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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폐(중국위안), 달라가 조선 돈 대체
청진 수남시장, 함흥 추평시장, 신의주 채하시장, 혜산 신흥시장 등 주요 시장에서는 웬만한 상품들을 이제 중국 인민폐나 외화로 거래하고 있다. 도매상인들이 중국 상품을 사 들여올 때부터 인민폐나 달러 환율에 맞춰 오는데, 환율 시세가 매번 달라지다보니 소매상인들에게 팔 때도 조선 돈으로는 받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소소한 물건 값은 조선 돈으로 매길 때도 있지만, 조선 돈이 10만 원 이상 넘어가면 달러나 인민폐로 받는다. 자연히 시장에서 판매하는 소매상인들도 물건을 사러 온 주민들이 값을 물어보면 달러나 인민폐로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쌀 한 포대가 얼마냐고 물으면 조선 돈으로 가격을 불러주는 게 아니라, 인민폐로 계산해서 “100원 한다”고 말한다. 언뜻 계산을 잘 못하는 주민들로선 조선 돈 100원으로 알아듣기 십상이다.
지난 11월 말, 량강도 혜산시 신흥시장에 농장원들이 장보러 나왔다가 쌀 1포대 값이 100원이라는 말에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모르는 농장원들은 저마다 “어떻게 이렇게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졌느냐?”며, 조선 돈 700원을 주면서 7포대를 달라고 했다. 쌀장사꾼이 조선 돈을 받고는 어이가 없어 조선 돈이 아니라 인민폐로 100원이라고 하니 환율에도 어두운 농민들은 못 알아듣고, “인민폐 100원이면 조선 돈으로 얼마냐?”고 물었다. 장사꾼이 2만 3천원이라고 하자, 가지고 온 돈이 전부 해서 3천원밖에 안 된다며, 이 돈으로는 쌀을 얼마나 살 수 있느냐 되물었다. 조선 돈 3천원으로는 쌀 3kg를 살까말까 할 정도였다. 하도 물가를 모르자, 장사꾼이 농민에게 “대체 어디서 왔는가. 농촌에서도 심심산골에서 왔는가?”라고 놀리며 바보 취급을 했다. 농민들은 놀림을 받자 분한 마음에 “조선에서 사는 사람인데, 당연히 조선 돈으로 말해주어야 할지, 농촌에서 어쩌다 시장에 나온 우리들이 어찌 알겠는가?”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장사꾼은 싸움 구경하느라 모여들었던 주민들을 둘러보며, “아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아직도 달라와 인민폐도 계산하지 못하는 무식쟁이들이 어디서 큰 소린가?”라고 비웃어 사람들이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국영상점망에서도 인민폐로 거래
시장에서뿐 아니라 각 시, 군마다 운영하는 국영 상점망이나 수매상점 등에서도 이제는 조선 돈으로 계산하지 않는 분위기다. 예전에 외화상점에서만 달러나 인민폐로 계산하던 것이 이제는 전역으로 확대된 양상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텔레비전, 록화기, 자전거, 세탁기 등 전자제품을 사려면 달러나 인민폐를 들고 가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점원들이 굳이 인민폐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텔레비전 1대에 700원 한다고 하면 도시 주민들은 인민폐 700위안으로 알아듣는다. 달러나 인민폐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동되기 때문에 상품 가격이 들쑥날쑥 하지만, 누구도 조선 돈으로 거래하자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조선 돈을 신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젠 뇌물도 인민폐 받는 시대
인민폐는 시장 거래뿐만 아니라 뇌물에도 적용되고 있다. 주민들을 통제, 단속하는 것이 주 업무인 보안일군들은 불법행위를 하다 걸린 주민들로부터 많은 뇌물을 받기 마련이다. 예전 같으면 조선 돈을 많이 받았을 텐데, 조선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더 이상 반가워하지 않는다. 달러를 가장 선호하지만,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인민폐이다. 범죄자 가족들이 무혐의로 풀려나게 해달라고 찾아오면 조용히 인민폐를 요구한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보안일군들이 6개월 노동단련대행을 받은 사람들에게 1개월 당 인민폐 100위안씩 계산해 600위안을 받고 풀어준 경우도 있다.
부령군 석막리 주민들, 땔감나무 팔려면 뇌물 바쳐야
함경북도 부령군 석막리 주민들은 다시 찾아온 올 겨울, 나무 땔감 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석막리는 청진시 청암구역에 인접한 농촌 지역이지만, 산지라서 석막리 주민의 약 95% 가량이 나무를 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간혹 소토지 농사도 짓는데, 옥수수 농사가 잘 안 되는 땅이라 기장이나 조, 두부콩 등을 심는 집들이 많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너나없이 산에 올라 나무를 채벌해와 톱으로 썰거나 장작을 팬 다음 손구루마에 싣고, 30리 길을 걸어 청진 수남시장과 포항구역 남향 시장에 내다파는 일에 매달린다.
가난하다보니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대부분 등짐을 지거나 구루마를 끌고, 직접 걸어서 청진 시내로 들어간다. 주민들이야 먹고 살기 위한 자구책으로 나무를 해 나르는 것이지만, 산림을 지켜야 하는 당국으로선 불법 벌목이 여간 골치가 아닐 수 없다. 부령군 석막리에서 청진시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청암구역 국토환경보호관리국 산하 공업림관리소 산림감독원들이 곳곳에 포진해 나무 장사꾼들을 단속한다. 그러나 뇌물을 챙기는데 혈안이 된 관리들은 고양이 담배 한 갑만 쥐어주면 무사통과다.
간혹 주민들 중에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고양이 담배 대신 선봉 담배를 내밀기도 하는데, “이런 거 안 피운다”고 퇴짜를 맞기도 한다. 고양이담배는 지난 2001년 9월 조선서경무역회사와 영국 BAT사가 합작해 생산한 담배, ‘크레이븐(CRAVEN) A’를 일컫는데, 담배 갑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 고양이담배로 불린다. 선봉담배는 중국과 합작 생산된 것으로 중국 담배보다 싼값에 팔린다. 뇌물로는 단연 고양이담배를 선호하는데, 이것도 진품이 아니라 모조품인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선봉담배보다 질이 좋고 값도 비싸 10년 넘게 뇌물의 주요 품목으로 통용되고 있다. 뇌물을 매일 바치기 어려운 형편의 주민들은 보안원들에게 나무 한 구루마를 공짜로 가져다주기도 한다.
석막리 주민들,“왕복 60리길 걸어도 힘들지 않아”
한 끼 때우기도 힘든 시절에 한 갑에 300원이 넘는 고양이담배를 바쳐가며 나무 장사를 할 수 있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나무 단속이 강화되자, 석막리 주민들은 단속원들이 나오지 않는 새벽 2시에 집을 나선다. 늦어도 새벽 4시 이전에는 나가야 하는데, 4시쯤 출발하면 청진 시장에는 오전 9시쯤 도착하게 된다. 운이 좋으면 오전 중에 다 팔고 쌀이나 옥수수를 사서 집에 일찍 돌아갈 수 있다. 나무가 늦게 까지 팔리지 않을 때는 밤 9시, 10시를 훌쩍 넘겨 집에 도착하기 일쑤다.
석막리 주민들은 이렇게 매일 나무를 팔려고 왕복 60리 길을 걸어 다니는데,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계속 해오던 일이라 요령이 생겨 힘들지 않다고 한다. 집집마다 아버지와 아이들이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오면, 어머니가 청진시까지 끌고 나가 파는 등 역할분담이 이뤄져있다. 간혹 어머니나 아버지가 집에 없거나 앓아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집에서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나무를 해오고, 자녀들이 구루마에 나무를 싣고 팔러 다닌다. 석막리 초중학교 학생들을 보면, 나무 팔러 다니느라 결석하는 경우가 많다. 고난의 행군 이후 10년이 지나자 점점 나무를 해오는 게 쉽지 않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가까운 산에는 나무들이 별로 없어 점점 멀리 나가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해마다 나무 값이 올라가고 있다.
청진시에서 나무는 10가지를 한 단으로 200원에 팔린다. 구루마로 치면 1구루마당 평균 5,500-6,500원선에서 거래된다. 아무래도 추운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나무가 잘 팔리는데, 능력이 좋으면 청진시내 식당망에 단골을 잡아 고정적으로 보급하기도 한다. 나무가 다 팔릴 때까지 찬바람 맞으며 시장에서 떨지 않아도, 식당에 가져다주고 돈만 받아오면 된다. 이런 식으로 소토지 농사에서 나오는 농산물은 집에서 먹고, 나무를 해다 팔아 번 돈은 필수품을 사거나 저축을 하는 등 제법 ‘깐지게’사는 집들도 많다. 시골에서 구경하기 힘든 색텔레비전과 록화기를 갖춘 집들도 꽤 된다. 그러나 살림살이가 어렵거나 환자가 있는 집, 또는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집들은 끼니 벌이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청진 군수동원부장, 전시 물자 팔다 적발
함경북도 청진시 군수동원부장이 전시 물자를 판 혐의로 해임,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부령군 석막노동자구에 있는 군수창고에 저장된 휘발유와 디젤유 등을 빼돌려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석막노동자구 군수창고에는 휘발유 500여 톤과 디젤유 600여 톤 등 주로 유류품이 적재돼있었는데 작년 5-9월, 선주들에게 집중적으로 기름을 팔아 화폐 개혁 전에 500만 원의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낙지잡이(오징어잡이)철이라 기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군수동원부장이 해임되자, 소속 일군들 역시 바짝 긴장한 상태다. 조직적으로 주도한 군수동원부장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공모한 소속 간부들과 관리원들이 각자 소소하게 빼돌려 온 양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각 부서마다 자력갱생해야 하는 마당에 군수동원부 사람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군수창고에 보관된 전시 물자다. 그 중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 휘발유, 디젤유 등 유류품이고, 그 외 자동차 타이어나 각종 부속품들도 불법으로 빼돌리는 것이 하나의 관례가 돼왔다. 이 물품들은 대체로 청진 수남 시장에 흘러들어 판매된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군수동원부장 한 사람을 해임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시 보안당국에서는 전시물자 경비를 위해 18세 이상 23세 미만 젊은 여성 보위대를 배치하고 있다. 보위대는 7-8명당 1개 분조로 구성돼 있는데, 주로 중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이 4년 복무제인 보위대에 입대한다. 보위대 여성들은 주로 간부집 자녀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사군, 올해 버섯 채취 잘 돼 부업 재미 쏠쏠
함경북도 연사군에서는 올해 비가 많이 내린 덕에 참나무버섯, 목이버섯(검정귀버섯), 도토리, 잣 등이 풍부해 주민들의 부업 재미가 쏠쏠했다. 채취를 잘 하는 집들은 몇 십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아무리 못해도 몇 만 원씩 올릴 수 있었다. 연사군은 농경지보다 산지가 많아 농사가 잘 안 되는 지역이라 주민들 대부분이 부업거리에 더 신경을 쓴다. 그래서 가을에는 주로 버섯 등을 채취하고, 겨울이 되면 멧돼지, 노루, 산토끼들 사냥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연사군 주민들은 이렇게 채취와 사냥으로 살아가는 생존 방식이 원시인 같다면서, “멧돼지는 주둥이로 앞을 뚜져서 먹을 것을 해결하고, 닭은 발로 뒤를 헤집어서 먹을 것을 찾는 것처럼 제마끔(저마다) 나름대로 살아갈 방식이 따로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논평>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남북한이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임을 확인시켜주었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될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남북한 주민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북한 동포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올 여름 수해에 이어 추위와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돌아가야 할 대북지원물량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생존의 고통이 너무 크다보니, 차라리 전쟁이라도 나면 살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북한 주민들도 있다. 혹시 전쟁이 나면 중국에서 군사 지원은 물론 식량과 경제 지원도 대대적으로 들어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한 국민들은 어떤가. 지난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전면전이라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장사정포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원자력 발전소나 기흥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포탄이 날아든다면 또 어떻게 되겠는가. 한강의 기적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 것이다. 간혹 전쟁 불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만은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착각하거나, 전쟁의 피해에서 비껴날 거라는 막연한 환상 속에 젖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어디로 피할 수 있고, 어떻게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북한 붕괴론에 편향된 정보들만을 근거로 국가 정책을 집행한다면,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북한의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북한의 행적을 추적해보면 원인과 해법이 보인다.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북핵문제를 중심에 두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집요하게 시도해왔다. 바로 체제보장을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 정부는 “남한을 통해 오라”고 요구했다. 북한 당국이 이명박 정부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몇 차례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대북강경정책이 먹혀 드디어 북한이 무릎을 꿇는 것으로 착각하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된다며 수수방관해 왔다. 그러다 북한으로부터 기습적인 군사 공격을 당해 안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그간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보다 객관적인 사실들만 짚어보자. 북한이 스스로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실이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식량생산량을 그때까지 700만 톤까지 올리겠다며, 백성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나, 화폐 개혁 이후 주민들의 생존은 말할 것도 없고, 중앙당 기관들까지 쫄쫄 배를 곯고 있는 현실이다. 일부 간부층에서 강성대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 주민들 중에‘이밥에 고깃국’이 실현되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주민이 강성대국이 건설됐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식량문제 해결은 가장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문제이다.
북한 정부로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내년이면 1년 안에 모든 것을 갖춰놓아야 한다. 그래서 올해 초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하다 무산되자, 남한과의 관계 개선 기대를 접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은 체제 유지와 강성대국 건설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 올해 1년 동안 북중 관계가 경제협력을 넘어 정치, 군사 분야까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 역시 목도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는 지금, 북한의 붕괴를 점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이 현실을 놓고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져 봐야 한다. 우리 민족의 이익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중국과 밀월관계를 도모하면 할수록 통일은 요원해질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보다 어떻게든 우리와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가장 절박하고 절실한 경제 문제를 우리 쪽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아무 것도 도와주지는 않으면서 사사건건 트집 잡아 욕하고 비난하면 상대가 자기 태도를 바꾸겠는가.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이면서 문제가 있는 점은 고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해야 상대도 마음이 풀리지 않겠나. 통일의 비전이 확고한 쪽에서 주도해가려면 당장의 사건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기나긴 춥고 배고픈 겨울이 다시 시작되었다. 남한 국민들에겐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절실히 느끼게 된 겨울이다. 남북한 정부는 공히 남북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북한 주민들의 말은 생존의 고통이 극한에 치달았음을 얘기한다. 북한 정부는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남한 정부에 다시 손을 내밀어 경제 지원을 받아야 한다. 남한 정부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남한 국민들의 절대적 신념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북한 정부가 한 짓은 밉더라도 7천만 민족의 이익을 위해 일차적으로 평화를 관리하고, 북한 정부와 경제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유일한 해법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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