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전도아니요 본래부터 돌산인걸 양지바른 언덕이라고 그렇게 힘들여
전답을 일구시든 모습들이 왜 지금 ….이렇게 눈앞에 성성하게 영상되여
보일꺼나 !
그렇게 일구신 밭을 보시구선 아랫동네라도 한번 내려 가시면 어른들은 보는이마다
성실하시고 효자분이시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보는이마다 손잡아 끌어 술한잔 권하는
모습이 눈에 훤하네 그렇게 일구신 밭이 3000천 평 …
잔목가시 우거진 돌산을 비단같이 바꾸어 놓으셨으니 그럴만도 하시지 ()
내부모님들이 매서운 바람 휘감아도는 산계곡을 바라보고 눈물흘리는 모습을
나는 본적이 없다
손등이 면도칼 지나듯이 시린 겨울 에도 그분들은 땀을 흘리고 계셨기때문이리라
부모님들이 그땅에 뿌린 땀과 기운은 나에겐 살이되고 피가 되였다는걸 이제서야
느껴본들 …..향수에 젖어 깊은 은혜에 젖어 땀베여 있을 흙에 엎드려 통곡하고
입맞춤을 한들 이제 무슨소용이 있을꺼나 ! 무상 할뿐이야 !
업습이란 무서운것인데 ……그렇게 공들여 일구어놓은 전답이 억새풀로 덮혀있는
묵전을 보고계신다면 홀연히 잊을 수가 있을까! 서러운 미련이라도 있다면
그래도 모두 버려야 할진데 …..뒤돌아보지도 말아야 할진데 ….
미련없이 휘적 휘적 새털같이 가벼게 갈길을 가야 할텐데 하면서도
철딱서니 없는자신이 … 오히려 40년이지난 지금에 와서도 이렇게 실체없는없습이
앞을 가리는구나
이렇게 찬바람이 나를 움츠리게 하는날이면 아버님이 얼기 설기 엮어세워둔
억새풀 다발틈새에서 두손호호불며 찬바람 피하며 놀든 그때가 생각나고
고구마 마른줄기쌓아둔 낱가리속을 파고들어 꽁꽁얼어 매달린 고구마 이삮뿌리 따먹고
새끼염소 품에 안고 볼비비며 소롯이 잠들든 때도 생각난다
버들개 서산고갯마루 해넘고 난뒤 어둔그늘 몰려올 때 홍건히 젖은 작업복차림으로
곡괭이끝에 묻어나온 뫼뿌리 목수건에 담아와서 가마솥밥쌀위에 파실파실 쪄내어
따끈할때 한 개라도 자식입에 넣어주시려 사방팔방 돌아보고 불러오실때야
마른 고구마 이파리 머리에 쓰고 애기 염소 품에 안고 선잠깬 고개내밀면
얼릉 달려와서 품에 안고 이리털고 저리털고 가슴에 꼬옥 품고 산뫼뿌리 껍질벗껴
입에 넣어주시든 어머님
오시는길 밭둑길옆 돌밭사이에 새들이먹고 남은 으름열매 몇 개따서
큰놈 작은놈 사이좋게 나누어 입에 넣어주시며 내일쯤은 갯가에 낚시라도 다녀와
우리새끼들 갯고기라도 먹여야겠다고 혼잣말 처럼 하시며 어둠깃든 대부산 쪽만
쳐다보시며 애써 눈을 껌뻑 껌뻑 하시든 인자하신 울아버님
못난소자 이제 그때의 아버님 나이가 되고보니 창밖에 내리는 어둠속에서
희뿌연 먼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나오는 눈물 흘릴수 없어 이눔도 눈만 애써 껌뻑거리네요
첫댓글 괜히 사람을 이상한 감회에 젖게 합니다. 말이든 글이든 사람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은 성공한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모니터 앞에서 주책없이 엉엉 울 뻔 했어요. 방학이 되어 시골 할머니한테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글 기다리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 아시는것 같아 가슴이 뭉클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