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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영의그림자1-2
따르릉,따르릉,따르릉-
미애가 눈을 뜨려해도 거센 손바닥처럼 느껴지는 피로가 안면을 누르고 있다.
어둠 속의 벨이 젖먹이 아이처럼 칭얼 댄다. 카페트 바닥을 공그리 한 후
이내 그녀의 눈꺼플을 제껴 올린다.득달 같은 정신이 머리를 치며.부수수 하게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흔든다. .
출장 중인 염 제민이의 전화를 기다리며 애를 태우다 테이프가 끊긴 것이다.
그가 아쉬웠다.그 남편이 특별해서라기 보다 남성이 그리웠다.침대에서 몸을 세우
며 스탠드 스위치를 건드린다.
거울이 탄력있는 몸매의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 뱀처럼 휘감았다.관능인지 격정의
몸부림처럼 꿈틀 댄다. 마흔 살 나이가 거짓말 임을 선포할 것처럼 도도하다.
그녀의 한숨이 음성과 엉키며 송화기를 적신다.
"여보세요?"
“ 깨어있었군요.?."
사내 음성치고는 여리고 부드러워서 여성을 대하는 느낌이다.
통화를 하는 게 아니라 거품에 쌓인 비누를 만지는 것처럼 피부로 느껴진다.
"아, 박 남수씨 ! "
"부인."
거울 앞에 설 때 마다 생각나는 그는 동성 같다는 느낌을 준다.그 이미지가 졸음
찌끄러기를 말끔이 지워버렸다.
"늦은 밤인데 참을 수 없어서요."
귓 속 만 촉촉하게 적시지 않는다. 걸친 잠옷을 벗기느라 떨고 있는 음성은 이미 그녀를 욕조 안으로 밀어넣었다.
첨벙!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온수가 불처럼 전신을 감싸는 가 싶더니 내부로 옮겨 붙는다
“아,남수씨 지금 어디에 계시죠? 뵙고 싶어요. 당장이라도:"
"집 앞에 있어요."
“저런,인터 폰을 누르시지 않고,아직도 배짱이 없어요"
".......'"
"제가 나가죠.”
“아닙니다.미애씨의 고향 집 앞입니다.로렐라이 바위가 있는 냇가 맞은 편,,,,”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안타까움에 잠시 몸을 맡겨야 했다.
그녀의 고향은 강원도 인제군 남면 어론리였다.
눈을 뜨기도 전에 " 구령 조정 삼회 실시"를 시작으로 애국가를 들어야 했다.,
영내마다 산발적으로 중얼중얼 알아들을수
없는 구호가 물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군부대 지역이었다. 집합과 해산 소리가 지평선에 멎는
날이 없는.이 군 부대 와 이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그녀의 집은
구멍가계를 하였다. 아버지가 짓는 농사 일로 다섯 식구가 살아가기 힘들었다.신남 여중학교를 마친
그녀는 춘천 이모 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집에 돌아왔다.방 문을 열 때마다 책상에는 편지가 놓여있었다.
익명의 편지 봉투 인데다 눈만 뜨면 보는 군인의 편지 같아 관심이 없었다.
이따금 부대 정문을 지나치면 말뚝처럼 서있던 위병 초소 근무자들이
"성이 미애라고?그럼 이름은 뭐냐?"
며 놀려 대었지만.자기를 이성으로 보지 않았다.
그녀보다 두 살 위인 언니의 불행한 처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편지는 불쾌했다.
언니는 재 작년 한 사병과 연애를 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소문만 안고
사는 것이다.군 부대 주변 특히 산간지방 일 수록 도시 풍 남자에 대한 선망이 두드러졌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염아리 사병들 때문인지 우연인지 쉽게 사귀며 쾌락을 얻고는
제대를 하였다. 자기 언니보다 불쌍한 여자도 있었다.돌아오지 않는 사내의 아들을 낳아 키우는
마을 선배 언니다..그 불행의 씨앗이 이 편지라는 바이러스라고
단정한 그녀는 거들떠 보지 않았다. 더구나 그때 연애에 실패하여 소양강 물에 몸을 던지고 싶었다..
실연 과 심연이 함수 관계며 폭과 깊이 면에서 한 통속이었다는 것이다..
한성의대 3년 함 기철이었다.그와 만나게 된 것은 효자동에 사는 이모부 때문이다.
주로 강원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원룸 형의 방이 60개나 되는 6층 빌딩을 소유하고 계셨다. 자녀가 없는 내외는 미애를 친딸처럼 아껴주었다. 사용하는 원룸 중에
가장 조용하고 안전한 6층 2호실을 제공했다. 이모부 내외의 거처하는 층이다.
"미애야,서울에서 온 그 의대생이다. 그 학생에게 영어 렛슨을 받아라..이모부가 너 대학 못 보내 주겠니?."
그녀는 꿈길을 걷고 있었다.대학이라니....고향의 언니들이라고 다 맹물을 켠게 아니다.
건니 고개에 사는 최 경화 언니는 사병과 교제를 하여 결혼에 성공,서울에서 살고 있다.
남편은 동화일보 신문기자다.부부가 명절날 자가용을 타고 마을에 나타나면 그보다
화제 꺼리가 없었다.두 자매도 가계를 보며 인식을 같이 했다.미애가 시름에 빠져있는 미숙이를 바라본다.
"언니, 경화 언니 보면서 무슨 생각했어?"
"그 선배 얼굴 볼폼 없어도 대학을 나왔으니 우리 레벨이 아냐,"
"레벨,레벨이라......
그녀는 되뇌 인다.
이모부가 미애의 방에서 나간다.그녀와 마주 앉은 그는 키가 크고 뿔테 안경을 긴 코에 걸친
용모부터 의대생 다웠다.
"미애,첫 수업을 내일부터 하기로 했으니 오늘은 레벨 테스트만 하고......"
그녀는 최 경화 언니를 떠올려 본다.미숙이 언니의 하소연이 들린다.
그 때마다 거울 앞에 선다.자기의 얼굴이 거울까지 닿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흘러갈까?음속보다 빠르다는 광속은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같은 천체 물리학자들이 꾸민 거짓말이었다.
시간은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길고도 짧은 고무줄과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그 시간에 맞추어 살기 싫었다.
그녀의 방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갈색 말과 바위에 서있는 로버트 랫드 포드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었다.언제 부터인가 자신을 내려다 보는 그 배우가
안중에도 없이 그와 입을 맞추며 국경 아닌 국경선을 넘고 말았다.춘천 시내 중심가 명동에 가 봐도 그만큼 멋진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레벨이란 토성의 테두리처럼 시야만 가린 네뚜리였다.
모기가 극성을 피우는 여름 밤,소양강 선착장이었다.
여명이 다가서자 그녀의 등과 엉덩이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그 자갈밭에서 뒹구는 .긴 시간에 미애의 혀도 기철이의 혀도 퉁퉁 부었다.
자갈밭에 처 놓은 그린 칼러 텐트가 달빛에서 바람을 맞고 펄럭인다.그녀가 절룩거리며 그 텐트에 함께 들어서자 그가 손가방을 열고 주사기를 꺼내었다.
수중 키쓰보다도 그에게는 더 짜릿한 자극이 필요했던지 서슴없이 자신의 왼팔목에 주사를 놓았다.
"미애는 처음이니,아우럴만 하자구."
"아우럴.....?"
이렇게 실무적으로 렛슨을 받는 다면 놓칠 단어가 없을 것 같았다.그때 왼 팔목이 따끔해서 눈을 감았다.그 필로폰이 그녀의 귀부터 마비 시키는 것이다.
"미애를 만나려고 아파트를 나서려는 데 내 매형이 왔길래 물컵에 살짝 칵테일 해서
먹였더니 찌릿한 현상이 벌어 젔어, 알아?"
"누님과 그렇게 자주 싸우세요?"
"그럴 때마다 내 아파트에 찾아와서 귀찮아.'
"무슨 효과를 보셨어요?"
"매형,저 주차장에 검정색 마크 포 보여요? 하고 물었더니 그때 까지는 제 정신이
었어. "
"그래 흰색 포니 옆에 있잖아?"
"맞아요.저 마크 포가 수상해요.누나가 매형 동향을 살피느라 해결사를 보냈는지 아까부터 와 있어요.제가 누군지 알아보고 올 때까지 잘 감시해야 돼요."
미애가 말했다.
"기철씨 17 층, 그 높은 위에서 망을 보라고.....".
그는 미애를 덥썩 끌어 안고 웃는다.
"내 시간을 방해하니까 골탕 좀 먹이자는 거야..그리고 네 게 간 거야."
"아이,그때 일은....."
"나도 미안해.그 이모 두 분이 다 극장에 않갔더라면 수업 만 하고 나
왔을 텐데....도착해 보니 새벽 5시잖아."
그녀는 달아오른 붉은 낯을 감추려는 듯 물기 젖은 그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지 않았다.
이모부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준 6층은 스카이 라운지였다.원룸 객실마다 공급해
줄 달빛을 몽땅 차지하고 있었다.그 달빛을 등에 진 그가 옷을 줏어 입으려고 스탠드에 스위치를 올렸다.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스윗치를 내렸다.식지 않은 알몸으로 기대며 그의 등짝을 뜨겁게 달군다.
"오빠,우리 조금만 더 같이 있으면 안 되요? 오빠가 없는 시간은 죽음 같아.책임 져요.".
"너두 끼가 있다."
"나쁜 건가?"
"그렇게 말하는 입술이 너무 이쁘다."
"컴컴한데도?"
"요게 실컷 보고도 그래 나도 새로 보여주지."
신체 구조에 전문가 처럼 성감대란 성감대는 한군데 남겨놓지 않았다.아니 자신도 몰랐던 곳을 찾아내어 피아노를 쳤다.
그 새벽이 다 타도록 몸을 사르고 타액이 마르게 전신을 훑어나가던 그가 입을 연다.
"그때까지 매형은 베란다 에 서서 주차장을 주시하고 있었어.
나는 시치미를 떼고 '매형 뭐해?"
"야,저 마크 포 보다도 흰색 포니차가 수상해.한 남자가 타고
8시에 나갔다가 9시 반에 들어오더니 12시에 나가 지금까지 안 돌아오고 있어."
그들은 부등켜 안고 창자가 빠져 나올 것처럼 웃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그의 간청으로 따끔하게 맞고 혼을 빼았겼다.집중력이다.
그 혼을 삼키자 어둡던 강변이 개미가 기어가는 게 보일만치 환했다.사람들의 눈길이 스크린의 희미한 영상처럼 아물거리다 사라졌다.물기가 촉촉히 젖은 수영복이 거추장스러울 만큼 그녀의 눈에 번쩍이는 것은 그의 성기였다.아니 입술을 끌어당기는 자석이었다.
.그가 무려 8번이나 오르가니즘에 이르도록 그녀의 혀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모집에서 짜릿하고 스릴 있던 기억을 산산 조각 내는 폭팔이었다.
"아아,아!"
그와 자신의 엉킨 육체를 보면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그 강변에서 다시 만났으나
그 여름이 겨울로 바뀐 때문인지 그의 입술은 차가웠다. 자갈밭을 내딛을 때 처럼 고르지 못한 소리를 내 었다.
"미애,결혼하게 되었어.어쩔 수 없어,상대 측에서 병원을 차려준다고 우리 부모님을 설득 시켰어."
그녀는 지진으로 땅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용암의 분출을 태양인양 착각했다고 자위하는.
것보다 이 현실을 홀가분하게 만들 방도가 없었다.
".오빠,부탁이 하나 있어요."
"무슨 부탁,이런 놈에게 할 부탁이 뭐야? 같이 죽겠다면 그건 할 수 있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재미는 모른 채 애만 생겼다.-며 후회하는 결혼 만큼 아쉽고 허탈한 건 아니니까 후회 부터 떨쳐 버려야 했다..
"이모님은 처음부터 오빠를 저와 엮으려고 계획했으니 그게 잘못이고 두번 째 오빠의 마음이죠.저를 만나기 전부터 집안끼리 그런 언약이 있었다고 말 하지 않은 점이요."
"할 말이 없다."
"오빠 힐로폰 한번 더 맞음 안되요?"
그가 고개를 젓는다.
"그땐 너를 사랑하지 않았어. 친구들이 입 버릇처럼 하는 말에 이성을 잃었어. 자기가 가르치는 여수험생은 자기 꺼라며.뻐길 때...나도 그러고 싶었던 거야.그런 말을 들으면 마치 내 몫을 누구에게 빼았긴 것처럼 분하거든,....."
"이젠 그 욕구를 다 채우셨군요?"
"미애,한 번 만이라도 좋으니 친 오빠라고 생각해 줘!"
"무슨 뜻이에요?"
"큰 병원 원장이 소원인 부모,공부만 강요하는 그 슬하에 아들 고뇌가 어떤 건지 이해해 줄 여동생의 역활을.....내 삶도 두더지와 같이. 뒤를 보지 못하게 했어야한다. 진도가 나갈 수록 좌우를 살피면 속빈 강정 같고
돌아보면 텅텅 빈 터널 같다.."
"......?"
" .남들은 학과도 애인도 자기 취향 대로 한다. 하고 싶은 일 하며 앞 뒤 스케줄이 빵빵 하다. 뒤를 돌아볼 일이 없으니 나처럼 공허할 까딝이 없지."
"파우스트 박사라도 된 느낌이었군요?"
" 자유분방하지 못해서 이 꼴이 되었어. 이 마당에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오빠는 의대생이잖아요.히로폰도 구했으니 상처를 아물게 할 처방도 내릴
수 있잖아요? 저는 오빠가 그 약을 투입하고 왔는 줄 알았어요. 저도 교제하던 상대를 커트 시킬 때 사용하려고....어떻게 병원 차려준단 말을 할 수가 있어요?오빠도 나처럼 가난해 봐.그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아니 그럴 필요
없겠어요.잘나가고 있으니 부자들만 상대하면 되니까요.공부 벌레들,마마보이들 치료하는 전문의로써......"
그녀는 실연을 당한 이후로 남학생들과 더욱 난잡한 관계를 맺으며 시들은 장미가 된 시기
였다. 이모 댁에서 보내 주겠다던 대학도 의미가 없었고 굳이 가야 할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시간,그랬다.남들은 길게 늘어트려 사용하는 시간을 앞당겨 쓰려다 넘어진 것이다.
이모님,
저 집에 가요.실망 했어요.대학이라는 곳과 학생들.... 이모님이 생각하시는 레벨에 못 미쳐요.두 분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혜가 훨씬 높아요.
집에 돌아 온 그녀는 답장을 써주기로 했다.이런 여자에게 시간 낭비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서-….
미애는 손에 잡히는 대로 편지 봉투를 열었다.
저는 당신을 로렐라이라고 부릅니다.사병들이 잘 아는 성 미애라는 이름보다도 저만이 간직하고 내 임의 대로 보고 싶을 때 마음껏 부를 수 있는 이름이니까요. 힘차게 불렀어요.유격장 절벽에서 도르래기에 매달려 하강할 때 조교가
죽어도 좋은가?-
"죽어도 좋습니다."
-애인 이름 삼회 실시-
"저는 노래를 부르면 안될까요?"
-어허 죽어도 좋겠다는 놈이 노래를 불러?-
"이름을 대면 고참들에게 빼았길 수도 있는 환경이라서...."
-그래,쨔샤 불러 봐."
"옛날부터 전해 오는 쓸쓸한 이바위-가슴 속에 그-립-게도 한없이-...."
-유격대,삼회 실시!-
태양을 향해 산도 들도 냇물과 하늘 마져도 푸르름을 자랑하던 .8월의 여름을 기억하세요?당신의 집 뒷곁으로 흐르는
냇물 당신은 젖은 머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콧노래를 불렀습
니다.노란색 꽃 무늬의 검정 원피스를 입고 있었죠.요정 같았어
요.그 냇가는 나에게 작은 라인 강이었고 딩신이 앉아있던 바위는 로
렐라이 언덕이었습니다.
그 이미지는 일석 점호를 받고 취침을 할 때까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소등의 어두운 내무반 천정에서 조차 아른거렸어요.지옥 같다는 10일 유격 훈련이 총알처럼 비껴갔어요.
가리산에서 완전군장 백리 도보가 만만치 않습니다.단순히 귀대에 속해있는 사병들에게는 무거운 발걸음이었죠.고참들마져 처량하게 보일 만치 사랑의 날개를 단 저의 행진은 가볍고 상쾌한 것이었죠.
그녀는 또 다른 편지를 개봉했다.
제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항해사 입니다.배를 타고 어론리 항을 향해 오다가 그만 소용돌이에....이런
저를 구해줄 분은 당신 뿐입니다.편지는 가끔 써보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 입
니다.이런 가슴도 이런 고백도,....저는 다시 태어난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까지 신성하기만 하던 군대의 제반 사항이 이처럼 방해물
처럼 느껴질까요?남들은 통로 한구석에 나붙은 휴가서열 앞에 서 웅성거리고 제대 날짜를 헤아리는
그 시간에 저만 다른 꿈을 꿉니다.
그녀는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른 채 새 봉투를 개봉해 나갔다.
어제는 행군을 하는 데 우리를 인솔하던 소대장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
다.도보 행진을 하다가 갑짜기 구보를 시키는 바람에 제가 얼마나 열을 받았는
지 아세요?당신 집 앞에 도달하기 만을 고대하며 거니 고개에서부터 목을 빼
었는 데 하필 영천상회 앞에서 말입니다.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한번 무너진 뚝은 반듯이 허물어진다.한번 처녀를 상
실한 자신이 겉잡을 수 없었던 것처럼,그러나 이 옹달샘 저수지 뚝 은 신선한 샘물을 가득 담고.있어서 깊숙히 가라앉아도
숨을 쉴 것 같았다.무너진 뚝으로 물이 폭포처럼 쏟아저도 아무런 해를 입힐 것 같지 않았다.
참 선장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군요.
제 이름을 대는 게 두렵습니다.제 이름이 간혹 외상값을 떼 먹고
달아난 제대병과 같다거나 여자를 울리고 사라진 군인과 비슷하다면 제
가 난처합니다. 명예와 이미지가 흐려져요..
이제 와서 이름을 바꿀 수도 없잖아요? 계급을 밝히는 것도 꺼림직하답니다.
당신이 말뚝을 박으라면 몰라도 장교를 원한다면 저는 육군사관학교에 가는 수속을 밟아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군단장아 탄 헬기를 보며 계급이 생각 났어요.자신이 있었어요.당신이 내게 별을 요구한다면 모르지만
날 사랑하는지 시험 삼아 헬기에서 뛰어내려 보라고 한다면 그건 당장이라도 액션을 취할 선장이라고...
그녀는 되뇌인다.
'무슨 과분의 말씀을....로미오를 상대할 만큼 순결한 소녀가 못되요.쥬리엩의 역활에 충실하지 못하고 전락한 집시같은 저에게
탈영병이라도 좋고 노틀 담에 꼽추라도 상관 없어요.의대생만 아니라면...'
그녀는 신선한 바람을 느꼈다 함 기철과의 관계를 티끌처럼 만들고 접촉도 없었던것처럼.... .
그 많은 남자들이 한 행위는 바지를 내린 것 외에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질서정연한.
우주의 궤도처럼 일단 돌입하면 이탈하지 않는 상대를 찾아야 했다.
그녀는 그 편지의 주인공을 찾는 데 .언니의 협조가 필요했다.
"언니,봉투 묶음마다 칼라가 다르니까 편지지를 사가는 군인 아저씨 이름
을 적어 놓으란 말야."
"하지만 우리가계에서 편지지 사가는 사병들 하나 둘이 아닌데 어떻게..."
"편지 봉투마다 바늘 구멍을 뚫으면 간단해."
미애는 들고 있던 편지봉투를 보여주었다.
"구멍이 한 개 또는 두 개,세 개 이런 낚시에 지가 안 걸려?"
"어쩜 계집에 여우 같이...."
미애는 언니를 보며 입술을 깨문다.자기가 스타트는 실패,패전 타자가 되었지만
언니처럼 군인의 한방에 나가 떨어지지 않을 자신감이다. 그 낚씨 밥에 걸려 들은 것이 김 일권 하사다.
그녀는 시치미를 떼고 김하사를 눈 여겨 보기 위해 토요일
일요일 빠짐없이 집에 돌아와 가계를 보았다.
김 하사 역시 자기를 흠모하고 있었다.자기가 사용 안 할 졸병들의
명찰이나 군모는 물론 술과 안주 심부름도 자처 하였다.그때마다 미애를
쳐다보았다.외모는 편지 내용처럼 디테일 하거나 샤프 하지 않았지만 야생적인 마스크였다.
자기가 사귀었던 또래의 골골한 남학생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듬직해
보였다.둥근 얼굴이 마치영화 쿼바디스의 네로 황제처럼 우직스럽게도 보였다.
"아저씨,연애 박사인가 봐?그 많은 편지 봉투 어디에 필요하죠?."
"아,그런 게 아니 라요.오해 마이소."
"고향이 부산이세요?"'
"배를 좀 탔긴 하지만,그건 와 묻습니껴?"
그의 생김새,그의 투박한 말투,그녀는 실망하지 않았다.
함 기철을 경험한 이후다.못 생긴 무를 찾았다..화려한 옷차림이나 핸섬한
용모가 껍찔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전에서 가르쳤으나 무시하다 연애에서 배웠다.그녀가 노틀담의 꼽추를
정독한 것도 이때였다.집시 여인을 저버린 귀족 유부남을 떠올
리며 의대생에게 서리 맞은 자신과 비교를 해보니 세상은 변천하는 게 아니였다.고전에 스토리를 리모델링한 것이었다.
2년 동안 자기를 향한 마음이야말로 고전이었다.이름만 김 일권이지 그는 과거 바보 이반이나 콰지모도 였던 것이다.그리고
계급이었다.단기 하사관은 이런 지역에서 환영 받지 못했다.
반면 김 하사처럼 장기하사는 사정이 다르다.여성들 뿐 아니라 그부모들에게 환영받는 직업군인이었다.
마을 청년에게 시집가면 농사꾼의 아내로써 논 밭 갈며 산 나물이나
캐러 다니지만 선임하사와 결혼하면 월급 타는 공무원의 아내였다
더구나 공휴일이면 남편 부하들이 몰려와 나무를 해오거나 집수리,갖은
잔 일을 처리해 주었다.
김 하사의 편지가 허위로 가득 부풀린 거품 일 망정 그 직위는 결코 자기
를 배반할 수 없었다.배반이 존재한다면 자기가 하는 셈이다.위를 쳐다 보
다 추락하여 군인과 사는 거니까.
그녀는 다급했다. .
“아,남수씨,택시를 타세요.아니면 제가 그리로 가겠어요.우리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요.."-
"나도 그러고 싶었오. 당신의 성남 아파트 공중전화 박스입니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그녀는 허둥지둥 다시 거울 앞에 선다.
경기도 성남시 외각의 외과 병원 원장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원장 앞에서 30대 중반의 사나이가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교통사고 중환자처럼 한 시간 누워있기만 하면 입원비 따따 불 준다는 데 왜
거절하죠?”
원장은 테이블에 놓인 석간 신문을 젊은 이에게 건네준다.
“아내의 바람기를 잡겠다는 발상이 겨우 그건가?”
원장은 입술과 다르게 눈은 젊은 이의 위 아래를 열심히 훑어본다.
퍼머를 한 머리를 보면 애송이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손톱에 낀 기름때.노동으로 굵어진 손가락에 금반지 롤렉스 손목시계 피엘
가르뎅 외투,처음 자기에게 내 밀었던 명함,조그만 공장을 하며 돈 푼 깨나
만지는 녀석 같았다.
-현대정공-대표 염 제민-
그 제민은 손목시계를 자랑이라도 하듯 왼쪽 팔 소매를 걷어 붙이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그 만치30분을 사정 했는데, 좋습니다.다른 병원을 찾죠.!’
"젊은 사람들은 그게 탈이라니까.이 보세요.사장은 신문도 안보나요?허위 진단
사건으로 .원장이 입건되었어.어떻게 사장 말만 믿고 입원 시킬 수 있나?"
"진단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그래서 말인데,이런 충격이 자극제가 된 다니 내 해주겠네."
염 제민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만 없다면 그깟 마누라 뭐가 문제겠어요?"
원장은 제민이의 명함을 다시 보았다.
"플런져...이게, 기계 이름 인가?"
"사람으로 치면 피를 공급하는 심장입니다.이 병원에서 하는 일과 비슷하죠."
".......?'.
"차주가 플런져 펌프를 들고 가면 그때부터 주인이나 기사 맘대로 에요."
"....."
"테스트하고 바라시하고 오버 올 하던지 그대로 사용할지 기사가 꽉 쥐고 있어요.
어떤 기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수리비가 천차만별이에요. 의사 잘못 만나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것과 대동소이죠.재 수속 검사 절차 밟아야 하는 것
말에요.차주들도.찾아가는 시험실마다 재시험,재 부속품 교환,재,재,재 돈.
백 우습게 깨져요"
"......"
" 고장 원인이라도 잡히면
바랄게 없는 데 차는 굴러가지 않고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고....이 정비
업소야 말로 제도적인 법, 장치가 절실해요."
원장은 김이 팍 샛다는 표정이다. .
'요놈,다음에 오면 주둥이 봉합 수술부터 할 꺼야.'
"미쓰 리!"
간호사가 다가온다.
"자,한두 시간 멜로 드라마 찍는 다고 생각해!'"
제민은 미소를 띈 채 간호사의 꽁무니를 따랐다.
잿빛 하늘에 싸라기 눈이 한차례 쏟아졌다.
그 하얀 입자들이 배기 가스에 엉켜 순백을 저버리는 문래동 자동차 정비
단지다.
주차장,정비고,도로 구분이 안 될 만치 자동차 진을 치고 북적였다.그바리케트에 처박혀 오도가도 못하는 운전기사들의 신경질이 클랙슨에 전달되어 실갱이를 부축인다.
제민이가 모는 검은 색 로얄 살롱 승용차가 간신히 지옥 코스를 주파하고 정비
공장 철문 앞에서 멈춰 섰다.한숨 돌린 표정으로 물었던 담배를 오른 손에
쥐고 재털이에 문질러 대었다.
그는 클러치에서 발을 떼며 정비공장 간판을 힐끗 본다.-태양자동차 일급 정비-
이곳을 들러 갈 때 마다 박 남수 생각이 났다.
1979년 7월-
달력을 두 장 넘겨야 한풀 꺾일 태양이다. 오후에도 구로동 전철역 주변에서 극성을 부리며 떠나지 않았다.
지평선 아스라히 펼쳐진 레일을 엿가락처럼 휘어놓고 철로가에 건물들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역 주변의 철재상,주물공장,고물상,남수의 철공장이다.스레트 지붕의 블럭 건물들
이다. 워낙 낡아 그냥 방치해도 쓸어져 버릴 듯 한 실정이다..그마저 장 영자 어음
사기 사건의 그늘에서 허덕였다.
염 제민이가 모는 용달차가 좁은 일반 통행 도로를 간신히 빠져 나와 벌겋게 녹이
슬은 철문으로 들어선다.
염 제민의 눈빛도 흐릿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박 남수의 표정이다. 마치 정전으로
컴컴한 엘레베이터에 같힌 사람처럼 두려운 낯이다.
남수가 월부로 구입한 선반기계-원형 쇠를 가공하는-다. 5개월도 채 못
되어 처분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900 만 원에 구입하여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삼백 오십 만 원이라는 헐 값에 넘긴 것이다.
남수의 통일 공업사가 된 서리를 맞은 것은 석달 전 그러니까 7월 초순이다.
남영동 서진 기업사 장 사장의 냉랭한 음성이 제민이의 귀에도 들렸다.
"박사장도 알겠지만 이놈의 제미니, 휘발유 많이 잡아먹는 바람에..."
남수는 경리 아가씨가 건네 준 오랜지 쥬스를 입에 대고 마시는 시늉만 내고 있었다.
"자네 사정도 딱하지만 누가 알았겠나?이런 호황이 없었는 데 오일 쇼크라니..게다가 장 영자
그 씨팔년!"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월 600개의 후렌치가 외주 처리될 것이라 장담했다.
꼬득이기조차 했다.
“박사장,선반 한 대 더 들여놔도 물량 다 처리 못할걸.?”’
그 두툼한 입술이 오늘에 와서 발등을 찍는 것이다.’
제민은 못들은 체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남수가 안스러워 자리를 피한 것
이다.호리호리한 몸집,깔끔한 외모만 하고 있지 않아도 애처럽게 보이지
않을 터다.성격이라도 교활하면 딱하게 보일 것도 없다.
남수의 코 앞에 다가온 빗더미, 그 짐에 허덕일 앞 날은,제민이 손으로
잡아 보라고 해도 가능할 것 같았다.제민은 창 밖에서 담배를 태우며 듣고 있었다.
‘”그럼 새한자동차에서 그 승용차 생산을 중단했다는 말인가요?’”
“그래서 말인데,겨우 선반 석 대가지고 뭘 그러나’?어디 가면 그거 돌릴 일
거리 없겠어?”
“저는 이 방면에 문외한입니다.이곳 저곳 쫒아 다녔지만 자기들도 일이 없다
며 주차장에 풀을 뽑고 있었어요.”
“그럼,애초부터 이 방면에 발을 들여놓지 말았어야지!그런데 자넨 플런져인가
뭔가 하는 걸 했다며?”
“그건…..’”
남수가 문래동 기계 상가를 지나치며 제민에게 선반을 들여 놓을 계획을
털어놓자 제민이는 급구 반대했다.
“형,자본 들어가는 거 없고 짭짤한게 플런져인데 왜 위험한 일을 벌려요?
나같으면 신림동 달동네에 아파트 들어선다는 데 딱지 장사를 하겠네요.”
“제민아,우리 기술 배울 때 툭하면 주인 앞에서 뭐라고 했냐?”
“장래 희망이 없다고 말했죠.”
“그런 우리가 후배들에게 되물림하는 게 말이 돼?”
남수는 골목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호객 행위를 하는 40대윤락 여성을 지목
했다.
‘”저 여자를 봐라.우리가 십 년만 일찍 여기 왔다 면 저 여자는 전성기라
방에서 손님을 받고 있었을 거다..”
”그게 선반 사는 거와 무슨 상관이죠?’”
“자기의 부끄러운 과거를 다른 처녀들에게 강요하고 있잖아? 우리도 변화 하겠다는 의지를 놓으면 수렁에 빠진다."
"그러니까 빨리 돈을 벌어서 이보다 더 근사한 사업을 해야지요."
"삯 바느질 해서 성금 ,장학금 기부하는 경우는 있다.사채업자가 자선사업가 되는 건 못 봤다."
"아니 형,공장세,자동차세,부가가치세,전기세 그리구 아이들 뤌급이
삼 개월 치나 밀려있는 데,후회되지 않아요? 송씨부터 내 보내야 한다고 말했죠?플런져 손을 떼는 게 원이었다면서 외판원은 왜 남겨놓았어요? "
" 흥하냐 망하냐 .이걸 피한다면 우리가 비웃던 그들과 우리들 뭐가 다른지 구분 할 방법이 없어.”
“달라서 돌아오는 게 뭔데요?”
”왜 기계를 처분했어? 권력을 등에 업고 날뛰는 여자 하나때문에 불황이 겹쳐 졌어.원통하지 않아?
우리 뿐만이 아니잖아.그 선반 대리점 상환판 보았지?’월부금 연체 되어 차압 당할 업체들 말이다.
비록 빗을 안고 쓰러질 망정 이제야 우리도 비리에 관해 비난할 자격이 주어지는 거다.
우리는 그동안 세금 한푼 안내며 많이 떠들었다.
격에 안맞는 흉을 많이 흘리고 다녀서 그걸 줏어 담는 것 뿐이다. "
제민은 그가 한심스러웠다 한숨을 쉬며 그를 따라 공장으로 들어섰다.
음영의 발자국2
-나에게 다른 감각을 달라.그러면 나는 다른 세계를 볼 것이다.!-
<아우르트 쇼우펜 하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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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고 갑니다
유일한 독자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