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문지클래식)
저자: 백민석
장소: 김해 다어울림 문화센터. F4/워킹룸 2
일시: 2024년. 9월 27일. 금요일 저녁 7시.
가을입니다. 가을이라서 마음이 얼마나 맑아지는지 간간이 허밍을 바람에 실어 모두의 가을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바람에 가슴이 일렁이면 누군가가 보내는 몇 개의 수줍은 안부가 실려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9월 독서토론회는 백민석의 장편 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입니다. 제목만 보면 발랄한 이야기구나 싶은데요. 전혀 아닙니다. 읽다 보면 서사는 없고 이야기가 뒤엉키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사라진 채로 작가의 아무 말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딱따구리, 요술공주 세리, 벅스바니, 일곱난쟁이, 손오공 등 만화영화 주인공들의 이름을 딴 등장인물이 반갑기는 한데 그냥 반갑고 맙니다. 서사와 이야기가 사라진 문장은 황량한 황무지의 돌처럼 메마르고 딱딱해서 익히 읽었던 소설과는 딴판입니다. 이건. 뭐, 의식의 흐름도 아니요, 실험적인 것도 아니요, 추리도 아니요, 그렇다고 사색이 짙은 읊조림도 아닌 것이, 작품 속 딱따구리처럼 이리저리 중구난방으로 튀는 내용입니다. 작가의 객기는 대단해서 몇 장만 넘기면 재미있어지겠지, 하며 읽다가 끝내 다 읽어내게 되는 독자의 객기를 자극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충동과 독자의 충동, 두 개의 충동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오기가 생긴다면 그때부터 작품의 매력이 느껴지실 겁니다. 50 페이지 이후부터 저는 단숨에 읽었습니다. 객기와 오기가 만들어 낸 깔끔한 독서였지요. ㅎㅎ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1980년의 아이들, 현실을 암울하게 뒤덮고 있었던 폭력의 기운이 어떻게 무허가 판자촌의 아이들의 영혼을 감염시키고 결국은 삼켜버리게 되는가를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즉, X세대로 통칭되는 지금 어른들의 트라우마를 낮 선 방식으로 투사하는 작품입니다. 군부 통치로 대변되는 시대의 분위기가 어떤 폭력으로 다가 오는가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농담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딱따구리의 웃음소리처럼 난무하지요. 지난하시더라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책을 덮으면 텍스트는 컨텍스트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시게 될겁니다.
9월 독서토론회 발제는 바람에 실캤습니다. 모두 바람의 기억들이 있으실 테지요. 트라우마에 대한 가감없는 난상토론을 기대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