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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 바위. |
'왜목'이란 마을이름은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바다로 가늘고 길게 뻗어나가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지만, 어떤 이들은 누워있는(臥) 사람의 목(木)처럼 생긴 지형 때문에 붙어진 지명인 "와목(臥木)"이 ‘왜목’으로 변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아무튼 왜목마을은 1985년 석문면 교로리에서 도비도와 초락도를 거쳐서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 삼길포까지 연결되는 총7804m의 대호방조제가 완공되었을 때는 물론, 필자가 당진등기소장으로 근무하던 1988~89년까지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어촌이었을 뿐 아니라, 당진읍에서 왜목마을을 거쳐 대호방조제로 가는 고대면~석문면~대호방조제 615번 지방도로조차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 길이었다.
마을이라곤 고작 일고여덟 집이 전부이던 그 곳에 1992년 마을주민 조선형씨가 바다건너 동남쪽 약3km 전방의 바다에 면하여 우뚝 솟은 노적봉과 장고항의 문필봉사이로 솟은 해돋이 사진을 사진동호회에 발표하자, 하루아침에 서해안 최고의 해돋이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은 오랫동안 해돋이라면 강릉 경포대를 비롯해서 정동진 혹은 울산 호미곶 등 동해안을 찾던 사람들에게 정반대쪽인 서해 바닷가에서도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신선한 충격, 그것도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2001년 말 개통된 서해안고속도로의 편리함과 맞물려 하루아침에 유명 관광지로 변한 것이다.
더러는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바위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이 담긴 모습은 남아선호 사상이 유별난 사람들에게 촛대바위를 남근바위라 하여, 해 뜰 무렵 이곳에서 아들 낳기를 기원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더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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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마을 전경. |
왜목마을은 당진 시내에서 우측 우회도로를 타고 1.5km쯤 가다가 이제는 아스팔트로 넓고 깨끗하게 포장된 615번 도로를 달리는 것이 정통이었지만,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된 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송악 나들목을 빠져나온 뒤 국도 38호선을 따라 국가공단이 밀집한 현대제철 쪽으로 진입해서 10.6㎞의 석문방조제 등 해안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석문방조제를 지나서 편도 1차선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도로 끄트머리에 왜목마을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은 당진의 북쪽 바닷가를 막은 석문방조제와 대호방조제 사이에서 바다로 뻗어나간 작은 곶(串)이자 당진 시내에서 대호방조제로 향하는 615번 지방도와의 교접점이기도 하다.
한편, 당진시는 1995년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 성구미와 석문면 장고항리를 잇는 10.6㎞의 석문방조제 준공 이후 석문방조제~대호방조제로 이어지는 총연장 47km를 ‘당진 관광 9경’중 하나인 ‘방조제 질주’로 삼았으니, 왜목마을은 방조제 질주의 중간 길목이자 석문방조제와 대호방조제 중간쯤이 된 셈이다(2012.06.20. 삽교호국민관광단지 참조).
처음에는 마을 그 자체보다 자연의 비경을 찾아다니는 사진작가들에게 마을에서 바라보는 석문방조제 쪽의 장고항 용무치와 노적봉인 ‘촛대바위’가 커다란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서 세상에 알려졌지만, 점차 왜목마을의 숨겨진 순수함이 관광객들의 많은 사로잡고 있다.
사실 대호방조제가 준공되기 전까지 왜목마을은 외딴 바닷가인데다 마땅히 농사지을 땅도 없고, 그렇다고 어장을 꾸릴만한 배나 포구도 없어서 주민들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지도 못한 채 고작 썰물 때 갯바위에 붙어있는 굴을 따서 장에 팔거나 이웃마을에 가서 곡식과 바꿔 먹으며 살아온 가난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해돋이 사진을 계기로 새천년을 맞는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 행사 때에는 전국에서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 이후 초가집이 헐리고 음식점과 펜션 등 50여 개가 들어섰지만, 지금도 많은 음식점과 펜션들을 짓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해안선을 따라 약1.2㎞의 테크를 만들어서 관광객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게 한 산책로가 인상적인데, 앞으로 어떤 전설을 만들어낼는지 알 수 없지만 산책로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왜목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음식점들도 횟집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생선회는 물론 바지락 칼국수, 조개구이를 비롯해 바위에서 채취한 굴로 만든 굴밥 등 다양한 어촌식당의 메뉴를 맛볼 수 있고, 썰물 때는 누구든지 바지를 걷어붙이고 갯벌에 나가 맨손으로 조개와 낙지를 잡을 수 있다.
강태공들은 갯바위 낚시를 하거나 배를 빌려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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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 해돋이 행사 모습. |
그러나 왜목마을은 대호방조제 준공후 마을의 서쪽 일대가 육지로 변해서 동쪽 바다와 함께 서쪽으로 마을을 감쌌던 바다가 사라졌고, 또 일출도 1년 중 하지와 동지를 기준으로 해 뜨는 위치가 변해서 아침 해가 촛대바위에 걸리는 때는 2월과 10월뿐이다. 7~8월은 멀리 노적봉과 경기도 화성시의 국화도 사이 바다로 해가 뜬다.
왜목마을에서의 일출과 일몰을 보다 잘 구경하려면 마을 뒷산인 석문산(279m)에 올라가야 하는데, 해양 경비초소 옆으로 난 275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이곳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서해바다는 물론 바다멀리 약3km쯤 떨어진 노적봉과 장고항 언덕의 문필봉 사이로 일출을 볼 수 있다. 노적봉은 바위 모양이 마치 벼의 낟가리를 쌓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문필봉은 붓을 거꾸로 꽂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사실 촛대바위도 장고항 포구에서 바라보면 뭉툭하기만 하다.
동해의 일출과 왜목마을의 일출을 비교한다면, 동해는 넓은 바다위로 치솟는 붉은 해가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왜목마을에서는 바다가 한순간에 짙은 황토 빛으로 변하면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물기둥을 만드는 조금은 소박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일몰은 석문산에서만 볼 수 있는데, 대호방조제가 있는 석문면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의 일몰은 활활 타오르던 태양이 서서히 빛을 감추며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검붉게 물들이면서 바다 속 깊이 잠겨버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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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직녀 축제가 열리는 왜목마을 수변 산책로 전경. |
그러나 최근 석문면 교로리 일대에 전국 최초로 민간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해서 2016년 1월부터 전기 생산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옥내 저탄장과 밀폐형 컨베이어벨트로 석탄 먼지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폐수 방류도 없으며, 기존 송전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송전탑도 새로 건설할 필요가 없는 '친환경 발전소'로 건설하고, 발전소가 준공되면 시는 연간 4200억원의 세수증가와 시민은 3100억원의 소득증대가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반발이 커서 당진시청에서 토론회를 열었어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해서 앞으로 적잖은 갈등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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