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부터 복싱까지 모두 섭렵한 러시아 여성 복싱코치 
▲ 복싱 정말 매력있는 운동이랍니다
아직 한국에서 여자 복싱코치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여자복싱이 시작된 지 몇 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닌그라드 출신의 외국인 여자 코치가 한국에서 복싱을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4일 선릉역 부근에 있는 체육관을 찾았다.취재에 앞서 2시간 가량 기자가 직접 지도를 받고서, 인터뷰를 진행했다(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다). 복싱 인스트럭터 자격증 소지자답게 체계적이고 섬세한 지도 방법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의 복싱철학과 한국생활에 대해 소개한다.
이름 : Anastasia Sakalchikova
생년월일 : 1984년 4월 26일
국적 : 러시아
출생 : 레닌그라드
키 : 170 cm
- 복싱을 시작한 시기와 계기는?
"8살 때부터 볼룸 댄스를 배워왔는데, 13살 때 파트너가 갑자기 (춤추기를)포기했고, 그 때 파트너를 물색하느라 거의 운동을 못했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운동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그것을 계기로 (복싱을)시작했다. 내가 있어 운동은 베스트프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운동을 좋아해서 복싱 이외에도 여러 운동을 섭렵했다."
- 어떤 운동들을 해봤는가?
"4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정통 발레를 배웠다. 'St.Petersburg'에서 가장 유명한 'Vaganov' 발레스쿨에 입학했고, 4년 후인 8살에 볼룸 댄스로 전향했는데 썩 잘한 선택이었던 듯하다. 거의 매주 콘테스트에 나갔고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레벨까지 도달했다. 불과 13살 때였다. 재미로 킥복싱도 배웠는데, 내가 유일한 여자 회원이었다. 태권도는 재미로 배운 건 아니었다. 태권도를 통해 정신적인 면이 성장하기를 바랐는데 그리 큰 효과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5년은 배웠다."
- 발레를 권하셨던 어머니 입장에서 복싱으로 전향하는 것에 대해 서운해 하셨을 듯한데.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항상 내가 원하는걸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신다. 또한, 원치 않는 것을 강제로 권하는 적이 없다. 나도 어머니 말씀에 순종하는 편이다. 복싱을 한다고 하니까, '네가 정말 하고 싶으면 하되, 다치지 않게 늘 조심해라'라며 허락해 주셨다."
- 복싱 전적은?
"복싱을 시작하고서 태권도와 킥복싱도 5년 이상 배웠다. 하지만, 격투기 시합에 나가본 건 복싱이 유일했다. 복싱 전적은 15전 9승 6패다. 그리 썩 뛰어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코치는 이기는 것에 앞서, 많은 출전을 통해 훈련과 경험을 쌓기를 바랐고, 나도 충분히 동의한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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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볼룸댄스에도 능통한 아나스타샤 사범은 다양한 동작의 스트레칭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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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쾌한 리듬에 맞춰 워밍업 체조를 지도하고 있는 모습
- 데뷔전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하하. 데뷔전이라…. 끔찍했다. 코치의 히스테릭한 고함 소리가 기억나고, 피를 보길 원하는 듯한 관중들의 함성이 기억난다. 코치가 시합 전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난 어이없게도 이틀 동안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시합 전에 이미 몸이 탈진한 상태였다. 그래도 시작은 좋았다. 1라운드에 상대방을 다운시켰는데, 상대 선수는 근육이 장난 아녔고 힘이 장사였다. 판정으로 졌다. 시합 후 이틀 동안 코치가 화를 냈었다."
- 좋아하는 복싱 선수는?
"'Kostya Tzyu'이다. 한국계이기도 하다. 그의 테크닉은 내게 존경의 단계이다. 최근까지 챔피언이었던 러시아의 타이슨 'Nikolai Valuev'도 화끈한 파이터다."
- 어떻게 한국 복싱 코치로 일하게 되었는가?
"정말 우연이자 행운이었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탓에 한국에는 영어 교사로 취업비자를 받아서 왔다. 하지만 학원에서 사람 상대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아, 러시아로 돌아가려고 비행기 티켓까지 사놓은 상태였는데, 'Thomas D. Casey'라는 지인이 그의 오랜 세월 친구였던 홍수환씨를 통해 복싱 코치 자리를 구해줬다."
- 복싱 코치 자격증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St. Petersburg에 있는 Pedagogical 대학에서 1년 동안 Fitness School에서 복싱 코치 과정을 이수했다."
- 복싱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과 체력은 차이가 있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테크닉과 체력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공격 못지않게 수비력을 갖추는 것이 실전에서 도움이 된다."
- 러시아에서 여자 복싱의 인기는 어떤가?
"다른 종목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더 인기라고는 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 여성들이 사회로 많이 진출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는 듯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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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투 스트레이트 시범을 보이는 아나스타샤의 눈매가 매섭다
- 한국 여자 복싱이 흥행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나처럼 이쁜 여자 선수가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농담이고, 남자 복싱선수가 우선 성공해야 한다고 본다. 러시아도 Kostya Tzyu 선수의 등장으로 복싱 붐이 일었다. 홍수환씨의 선수 시절에 여자 복싱이 가능했다면 여자 복싱도 더불어 인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데 한국은 선수층이 더 열악한 여자복싱으로 남자복싱을 살리려고 하는 듯하다. 멋진 기량을 갖춘 남자세계챔피언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 한국에서 지내기는 어떤가? 좋은 점, 나쁜 점, 가본 중에 젤 좋은 곳 등등.
"수원, 부천, 대전, 대구, 제주도 등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역시 서울이 최고라고 본다. 어디를 가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주목 받아야 하는 게 불편하고 힘든 일이고…. 좋은 점은 아주 많다. 친절하고 먹거리도 많고 무엇보다도 안전하다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내가 원하는 일, 내 꿈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 있는 곳이니, 어떤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내게는 천국이다."
- 근무 시간 외에나 주말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가?
"특별한 것 없다. 책 읽고, 영화보고, 친구들을 만난다. 매주 토요일에는 한국말을 배운다. 아, 찜질방에 간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으로 최고가 아닐까 한다."
- 인생관과 향후 계획은?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쁜 경험이란 없다고 본다. 어떤 일에서건 예외 없이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고자 한다. 내 직업은 운동이나 웰빙과 연관되리라고 생각한다. 내 이름을 건 휘트니스 센터를 갖는 것이 목표다."
첫댓글 우와~ 이쁘다! 나도 이런되서 운동했으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