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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감사합니다.”
KBS 1TV 고마워 웃게 해줘서 _ 배우 오세준, 김지혜
행복은 내 생활이 더 나아지고, 내 육신이 더욱 건강해졌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의 생각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었을 때 비로소 행복하다고 고백할 수 있었다.
비록 내 주변 환경과 내 육신이 더 나아진 것 하나 없고, 오히려 시련이 겹친다 해도...
오는 12월 24, 25일 중 KBS1에서 방송될 예정인 ‘고마워 웃게 해줘서’. 강원래와 그가 이끄는 꿍따리 유랑단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가수가 꿈인 지체장애 소녀와 성대 결절에 걸린 남자 가수가 함께 장애를 극복해나가고 꿈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드라마가 주목되는 점은 실제로 아픔을 가진 이들이 의기투합했다는데 있다. 남자주인공 오세준은 성대결절로 가수 생활의 위기를 겪었고, 여자주인공 김지혜는 어릴 적 낙상사고로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드라마 연출 김영진 PD 또한 교통사고로 장애1급을 가지고 있으며 출연진 중 9명이 장애인으로 실제 꿍따리 유랑단 단원들이다.
실제로 가지고 있는 아픔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일. 그러나 오히려 연기를 통해 자신 스스로 꿈과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는 두 주인공.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그들을 만났다.
[남자 주인공 오세준]
신승훈, 김건모 등을 발굴해낸 김창환PD가 만든 3인조 댄스그룹 ‘디토’의 메인보컬로 데뷔하며 반짝 인기를 얻었던 오세준 씨. 그 후 군대를 갔다 온 그는 데뷔 3년 만에 발라드 음악 ‘내게서 끝나는 추억’을 내며 솔로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리 연습해도 노래실력이 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는 연축성 발성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수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 처음에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고 2집 앨범을 준비. 그러나 아무리 치료받고, 훈련을 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그는 가수를 접어야만 했다.
“예전에는 저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고 화려한 모습만 보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축성 발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로써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드러낼 수 없었다. 절망 속에서 기댈 수 있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오세준 씨. 그러나 그에게는 유일한 희망 ‘주님’이 계셨다.
“주님을 저는 너무 부끄럽게 만난 것 같아요. 혹시 하나님을 만나러 가면 내 짐을 벗어주실까해서, 살고 싶어서 주님께로 갔어요. 정말 부끄러운 모습으로 갔지만 하나님은 저를 만나주셨죠. 그리고 깨닫게 된 것은 목을 다치지 않았다면 주님을 만나지 못했겠구나 생각하니 발성 장애도 감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도 소망이 하나 생겼다.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는 없겠죠. 하지만 ‘하나님께 고백하는 찬양’을 드리고 싶다는 갈급함이 마음속에 꿈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 사람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 한다 해도 오직 주님만이 좋아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그는 이제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도, 카메라 앞에서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생각을 하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오세준 씨다.
악관절 장애까지 생겨 그에게는 어려움이 더욱 겹쳤지만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문화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며 “아직 아버지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어요. 내 모습을 통해서 이제 아버지도 주님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며 작은 소망을 나타냈다.
커다란 눈망울로 아직은 두려운 것이 많지만 그것이 더욱 감사함으로 느껴진다는 그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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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 김지혜]
2004년. 그녀는 대학을 다닐 때 우연히 LG텔레콤에서 장애인 모델을 구하는 것을 알고 CF 오디션에 응모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미디어의 주인공이 된 그녀는 그때부터 방송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F 데뷔 이후 리포터 등 방송인으로 활동을 하다 2008년도에 꿍따리 유랑단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의 드라마에도 출연하게 된 것이다. 성우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그녀는 다양한 방송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
지체장애 1급인 그녀는 5살 때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불행을 맞았다.
“부모님께서 저를 치료하려고 전국 방방곳곳으로 다니셨죠. 하지만 아무소용이 없었어요. 가족이 모두 힘들어할 때 이웃집 할머니의 전도로 우리 가족은 처음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모든 가족들은 교회를 다니면서 마음의 평안도 찾았지만 본인은 정작 세상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차 있었다고.
사춘기를 겪고 있을 무렵에는 교회에 대해서도 반항하기 시작했다. 늘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남을 증오하고 비관하는 글만 썼다. 늘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교회 전도사님의 헌신과 꾸준한 기도로 16살 때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고 그 이후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환경이 바뀐 것도 아닌데 생각과 마음이 바뀌니깐 삶이 기뻐졌어요.”
같은 일에 대해서 주님을 만나기 전에는 ‘부정적 사고’를 했다면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라며 ‘긍정적 사고’로 바뀐 것이다.
“하나님께서 제게 장애를 주셨지만 이것은 우리 가족을 부르시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셨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그 도구가 나여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 다른 가족이 저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더욱 끔찍해요.”
사람들은 모두 내 가시가 가장 아프다고 여긴다. 그리고 곧 죽을 것만 같다고 울먹이는 우리. 그녀는 말한다. “어쨌든 여러분은 외적으로 나보다 가진 것이 많잖아요. 나도 이렇게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여러분도 소망을 가지기 바란다”고. 그리고 “상처 치유가 되는데 연기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연기 지도를 통해 상처 받은 사람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김지혜 씨.
커다란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아픔까지 덮어주고 싶다는 그녀의 따뜻함이 우리의 마음이 더욱 훈훈해지는 것 같다.
지체장애 1급인 김지혜 씨가 휠체어를 타고 방송 진행을 하고 있다.
간접 경험의 효과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부모가 되는 일이나 죽음을 맞는 일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장애라는 편견의 벽을 넘어 거친 세상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이가 있다.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혜(32) 씨다. 김 씨는 최근까지 KBS 1TV '사랑의 가족'과 KBS 제3라디오'함께 하는 세상 만들기'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다 지금은 몸이 불편해 잠시 휴직 중이다.
지체장애 1급인 그는 5살 때 경운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라는 불행을 맞았다. 20여 년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온 그가 방송쪽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가 시발점이었다.
"2004년에 대학을 다닐 때였어요. LG텔레콤에서 장애인을 모델로 하는 CF를 제작하는데 주인공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오디션에 응모했는데 덜컥 합격했어요. 장애인인 제가 정말 미디어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어요. 그리고 일을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제게 딱 맞는 것 같았어요."
사회복지를 공부하던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방송 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2005년 한국장애인총연맹이 개최한 장애인 방송아카데미에서 성우 과정을 거친 뒤 이듬해에는 자비로 MBC 방송 아카데미에서 6개월 간 성우 과정을 이수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에도 전문 방송인 양성기관인 봄온 아카데미에서 '장애인 아나운서 아카데미' 과정에 참가하는 등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케이블 복지TV에서 리포터와 내레이터로 활동한 경험도 있는 김 씨는 "방송일이 너무 제게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사회적 편견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시도한 장애인들이 없었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장애인이라도 늘 준비하고 자신을 갈고 닦지 않으면 정작 기회가 왔을 때 놓쳐 버릴 가능성이 많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최종 목표는 방송 진행자, 특히 라디오 방송에 애착이 많다고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KBS 성우 공채 시험에 응모했지만 낙방했다. 김씨는 올해는 성우 시험과 방송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아예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독립,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꿈을 포기하고 의기소침하기 보다는 당당한 인격체로 세상과 부딪쳤으면 좋겠다!"다면서 "남이 나를 알아주기 전에 주체적으로 자신에게 공들이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꿍따리 유랑단 단원들은 가수 출신 오세준(30)씨와 오세준씨는 2000년 신승훈, 김건모 등을 발굴해낸 `마이더스의 손` 김창환이 만든 3인조 댄스그룹 `디토`의 메인보컬로 데뷔해 반짝 인기를 얻었다. 또한 데뷔 이후 3년 만에 발라드 음악 `내게서 끝나는 추억`으로 솔로 1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찾아온 연축성 발성장애로 더 이상의 활동은 무리였고, 그는 가수활동을 접어야만 했다. 처음에 그는 성대에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병원에 엄청난 치료비를 내며 견디기 힘든 치료를 받고 문제가 생긴 부분을 사용하지 않고 발성을 하는 훈련을 수년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아 결국 그는 2집 앨범 준비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꿍따리 유랑단 공연에 강원래씨와 같은 소속사 출신이었던 인연을 계기삼아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었다. 그러다 `장애`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단원들을 보며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강원래씨에게 장애 사실을 밝히며 “공연을 위해 제가 준비한 노래가 있는데 무대 위에서 제 지난 힘든 이야기와 함께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부탁했다.
성대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목을 쓰면 쓸수록 거친 소리가 나고 상태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는 병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는 처음 단원이 됐을 때보다 상태가 굉장히 많이 호전된 상태다. 오씨는 “무시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장애가 있어`라고 인정하고 시작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가수 데뷔 때의 초심을 되찾고 억지로 노래를 잘 부르려기보다 진실 되게 부르는 법을 깨달았다”며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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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글_전민주, 사진,영상_박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