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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 매트 리들리 지음, 신좌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1판 18쇄(2010년 2월)
『The origins of virtue: human instincts an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Matt Ridley, Penguin Books, 1996
신좌섭(343쪽): 인간의 정신은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신은 사회성과 협동성과 신뢰성을 지향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설명하고자 노력해 온 주제이다.
Ridley(249쪽): Our minds have been built by selfish genes, but they have been built to be social, trustworthy and cooperative. That is the paradox this book has tried to explain.
l “paradox”를 “주제”라고 번역했는데 “역설”이라는 뜻이다. 유전자는 이기적인데 마음은 이타적이기 때문에 역설이라는 이야기다. “역설” 또는 “패러독스”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왜 “주제”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신좌섭(344쪽): 내가 이 책을 통해 의도한 것은 인간이 몇몇 문화권 관습을 언제 획득했는지에 관한 신화들을 깨려고 한 것뿐이다.
Ridley(249쪽): This book has in passing tried to nail some myths about when we adopted our cultured habits.
l “한 것뿐이다”를 보면 신화를 깨는 것이 이 책의 주된 테마인 것 같다. 하지만 원문에는 “in passing(지나가는 길에)”라는 표현이 나온다.
l “cultured”는 “몇몇 문화권”이라는 뜻이 아니라 “교양 있는” 또는 “고상한”이라는 뜻이다.
신좌섭(344쪽): 경쟁적으로 소집단 분열을 지향하는 인간 사회의 경향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인종 차별과 종족 학살적 분쟁에 너무 쉽게 빠져든다.
Ridley(250쪽): The tendency of human societies to fragment into competing groups has left us with minds all too ready to adopt prejudices and pursue genocidal feuds.
l “competing”은 “fragment”를 수식하는 것이 아니라 “groups”를 수식한다. “경정적으로” “분열을 지향”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쟁하는 집단들”로 분열한다는 이야기다.
신좌섭(345쪽): 성공한 영국 사업가 로드 빈슨Lord Vinson이 제시한,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십계명 중에는 <믿어서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모든 사람을 신뢰하라>는 항목이 있다.
Ridley(250쪽): Lord Vinson, a successful British entrepreneur, cites as one of his ten commandments for success in business: ‘Trust everyone unless you have a reason not to.’
l “Lord Vinson”은 Nigel Vinson을 말하는 듯하다. “빈슨 경”으로 표기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다. “로드 빈슨”으로 표기하면 “로드”가 이름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Nigel_Vinson,_Baron_Vinson
신좌섭(345쪽): 남부와 북부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서로 유전자가 섞여 있는 같은 이탈리아인이 그저 역사적 사건만으로 그토록 이질적으로 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남부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군주와 대부의 사회이지만, 북부는 강력한 상인들의 사회이다.
Ridley(250쪽): That is why two such similar peoples as the north Italians and the south Italians, equipped with much the same mixtures of genes, have diverged so radically simply because of a historical accident: the south had strong monarchies and godfathers; the north, strong merchant communities.
l 원문에는 “남부와 북부가 다르다고는 하지만”에 해당하는 구절이 없다.
l “mixtures of genes”를 “서로 유전자가 섞여 있는”으로 번역했다. 여기서 “mixtures of genes”는 남부와 북부의 유전자가 섞였다는 뜻이 아니라 “유전자 조합”이라는 뜻이다.
l “merchant communities”는 “상인들의 공동체”라는 뜻인데 “공동체”를 빼먹었다. 여기서 상인 공동체 즉 길드와 같은 것이 논지에서 중요하다. “community”를 “사회”라고 번역한 것 같지도 않다. 왜냐하면 “군주와 대부의 사회이지만”에도 “사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좌섭(345쪽): 인간의 정신에서도 아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Ridley(250쪽): Indeed, larger parallels spring to mind.
l “spring to mind”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했는데 마음에 떠오른다는 뜻이다. 비슷한 예가 생각난다는 이야기다.
신좌섭(345쪽): 퍼트넘에 따르면, 북아메리카인들이 시민 사회를 성공적으로 발달시킨 것은 그곳에 정착한 영국인의 수평적인 사회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며, 남아메리카인들이 낙후한 것은 중세 스페인의 친족 등용 관습과 권위주의와 피보호민 근성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Ridley(250쪽): Putnam argues that the North Americans developed a successful civic-minded society because they inherited a horizontally bonded version from the particular Britons who founded their cities, while the South Americans, stuck with the nepotism, authoritarianism and clientelism of medieval Spain, fell behind.
l “founded their cities”를 “정착한”으로 번역했는데 원문 그대로 “도시를 건설한”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l “clientelism”을 “피보호민 근성”으로 번역했는데 “후견 체제” 또는 “후견주의”가 더 나은 것 같다. http://en.wikipedia.org/wiki/Clientelism
신좌섭(346쪽):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와 프랑스나 중국처럼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나라의 커다란 차이는 후자가 강력한 위계 질서에 중독되어 있는 데서 비롯된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를 제기하고 있다.
Ridley(251쪽): Francis Fukuyama argues unconvincingly that there is a broad difference between successful economies such as America and Japan and unsuccessful ones such as France and China because of the latter’s addiction to hierarchical power structures.
l “argues unconvincingly”를 거의 반대로 번역했다. 회의를 제기한 것은 후쿠야마가 아니라 글쓴이인 리들리다.
신좌섭(346쪽): 철학자들은 여러 시대에 걸쳐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과 인간은 길들여지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사악하다는 성악설의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을 펼쳐왔다.
Ridley(251쪽): In various guises and at various times philosophers have argued that man is basically nice if he is not corrupted, or basically nasty if he is not tamed.
l “if he is not corrupted”를 빼 먹었다.
신좌섭(347쪽): 유럽에서 종교적·정치적 내전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할 무렵인 1650년대에 홉스가 『리바이어던Leviathan』을 쓴 의도는 형제를 서로 죽이는 항구적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려면 강력한 군주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었다.
Ridley(251쪽): Hobbes’s intention, writing Leviathan in the 1650s in the wake of a century of religious and political civil war in Europe, was to argue that strong sovereign authority was required to prevent a state of perpetual fratricidal struggle.
l “in the wake of a century of religious and political civil war”를 “종교적·정치적 내전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할 무렵”으로 번역했다. “한 세기에 걸친 종교적·정치적 내전 이후”라는 뜻이다.
신좌섭(347쪽): 홉스의 주장은 목가적 자연 상태를 이상향으로 추구하던 17세기 철학자들에게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당시의 철학자들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평화롭고 풍요한 생활을 완전한 사회의 모델로 간주했다.
Ridley(251쪽): This was an unfashionable notion, for most seventeenth-century philosophers hewed to the ideal of a bucolic state of nature, typified in the supposedly peaceful and plentiful lives of American Indians, to justify their own search for a perfectly ordered society.
l “most”를 빼 먹었다.
l “supposedly”를 빼 먹었다. 인디언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산다는 이야기를 리들리는 믿지 않는다.
l “ordered”를 빼 먹었다.
l “모델로 간주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완벽한 사회를 찾아내려고 애썼다는 이야기다.
신좌섭(347쪽): 홉스의 진단 – 처방은 없지만 – 은 아직까지도 경제학과 현대 진화생물학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Ridley(252쪽): The Hobbesian diagnosis – though not the prescription – still lies at the heart of both economics and modern evolutionary biology.
l 홉스에게 처방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홉스의 처방을 현대 학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홉스에게는 강력한 군주가 무정부 상태를 끝낼 수 있는 처방이었다.
신좌섭(348쪽): 다윈의 신봉자 토머스 헉슬리는 생존이란 피도 눈물도 없는 투쟁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홉스와 동일한 내용을 설파했다.
Ridley(252쪽): Darwin’s disciple, Thomas Henry Huxley, chose exactly the same quotation from Hobbes to illustrate his argument that life is a pitiless struggle.
l 헉슬리가 홉스를 인용했다는 이야기지 홉스와 동일한 내용을 설파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헉슬리는 홉스와 생각이 많이 다르다.
신좌섭(349쪽): 이 프로젝트는 히틀러에서 역겨움의 절정에 달했지만 그 생각은 널리 받아들여졌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정치적 좌파로부터 열렬히 수용되었다.
Ridley(253쪽): Although this project reached obscene depths under Hitler, it was widely supported, especially in the United States, by those on the left of the political spectrum, too.
l 원문에는 “열렬히”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에서 특히 열렬히 받아들였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특히 널리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l “it was widely supported by those on the left of the political spectrum”를 하나로 번역해야 하는데 중간에 끊었다. 번역문을 보면 좌우파를 막론하고 널리 받아들였는데 특히 미국의 좌파가 더 많이 받아들였다는 이야기 같다. 하지만 원문을 보면 좌파에서 널리 받아들였지만 특히 미국에 심했다는 이야기다.
신좌섭(350쪽): 이보다 한세기 전이나 반세기 뒤에는 인간 본성에 대해 좀더 낙관적이고 유토피아적인 견해가 정치 철학을 지배했다.
Ridley(253쪽): In the century before and the half century after, kinder and more Utopian views of human nature dominated political philosophy.
l “이보다 한세기 전이나 반세기 뒤에는”이 아니라 “이전의 한 세기 동안에 그리고 이후의 반 세기 동안에”다
l “kinder”를 “좀더 낙관적”으로 번역했는데 엄밀히 말해 “더 친절한”, “더 마음씨 고운”이라는 뜻이다.
신좌섭(350쪽): 그러나 이들도 실패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사상이 인간의 부정적 본능을 표출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긍정적 본능을 지나치게 표출시키는 오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Ridley(254쪽): They, too, failed but not because they exploited the darker instincts of human beings. Instead, they mistakenly exaggerated the better instincts.
l “exploit”를 “표출시키다”로 번역했는데 “이용하다”이라는 뜻이다.
l “exaggerate”도 “표출시키다“로 번역했는데 이번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더 나은 본능들을 과장했다는 뜻이다. 인간을 너무 착하게 보는 오류를 저질렀다는 뜻이지 인간의 착한 본능들이 너무 많이 표출되게 했다는 뜻이 아니다. 착한 본능들이 많이 표출되게 했다면 왜 실패했겠는가?
신좌섭(351쪽): 현대 사회는 역사의 자연스런 결과이지만 그것은 타락했고 악하다는 것이다.
Ridley(254쪽): Modern society was a natural product of history, but it was decadent and ill.
l “ill”는 “악하다”가 아니라 “병들었다”이다. 어떻게 보면 비슷하지만 분명히 의미가 다르다.
신좌섭(351쪽): 디드로는 부갱빌의 여행 기록에 공상적인 스토리를 덧붙였는데, 거기에는 타히티의 현인이 나타나 그들의 삶에 대해 설명을 하고(우리는 행복하지만 천진무구하기 때문에 당신들은 우리를 망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순수한 자연의 본능을 따른다. 당신들은 우리의 영혼에서 이 특징을 말살하려고 했다) 한 기독교 신부가 타히티 여성의 정성 어린 성적 대접에 당혹해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Ridley(254쪽): Diderot wrote a fanciful supplement to Bougainville’s account of his voyage in which a Tahitian sage expounds the virtues of their existence (‘We are innocent; we are happy: and thou canst not but spoil our happiness. We follow the pure instinct of nature: thou hast sought to efface its character from our souls.’) and a Christian chaplain is embarrassed by the generous sexual hospitality offered by Tahitian women.
l “virtues(덕)”을 “삶”으로 번역했다.
l “spoil our happiness”를 “우리를 망칠”으로 번역했는데 “우리의 행복을 망칠”이다.
신좌섭(352쪽): 라 페루제의 백작인 장 프랑수아 드 갈럽Jean François de Galaup은 태평양을 탐험하던 중 1788년에 실종되었는데, 이들에 대해 특히 큰 환멸을 느꼈던 모양이다.
Ridley(255쪽): Jean François de Galaup, Comte de La Pérouse, who explored the Pacific and vanished in 1788, was especially hurt by his own disillusionment.
l 여기서 “disillusionment”는 “환멸”이 아니라 “환상에서 깨어남”이다. 원주민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남으로써 큰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것이 결국 환멸로 이어졌겠지만 “큰 환멸을 느꼈던”은 엄밀한 번역이 아니다.
신좌섭(353쪽): 18세기가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의 독재자가 세계 전쟁을 일으키고, 파슨 맬서스Parson Malthus가 윌리엄 피트William Pitt에게 빈민법은 출산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기근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득하게 된 시대가 오자 남태평양에서의 파티도 막을 내렸다.
Ridley(255쪽): As the eighteenth century ended, with a French dictator waging war on the world and Parson Malthus persuading William Pitt that the poor laws only encouraged breeding and eventual famine, it was little wonder that the party was over in the South Pacific.
l “Parson Malthus”는 Thomas Robert Malthus를 말한다. 나는 영국의 교회 체계와 Malthus의 일생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Parson(교구 목사, 목사, 성직자)”을 어떻게 번역해야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파슨 맬서스”라고 표기하면 “파슨”이 이름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이덕하
201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