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온돌! 따뜻함은 희망입니다!
저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연이은 한파로 체감 온도가 영하 50도는 될 것 같은 차가운 날씨를 뚫고 보광동, 청파동, 원효동 등을 누비며 마음이 더 시린 독거 어르신,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을 만나러 가는 사례관리 일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몹시 추웠던 1월 어느 날 목도리를 칭칭 감고,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대상자를 만나러 갑니다. 초행길이라 골목골목 헤매고 다녀도 쉽게 집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겨우 대상자의 집을 찾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용산구청 사례관리사입니다.”
1월부터 사례관리사가 변경되었다며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고 계신지 여쭈어 봅니다. 그러면 어르신은 입고 계신 두꺼운 파카를 여미며
“보일러가 안 돼~ 고장 났나봐.”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떤 가구는 보일러가 아예 없는 집도 있습니다.
대상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 춥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이틀, 며칠을 아니 이 겨울을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집에서 지내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염려스러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계신 어르신은
“내일 병원에 가야 하는데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씻을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몇 달째 콜록콜록 거리시는 분도 계십니다. 전기장판을 연일 가동해보지만 그것도 고장이 나서 반쪽만 따뜻하다고 합니다. 조그만 난로 앞에 웅크리고 앉아 열기를 쐬고 있지만 전기료가 많이 나올까봐 오래 켜두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 어르신은 얼마나 추우셨던지 전기장판을 몇 개씩 포개어 사용하고 계시기도 하였습니다. 너무 위험해 보이고, 이렇게 사용한다고 해서 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오죽 추웠으면….’이란 생각에 어떤 말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다 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지…’
걱정되고 염려스러워 하루 빨리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바빴습니다. 이러던 찰라 희망온돌의 일환으로 ‘따뜻한 방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일러 수리를 원하셨던 어르신께 보일러 점검 자원봉사자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르신 댁 보일러는 물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파이프가 모두 절단되어 가동 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절단된 파이프를 꼼꼼히 용접합니다. 작업이 끝나고 보일러를 가동시켜 봅니다. 보일러에서 기계음이 들리니 어르신 얼굴에도 기쁨이 묻어납니다.
며칠 후 어르신께 보일러 가동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 전화를 드렸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르신 목소리가 예전과는 사뭇 달리 밝았습니다.
“고마워요. 방이 아주 따뜻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저도 어르신께 감사했습니다. 추운 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잘 견뎌 주셔서요. 그리고 이웃이 이웃을 돕는 희망온돌 사업이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사업이 없었다면 어르신은 지금까지 추위 속에서 고통 받고 계셨을 테니까요.
하루는 단열작업 자원봉사자와 보일러가 설치되지 않은 어르신 댁을 찾았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조그만 난로 앞에 웅크리고 앉아 계신 어르신께
“안녕하세요? 어르신 댁이 너무 추워서 단열시트 붙여드리려고 왔어요.”라고 인사를 건네고는 작업이 필요한 장소를 선정해 봅니다. 방, 방문, 거실 창문, 현관, 화장실, 부엌 창문, 수도꼭지까지 집안 내부 어느 하나 추위에 취약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창문의 길이를 재고, 양면테이프로 창문 크기에 맞는 단열시트지를 꼼꼼하게 붙입니다. 문 틈새에는 문풍지로 매워주었습니다.
작업 당일이 올해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기 때문에 차가운 바람과 맞서느라 힘들었지만 어르신을 조금이나마 따뜻한 방에 모시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였습니다. 3시간 동안의 작업이 끝나고, 단열시트가 붙여진 집을 둘러보니 처음보다 훈훈한 느낌이 감돌고, 마음도 뿌듯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숨겨진 취약 계층을 발굴할 수 있고, 조금만 도와주면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 희망온돌을 통해 서울 시민 모두의 삶이 따뜻하고 풍요로워 지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발로 뛰는 사례관리사가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