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8월 4일 수요일 6:53 AM ♬
그 호화판 기차에서 내렸다. 팀지체들이 짐을 가지고 개찰구를 빠져나오려는 순간 앞쪽에서 수현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으악, 강꺼!!! 저 티켓 기차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린 것 같아요.” 막 개찰구에서 표를 검사하고 나가려던 강꺼가 수현이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다른 지체들도 함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기차역을 빠져나가지도 않았는데 티켓을 쓰레기통에? 할 수 없이 강꺼가 수현이와 다시 그 기차로 뛰어갔다. 나머지 팀들은 개찰구 밖으로 나와 강꺼와 수현이가 티켓을 무사히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좀 지난 후 강꺼와 수현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수현이 손에 티켓이 들려져 있었다. 다행히 기차가 청소중이라 출발하지 않고 그대로 북경역에 있었고 우리가 14호칸에 있었기 때문에 아직 청소하는 아줌마가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으신 모양이다. 평상시 수현이는 뭐든지 버리는 일이 없는데 이게 웬일이냐며 물었더니, 어제 서안에서 가는데 마다 받은 티켓(관광지라 이것저것 받은 티켓이 많았다)이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모두다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것이다. 그 다음 수현이의 말이 더 우리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왠만한 티켓은 다 찢어서 버렸는데 기차표는 안찢어서 다행이에요.” 역시 우리 수현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또 한건(?) 성공했다.
다같이 북경역을 빠져나왔다. 역은 무사히 통과했는데 또다시 문제에 봉착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열차안에서 나온지라 택시타기가 쉽지 않았다. 역시 북경은 북경이다. 분명히 택시줄이 있기는 있는데 사람들이 줄과 상관없이 앞 뒤에서 마구잡이로 택시에 타고 있다. 정직하게 줄을 서서 택시를 타기는 하늘에 별 따기이다. 강꺼는 할 수 없이 우리에게 뒤쪽으로 가서 택시에서 사람이 내리면 바로 뛰어가서 빈택시를 잡으라고 했다. 강꺼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빈택시를 향해 정신없이 뛰었다. 다들 열심히 뛰어간 덕분에 택시에 탔고 북경역에서 한 30-40분 정도 달려서 우리의 숙소인 농업대까지 왔다. 그래도 하룻밤 잤다고 어찌나 정겹게 느껴지던지… 오자마자 농업대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숙소로 와서 샤워를 했다. 여자들은 사람이 많아서 샤워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땀에 찌들은 몸이 물을 만났을 때 그 느낌을 생각하면 좀 기다려도 참을 수 있다. 농업대 우리 숙소, 에어콘 빵빵해서 너무 좋다.
♬ 2004년 8월 4일 수요일 2:00 PM ♬
오랜만에 곰집에서 한국음식을 점심으로 먹었다. 점심 식사 후에 중국 56개의 소수 민족의 삶을 보여주는 민족원에 방문했다. 역시 중국은 우리와 다르다. 나는 민족원이라고 해서 커다란 건물이 있고 그 안에 사진이며 각종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너무 커서 평수를 가늠할 수 없는 엄청 큰 땅덩어리에 56개 소수 민족의 집을 그 모형 그대로 다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56채의 집이 있는 것이다. 다닥 다닥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담벼락과 정원, 때로는 기타 부속물까지 큼직하고 널찍하게 만들어놓아서 하나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 여기는 중국이지. 우리가 기운 닿는 대로 찾아간 집들은 다음과 같다.
① 장족
☞ 전통의상이 우리나라 한복과 비슷하다. 민족관안에 온통 불상으로 가득찼다. 게다가 불상의 팔이 한 9-10개쯤 되는 것 같다. 불상이 아니라 잡신인 듯하다. 불교와 샤머니즘이 적당히 MIX된 듯한 느낌이다. 전반적인 느낌이 음란하고 으스스하다. 건물 안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장족의 민속춤과 노래를 보여준다고 한다. 춤이 주로 손끝과 어깨를 많이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나라 고전 무용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민속 공연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그런 것인지 장족이 모두다 그런 것인지 체구들이 다 작다.
② 따이족
☞ 코끼리 모양의 우물이 있다. 대나무 민속용품이 많이 있다. 생김새가 마치 인도나 태국 사람들처럼 생겼다.
③ 치앙족
☞ 집이 온통 돌덩어리이다. 돌로 포개고 짜깁기해서 집을 지었다. 이 민족은 수를 잘 놓는 민족인가보다. 수놓여진 제품들이 많이 있다.
④ 아참족
☞ 운남성에 속한 종족이다. 불교색채가 짙고, 집은 대나무집으로 만들어져 있다. 농업이 중심이다.
⑤ 한의족
☞ 민족 고유의 언어가 있다. 인구는 약 125만명에 이르는 것 같다. 마을 입구에 칼과 창으로 장식된 문이 서 있다. 아마도 마을에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의미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⑥ 바족
☞ 인구가 약 35만명정도이다. 생김새가 동남아시아계같다.
⑦ 브랑족
⑧ 묘족
⑨ 브이족
☞ 들어가는 입구에 영문으로 귀신을 숭배하는 민족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⑩ 동족
☞ 브이족과 마찬가지고 귀신을 숭배한다고 한다.
⑪ 다우르족
☞ 강꺼가 청주에서 다니던 교회에서 이 다우르족을 위해 선교사를 파송했다고 했다. 샤머니즘이 강하다.
⑫ 조선족
⑬ 백족
☞ 건물들이 불교 색채가 짙은 기와 건물이다.
⑭ 리수족
⑮ 누족
결국은 56개 소수 민족을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다. 우리의 체력적 한계(그간의 빡빡한 일정과 기차 여행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와 북경의 찌는 듯한 더위가 단단히 한몫 했다. 그러나 다음 팀들에게 이 중국 소수 민족원은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뜨거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중국 소수 민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참!!! 하나 뺐는데 중국의 이슬람 민족인 회족도 있었다.
Tip : 만약에 중국 소수 민족원을 방문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은 어떨까?
① 56개 소수 민족에 대해서 사전 조사
☞ 56개 전체를 다 조사하기는 어려우니까 팀별로 나누어서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② 팀별로 조사한 민족을 민족원에서 찾아보기
☞ 협동학습 구조를 이용해야 한다. 일일이 56개를 다 돌아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본 것을 다 기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③ 팀별로 shareing하기
☞ 본인이 조사한 내용과 민족원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영적으로 중요한 point를 잡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눈다. 각각의 민족에 대한 기도 제목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대체적으로 불교 중심적인 건물이나 우상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코끼리 우물도 생각나고… 개개의 민족은 참 아름다웠을텐데… 그 민족 안에 있었던 뿌리 깊은 역사와 세계관, 영적 중심이 무엇인지만 알았어도 우리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은 민족이 되었을텐데…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음 팀에게는 위의 제안을 꼭 남기고 싶다.
♬ 2004년 8월 4일 수요일 6:00 PM ♬
북경의 중심가로 이동했다. 서울의 명동같은 거리라고 한다.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정도였다. 물건도 사람도 엄청 많다. KFC와 맥도날드같이 익숙한 fast food점도 눈에 띤다. 저녁빛이 짙어지자 거리에 수십개의 포장마차들이 줄을지어 불을 밝힌다. 길게 줄지어 서 있는 포장마차에서 갖갖이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다. 주로 꼬치 종류들이 많은데 책상다리와 비행기 날개를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의 식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하다. 꼬치에 끼우는 재료들이 정말 기상천외하다. 대충 생각나는 건 새우, 오징어같은 일반적인 음식이외에도 전갈, 불가사리, 개구리 뒷다리, 메뚜기, 큰 번데기, 각종 과일, 양고기, 닭고기 등등… 정말 별의별 재료를 다 끼워 판다. 아참!!! 해마랑 뱀도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이 것을 사서 먹는 사람들이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없이 모두들 진기한 꼬치를 한 개씩 들고 미각과 시각을 한꺼번에 즐길고 있다. 가격이 싸지는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 먹는 것을 보니 이 왕푸진 거리의 포장마차는 중국의 명물인가 보다.
포장마차거리답게 거리가 더러어지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쓰레기통도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사람들이 먹다가 쓰레기통에 버린 꼬치를 다른 사람들(대부분 걸인들이었는데 차림새가 걸인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이 꺼내서 먹고 있는 것이었다. 이 꼬치를 심심풀이로 사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남이 먹다 버린 꼬치를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왕푸진 포장마차 거리는 먹거리를 풍부하지만 생각할 거리도 풍부해지는 것 같다.
결국 현대 사회를 영적으로 뒤흔드는 마지막 신은 Mammom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왕푸진 거리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상행위로 들썩거리는 이 거리가 과연 복음으로 들썩거릴 수 있을까? 우리는 믿음으로 꿈을 꾸어야 하는 것인가? 김준곤 목사님의 민족 복음화의 꿈은 이 거리에서도 실현 가능한 것인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들 꼬치 먹은 이야기를 한보따리씩 풀어놓았다. 한국에 있는 중보자들에게 줄 선물들로 한아름 안고 들어왔다. 그래도 어디서들 찾았는지 예쁘고 쓸만한 물건들을 많이 찾아왔다. 은선언니네팀은 닭고기 쥐포도 간식꺼리로 사왔다. 나는 배가 아파서 맛을 보지 못했다. 한수랑 나는 강꺼에게 줄 가방을 하나 샀다. 왕푸진 거리에서 가격을 매기지 않고 파는 가방점에 들어갔다가 물건값이 너무 고무줄인지라(처음에 가방값이 85위엔이었는데 비싸다고 돌아서는 순간, 가방값이 40위엔으로 떨어졌다) shopping mall에 들어가서 정찰로 가격이 매겨진 가방을 샀다. 강꺼가 좋아하겠지? 숙소로 들어와보니 현주 언니가 중국 서점에서 발견했다고 하면서 맥스 루카도의 너는 특별하단다 책을 사가지고 왔다. 미래의 강꺼의 자녀에게 줄 선물이란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맥스 루카도의 책이 워낙 좋은 책이라 인지도가 높아서 중국에도 들어왔나보다. 표면적으로 복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맥스 루카도의 작품은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중국 아이들이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책이든 영화든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복음을 직접적으로 전할 수 없는 중국과 같은 나라에 이런 책을 통해서 얼마든지 아버지의 마음이 심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꺼는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강꺼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