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북 부안 변산반도로 답사를 떠난다. 예전보단 일찍 출발하는 관계로 서둘러 일어나 준비를 한다.
7시 15분쯤 마산역에 도착하니 몇 분의 회원들이 나와 있다. 오늘은 아내의 친구인 혜령씨가 함께한다.
그리고 중학동창인 백규와 아내도 함께 간다.
한분씩 회원들이 도착하고 창원서 출발한 창원고속관광버스도 정시에 도착하여 차에 오른다.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는 변산을 향해 출발한다..
벌초 인파로 인해 출발부터 밀린다.
회장님은 회사일로 이번 답사엔 참석치 못하시고 43명의 회원들이 이번 답사를 함께 한다.
부회장님의 사회로 간단한 일정을 소개하고 새로운 떡과 우유를 나누고 조금 늦었지만
차는 변산을 향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 한다.
사천휴게소에서 휴식을 갖고 부회장님이 사주신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부안을 향해 다시 달린다.
차창으로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익기 시작한 벼들이 태풍에 잘 견디고 한들거린다.
배롱나무 꽃이 질 때면 추수를 시작하겠지 곡성에서 한번 더 휴식을 갖고 내소사를 향한다.
이번 답사의 시작은 개암사였으나 차가 밀려 1시간여를 지체하여 개암사는 빼고 내소사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12시경 내소사에 도착한다. 일주문 앞의 초원식당에 젓갈백반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젓갈 가지 수는 많지 않았지만 주인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이 더해져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한다.
모자란 반찬을 달라기 전에 미리 리필해주시는 인심만 봐도 전라도의 인심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껏 전라도 답사를 다녔지만 한번도 음식 때문에 기분이 상한적은 없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내소사 답사를 시작한다.
일주문 앞에 당산나무인 700년 된 느티나무가 먼저 우릴 맞는다.
이 나무는 할아버지 나무고 할머니 나무는 내소사 안에 있는 1000년 된 느티나무라 한다.
같이 붙어 있으면 좋으련만 전나무 숲을 사이로 하고 서로 그리워하며 서있다.
당산나무 바로 앞에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엔 능가산내소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항상 일주문을 볼때마다 느끼지만 선조들의 건축술이 놀랍다.
2개의 기둥에 무거운 지붕을 올려 건물을 세운 그 기술력에 경의를 표한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당산나무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뜻함을 말해주 듯 노란 상사화가 군데군데 활짝피어 있다.
잎이 지면 꽃이 펴 한 나무지만 서로 만날 수 없어 서로를 서로 그리워 한다는 꽃 상사화 두 그루의
당산나무와 묘하게 닮음꼴이다. 여기 상사화는 주황인 아닌 노란색이다..
매번 보는게 아니라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상사화를 보고 몸을 돌리니 아름들이 전나무들의 양쪽으로 협시불처럼 우릴 맞는다.
40여년된 전나무지만 1000년이 넘은 고찰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아니 이 전나무숲길이 있어 내소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전나무 숲을 시원히 거닐고 나면 넓은 마당과 은행나무들이 우릴 맞는다. 단풍이 물들때면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녹색의 시원시원한 전나무 숲을 지나고 나면 넓게 펼져친 빨강 노랑의 단풍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단풍은 없지만 그때를 상상하며 즐거워해 본다.
전나무 끝나는 길에 물레방아가 있는 연못이 나온다..이전엔 없던건데 대장금 촬영을 위해 만든건지 있어 나쁘지 않다..
연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어 더 운치가 있다.
연못을 왼쪽으로 돌면 부도밭이 나온다 배롱나무가 양가로 부도밭을 감싸고 있다.
고부도는 없지만 배롱나무의 꽃이 운치를 더 한다.
근데 부도 밭으로 들어가는 돌다리가 있는데 예사롭지 않다..
넓지 않은 도랑을 보통 나무나 철제를 사용해 다리를 만드는데 여기는 두 개의 긴돌로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부도의 석재들과 아주 잘 어울려 괜히 기분이 좋다.
단풍나무들을 지나 사천왕문을 지나면 한단 위에 대웅전이 왼쪽으로 휜 소나무사이로 자태를 나타낸다.
능가산의 돌산과 하늘과 소나무와 삼층석탑과 대웅전이 참 조화롭다.
내소사는 “여기에 오신는 분들은 모든일이 다 소생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혜구 두타스님의 원력에 의해 백제 무왕34년(633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오랜 시간을 걸쳐 중수중건을 해오다 임진왜란때 모두 소실된 절을 조선인조때 청민선사가 중창하였다.
그후 광해선사와 만허선사의 증축이 있었고 1932년 해안선사에 의해 오늘에 이르렀다.
내소사 대웅전은 보물 제291호로 지정되었으며 인조11년(1633년)에 중창되어 오늘에 이른다.
정면3칸 측면3칸의 다포양식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추녀의 날렵함이 덜하지만 균형미와 선이 곱다.
배흘림기둥과 공포가 화려하고 퇴색한 단청이 더 고건물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이 대웅전은 연꽃과 수련으로 장식된 문살이 압권이다.
사방연속무늬로 채워진 문살은 한조각 한조각 정성이 덤뿍 느껴진다. 어느 건물에서도 보기 힘든 문살이다.
안에는 극락조가 그렸다는 단청이 수 놓아져 있고 백의관음보살좌상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거라 한다.
관음상의 눈을 보고 걸어면 눈이 따라온다.
그 눈을 마주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하여 많은 이들이 찾는다 한다.
대웅전 왼편으로 보물(277호)인 고려동종이 있다.
대웅전 옆에서 모여 도종석답사부장으로부터 건축에 관한 강의를 듣는다.
회원들에겐 들을때 마다 헷갈리는 용어들 하지만 반복하여 듣다보면
언젠가 입에서 맴돌지 않고 술술 말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홀로 잠시 대웅전 뒤를 돌아 보니 능가산과 풍경이 한 모습에 들어와 사진을 한장 찍어 본다.
내소사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버스로 향한다.
이번 부안 답사는 답사보단 여행이라 함이 옳겠다.
내소사 이외에 문화재답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쓰며 답사일번지를 고르는데 있어 강진과
가장 끝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한다.
그 만큼 부안도 역사적으로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강진과 비교한 구절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강진엔 월출산이 있고.부안엔 변산이 있다.
강진엔 다산정약용이 목민심서를 남겼고 부안엔 반계 유형원이 반계수록을 남겼다.
강진엔 구강포가 있고 부안엔 줄포가 있다.
강진엔 김영랑이 있고 부안엔 신석정이 있다.
강진엔 고려청자가 있고 부안엔 상감청자가 있다.
강진엔 옹기가 있고 부안엔 분청사기가 있다..
강진엔 동백이 있고 부안엔 동백과 후박,꽝꽝,호랑가시나무군락지가 있다..
강진엔 대흥사가 가깝고 부안엔 선운사가 가깝다.
정말로 답사 일번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부안이다..
거기다가 부안엔 동학혁명이 있다..
그런 부안이지만 이번엔 답사 흉내만 내고 온게 못내 아쉽다..
하지만 아직은 위 답사를 하기엔 회원들의 역량이 모자란 감이 있고
하루로는 턱도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있었다..
회원들이 좀 더 답사에 눈을 뜨면 그때 꼭 여행이 아닌 답사를 다시 오리라 마음 먹어 본다.
곰소항으로 가 젓갈 관광을 하고 채석강으로 향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 오는 채석강을 둘러보고 빗줄기가 굵어져 차에 서둘러 오른다.
새만금방조제를 향하는데 태풍의 영향인지 빗줄기가 거세진다..
도부장이 새만금의 건설 개요를 설명하며 목청을 돋는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 우리영토의 0.4%가 늘어 지도가 바뀐다는 얘기,
여의도의 백몇배가 된다는 얘기 말로 듣는거 보다 눈으로 확인하니 발상을 한 인간들이 무섭기 까지 했다..
인간의 탐욕은 어디 까지 일까? 이기만 쫓아 자연을 난도질하는 인간들
환경론자나 국민들의 말을 개소리로나 듣고 너희는 지져라 우리는 강행한다..
이미 들어간 돈이 얼마니 돌이킬 수 없다..결국 그렇게 새만금이 완성된거 아닌가?
그리고 똑같은 일이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이나라 강들을 도살하고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인간의 이기에 저항하는 자연의 눈물이 쉼없이 차창을 때린다.
착찹한 마음을 뒤로하고 군산을 거쳐 마산을 향한다.
이번 답사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자연훼손과 동학의 애절한 고장을 들러 본 애잔한 여행이기도 했다.
이번 답사는 벌초기간과 맞물려 차가 많이 막혀 운전하신 한사장님이 어느때 보다 고생이 많으셨다..
사장님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답사강의에 고생한 종석이도 감사하고, 끝까지 중심이 되어주신 진선형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살림살이에 허리가 휜 문천누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무엇 보다 굳은 날씨에 사고 없이 잘 따라 주신 회원님들께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이번 답사기를 접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