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가정 문제를 판타지 기법으로 다룬 [마법의 빨간 립스틱]
오늘날 도시인의 삶은 전통적인 삶의 방법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수만 가지의 직업이 새로이 생겨났고, 각자 그 직업의 속성에 맞춰 살다보니 저마다 사는 모습조차 다양합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가정 문제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족의 전통적인 기능이 약화되거나 소멸되었고 여성의 역할 또한 변화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관계 또한 가부장 중심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변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가 하면, IMF 관리체제의 경험은 많은 가정에 엄청난 고통과 더불어 사회구조와 사고의 틀에까지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었습니다. 이외에도 이혼, 가정폭력, 장애와 질병 따위 많은 문제들이 오늘날 우리의 가정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가정의 소중함, 가정 문제의 해결 및 대안 등을 다룬 동화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리얼리즘 동화의 사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동화가 일상의 자잘한 문제까지 작품으로 빚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중에도 고학년용 동화에서는 그 빈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이런 중에 출간하는 공지희의 첫 동화책인 [마법의 빨간 립스틱]은 저학년용 동화로서 가정 문제를 판타지 기법으로 다루고 있는 특이한 내용입니다.
▶어머니의 생계형 직업 때문에 소외당한 아이들을 보듬는 [마법의 빨간 립스틱]
한국여성개발원에 따르면 생계형 기혼 직장 여성들이, 보육시설이나 시부모?친정 등에 아이들을 맡긴 경우가 무려 59.3%에 이르며 방치하는 경우도 3%나 된다고 합니다. 맞벌이 부부보다도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한 여성의 경우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의 질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생활을 할 권리가 있는 아이들의 삶이 생계에 떠다밀려 나락으로 떨어지는 안타까운 형편인 것입니다.
[마법의 빨간 립스틱]은 어머니의 생계형 직업 때문에 설움 당하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엄마 품에서 한창 응석부리고 애교를 떨 나이에, 아이들은 오히려 고된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며 자신들의 처지를 쓸쓸함으로 인내하는 현실을 작가는 따뜻하게 보듬어 주려고 합니다.
<주요 내용>
미야는 아빠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야의 엄마가 아침부터 밤까지 백화점에서 옷 파는 일을 하며 살림을 꾸려나갑니다. 엄마는 미야에게 "엄마가 없을 땐 누나가 엄마 대신이야"하며 다짐을 두곤 합니다. 미야도 아직 어린아이지만 동생 호야에게는 엄마 노릇을 해야 합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호야가 아프다며 울어댑니다. 저금통을 털어 호야의 약을 사러나가던 미야는 덜렁대는 바람에 그만 넘어졌습니다. 동전을 줍다가 우연히 녹색 주머니도 줍게 됩니다.
녹색 주머니 안에는 빨간 립스틱이 들어있었습니다. 미야는 호기심 반, 장난 반에 립스틱을 발라봅니다. 그 순간 우둑둑 수우욱! 팔이 쭈욱, 우두둑 수욱! 다리가 쭈욱, 허리도 수우욱! 가슴이 볼록, 엉덩이도 씰룩! 커졌습니다. 미야가 엄마가 된 것입니다. 엄마가 된 미야는 아픈 호야를 병원에 데리고 가고, 호야를 위해 생일파티도 열어줍니다. 엄마 대신 어머니 회의에 참석해 아이들에게 더 많이 놀게 해 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호야의 어린이집에서 옛날이야기도 재미있게 들려줘서 호야의 기를 북돋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빨간 립스틱을 훔쳐 화장실에 낙서를 한 짝궁 완기 때문에 마법의 빨간 립스틱이 짜리몽땅해졌습니다. 비 오는 날, 미야는 겨우 한 번 쓸 만큼 남은 마법의 빨간 립스틱을 호야를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호야에게 엄마가 돼 주기로 한 것입니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 동화를 읽는 동안 재미에 빠져 웃음보가 쏘옥 빠지게 웃다가 어느 순간 자신들과 다른 처지에 있는 미야를 이해하고, 가슴 짠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 동화는 아직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동생의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 모습을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절묘한 결합으로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출저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