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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스크랩 수입차의 요람 `PDI Center`
안작가 추천 0 조회 248 08.03.24 03: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수입차의 요람 'PDI Center'


[STRADA no.85 2007 .08]
 

망망대해를 콘크리트 가슴으로 부여안은 인천항. 그 가운데 이름처럼 가장 안쪽 깊숙이 자리한 내항이 돌연 활기를 되찾는다. 스웨덴 고텐부르크(예테보리)에서 출발, 한 달여간의 항해를 마친 배 한 척이 서서히 다가와서다. 건물 몇 채만한 몸집을 조심조심 항구에 붙인 화물선이 옆구리의 해치를 활짝 열어젖힌다.

뱃속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멍으로 꼬물꼬물 빠져나오는 건, 차체 곳곳에 흰색 비닐 커버를 씌운 볼보 C30. 하역 직원의 능숙한 솜씨에 이끌려 항구 앞마당엔 옆으로 나란히, 앞으로 나란히, 촘촘히 간격을 맞춘 C30이 서서히 대열을 갖춰간다. 토악질하듯 차를 게워낸 화물선은 휴식에 들어간다. 반면 낯선 땅에 내려선 C30의 본격적인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통관에서 출고까지 원스톱 서비스

까마득히 먼 북유럽, 스웨덴에서 건너온 볼보 C30은 화주(貨主), 즉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입회하에 육안 검사를 마친 뒤 전용 운반 트럭에 오른다. 목적지는 내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쌍용 PDI 센터. 여기에서 PDI는 ‘Pre-Delivery Inspection’의 줄임말인데, 주택매매 과정에서 거치는 전문가의 검사에서 유래된 용어다.

자동차의 PDI는 주택의 PDI와 개념이 약간 다르다. ‘요점정리’를 하자면, 배에서 내려 전시장 혹은 고객에게 인도하기 전까지 검사 및 관리를 의미한다. ‘심화학습’으로 들어가면, PDI는 검사뿐 아니라 하역•통관•보관•수리•세차•출고•운송이 포함된 물류 서비스를 두루 아우른다. 같은 뜻으로 ‘VPC’(Vehicle Preparation Center)라는 용어도 종종 쓴다.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겠다. 배에서 전시장으로 직행하면 안되는 걸까? 그러면 소비자는 빨리 차 받아서 좋고, 볼보는 돈이 덜 들어 좋겠다만 배가 바다 위에 떠 있던 시간이 워낙 길다. 그것도 경유편이다. 주문한 곳을 두루 들렀다오니, 항해 시간은 늘어지기 일쑤. 일본이야 며칠이면 충분하지만, 미국은 2주, 유럽은 한 달 이상 걸린단다.

서울-유럽의 11시간 비행에도 우린 몸을 배배 꼬기 마련인데, C30이 뱃속에서 겪을 한 달은 인고의 시간 그 자체. 차를 배 깊숙이 가둔다지만, 보온병도 아닌데 소금기 가득 머금은 바닷바람이 새어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턱없다. 네 바퀴와 바닥 사이에 로프를 질끈 묶어 고정시킨다지만 격랑에 기우뚱대는 배 안에서 차가 미동도 않으리란 기대는 욕심이다.

그러다보니 볼보 본사에서도 나름의 대책을 세우기 마련. 보닛•지붕•펜더 등 외부와 접촉하는 부품엔 빠짐없이 비닐을 씌워 염분, 습기와의 접촉을 막는다. 재규어, 랜드로버, BMW 등 왁스로 차체를 코팅하는 브랜드도 많다. 브레이크 디스크에도 부식을 막기 위한 커버를 씌운다. 도난, 탈취의 걱정을 우려해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제한하는 ‘봉인’도 걸어둔다.

여기서 PDI의 존재당위성이 생긴다. 오랜 운송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흠결을 찾고, 이동을 위한 ‘완전무장’을 해체해 반짝거리는 상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작업이 뒤따라야하는 까닭이다. 역으로 우리 쪽에서 해외로 차를 수출할 때 거치는 작업 역시 PDI 센터의 몫이다. PDI의 뜻은 ‘배달 전 검사’. 출발, 도착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거쳐야 하는 절차다.
 


직영•위탁•외주 방식으로 운영

PDI 센터는 보세 구역인 까닭에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다. 그래서 수입차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PDI 센터는 ‘멀고도 낯선 곳’일 수밖에. 지난 7월 13일, 본지는 볼보자동차코리아와 쌍용 PDI의 협조로 PDI 센터를 직접 찾아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쌍용 PDI는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IC에서 빠져나와 15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쌍용 PDI로 가는 길목엔 BMW의 PDI 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길섶의 철조망 너머 왁스와 황사가 섞여 갓 구운 크루아상처럼 변한 BMW 7시리즈가 빼곡히 서 있다. 이어서 나타난 쌍용 PDI. 출입구 너머 풍경은 BMW의 PDI 센터보다 한결 다채롭다. 각기 다른 브랜드, 각양각색의 모델이 저마다 군집을 이룬 모습이 굉장히 낯설다.

국내 수입차 업체의 PDI 센터는 직영•외주•위탁의 세 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BMW는 직영, 벤츠는 위탁, 볼보는 외주를 맡기는 식이다. 위탁은 대개 한 브랜드만, 외주는 여러 브랜드가 함께 이용한다. 현재 쌍용 PDI는 볼보뿐 아니라 같은 PAG 계열사인 재규어와 랜드로버, 그 밖에 사브, 혼다, 푸조, 포드, 포르쉐의 PDI를 함께 운영 중이다.

쌍용 PDI의 전신은 크라이슬러를 수입하던 우성 PDI. 이후 크라이슬러 한국법인이 설립되면서 PDI 시설을 (주)쌍용이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7월 1일, 2년의 준비 끝에 인천 북항 인근 원창동에 대지 2만2천 평, 건평 2천200평의 PDI 전용 제2물류센터를 열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입차 전용 PDI 센터로 거듭났다.

현재 쌍용 PDI의 직원은 사무직을 포함, 북항에만 60여 명. 쌍용 PDI 측은 “내항 쪽에도 PDI 시설과 인원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근무 시간은 일반 직장처럼 오전 8시~오후 6시지만, 출고 대기차가 밀려있을 경우 잔업 때문에 자정을 넘기는 야근도 허다하다고. 시설은 차를 세우는 주차장과 몇 동의 건물로 구성된다. 건물 안 풍경은 AS 센터와 비슷했다.

PDI 센터의 작업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우선 차의 포장을 벗기고 깨끗이 닦는 게 첫째다. 이후 ‘검차’(Test line)와 ‘정비 및 교환’(Body work)을 거친 뒤 ‘광택’(Polishing work)을 낸다.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Final inspection)을 마친 뒤 트럭에 실려 각 딜러로 향한다. 이렇게 쌍용 PDI에서 ‘때 빼고 광내는’ 차가 한 달에 1천300~1천500대란다.
 


장기 보관 서비스도 마련

한편, 트럭이 볼보 C30을 다시 부려놓은 곳은 쌍용 PDI의 주차장(이곳에서 쓰는 명칭은 ‘야드’다). 쌍용 PDI의 문턱을 넘는 순간 각 차엔 20ℓ의 연료를 채운다. 스웨덴의 볼보 공장에서 출고하면서 9ℓ의 연료를 넣어둔 상태지만, 선적과 하역을 위해 주행하다보면 이곳에 도착할 즈음엔 어느새 연료경고등이 불을 밝히는 까닭이다.

주차장엔 볼보가 차종별로 무리를 이뤄 정렬해 있다. 여기에 웅크리고 선 볼보는 ‘반쪽짜리’ 볼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선적 전에 스웨덴에서 소프트웨어로 ‘봉인’을 씌워둔 상태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속 30km(차종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상 달릴 수 없고, 매번 시동을 끄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배터리의 전원 공급이 완전히 끊긴다. 안전과 보안을 위해서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의 유통기한은 딱히 없다. 어차피 PDI 센터에 머무는 날짜만큼 비용이 청구되는 까닭이다. 바닷바람과 눈비에 고스란히 노출된 야외 주차장인 만큼 PDI 측에서 나름의 관리를 한다. 쌍용 PDI에선 이 작업을 ‘야드 메인터넌스’(Yard maintenance)라고 부르는데, 추가 비용이 드는 서비스란다.

‘야드 메인터넌스’에서 가장 점검이 잦은 항목은 배터리다. 매달 치른다. 볼보의 경우 12.5V를 유지시키는 게 목표다. 전압이 떨어진 상태면 충전을 해주며, 방전되면 배터리를 교환한다. 나아가 두 달에 한 번씩 브레이크 디스크의 녹을 제거하기 위해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아가며 2천500대 규모의 대형 주차장을 한 바퀴씩 돈다.

주차장에 세운 지 6개월을 넘어서면 이제 장기 보관 서비스에 들어간다. 스웨덴에서 선적 당시 씌운 비닐을 벗긴 뒤 새 비닐을 씌운다. 공장에서 씌운 비닐은 기포 하나 없이 말끔히 패널에 들러붙은 상태지만, 여기서 씌운 비닐은 다소 헐렁하다. 아울러 엔진 오일과 필터를 간다. 엔진 오일은 볼보에서 지정한, 한 드럼에 200만 원을 호가하는 캐스트롤을 쓴다.

제 아무리 쌍용 PDI가 장기 보관에 따른 완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지언정, 차가 이곳에 머무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하지만 맥도날드 매장에서 수요를 예측해 햄버거를 착착 만들어내는 것과는 차원이나 스케일이 다른 문제여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재고가 쌓이는 경우도 많다. 각 수입차 업체가 PDI 센터의 공개를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DI에서 차는 완성된다?

우린 출고 주문이 떨어진 볼보 C30의 여정을 뒤밟아봤다. C30의 첫 번째 행선지는 세차장. 우선 차 바깥의 비닐 포장을 빠짐없이 제거한 뒤 고압 살수기로 말끔히 씻긴다. 초벌 세차를 끝낸 뒤 중성 세제를 뿌려 비닐에서 묻은 ‘끈끈이’를 없앤 뒤 다시 한 번 고압으로 닦아 낸다. 재규어처럼 왁스로 코팅된 차는 전용 세제를 쓴다. 차마다 한 통씩 들어 있다.

세차를 마치고 말쑥한 상태로 거듭난 차는 이제 나머지 작업이 치러질 메인 건물로 이동한다. ‘검차’와 ‘정비 및 교환’은 같은 장소에서 치른다. 유압 리프트기에 차를 올린 뒤 소켓에 진단기를 연결해 ‘봉인’을 푸는 게 먼저다. 그리고 각종 기능의 이상유무도 점검한다. ‘정비 및 교환’은 대개 점검만으로 끝난다. 그러나 C30은 예외다. 쿨 패키지 때문이다.

옵션으로 쿨 패키지를 고른 C30은 이곳에서 무광 검정 패널을 뜯어낸 뒤 PDI 센터에서 미리 도색된 부품을 단다. 모두 수작업이다. 이 공정을 거치면서 볼보 S60은 주차 센서를 심고, 링컨 타운카는 범퍼에 주황색 깜박이를 단다. 한글 내비게이션도 대부분 여기에서 단다. “PDI에서 차는 완성된다”는 표현에 과장이 없는 셈이다.

쿨 패키지를 다느라 떼어낸 패널과 범퍼는 전량 폐기 처분된다. 그 밖에 스크래치 등 운송 과정에서 흠집이 생긴 부품 역시 ‘정비 및 교환’을 지나칠 수 없다. 본사 보고를 거친 뒤 가차 없이 폐기된다. 한편, 에어백 경고 등 각종 스티커를 붙이고, 설명서 묶음을 넣는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선바이저의 에어백 경고 스티커를 다리미로 지져 붙인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스티어링 휠, 도어 트림 등을 감싼 커버도 이곳에서 벗긴다. 단, 시트와 선바이저, 플로어 매트의 비닐 정도는 남겨둔다. 오너가 직접 벗기길 원해서란다. 근사한 쿨 패키지로 거듭난 C30은 이제 ‘광택’ 작업에 들어간다. 몇 명의 직원이 한 조를 이뤄 광택제를 이용해 꼼꼼하게 안팎을 닦는다. 이제야 전시장에서 보던 C30의 ‘광빨’이 번뜩인다.

‘최종 점검’을 마치고 PDI 센터를 나서면서 볼보 C30은 ‘화물’에서 ‘상품’으로 거듭난다. 볼보 C30 한 대가 PDI 전 공정을 거치는 데 2시간 30분, 주문 이후 딜러 손에 넘겨지기까지 최대 3일이 걸린다. 스웨덴에서의 생산 공정과 한 달여의
뱃길까지 감안하면, 전시장의 볼보 C30 한 대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방울의 결실인지 깨닫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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