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토)
전 날 묶었던 페닉스호텔은 일종의 리조트 형태의 호텔으로서 그리 넓지는 않았으나 교육 장소로는 그만이요 휴양으로도 그만이다. 아마 여행 일정 중 가장 아늑한 휴식처가 아닌가 싶다. 그냥 넘어가기 싫어서 조금 언급해 본다. 야외 풀장과 바다와 직접 만나고 주변 산책길도 제법이었다. 모두다 추억의 사진을 찍고 풀장에서는 부부끼리 해보지 못한 묘한 연출로 하루의 피곤을 날려 보냈다. 그런데 우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는 팀을 만났는데 함께 탁구도 치고 교제를 나누었다. 그들은 아버지 학교 일행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인연이 연결될 줄이야. 농사군 같은 사람이 있어서 참 다양하게 구성되었구나 싶었는데 그 분은 바로 류 장로 교회에 부흥회강사로 오셨으니 접대하다가 이 권사가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이제 약 430키로의 긴 여정에 오른다. 여행길을 보니 다시 아테네 쪽으로 가다가 그리스 반도를 지르는 고속도로를 타는 것 같다. 그런데 고속도로 진입로에 들어서니 한 무리가 길을 막는다. 알고 보니 교통안전 담당관들의 불시 점검이란다. 운전자의 심신이상 유무 및 2시간 운전 후 휴식을 했는지 차량에 이상 유무는 없는지를 꼼꼼히 점검하고 나서야 출발시킨다. 선진국의 참 다운 면모로 보여 지고 여행의 안전을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을 주게 되어 보기에 좋았다. 그 먼 길 가는데 그냥 가지는 않았다. 보너스의 성격으로 바다가 보이고 모퉁이 돌아가는 도로 상황에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기에 카메라를 들여댔지만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는데 영화 맘마미아의 촬영지라고 한다. 바다를 보며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았다. 가다가 어느 동상 앞에 세운다. 오호라! 영화 300인의 주인공 레오니디스가 외로이 서 있다.
그리스의 마지막 황제! 그리스인들은 그래도 그를 추모하는지 꽃다발이 동상 밑에 바쳐져 있었다. 또 휴게소를 들리니 화장실 좌변기 앉는 덮개가 없었다.
그리고 보니 휴게소마다 우리나라보다는 무언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아마 여행객이 자국민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는가 보다. 우리나라보다도 땅 크기는 4배인데 인구는 겨우 1억 정도 된다더니 관광수입은 외국인에게만 의존하는 것 같다. 마침 그 휴게소에는 엘리야가 이세벨에게 피하여 가다가 누웠던 로뎀나무가 여기서는 노란색으로 자라고 있었다(이스라엘에서는 흰 색 꽃). 로뎀나무가 우리나라의 싸리나무와 비슷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겨우 한 사람 쉴만한 그늘 공간이 나온다. 이것도 기념으로 한 장 찍고. 그렇게 그리스 땅을 종단하며 달린다.
직선 도로를 달리던 중 저 멀리서 토끼 귀처럼 바위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진안 마이산과는 다른 모습).
아! 저기로구나! 마테오라!
흥분되는 이유가 영화 속에서 봤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그렇다. 제일 첫 번째 화면에서 만난 것을 홍콩 영화 ‘스카이 하이’라는 영화인데 왕우가 주연인 엑션 영화에서다. 적 기지에 침투하는 장면에서 거대한 바위에서 행글라이더를 타는 장면에서, 그리고 007 시리즈에서다. 그리고 수차례 티브 화면에서다. 이제 그곳을 본다. 인구 약 2만정도의 아담한 시골인데 바위와 어울려 정겹게 우리를 맞이한다. 우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거대한 바위를 두고 중식을 하였다. 그 바위를 가만히 보니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흔적이 여기저기 곳곳에 보인다. 피난일까. 일시 거처였을까. 가지가지 상념 속에서 식사를 하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우리 8월달 선교회 달력 보면 그 장면이다. 아마 누구는 끔찍했으랴.ㅋㅋㅋ
거대한 바위산을 앞에 두고 닭 요리로 든든히 식사를 하고 우리는 마테오라의 절경 속으로 들어갔다. 고개 너머 산골 마을을 지나니 유럽의 정취가 흐른다. 바로 이어지는 기암절벽과 거대한 바위산들이 여기저기 둘러서서 우리를 맞이한다.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여유 없이 일단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는 곳을 보니 우리가 관람할 수도원이었다. 6개의 큰 수도원이 관광객에게 허락되어 있어서 그 날 그 날 다르게 관람을 하게 하는데 시설이 낡고 보존차원에 분산하여 관람하게 한단다. 우리가 본 것은 영화 속에 수도원은 아니었다. 보기에는 더 위 쪽에도 보였는데 주변지형이 그 쪽인 것 같았다. 정교회의 영성 훈련이나 신앙의 정도를 지키기 위해 주님의 대한 열성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그런 곳이었다.
수도원 출입은 원래는 도르레를 통하여 오르며 외부와는 일절 단절된 채 외부에서 공급하는 음식물 외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그런 곳이다. 관광객들을 위하여 출입구를 만들어서 진입하는데 그 장면도 꽤 괜찮다. 성스러운 곳이라 하여 여자들은 다리를 드러내놓은 채로는 입장이 안 된단다. 입구에 마련한 몸빼 같은 바지를 입고서야 입장했다. 아담하게 예배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정교회의 특징이 그대로 보여주며- 기도하는 촛불, 성화, 성상 등- 거쳐 가신 이들의 유품 및 작품 등이 박물관처럼 전시되어 있었고 기념품 판매도 하였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림책 같은 성경책이 있었는데 실사로 된 것이라고 들었다. 주변 경관은 내려다보이는 곳마다 절경이요 도무지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열정을 느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한 그리스 정교회의 성도들의 신앙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기도원 운동이 활발하고 은혜를 누리고 하지만 외부로부터 압박을 당할 때 목숨 지켜 신앙을 지켰던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의 열정을 여기서도 느꼈다.
그런데 오후 3시 정도 안 되었는데 우리 보고 나가란다. 그리스 공무원들이 근무시간 단축 투쟁을 하고 있다나! 주변의 다른 수도원은 모두 문을 닫고 있어서 내부는 볼 수 없지만 주변 환경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다. 곳곳에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면 아낌없이 카메라 담느라 성신이 없었다. 여유가 있어서 하산하면서 숲길로 내려오다가 8월 달력에 나오는 수도원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서 실수를 하게 된다. 수도원 입구에서 사진 찍으며 연결된 다리로 수도원에 진입하니 기도하러 오는 신도를 맞으며 수녀가 한사코 우리의 접근을 불허한다. 아쉽지만 산골마을로 내려온다. 여기서 일박 한단다. 그런데 모 장로님께서 손가방을 분실했다. 하늘이 노랬다. 숙소로 가던 차를 돌려 점심 먹던 곳에서 정차하고 본인과 현지가이드와 식당 주인이 찾으러 올라갔다. 우리는 기도하며 기다리는데 어느 권사님이 네잎클로버를 찾았다며 나눠주었다. 그런데 웬 자가용 한 대가 오더니 젊은 부부가 내렸다. 잃어버린 그 가방을 가지고. 할렐루야!
모두다 흥분 했다. 그들은 불가리아인들이었다. 말이 안 통하자 어느 권사님이 불가리아 요구르트 씨에푸를 흉내 내며 반겼다. 너무나 은혜의 헤프닝은 영원처럼 기념될 것이다. 저녁에 산골도시를 돌아보며 여행의 즐거움을 보았다. 직업인지라 역에도 가보았는데 아테네까지 아침저녁에 한 차례 열차가 다녔다.
5층 옥상에 풀장도 있어서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가셨다. 아 내가 여기에 있다니!
저녁 식사 전까지 카라바카 시내를 둘러봤다. 약 2만 명의 산골 도시라지만 나름대로 정취가 있고 있을 것은 다 있는 그런 곳이다. 쇼핑 겸 근처 가게 들러보니 양털 제품이 더러 있었는데 가격이 비쌌다고 한다. 그리스 사람들 축구 열기가 대한 것이 산골에서도 경기 후 싸움이 나서 경찰이 나서야 진정 되었다고 일행이 전해주었다. 저녁 식사 후 목사님과 여행의 후담과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그리스 한 복판 산골 도시에 우리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