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대서사시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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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星戰)
2. 태 동(胎動)
(Ⅰ)
타이탄 위성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우주사관학교는 우주를 개척하고 앞으로 뻗어나갈 꿈을 지닌 청소년들을 훈련시키고 다듬어나가는 일종의 수련장이었다.
태양력 672년 11월 3일, 이러한 우주사관학교의 교문이 오늘따라 사람들로 매우 분주했다. 바로 1년에 한 번씩 있는 졸업날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학부모들은 졸업을 하는 아들, 딸들에게 주기 위해 꽃과 선물들을 가지고 식장인 대강당으로 향했다.
검은색 제복을 입은 졸업생들이 대강당의 중심에 놓여진 400여 개의 의자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었고, 그 좌우로 후배들이 부동자세로 졸업생들 쪽을 마주보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이제 곧 시작될 졸업식을 보기 위해 2층에 설치된 의자로 한두 명씩 들어와 앉기 시작했다.
잠시 뒤 마이크를 통해 사회자의 음성이 대강당에 설치된 스피커로 울려 퍼졌다.
“귀빈 여러분 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이제 곧 제45회 우주사관학교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대강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사회자의 통제에 따라 조용해지자 사회자는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 지금 미샤드 다니엘 교장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계십니다. 모두 반갑게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다니엘 교장이 단상 위에 올라가자 앉아있던 400명의 졸업생들이 동시에 일어났고 후배사관생도들 역시 정면으로 돌아서며 선배들과 같이 교장선생님을 향해 거수경례를 올렸다.
다니엘 교장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거수경례로 답을 했고, 2층에 앉아있던 학부모들도 박수를 치며 단상에 서 있는 그를 반겼다.
축사와 답사 등의 인사와 교장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이번엔 우리 우주사관학교가 생긴 이래로 전술ㆍ전략과목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 상을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이름을 밝혔다.
“이 과목에선 동점인 관계로 수여자가 두 명이 되겠습니다. 5학년 D반의 린쿤, 5학년 D반의 마카이. 두 학생은 단상 위로 올라가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400명의 졸업생들 속에 끼여 있던 린쿤과 마카이는 약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헤집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린쿤과 마카이는 차렷 자세를 취한 뒤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교장선생님을 향하여 거수경례를 다시 한 번 올렸다. 다니엘 교장은 그런 두 명에게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니엘 교장이 린쿤과 마카이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악수를 하자 주위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두 명의 졸업생도는 높게만 보이던 단상 위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1시간여에 걸친 졸업행사가 다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졸업생도들은 각자의 가족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카이 역시 타이탄 위성의 시골에 사시던 늙은 노부모께서 올라와 기쁨을 더했다.
린쿤은 그런 마카이를 부럽게 쳐다보며 어정쩡한 포즈로 옆자리에 서 있었다. 사실 린쿤은 어릴 때 부모를 사고로 다 잃고 10여년의 세월을 홀로 외롭게 커 온 고아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마카이의 부모님을 보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의 뭉클한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한 린쿤의 기분을 재빨리 눈치 챈 마카이의 어머니가 린쿤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다.
“린쿤아, 많이 컸구나! 안 본 사이에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리다니. 그 동안 잘 지냈니?”
“예. 올리엣 아주머니. 알프레드 아저씨도 잘 계시죠?”
“그럼, 당연하지. 자 가자꾸나!”
마카이의 어머니는 린쿤의 손을 잡고 가족들 사이로 데려왔다.
“여보, 여기 린쿤 데리고 왔어요.”
“오호라~ 이게 누군가! 린쿤 아니냐! 하하하하, 만나서 반갑구나. 그래 그 동안 아들 녀석을 통해 네 얘기를 많이 들었다. 마카이랑 친하게 지내줘서 고맙구나. 참, 그나저나 아까 너희 둘이 단상 위에 올라가 같이 상을 받을 때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던지..... 하하하하! 하여튼 기분이 최고였다.”
마카이처럼 덩치가 큰 그의 아버지가 린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반갑게 대해주었다.
“자자, 우리 이러지 말고 빨리 밥 먹으러 가자꾸나! 오늘 이 아버지가 너희들한테 이 별에서 가장 맛있는 걸 사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