잠에 취해 흐느적거렸다.
“해리, 이리로 와.”
너희들은 내가 몇 살인 줄 알고 애처럼 챙기려는 거니. 아, 나 11살이었던가? 내가 멍을 때리는 사이에 시어도르가 날 끌어다 테이블에 앉혔고, 드레이코는 자연스럽게 내 반대쪽 옆을 차지했다. 몇 년째 이렇게 앉아 온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네. 다른 슬리데린 1학년들은 이미 밥을 먹는 중이었다.
“거기 있는 애는 누구니?”
블레이즈 자비니로 보이는 훤칠한 흑인 아이가 드레이코에게 물었다. 설마 거기 있는 애가 나는 아니겠지? 근데 어쩐지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해리 포터. 설마 모르는 애도 있었나?”
“해리 포터라고? 안경을 안 써서 못 알아 봤어.”
드레이코가 뻐기는 듯한 어조로 대답했지만 블레이즈는 그것엔 별로 신경 쓰지 않고는 살짝 놀란 얼굴로 내 얼굴을 훑었다. 안경을 안 썼다고?
“어? 안경?”
블레이즈의 말에 더듬더듬 얼굴을 만져 보니 진짜 안경이 없다. 헤에, 어쩐지 세상에 뵈는 게 없더라니. 원래 내 눈은 양쪽 1.5였기 때문에 안경을 자주 빼먹는 게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니까. 난 납득하며 접시에 대충 음식들을 담았다. 근데 뭐가 뭔지 잘 안 보여.
“그것 보면 해리는 안경 안 쓰면 거의 다른 사람 같아. 안 그래?”
“그러게.”
그건 김구 안경이 너무 임펙트 있어서 그렇겠지. 현실에서 안경 벗으면 미소년으로 변하는 해리 포터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이 소설이 변신물도 아닌데. 나는 접시의 딸기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어라아? 딸기에서 방울토마토 맛이 나네?”
“…그거 방울토마토야. 해리.”
결국 밥을 다 먹고 안경까지 챙겨 쓴 후에야 내 정신은 상쾌해졌다. 그리고 난 곧 안경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안경을 쓰고 기숙사에서 나오자마자 처음 보는 아해들이 내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경 바꿀까.
게다가 원작의 해리와는 다르게 내 주위에는 슬리데린 1학년생들이 줄줄 따라다녔으므로 어디서든 눈에 튀었다. 내가 일진이냐!
“저기, 봐.”
“어디?”
“백금발 머리 아이 옆에.”
“안경 쓰고 있어?”
“얼굴 봤어?”
“흉터 봤어?”
특히나 드레이코의 백금발은 머어얼리서도 반짝반짝 잘 보였기 때문에 완전히 해리 포터의 이정표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뭐, 다행히 드레이코는 내 옆에서 주목을 받는 데에 만족하는 것 같았지만. …역시 난 기숙사 잘못 온 것 같아. 민망해 죽을 것 같다.
첫 번째 수업인 약초학이 끝나고(약초학은 나름대로 즐거웠다) 하릴없이 슬리데린 무리를 이끌고-난 절대 리더가 될 생각이 없는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돼버렸을까-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복도를 돌아가던 중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론 일행과 마주쳐버렸다. 론과 그 옆의(아마도 시무스와 딘으로 보이는)그리핀도르 학생들의 얼굴에 내 뒤를 따르는 슬리데린 1학년생 무리를 보고는 당황한 표정이 스쳤다.
…이해해. 원작에서도 슬리데린이 이렇게 몰려다니지는 않았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거든. 뭐, 지금은 첫날이라 그러는 것이고 조금 지나면 이제 친한 아이들끼리 몰려다니게 될 게 분명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속으로 한숨을 내쉰 나는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아, 용기. 용기가 필요하다!
“안녕, 론!”
“아…안, 안녕?”
론은 화들짝 놀라서 더듬거리며 인사를 받았다. 내 근처에 있는 슬리데린 아이들이 키득거리는 게 들려왔다. 그에 론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른다. …이런, 아무래도 지금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는 건 여러모로 무리라고 판단한 나는 살짝 난감한 미소로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하고는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방금 그 애들, 그리핀도르 아냐?”
“맞아. 근데 그리핀도르는 용기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었던가? 아무리 봐도 별로 용기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 말야. 멍청하게 말 더듬는 꼴이라니.”
슬리데린 수십 명이 길막을 하는데 당황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용자이긴 하지. 하지만 그리핀도르라고 해도 그런 용자는 손에 꼽을 것 같다.
“해리, 저런 녀석들하고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어.”
시어도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슬쩍 드레이코를 보니 내 눈을 스윽 피하는 것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적어도 드레이코가 내 교우관계에 태클을 걸진 않겠군.
“친하게 지내지 않을 필요도 없잖아.”
“그리핀도르 애들은 편견이 심해. 방금 걔네들 표정 봤잖아?”
…그러니까 그 표정은 오해라니까. 하지만 편견이 심하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그건 그래. 걔네들은 슬리데린을 무슨 마족 소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
“음…뭐,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그래도?”
“귀엽지 않니?”
“귀…귀여워?”
후후후 작게 웃는 나를 못 볼 걸 본 표정으로 멍하니 보던 아이들에게 싱긋 웃어준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너희들도 귀여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자, 다음 교실이나 가자.”
사흘 동안 경험한 바에 따르면 호그와트 지리는 엄청나게 복잡해서 문과 계단, 복도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계단이 움직여서 통로가 바뀌는 건 예사요, 문으로 통하는 장소도 마구 바뀌는 데다 어딘가를 들어갈라치면 조각상을 만져야 열린다든가 문고리가 말을 한다든가, 거의 미궁에 온 기분이었다. 물론…나는 절대로 길을 잃는 법이 없었다.
“포터, 거기가 아니야!”
“해리, 저건 이걸 이렇게 문지르면 되는 것 같던데.”
“이것 봐, 저기로 가야 할 것 같아.”
피투성이 바론 씨가 의외로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시기도 했고, 일단 내 기억력도 무시할 게 못 되는데다가 드레이코를 위시한 1학년생들 중 한 명은 꼭 길을 제대로 알고 있었고, 모르는 길이 있더라도 눈에 엄청 띄는 슬리데린 1학년들을(사실은 나를) 발견한 슬리데린 선배들이 금세 나타나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몰려다니는 걸 즐기는(?) 슬리데린이긴 하지만 개인 활동은 또 중요시하는 아이들이라 수업들이 끝나면 자유시간은 따로따로 즐기고는 했다. 다른 사람에게 필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것이 미덕이랄까. 그래서인지 슬리데린 아이들은 이제 내가 그리핀도르 애들이랑 인사하는 것을 세기의 미스터리쯤으로 치부하고 그냥 무시하는 것 같다. 흠, 그건 다행이군.
“어…안녕 해리? 오늘은 혼자네?”
몇 번 오며가며 내 쪽에서 먼저 인사해서인지 처음으로 론이 나를 발견하곤 아는 척을 해 왔다. 하긴, 혼자 돌아다니는 게 처음이었지 나도? 지금 나는 바론 경의 길안내를 받아 처음으로 도서관이라는 곳을 혼자 가보려던 참이었다.
“뭐, 간만에 찾은 자유지.”
살짝 놀라는 눈치인 론에게 나는 웃으며 과장스럽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솔직히 슬리데린 애들이 날 붙잡고 놔주지를 않아서 조금 곤란했거든.”
아무리 슬리데린이 겉으론 쿨해 보여도 속으로는 꽁한 기질이 있어서 무턱대고 빠져나왔다간 두고두고 기억할 게 뻔해서 말이지. 참 내적으로 복잡한 아이들이라니까.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 내 농담 섞인 진담에 론도 농담어린 어조로 말했다.
“인기가 많은데? 그렇게 보이긴 했지만 말야.”
“내가 ‘살아남은 아이’라서 그런 거겠지. 사실 ‘해리’만 보고 다가오는 사람은 별로 없어. 나도 그리핀도르로 갔다면 좋았을 텐데.”
진심이다. 그리핀도르로 갔더라면 맘 편했을 텐데! 하지만 사실 내가 그리핀도르 들과는 눈곱만큼도 닮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쳇.
“난 사실 네가 왜 슬리데린에 가 있는지 모르겠어.”
“음, 모자가 머리에 닿자마자 내 동의도 없이 저지른 일이라서 말이야.”
내 말에 론도 그 때를 상기했는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왜 슬리데린인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뭐랄까, 은근히 잘 맞는 구석이 있단 말이지. 하지만 모자의 태도(?)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게, 대체 그 ‘히이이이익’은 왜 그랬던 거냐고. …설마 내가 너무 빼도 박도 못하게 완벽한 슬리데린이라서는 아니겠지.
“하지만 슬리데린도 나쁘지 않아.”
“그…그래?”
론도 슬리데린 애들과 같이 세기의 미스터리를 접한 표정으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거참, 왜들 안 믿는 거냐.
“그런데 해리, 어디 가던 길이었니?”
“아, 도서관에 가보려고. 한 번도 안 가봤거든. 같이 갈래?”
나는 씨익 웃으며 제안했다. 론은 도서관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지만 뭐, 가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어…해리, 책 좋아하나봐?”
“상당히?”
좋아하긴 하지만 더즐리네 집은 책을 구경하기가 힘들었지. 그래서 시간만 있으면 도서관에 가는 편이었다. 그나마도 부잡한 두들리 때문에 빌려올 수가 없어서 도서관 의자에서 한두 시간 읽는 걸로 만족해야 했지만.
“음…나도 한 번 가 볼래. 위치를 알아둬서 나쁠 게 없을 것 같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론의 말에 잠시 눈을 깜박거리다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뭔가 어색하게 끊겼다;;;
첫댓글 ㅋㅋㅋㅋ 점점 흥미로워지는군 히이이이익ㅋㅋㅋㅋ
ㅋㅋㅋㅋㅋ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