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구 윤리 문제 제기로 촉발되었던 이른바 '황우석 논란'은 < PD수첩 >이 비판자로서의 '윤리'를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촉즉발의 대립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막을 내리는 듯하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과연 이번 논란으로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다.
기실 < PD수첩 >이 난자 채취 과정의 윤리 문제를 지적하고 황우석 박사가 계속 부인해 왔던 윤리 문제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사태는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동안 은폐를 위해 거짓말을 거듭해야 했던 황 박사도 이번 일을 계기로 부담을 털어내는 듯했고, 이미 외국 언론에 의해 논란이 촉발됐던 상황에서 국내 언론이 이를 밝혀냄으로써 우리나라 자체의 자정 능력을 보여 주었다. 때문에 외국 언론의 폭로에 의해 황 박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었다.
윤리 논란 털고, 자정 능력 인정 받는, '윈윈'일 수 있었던 논란
생명공학 발전을 주도하는 나라로서 그동안 등한시돼 왔던 연구 윤리 문제가 재정비됨으로써 향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 PD수첩 >은 '영웅 모독'으로 소위 황우석 지지자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됐고, 모든 광고가 떨어져 나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연구 윤리 문제를 재점검할 수 있는 심층적인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고, 대다수 언론은 논란 당사자의 입만 쫓음으로써 논란을 양측의 싸움으로 몰고 갔다.
오직 '황우석 박사 편'과 'PD수첩 편'으로 갈리는 말초적 논쟁만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황 박사에 대한 맹목적 옹호가 오히려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독이 될 뿐이라는 목소리는 그저 'PD 수첩 편'으로 매도 당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소모적인 공방만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기야 논란은 '줄기세포 진위 논란'으로 까지 확대됐다. 결국 극단으로 치닫던 논란은 결국 < PD수첩 >의 취재 윤리 문제로 MBC가 2차 방송을 유보하면서 막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편가르기'로 진행됐던 소모적 논란에서 각자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신뢰 더욱 의심 받고, 공공의 이익 위한 논란도 어려워져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국제적으로 일었던 윤리 논란을 깨끗이 털고 갈 수 있었던 황 박사 연구팀은 의도와 관계없이 맹목적인 국가적 옹호 대상이 됨으로써 국제 과학계의 의혹의 눈초리를 되레 더 받게 되었다. 애국적 선동의 분위기는 <네이처> 같은 과학지뿐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 같은 대중지를 통해서도 속속 국외에 전해졌으며 이렇게 한국의 자정 능력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서 향후 연구 성과에 대해 제3국의 검증이 요구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황 박사 연구에 대한 비판자가 '응징' 당하는 듯하게 논란이 막을 내림으로써 향후 이 연구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하기 어려워졌다. 전폭적인 정부 지원과 국민적인 성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연구의 성과를 어떻게 공공의 이익으로 돌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장되고 현재의 흐름처럼 의료 산업화의 핵심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국민의료보험이 붕괴되고, 부자의 의료보험과 일반 국민의 의료보험으로 이원화되어 의료가 국민의 기본권이 아닌 영리법인이 된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는 그 핵심에 황 박사의 줄기세포 기술이 차지할 가능성이 그만큼 굳어진 것이다. 결국 소위 황우석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황 박사의 연구가 '모든'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이거나 국익에 대한 희망은 환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개발독재 논리에 젖은 우리 사회는 민주화된 것인가
한편 취재윤리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같은 양측 공방 가운데 제기된 이 논란이 언론의 오랜 인습으로 지적 받는 강압적 취재 관행 자체가 얼마나 주목받을지는 미지수 다.
물론 비판자인 언론도 더욱 엄격한 윤리가 요구된다는 것은 분명한 교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다수 언론의 태도를 보면 이번 일을 계기로 취재 윤리 문제를 짚어 보고 언론계의 오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보기보다는 논란의 '승패'를 가리는 결정타로 조명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본질적으로는 막연한 '국익론'에 대한 맹신, 비판의 대상이나 비판의 주체나 결과를 위해서 과정의 정당성을 저버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역시 결과에 따라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렇게 아직도 철저하게 '개발 독재' 논리에 젖어 있는 우리는 진정 민주화되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