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어머님생각"에 깃든 이야기
―월간 《로인세계》 2013년 2기
현하 기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자애로운 어머님의 사랑을 되새겨주는 노래 “어머님생각”은 1988년에 만들어졌다. 이 노래가 만들어져 20여년이 훨씬 지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텔레비젼과 라디오방송에 자주 나오고 공연무대와 오락장소 그리고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애창곡이 된데는 남다른 이야기가 깃들어있다.
당시 1988년을 좌우하여 록음기가 보급되면서 도시와 농촌의 가가호호에서는 고급록음기를 갖추어놓고 흥겨운 음악을 들었으며 젊은이들은 휴대용카세트록음기를 들고 다니며 류행음악을 듣는것이 멋이였다. 이에 중국북광성상예술공사(中国北光声像艺术公司)에서는 연변에 와서 유명한 가수들의 독창전집록음테프(独唱专辑录音带)을 대량적으로 제작하였는데 그때 한창 인기를 한몸에 모으던 김은희, 윤행성, 유병걸, 리호원, 현철, 한해연, 구련옥, 김상운등 가수들은 저마다 독창음악전집테프를 제작하게 되였다.
그러나 당시 연변에는 록음시설이 구전하지 못했기에 북경에 가서 설비가 훌륭한 록음실을 찾아 노래를 취입하게 되였다. 1988년 여름의 어느날, 연변가무단의 유병걸, 김은희, 김상운 세 가수의 독창음악전집제작이 결정되였는데 이들 세 가수의 음악전집에 수록할 노래의 가사를 모두 석화시인이 쓰게 되였다. 일정이 딸리는 며칠내에 이 세 가수의 전집에 담을 노래가사 30여수를 창작해내야 하기게 석화시인도 막무가내로 가수들과 팀을 이루어 북경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는 아직 100원짜리 인민페가 발해되기전이였는데 가지고 갈 록음제작비와 활동경비로 은행에서 6만5천원을 찾고보니 10원짜리 돈묶음으로 커다란 려행가방이 가득 차게 되였다.
연변가무단의 세 가수와 석화선생은 이 수만원의 돈뭉치가 든 커다란 가방과 부푼 가슴을 안고 북경에 도착하였지만 전국각지에서 노래록음하러 북경에 몰려든 수많은 가수들과 음악제작자들의 틈에 끼이다 보니 마땅한 록음실을 찾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다행히 어느 록음제작실에서 겨우 새벽 2시부터 8시까지 록음할 기회를 얻게 되였다. 이들에게 차례진 여섯시간을 쪼개여 한명의 가수가 각기 2시간내에 테입에 담을 노래 10여곡을 전부 록음해야 하는것도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테프에 취입할 노래의 가사가 채 쓰여지지 못한것이 더욱 큰 문제였다. 그리고 록음순서가 선배인 유병걸가수가 1번, 김은희가수가 2번이고 막내 김상운가수는 3번으로 배정되였는데 1번과 2번 가수가 취입할 노래가사는 그런대로 마무리되였는데 3번 김상운가수의 노래는 아직 절반나마 악보에 선률만 적혀있고 가사는 그때까지 비여있었던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석화시인은 록음실 한켠에 놓인 쪽걸상에 앉아 시긴에 쫓기고 새벽잠에 쫓기면서 한편 또 한편의 악보에 가사를 써넣었다. 마지막 두번째 곡으로 일본가요 "시레코도료죠(知床旅情)"의 선률이 남았다. 이어폰으로 흘러드는 감미로운 선률에 따라 석화시인의 머리속에는 한폭의 다정하고 따스한 화폭이 떠올랐는에 이 화폭은 이어서 악보에 “어머님생각”이라는 노래말로 한구절 한구절로 씌여졌다.
둥근 달님이 떠오르면/ 어머님 얼굴 보고싶소/ 밝은 별빛이 반짝이면/ 어머님 말씀 듣고싶소/ 세월이 흘러 흘러서/ 이 몸은 자랐어도/ 어머님 무릎 아래서/ 자장가 듣고 싶소
둥근 달님을 쳐다보면/ 어머님 얼굴 보여오고/ 밝은 별빛을 바라보면/ 어머님 말씀 들려오고/ 고향은 멀고 멀어서/ 천만리 아득해도/ 어머님 사랑 끝없어/ 이 몸을 안아주오
이렇게 씌여진 가사를 손에 들고 스튜디오에 들어간 김상운가수는 짧디짧은 30분만에 성공적으로 노래록음을 마쳤다. 그렇게 탄생된 노래 “어머님생각”은 우수가 짙은 김상운가수의 목소리를 타고 진한 그리움이 되여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노래는 그해 연변텔레비죤음력설야회프르에서 김상운가수가 한줄기 강렬한 집광등이 비추는 무대에서 홀로 키타를 안고 부르는 멋진 모습으로 방송되였다. 음력설날 밤, 집집의 텔레비화면에서 김상운가수의 특유한 부드럽고 우수 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상운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가사내용과 함께 울려 퍼지며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흔들어주었다. “어머님생각”, 이 노래는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의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오늘날까지 수십년간 변함없이 대중들이 애창하는 가요가 되였다. 이 노래는 또한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김상운가수의 대표곡이 되여 많은 청중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여러나라의 가요사에는 이처럼 다른 나라 노래거나 타민족, 타지방가요가 현지 대중들의 심미감각에 맞는 노래말로 다시 씌여져 새로운 노래로 거듭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작품을 “번안곡”이라고 하는데 이는 각국 여러 민족음악사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 조선민족가요사에서는 “최후의 혈전을 맞으러 나가자/ 생사적 운명의 판가리다./ 나가자 나가자 굳게 뭉치여/ 원수를 소탕하러 나가자”라고 부르는 유명한 30년대 항일가요 “최후의 결전”이 폴란드노래인 “와르샤와혁명행진곡”의 선률을 가져와 부른것이 대표적이다.
석화시인이 배사하고 김상운가수가 부른 노래 "어머님생각"의 원곡 "시레코도료죠(知床旅情)"는 1960년 일본 영화배우 모리시게 히사야(森繁久彌)가 작사, 작곡한것이다. 모리시게 히사야는 일본 북해도지역에 있는 시레토고반도(知床半島)에서 영화 "땅끝에서 사는것(地の涯に生きるもの)"을 촬영하면서 이 노래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안녕, 라우스여(さらば羅臼よ)"라는 곡명으로 발표하였다. 1970년, 인기가수 가토 도키코(加藤登紀子)가 제목을 "시레토고료죠(知床旅情)"로 바꿔 자신의 독창앨범에 수록하였다. 이듬해인 1971년, 앨범의 판매부수가 130만장을 넘어 "밀리언셀러(Million Seller)"에 기록되였고 이 노래로 그녀는 제13회 "일본레코드대상"을 수상하였다. 그후 이 노래는 또 중국의 등려군(鄧麗君), 관목촌(關牧村)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여 대륙과 대만, 홍콩에도 널리 불려졌다.
모리시게 히사야(森繁久彌)가 작사, 작곡한 노래 "시레토고료죠(知床旅情)"는 다음과 같다.
1절, 시레도꼬곶에/ 해당화가 필무렵/ 기억해 다오 우리들의 일을/ 마시고 떠들고 언덕에 오르면/ 멀리 구나시리에 백야는 밝아오네(知床の岬に/ はまなすの咲くころ/ 思い出しておくれ俺たちの事を/ 飲んで騒いで丘にのぼれば/ はるかクナシリに白夜は明ける)
2절, 여로의 정이련가/ 마실수록 헤매이고/ 해변에 이르면 달은 비취네 물결위에/ 오늘저녁 그대를 껴안으려고/ 바위그늘에 다가서면 삐리까가 웃네(旅の情か/ 飲むほどにさまよい/ 浜に出てみれば月は照る波の上/ 今宵こそ君を抱きしめんと/ 岩かげに寄ればピリカが笑う)
3절, 헤어질날은 왔어 시레도꼬의 마을에도/ 그대는 떠나가네 고개를 넘어서/ 잊으면은 싫어요 변덕쟁이 까마귀님/ 나를 울리지말아요 하얀 갈매기야/ 하얀 갈매기야(別れの日は来た/ 知床(ラウス)の村にも/ 君は出て行く峠をこえて/ 忘れちゃいやだよ気まぐれカラスさん/ 私を泣かすな白いかもめよ/ 白いかもめよ)
일본가요 "시레토고료죠(知床旅情)"가 “어머님생각”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오늘날 중국조선족대중들이 사랑하는 한수의 애창곡이 되였다. 훌륭한 명곡은 이렇게 국경과 지역 및 시대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주며 수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2009년, 이 노래가 탄생한 일본 북해도의 시레토고반도(知床半島)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하였다.
석화(石华) 시인 프로필:
길림 룡정 출생. 중국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부,. 한국 배재대학교 인문대학원 졸업. 연변인민방송국 문학부 주임, 월간《연변문학》한국 서울지사 지사장 력임.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시집 《나의 고백》, 《꽃의 의미》, 《세월의 귀》, 《연변》과 문학평론집 《시와 삶의 대화》. 《김조규시문학연구》. 《윤동주대표시 해설과 감상》등 저술. 이외 번역도서 《병법36계/ 전3권》. 《중국동화선집/ 전2권》. 《갈채하는 숲/ 한중대역시집》등과 연변조선족자치주창립60주년기념도서《우리노래 백 년에 깃든 이야기》(집필) 등 발간. 《천지문학상》, 《장백산문학상》. 《지용시문학상》, 《해외동포문학상》등 다수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