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 지 모를 때는 우선 달력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달력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우리들의 생활과 관련된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계절이 무슨 계절인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당연한 것일 수 있고 그것이 뭐 어려운 일이냐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몇 월인지 무슨 요일인지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관심도 없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고있는 오늘을 느끼게 해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에 관련된 책을 읽도록 하였다. 여기에 지난 6개월 동안 아이들과 같이 공부했던 것들을 소개하려 한다.
1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계획표를 만들 수 있지만 반년 동안의 책읽기가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월별로 정리해 보았다. 구체적인 수업내용을 다 기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월별 주제에 따른 책들을 소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2월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달에는 설날이 있어서 이와 관련된 책을 읽게 하였다. 「우리의 명절과 민속놀이」(눈열린교육), 「열 두 달 민속놀이」(산하),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재미마주) 등을 읽고 설날의 의미와 설날에 먹는 음식과 민속놀이의 유래를 알게 하였다.
3월에는 신학기와 봄이 시작되어서 봄을 주제로 정하였다. 새 학년이 되어서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노래 노래 부르며」(길벗어린이), 「봄 이야기」(마루벌), 비주얼 박물관의 「나비와 나방」(웅진) 등을 읽었다.
봄 노래를 같이 불러보고 동시도 지어보고, 때를 맞추어 나비전시회가 있어서 전시회도 다녀왔다. 그리고 위인전으로 「석주명」(사계절), 「나비박사 석주명의 과학나라」(현암사) 등을 읽게 하였다. 여러 경험을 한 후에 읽는 위인전은 느낌이 다를 것이다.
4월에는 식목일과 한식이 있어서 주제를 나무로 정하였다. 한식의 유래를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고, 비주얼 박물관의 「나무」(웅진),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보리) 등을 읽고 나무의 나이테 세는 법을 알아보았다.
또 직접 식물을 보면서 도감과 비교해보고 그림도 그려보았다. 「숲은 누가 만들었나」(다산기획), 「숲을 그냥 내버려 둬」(크레용) 등을 읽고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나의 숲이 만들어지고 그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있고 또 가정의 달이어서 주제를 가족으로 정하였다. 「우리 할아버지」(비룡소), 「할머니가 남긴 선물」(시공사), 「엄마 없는 날」(웅진),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재미마주) 등을 통하여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부모님께 쓰는 편지로 마무리했다.
6월에는 현충일과 6.25가 있고 호국 보훈의 달이어서 주제를 '전쟁'으로 잡았다. 「왜?」(현암사), 「여섯 사람」(비룡소), 「시냇물 저쪽」(마루벌), 「나는 평화를 꿈꿔요」(비룡소) 등을 보고 책들을 통하여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고통에 빠뜨리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쟁을 축소시켜 다툼과 싸움에 대하여 이야기한 후 사과하는 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7월에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여름방학과 휴가가 있는 달이어서 주제를 '여름'으로 정하였다. 바다에 가기 전에 「살갗나라 두리」(현암사), 「갯벌이 좋아요」(보림) 등을 읽게 하였고, 방학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고 휴가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었다.
또 물과의 만남이 많은 계절이라 「물의 여행」(비룡소), 「물방울의 추억」(서광사) 등을 읽으면서 물의 여정을 생각해 보고 물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써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매월 주제를 정하여 책을 읽게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6개월이라면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 겨우 하나 둘씩 책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데는 시간과 정열의 투자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줄 때는 우선 시간과 정열의 투자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줄 때는 우선 아이의 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생각해보고 현재 아이가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아야 책 고르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매일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처음인 아이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이 중요하다. 이 방법이 모든 경우에 맞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