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5봉에서 바라본 설악골의 장관
<설악가>
작사·작곡 이정훈, 노래 신현대
굽이져 흰 띠 두른 능선길 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 멀리 능선위에 철쭉꽃 필적에, 너와나 다정하게 손잡고 걷던 길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 높은 봉우리에 백설이 필적에, 나는야 생각난다 친구의 모습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설악의 노래를 들으면 또 다시 가고픈 곳이 설악산 같아요. 7월 산행은 새벽 5시 시청주차장에서의 만남으로 시작하였다.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3대의 차로 나누어서, 설악산 소공원까지 쏜살같이 달려갔다. 오늘의 산행팀은 대장님, 회장(성심원장)님네, 교장선생님, 성철이네, 규민이네, 보라아빠, 약손원장님, 그리고 길환이랑 저의 부부해서 13명 이였다. 비선대 산장에서 금강굴을 바라보면서 아침을 먹고, 7시40분쯤에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하였다. 아침은 황태국밥 및 비빔밥인데 밥이 특히 맛있었다. 아마 대장님에 대한 특별 배려 때문인 것 같다.
비선대 옆의 아치형의 철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작은 쪽문이 나온다. 이 쪽문을 통과해 10분 정도 거리의 오른쪽에 설악골 초입이 있었다. 전날의 비에 계곡의 바위는 무척 미끄러워서 대장님이 살악골 산행에 대한 교육을 하였다. 절대 돌 및 나무는 밟지 말라 하시면서, 그리고 자기가 돌보는 사람은 앞에 두라고... 대장님의 사전 교육에도 불구하고 길환이는 오랫동안 등산을 하지 않아서인지 입산 신고를 톡톡히 두 번이나 하였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물길에 처음은 살짝 미끄러졌고, 다음에는 발을 완전히 물에 담구었다. 길환이의 사고(미끄러짐)에 모두들 안절부절하였고 특히 대장님의 얼굴에 긴장감이 도는 듯하여 길환이가 산행에 차질을 줄까 걱정스러웠다. 여분의 양발을 준비하였지만 충분하지 않아 회장님이 양발 한 켤레를 주어 갈아 신겼다. 그때부터 길환이의 산행 개인렛슨이 시작되었다. 대장님이 길환이를 바로 뒤에 두면서 산행하는 방법 및 요령을 직접 지도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길환이는 이번 산행에 가장 훌륭한 선생을 모시는 기회를 스스로 만든 것 같다.
설악골은 공룡능선의 1275봉과 연결되어있는 좌골과 마등령으로 연결되는 우골로 나뉘어져있다. 계속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더 오르니 야영터 앞에 ‘석주’라고 새겨진 큰 바위가 나왔다. 이곳이 설악골과 범봉사이에 성곽과도 같은 침니로 이어진 리지구간인 석주길의 시작 지점이다. 석주길은 1968년 요델산악회의 송준호가 의형제이며, 자일 파터너인 고 엄홍석과 그의 연인 신현주씨의 이름 끝자를 따서 명명하였다고 한다. 엄홍석과 신현주는 설악산 천화대 천당폭에서 빙벽등반 중 실족사하였고, 송준호는 1973년 토왕성폭포 단독 등반 중 사고사 하였으며 먼저 간 악우인 엄홍석 및 신현주 옆에 묻혔다고 한다. 그렇게 석주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하며, 설악가의 여운이 더 한층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나만이 아닐지...
계곡은 경사가 점점 심해지고, 흙과 움직이는 작은 바위들로 되어있어서 "낙석"을 외치면서 조심조심 기어 올라갔다. 지계골방향의 비박골을 지나 계속 올라가니 웅장한 바위덩어리인 범봉에 이른다. 매끈한 바위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북한산의 인수봉을 닮은 느낌이다. 범봉에서 바라다보는 경치는 모두가 달력에 있는 풍경화들이였고 발아래는 에델바이스, 원추리, 등대시호, 삼지구엽, 보라색꽃(솔채?)들로 주변 경관이 "사운드오브 뮤직" 에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범봉을 지나서 공룡으로 향하는 길은 숲으로 덮여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작은 봉우리 3~4개를 지나 마침내 시야가 확 터인 봉우리에 도착하였다. 오늘의 산행의 백미인 점심을 먹는 봉우리인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이 봉우리에는 특이하게 큰 신발자국이 바위에 깊게 새겨져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물이 마른 웅덩이에는 개구리알 비슷한 것이 있어 생명의 끈질김을 배웠다. 대장님과 회장님이 맛있는 특식을 준비하는 동안에 우리들은 공룡의 경치를 만끽하였다. 모두들 점심은 충분하게 준비해 온 것 같다. 상치, 곰치, 고추, 된장에 몸매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잊어버리고 포식을 한 다음에야 저녁을 작게 먹으면 되지 다짐을 하면서 마음을 다독거렸다.
후식으로 맛있는 커피로 힘을 보충한 우리들은 다시 1275봉을 향하여 진군을 하였다. 공룡에서 보이는 봉우리들은 제각각 멋진 모습을 보여주므로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인 1275봉에 도착하였다. 이번에도 한마음산악회 훈련과정인 암벽등반을 하였다. 온몸으로 때로는 자일을 타고 1275봉의 꼭대기에 올라갔다. 밑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에 운해가 감싸고 간혹 보이는 깊은 계곡은 아찔하기만 하다. 대장님은 "김수현" 동판을 보려고 고개를 숙이다가 카메라를 놓쳐 잃어버릴 뻔하였다. 힘들게 도착한 1275봉에서 잠시 쉬며 설악의 모습을 감상하지만 앞으로 걸어야할 돌길에 걱정이 앞섰다.
공룡능선을 오르막 내리막하면서 마등령을 향하여 계속 걸어갔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 지드니 제법 강한 비가 내렸다. 모두들 우의를 입고 산행을 계속하였으나 아빠는 땀이 많아 우의가 거추장스럽다고 하면서 벗어 버렸다. 교장선생님 및 보라아버님은 행하니 앞질러 가신 것 같고, 길환이는 이제 제 페이스를 찾았는지 여유를 가지면서 경치를 즐기는 것 같다. 길환이는 어릴 때에는 산행을 곧 잘 했는데, 과학고의 다른 봉우리를 넘느라고 다 잊어버린 것 같다. 이제 부터라도 산행을 열심히 하여 평생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등령이 1.7 Km 남았다는 이정표에 마음은 벌써 다 온 것 같았다. 하지만 가도 가도 1.7 Km은 줄어들지 않아 심신은 지쳐만 갔다. 나한봉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니 마침내 마등령에 도착하였다. 도착 시간은 6시 쯤, 이 시간에는 산행이 완료되어야 할 시점인 데 등산 표지판을 보니 비선대까지 3.5 Km나 남았다. 마등령-비선대 구간길은 나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가까이에는 2년 전 한마음산악회의 공룡능선 산행시 비선대에서 출발하여 5시간 가까이나 걸려서 힘들게 도착하였고, 다른 하나는 길환이가 어릴 때 오세암(백담사)에서 출발하여 약한 빗길에 고생을 하며 저녁 늦게 비선대에 도착한 기억이 있다. 바윗길에 비까지 내린다면 우리는 오늘 모두 죽었다고 다짐하면서 하산을 시작하였다. 아빠의 무릎도 계속 신경이 쓰이고....
마등령에서 하산길 계단 옆에 있는 조그만한 계곡 물은 충분하지 않아 마실 물만 받은 다음, 길을 재촉하였다. 하산길 가운데 쯤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설악골은 너무 가파르게 보여 우리가 어떻게 저 험한 곳을 올라갔는지 나 스스로 자부심이 생겼다. 저녁노을에 운해가 감싸는 천화대, 범봉, 1275봉 등의 봉우리들은 나의 글솜씨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좋은 경치를 영원히 보고 싶은 마음만 앞선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우리 회원들 모두 오래오래 즐기기를 바라면서... 모두들 잘 걸어 내려가는 것 같다. 주위에 어둠이 몰려오니 모두들 긴장하는 것 같고, 교장선생님은 벌써 앞질러 내려가셨다. 대장님도 저녁식사 장소 물색을 위하여 행하니 달려가셨고, 그 뒤로 규민이 어머님께서 잘도 내려가신다.
8시경 마침내 비선대에 도착하였다. 비선대 산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주위는 어둠에 둘러 싸였다. 모두들 안전한 산행에 감사드리면서, 후레쉬를 켜고 소공원으로 향하였다. 저녁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아 회장님 사모님께서 남애에 있는 성도횟집에 회덧밥 및 물회를 예약하셨다. 배는 고프고 갈 길은 멀고, 소공원까지의 30분은 올 때 하고는 다르게 무척이나 멀었다. 화채봉쪽에는 보름달(?)이 훤하게 비추고 있고....갑자기 대장님이 후래쉬 불을 끄고 걸어가자고 하신다. 오래간만에 불 없이 달빛을 맞으며 걸어가는 기분은 또 다른 추억(?)과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일찍 도착하신 교장선생님께서 많이 기다렸는지 반갑게 맞아주셨다.
올 때와 같이 차를 나누어 타고 남애로 향하였다. 성도횟집에서의 뒤풀이는 산행의 또 다른 추억을 남겼고, 다음 산행은 일본 돗토리에 있는 대산(1,711 m)을 약속하면서 집으로 향하였다. 오늘 산행을 함께한 회원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한편으로는 길환이가 폐가 되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노심초사 우리들을 인도하신 대장님과 회장님께 일행을 대표하여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길환엄마
첫댓글 함께하지 못한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될것 같습니다. 나중에 혼자라도 가보고싶습니다. 상당한 고생이 있었구먼요. 대단들 하십니다.
드디어 성철어머님이 올리셨구나 했는데 길환어머니 역시 조목조목 놓치지않고 글솜씨를 보여주시네요. 감사합니다. 특히나 아들 길환이에 대한 사랑이 눈과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그날 산행에서도 갱상도 3마디가 아닌, 나긋나긋하고 자애로운 아빠의 사랑을 유심히 바라봤습니다.
산행기 읽으면서 1275봉을 느껴봅니다. 고생하신만큼 멋진 추억들,.. 아름다운 공룡의 능선들을 가슴에 담아오신것같아 보기좋습니다. 멋진 산행기 감사드립니다.
항시 그랬듯이 산행후 회원님 모두가 가슴속에 산행기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1등으로 올려주신 길환이 어머니가 젤로 부지런하십니다.. 그리고 산행내내의 설레임과 마음 조림이 조화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유게시판에 "설악가"를 올려봤습니다..
설악산 1275봉!! 함께하지 못하여 너무도 아쉽습니다. 고수님들의 산행담. 자긍과, 성찰과, 건강과, 배려와 사랑, 행복이 가득 담긴 산행기에서 간접 체험하는데도 행복합니다....
"이런 좋은 경치를 영원히, 건강하게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마음속에 새기며 그날의 황홀했던 느낌을 산행기로 다시 대하니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멋지게 묘사된 설악골과 1275봉 잘읽었습니다.
산행기 너무 잘 읽었어요. 어찌나 기억력이좋으신지. 그러니 길환이 같은 훌륭한 자식을 두었나봐요. 영원히 잊지 못할 1275봉입니다. 대장님과 회장님 아니면 저희 부부는 못가 볼 곳이예요. 진짜 산행보람을 느꼈어요.
길환이 어머님! 생동감 있는 산행기 잘 읽었어요. 힘든 산행을 하면서도 어쩜 그렇게 잘 기억하셨어요? 지금도 온갖 형상을 한 설악산의 봉우리들이 보이는 듯 합니다.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춘천 출장을 다녀와서 이제서야 카페에 들어오니 반가운 산행기가 있네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멋진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사진보다 산행기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걸 보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사진보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글에 감동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코스를 선정하고 배낭을 꾸릴때의 설레임과,등반행위에서 오는 육체적인 자극, 고도에 따른 신기로운 심리적 감각, 기술응용과 가이드에서 오는 만족감, 최고도의 육체적 인내끝에 마음을 풀고 휴식할때의 편안함, 계곡에서의 올려다보는 경치와 정상에서의 내려다보는 조망, 사진을 올리고 느끼는 만족감 등에 매료 되어 또 설악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점심먹었던 장소가 몇일 동안 생각납니다. 산행기 잘읽었습니다.
항상 산행은 산행 후기가 있어 더욱 빛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