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 NGO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ICG)은 2010년 4월 30일 현 태국 사태에 대한 "분쟁위기경보"(Conflict Risk Alert)를 발령했다. "국제위기그룹"은 전 세계의 분쟁과 갈등상황을 감시하며, 가능한 한 미연에 더 큰 불행을 방지하는 일을 그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크메르의 세계"는 태국사태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시급한 대안을 제시한 "국제위기그룹"의 <분쟁위기경보 : 태국>(Conflict Risk Alert: Thailand) 보고서 전문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공개한다. |
태국의 내전 위기 경고
Conflict Risk Alert : Thailand
(방콕/브뤼셀) 태국의 정치적 시스템은 붕괴됐고, 광범위한 갈등의 가장자리에서 이 국가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방콕 중심가에서 정부와 레드셔츠(UDD) 시위대는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으며 예고(선전포고)없이 내전이 촉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나라가 처해있는 극도의 양극화 상태는 외부로부터 중립적 입장을 가진 조력자들의 시급한 행동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태국은 이제 보다 광범위한 폭력으로 휩쓸려들어가기 전에, 국제사회의 우방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심지어 가장 발전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라 해도, 이제는 이러한 방안을 수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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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euters) 4월 23일에 촬영된 경찰병력과 레드셔츠 시위대의 대치 모습. |
현 상황
현재까지 정부군과 레드셔츠 시위대가 충돌하여 26명이 사망했다. 공식적으로 "반독재 국가민주연합전선"(United Front for Democracy Against Dictatorship: UDD)으로 불리는 레드셔츠 시위대는 대부분 농촌과 도시의 빈곤층들로 구성되어 있다. 만일 방콕 중심가에서 농성중인 시위대를 군대가 강제진압할 경우, 이들의 규모는 신속하게 더욱 커질 것이다. 레드셔츠 시위대는 즉각적인 의회해산과 신속한 새로운 총선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피싯 웻차치와(Abhisit Vejjajiva) 총리는 이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군대에 대해 질서유지 권한을 위임한 상태이다.
현재 방콕은 긴장상태에 있다. 레드셔츠 시위대는 수도의 붐비는 상업중심가에 자리를 잡고, 그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곳의 상점들과 사업체들은 휴업에 들어간지 수주일이 되었고, 주변의 바로 자신의 집앞 수 미터 이내에서 벌어질 시위대와 군병력이 충돌상황을 우려하여, 자발적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도시에서는 정체불명의 공격자들로부터 가해진 폭발사건 수십 건이 발생했고, 많은 이들이 레드셔츠 시위대를 "몰아낼" 군대의 작전을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갔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와 시위대를 대화토록 노력하기도 했지만, 의회해산 문제 앞에서 논의는 주저앉고 말았다. 레드셔츠는 "30일 이내 의회해산" 안도 제시했지만, 아피싯 총리는 "9개월 이내 총선실시"라는 선까지만 동의한 상태이다. 원로 판사들과 권력을 지닌 장성들, 그리고 여러 중산층 시민들을 포함하는 지도층과,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 지지층을 주축으로 하는 시위대 사이의 간극은 더욱 넓어져가고 있다.
일부에서 탁신 전 총리가 이 대치의 주범이라고 비난하는 동안, 이미 시위대는 탁신 전 총리의 통제권마저도 벗어난 상태이다. 많은 태국인들은 지난 수십년간의 발전의 결과에 있어서 자신들의 역할을 부정하고, 농촌빈곤층을 기반으로 선출된 정부를 실각시킨 엘리트계층에 대해 깊게 환멸을 느끼고 있다.
태국은 폭력적으로 변하기 쉬운 속성을 가진 국가이다. 이 나라는 반군과 권위주의 정권 사이에 유혈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당시의 권위주의 정권은 대부분의 태국인들은 수용하기에 편치 않았던 정치적 체제이기도 했다. 만일 방콕에서 강제진압이 있게 되면 폭력은 확산될 것이다.
태국이 직면한 이 위기는 지난 60여년간의 역사에서 최초로 보게 될 왕위계승의 가능성이 보이는 때에 즈음해서 발생했다. 현 국왕은 더 이상 이 대립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설령 그가 이 사태에 개입하려고 해도 이번 사태는 과거에 국왕이 개입했던 사태들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또한 국왕의 개입이 적절치 못할 경우엔 왕실의 권위와 국왕 직에 대한 도덕적 권위 자체가 실추될 수도 있다.
태국 정부는 무력을 통한 강제진압이 시위대에게 심각한 손실을 안겨줄 것이란 점과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또한 레드셔츠 시위대 지도부 역시 추가적인 도발과 폭력을 시도할 경우 자신들이 가진 민주주의에 기반한 신뢰성 및 변화를 위한 시위운동 전체에 대한 신뢰성 역시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무엇을 해야만 하나
다음의 사항들은 시급히 실천되어야만 한다.
국제적 인사들로 구성된 고위급 중재그룹의 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오르타(Jose Ramos Horta) 동티모르 대통령이 이미 자신의 의제를 갖고 방콕을 방문한 바 있고, 여타 인사들이 더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태국 내에서 원로들과 전직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경륜있는 인사들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태국 내의 중립적 인사들을 포함하는 이 중재그룹은 정부와 시위대 양측에 대해 폭력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에는 진압작전의 중지, 시위대 규모의 축소하여 보다 상징적 수의 시위대만이 방콕시민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 양측 모두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삶의 모든 부문에 대해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화합위원회"(national unity committee)의 설치.
이 위원회가 국제사회의 조력을 받아 협상을 주도하고, 비록 이러한 실행에는 논란도 있을 것이고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는 하지만, 국가화합을 위한 잠정정부 설치 및 새로운 총선을 준비토록 하는 것. 잠정정부는 의회 인사들이 이끌어야 하겠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대단한 중립성을 지니고 존경받는 개인이어야 함.
이 위원회는 4월 10일 발생한 진압작전 시 민주기념탑 주변에서 정부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해 조사하는 동시에, 최근 시위상황과 관련하여 발생한 여타 폭력사건들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를 둘 수 있어야 함. |
일단 법치주의의 신속한 회복을 비롯한 당면한 위기가 해소되고 나면, 정치적 협상은 약간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폭력사태에 대한 양측의 설명가능성(accountability: 객관성)을 비롯하여 확인절차의 성립이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정치에 관한 활동은 의회로 돌아가야 한다. 태국의 정치상황은 새로운 총선을 통해 거듭나야만 하는데, 군부의 영향을 받은 헌법을 대신할 새로운 헌법의 제정 역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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