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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꽃처럼 예쁘고 맵싸한 새우전 별미
독도 새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보리새우, 젓새우, 닭새우 등 여러 새우와 알고지내지만 '독도 새우'는 금시초문이다. 독도 새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수심 300∼500m의 깊은 바다에서 난다. 독도 새우는 연평도 꽃게를 원망할 지도 모른다. 북방한계선(NLL)에서 꽃게를 잡던 어민들이 서해교전 이후 어장을 상실해 이 쪽으로 배를 돌렸기 때문이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동마을 방파제 끝자락에 '황금새우' 집이 보였다. 수족관에는 선연한 빛깔의 새우들이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오도리'가 일본말 '오도리(踊)'란 춤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새우 한 마리를 물 밖으로 꺼냈는데 의외로 얌전하다. 사진을 찍고 나서야 폴짝하고 뛰어서 물 속으로 다이빙한다. 물 속과 물 밖의 온도차 때문에 그렇다는 설명이다.
일식집 주방장을 거쳐서 10년째 새우 장사를 한다는 정구진(33) 대표는 "이제 보기만 해도 새우가 알이 뱄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새우 장사를 하며 수없이 많은 새우를 불귀의 객으로 보내본 덕분이다. 정씨집 식구들은 새우를 좋아하지 않는단다. "처음 장사할 때 죽은 새우가 아까워 늘 집에 가져가서 그렇죠."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정씨가 꽃새우, 닭새우, 황금새우 등 세 종류의 싱싱한 새우를 산 채로 가져왔다. 색깔이 빨간 꽃새우는 여자들이 좋아하는데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모양이 닭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닭새우. 졸깃하고 담백해서 남자들이 좋아한다. 황금새우는 사전에는 도화새우로 나온다. 몸길이 17∼20cm로 가장 크기가 크다. 귀한 황금새우는 이 집에도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많다. 몇 년간 이 집을 다녀도 못먹는 손님이 있으니, 먹고 못먹고는 자기 복이다.
가스불에 바삭하게 구워진 새우 구이가 선을 보인다. 싱싱하니 씹히는 맛이 다르다. 냉동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졸깃한 느낌. 새우 대가리는 꽃새우부터 내놓는다. 하지만 대가리 맛만큼은 닭새우를 따라갈 새우가 없다. 일주일에 5일을 찾아온다는 한 손님은 항상 "새우 몸은 사장님 드시고 닭새우 대가리만 달라"고 요구한다. 알을 밴 닭새우 대가리, 영덕 대게 같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여느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메뉴가 새우전이다. 새우전은 활짝 핀 꽃처럼 예뻐 화전이라 불릴 만하다. 맵싸한 게 맛도 좋다. 식사로 나오는 새우 칼국수는 평범하다. 언제 쉬느냐고 물었더니 "새우 없는 날 쉰다"고 한다. 장사가 너무 잘 되어 이미 다 팔렸거나, 파도가 세어서 조업을 못하면 쉬어야 한다. 그래서 미리 전화를 해보고 가는 편이 좋겠다. 일광역에서 다리 건너 이동마을 방파제 끝집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기잡이 배들이 한가롭다. 꽃새우, 닭새우 한 접시 각 3만5천원. 왕새우 튀김 2만원, 새우전 7천원, 새우칼국수 4천원, 051-724-4747.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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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가면 | 부산 기장군 일광 이동마을 '황금새우'
옮김|seorabeol_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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