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2009년 롱샴이 선보인 캔버스 가방엔 이런 문구가 써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잇 백이다(Ceci est un IT BAG)’. 트렌드세터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IT BAG(시즌 필수품이 된 인기 가방)’을 자처하며 가방에 써 넣은 것이다. 파이프를 그리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고 한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케 하면서, 트렌드 과잉을 풍자한 위트였다. 최근 미국에선 에르메스 ‘버킨백’을 그린 캔버스 가방이 인기다. ‘서즈데이 프라이데이(Thursday Friday)’라는 회사가 만든 ‘투게더 백(Together Bag·사진)’이다. 앞·뒤·옆·바닥 면에 에르메스 버킨백 사진을 프린트 했다.
버킨백은 최소 6000달러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과 2~3년을 기다리는 인내를 가졌을 때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다. 부와 특권의 상징인 버킨백이 헝겊에 찍혀 35달러에 팔리고 있는 거다. 서즈데이 프라이데이 측은 ‘신분의 상징에 반(反)하는 상징(anti-status status symbol)’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 타임스 T매거진은 투게더 백을 소개하며 석 달은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사 제목이 ‘이것은 버킨백이 아니다(Ceci n’est pas un Birkin)’였다. 에르메스는 열 받았다. 상표 침해 등을 이유로 서즈데이 프라이데이를 고소했다. ‘버킨백은 언론의 관심과 막대한 판매를 통해 대중에 알려진 에르메스의 아이콘이다. 투게더 백은 에르메스와 버킨백의 명성에 올라타 대중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에르메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요지다.
지적재산권은 보호해야 하지만 이번엔 에르메스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설문을 했다. ‘모방은 최고의 아첨(Imitation is the greatest form of flattery)’이라는 응답자가 79.35%, ‘명백한 범죄’라는 응답자는 20.65%였다. 선망의 대상이니까 모방도 한다는 얘기다. 소송은 진행 중이다. 에르메스는 “당장 제작·판매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투게더 백은 계속 잘 나간다(1월에 주문한 기자의 가방도 4월은 돼야 배송된다고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대만의 ‘바나나 타이베이’라는 회사도 같은 방식으로 버킨백을 찍어내고 있었다. 49.99달러인 ‘바나네 백(Banane Bag)’은 1시간에 6개가 만들어진다. 에르메스의 장인이 16~19시간 만에 버킨백 하나를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제품 가격 대비 노동력 투입량은 에르메스를 웃도는 셈이다. 대만·필리핀 등에서 인기인데, 에르메스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에르메스는 “우리는 작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최고 소재를 사용해 수작업하는 에르메스 제품이 작품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다만 허핑턴포스트가 꼬집은 것처럼 엄숙함이 지나쳐 “유머 감각도 없는 에르메스”가 된 것 같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야말로 패션의 첫째 조건인데 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신비한 아우라를 내뿜을 때, 콧수염을 단 뒤샹의 모나리자나 뚱뚱한 보테로의 모나리자는 유머와 위트로 빛난다. “모나리자니까 패러디하고, 버킨백이니까 사진이라도 갖고 싶은 것”이라며 모르는 척 했더라면 좋았을 걸. ‘이것이 바로 에르메스다(Ceci est Hermes) 라고 말이다.
홍주희 honghong@joongang.co.kr
2009년 롱샴이 선보인 캔버스 가방엔 이런 문구가 써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잇 백이다(Ceci est un IT BAG)’. 트렌드세터라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IT BAG(시즌 필수품이 된 인기 가방)’을 자처하며 가방에 써 넣은 것이다. 파이프를 그리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고 한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케 하면서, 트렌드 과잉을 풍자한 위트였다. 최근 미국에선 에르메스 ‘버킨백’을 그린 캔버스 가방이 인기다. ‘서즈데이 프라이데이(Thursday Friday)’라는 회사가 만든 ‘투게더 백(Together Bag·사진)’이다. 앞·뒤·옆·바닥 면에 에르메스 버킨백 사진을 프린트 했다.
버킨백은 최소 6000달러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과 2~3년을 기다리는 인내를 가졌을 때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다. 부와 특권의 상징인 버킨백이 헝겊에 찍혀 35달러에 팔리고 있는 거다. 서즈데이 프라이데이 측은 ‘신분의 상징에 반(反)하는 상징(anti-status status symbol)’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 타임스 T매거진은 투게더 백을 소개하며 석 달은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사 제목이 ‘이것은 버킨백이 아니다(Ceci n’est pas un Birkin)’였다. 에르메스는 열 받았다. 상표 침해 등을 이유로 서즈데이 프라이데이를 고소했다. ‘버킨백은 언론의 관심과 막대한 판매를 통해 대중에 알려진 에르메스의 아이콘이다. 투게더 백은 에르메스와 버킨백의 명성에 올라타 대중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에르메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요지다.
알고 보니 대만의 ‘바나나 타이베이’라는 회사도 같은 방식으로 버킨백을 찍어내고 있었다. 49.99달러인 ‘바나네 백(Banane Bag)’은 1시간에 6개가 만들어진다. 에르메스의 장인이 16~19시간 만에 버킨백 하나를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제품 가격 대비 노동력 투입량은 에르메스를 웃도는 셈이다. 대만·필리핀 등에서 인기인데, 에르메스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에르메스는 “우리는 작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최고 소재를 사용해 수작업하는 에르메스 제품이 작품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다만 허핑턴포스트가 꼬집은 것처럼 엄숙함이 지나쳐 “유머 감각도 없는 에르메스”가 된 것 같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야말로 패션의 첫째 조건인데 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신비한 아우라를 내뿜을 때, 콧수염을 단 뒤샹의 모나리자나 뚱뚱한 보테로의 모나리자는 유머와 위트로 빛난다. “모나리자니까 패러디하고, 버킨백이니까 사진이라도 갖고 싶은 것”이라며 모르는 척 했더라면 좋았을 걸. ‘이것이 바로 에르메스다(Ceci est Hermes) 라고 말이다.
홍주희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