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장사익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엊그제 산자락을 걸어 가는데 여기저기 새하얀 찔레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그래서 사진에 담아 봤다.
과거에는 흔하디 흔해서 귀한 줄 모르고,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도 별로라서 눈 길도 안 주고 무심히 지나쳤던 꽃.
다만, 새 순을 꺾어서 껍질을 벗겨 씹어 먹던 그 아련한 추억뿐인 그 꽃.
그러나 지금은 볼품없는 그 꽃이 장사익 씨를 통해서 나에게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즉 관심의 존재가 되었다.
물론 백난아의 찔레꽃이 더 유명하겠지만, 그 꽃은 붉은꽃이라 좀... (사실 붉은 찔레꽃은 못 보았음)
찔레꽃에 대한 전설 하나.
먼 옛날, 고려가 원나라에 매년 젊은 처녀들을 조공으로 바쳐야 했던 시절에 어느 깊은 산골마을에 찔레와 달래가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찔레가 그만 원나라고 끌려가게 되었다.
다행히 그곳에서 좋은 주인을 만나 잘 살게 되었지만, 날마다 병든 아버지와 동생 달래를 생각하며 슬픔 가운데 살아 가던 중 주인의 배려로 고향에 다녀 올 수 있었다.
고향에 온 찔레는 아버지와 동생은 물론 자기가 살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 옆집 할머니에게 물은 즉, 찔레가 원나라에 끌려 간 뒤 아버지는 돌아 가시고 동생 달래는 행방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동생을 찾아 헤메이던 중 찔레가 쓰러져 죽었고, 그 곳에 하얀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찔레꽃이라고 한단다.
장사익 씨에 대한 이야기.
1949년 충남 광천 출생으로 45세에 늦깎이로 가수 데뷔.
데뷔 전까지는 25년 여간 보험회사 직원, 외판원, 카센터 직원 등 약 15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어렵게 생활 함.
어렸을적 웅변을 하면서 목이 틔었고, 국악 태평소로 장원을 하기도 함.
주로 행사 후 뒷풀이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실력을 인정 받아 피아니스트 임동창에 의해 등 떠밀려 본격적으로 노래를 하게 되었고, 1994년에 데뷔하였음.
내가 장사익 씨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
어느날 TV 열린음악회를 보는데 하얀 한복 두루마기에 흰 고무신을 신은, 키가 작은 한 남자 가수가 등장했다.
사회자의 장사익이라는 소개에 '장사익이 누구지?' 하며 그의 노래를 들었다.
그때 부른 노래가 찔레꽃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쉰 듯 하면서도 애절하였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한이 끓어 올라 폭발하는 것처럼 들렸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절규에 가까운 폭발적인 가창력이 가히 감동적이었고,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그 뒤 인터넷을 뒤져서 그가 누구라는 것도 알았고, 공연소식도 접하게 되었다.
그 후 그의 공연장도 여러차례 찾아 다녔고, 그의 팬이 되었다.
공연장을 찾아 갔던것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경북 봉화에 위치한 청량사 산사음악회였는데, 그의 단독 무대였다.
음악회 뿐이라면 그 멀리까지 갔으랴만, 청량산 산행도 할 겸해서 지인들을 꼬여서 갔었는데, 아주 환상적이었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의 노래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아주 시원하다. 심한 목마름 뒤에 오는 갈증 해소 같은게 있다.
그의 소리는 단순히 목과 배에서 울리지 않고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 오른다. 아마도 몸 전체에서 나오지 싶다.
그래서 감동하고 공감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를 가수라고 하지 않고 소리꾼이라고 한다.
전문 국악인도 아니고 정통 가요를 하는 가수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노래는 장르가 없고, 정해진 박자도 없다. 그저 마음 저 밑에서부터 끓어 오르는대로 소리를 내지를 뿐이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 저것이 내 이야기라고 느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팬들이 많고, 공연장마다 매진이다.
그를 위해서 작사, 작곡을 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오직 마음에 드는 기존 시에 본인이 음을 갖다 붙여 자작곡 노래를 만든다. 그래서 작곡이라는 표현 대신에 '엮는다'라고 한다.
그렇게 만든 노래가 7집까지 나왔다.
또 특이한 것은 과거에 다른 가수들이 불렀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르면 다른 분위기의 장사익표 노래가 되는 것이다.
동백아가씨, 님은 먼 곳에, 열아홉 순정, 대전 블루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을 자주 부르는데, 독특하고 감칠 맛이 나서 듣는 이들을 매료 시킨다.
그는 또한 죽음에 관한 노래를 즐겨 부르는데, 역설적이게도 거기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는 혼이 있는가 보다.
그의 대표적인 찔레꽃 노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느날 우연히 화단 앞을 지나 가다가 어디선가 은은한 꽃냄새가 나서 자세히 보니 그 존재는 장미꽃 뒤에 초라하게 피어 있는 찔레꽃이었다.
당시 자신의 처지가 인생의 밑바닥에 있었는데, 화려한 장미꽃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그 찔레꽃을 보고 자신과 처지가 닮았음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그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의 노래에는 열정이 있고, 울림이 있고, 카타르시스가 있고, 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 들어 간다.
여기 찔레꽃 노래를 올린다.
이 세상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찔레꽃과 같이 나보다 더 나은 무엇인가에 가려서 존재감이 드러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절망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하고...
친구들도 이 노래를 듣고 위안과 희망을 얻기 바란다.
찔 레 꽃
장사익 시/ 장사익 엮음
하얀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아!
찔레꽃 처럼 울었지
찔레꽃 처럼 노래했지
찔레꽃 처럼 춤 췄지
찔레꽃 처럼 사랑했지
찔레꽃 처럼 살았지
찔레꽃 처럼 울었지
당신은 찔레꽃
찔레꽃 처럼 울었지
첫댓글 뒤늦은 가요계 데뷔에도 경북 지역에선 유명하신 가수님!!! 호소력 있는 보이스에 가창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