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수권 <땡볕> 『삼한 적 하늘이었는가 고려 적 하늘이었는가 하여튼, 그 자즈러지는 하늘 밑에서 '확 콩꽃이 일어야 풍년이라는디, 원체 가물어놔서 올해도 콩꽃 일기는 다 글렀능갑다'
두런두런거리며 밭을 매는 두 아낙 늙은 아낙은 시어머니, 시집온 아낙은 새댁, 그 새를 못 참아 엉금엉금 기어나가는 것은 샛푸른 샛푸른 새댁, 내친김에 밭둑 너머 그 짓도 한 번 '어무니, 나 거기 콩잎 몇 장만 따 줄라요?" (오실할 년, 콩꽃은 안 일어 죽겠는디 콩잎은 무슨 콩잎?) 옛다, 받아라 밑씻개 콩잎 멋모르고 닦다보니 항문에서 불가시가 이는데 호박잎같이 까끌까끌한 게 영 아니라 '이거이 무슨 밑씻개?" 맞받아치는 앙칼진 목소리, "며느리밑씻개' 어찌나 우습던지요
그 바람에 까무러친 민들레 홀씨 하늘 가득 자욱하니 흩어져 날았어요 깔깔거리며 날았어요 대명천지, 그 웃음소리 또 멋도 모르고 덩달아 콩꽃은 확 일었어요.』
2. 황대권 <야생초 편지>에서 『오늘 그린 이 풀꽃의 이름이 뭔지 아니? 줄기와 잎 뒷면에 가시가 촘촘히 나 있어 덩굴로 자라면서 쉽게 다른 물건을 잡아당길 수 있다. 덩굴이 달의 덩굴이나 박주가리 덩굴처럼 몇 미터씩 뻗은 것은 아니고, 기껏해야 2미터 정도? 마디마디마다 둥그런 잎턱이 달려 있어 마치 --중략-- 그만 설명하고 이름이나 가르쳐 달라고?
며느리밑씻개. 이름이 숭칙하다구? 어쩌겠니? 우리 조상님들이 그렇게 붙인 걸. 도감을 들춰보면 며느리 자 붙은 풀 이름이 이것 말고도 세 가지나 더 있더구나. 며느리배꼽, 며느리주머니, 며느리밥풀. 그런데 아무리 뒤져보아도 시어머니 자 붙은 풀이름은 없는 거야. 이는 필시 시어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으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이 꽃도 그 모양을 살펴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만도 하다. 즉, 하루는 시어미가 밭을 매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근처에 주저앉아 일을 보았겄다. 일을 마치고 뒷마무리를 하려고 옆에 뻗어 나 있는 애호박잎을 덥석 잡아 뜯었는데 , 아얏! 하고 따가워서 손을 펴보니 이와 같이 생긴 놈이 호박잎과 함께 잡힌 거야.
뒤처리를 다 끝낸 시어미가 속으로 꿍얼거리며 하는 말이 "저 놈의 풀이 꼴 보기 싫은 며느리년 똥 눌때나 걸려들지 하필이면 . .. ." 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경상북도 안동군 풍산읍 상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네 그려.(pp.33-34)』
3. 전설에서 『전설에 의하면 얄궂은 시아버지 때문이랍니다.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화장지 대신 그저 지푸라기나 나뭇잎, 심지어 새끼줄을 걸어놓고 밑닦이로 사용했다는 것 쯤은 아시죠? 그런데 어느 시아버지가 (못된 시아버지였는지, 아니면 며느리를 벌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며느리에게만 온통 가시 투성이인 이 풀의 줄기를 걸어놓고 닦도록 했답니다. 참, 기도 안 찰 일이죠. 그런데 옛날의 시아버지 권위는 감히 며느리가 쳐다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였으니 그런 황당한 일도 가능하긴 했을 겁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런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지겨웠을지는 안 봐도 뻔하죠.
그래서 그런지 이 풀은 사람이 지나가면 어떻게든 그를 따라 도망 가려는 것처럼 밑으로 향한 가시를 이용해 옷에 잘 달라 붙습니다. 행여 자기를 떼어놓고 가는 무정한 사람을 책망하듯 가끔 팔을 할퀴고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요. 오죽 시집살이가 괴로우면 그런 이름과 그런 표독스러움까지 지니게 됐을까 하는 안쓰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
4. 박만규 교수가 <뿌리깊은 나무>에 기고한 “우리나라의 식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던 무렵” 이란 글에서
『꽃은 처음 본 사람이 그 느낌으로 무어라 불러주면 그것이 곧 그 꽃의 이름이 된다. 제비처럼 날렵하니 제비꽃, 씹어보아 쓰다고 씀바귀, 물가에서 자란다고 물쑥, 이 모두가 우리네 조상들이 지어서 불러내려온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꾸밈없고 멋진 이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듣기만 해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엉큼한 이름도 많이 있다. 난초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로서 붉은 꽃이 한 개씩 늘어져 피는 꽃을 <향명집>에서는 개불알꽃이라고 이름지어 놓았다. 꽃의 모양에서 딴 이름인 듯하나 부르기가 몹시 난처한 이름이라 나는 요강꽃이라고 바꾸어놓았다. 광릉 부근에서 나는 더덕의 한 종류인 소경불알도 이와 비슷하게 점잖은 이름이다. 이처럼 욕하듯이 불러야 하는 이름이 식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말조개라고 부르는 조개의 본디 이름은 말씹조개였다. 이 조개의 이름은 경성고등학교 생물교과서를 만들면서 지금의 말조개로 고쳐 실었다. 일본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만든 이름 가운데에 끈끈이주걱이니 며느리밑씻개니 하는 이름도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마디풀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서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다. 이 풀의 일본 이름은 의붓자식밑씻개인데, 풀의 모양이 예쁘지 않고 잎과 줄기에 잔가시가 많아 껄끄러우므로 의붓자식처럼 미운 것의 밑이나 닦았으면 좋겠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의붓자식이 미운 만큼 며느리도 미우니 우리나라에서는 며느리밑씻개가 되었다. ……….후략』
5. 나뭇군 홍탁 족보 : 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 한국이름 : 꺼끄렁풀 (한때 무식한 일부학자들이 일본말을 잘못 번역하여 며느리밑씻개라고 부른적이 있었슴 ) 중국이름 : 刺廖(자료) 가시달린(자) 여귀(료)라는 뜻 일본이름 : 継子の尻拭い(마마꼬노 시리누구이) 의붓자식의 밑씻개 - 계속해서 천년만년 쓰길 바람. 나가이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서(nakai 1927년 이 풀에 학명을 붙인 일본사람)
거참 이야기도 많네요....(옮긴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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