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숙(안나.32.서울 공덕동본당)씨는 이번 주일미사 때도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했다. 미사 내내 좁은 유아방을 뛰어 다니며 과자부스러기를 흐트러놓은 민영이(4세) 때문. 딸아이를 비롯해 유아방의 다른 아이들까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 통에 잠들었던 아들 민환이(11개월)도 깨버려 아기를 얼르느라 제때 봉헌도 하지 못했다.
전업주부인 이씨는 딱히 아기를 맡길 곳이 없어 주일미사에 참례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에게 눈치를 주는 주변 신자들까지 신경쓰다보면 완전히 기운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씨는 산후조리가 끝나고도 4개월 가량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희영(아나타시아.33)씨는 주일 아침 미사에 참례하고 온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저녁미사에 참례한다. 가끔 시어머니께서 애들을 돌봐줄 때나 남편과 나란히 미사에 참례한다.
20~30대 젊은 엄마들은 성당에 나가는 것도 고달플 때가 많다.
실제 젊은 엄마들이 아이 때문에 미사를 빠지고 고해성사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할머니들도 손주를 돌보느라 미사참례를 못했다며 고해성사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를 달래 성당에 들어서도 전례에는 집중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유아실에라도 있어주면 고마울텐데, 집중시간이 짧고 좁은 공간이 갑갑한 아이들은 부모들이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온 성당을 뛰어다닌다.
유아실이 따로 있는 곳도 온돌방이 아닌 경우가 많아 영아들을 의자 위에 아슬아슬하게 누이기도 한다. 지은 지 오래된 성당에선 그나마의 공간도 찾아볼 수 없어 미사 내내 아기를 안고 있어야 한다.
특히 성당에서는 요즘 모든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저귀를 갈 작은 공간 정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전국 각 성당에서는 영.유아들과 함께 미사참례하는 부모들을 배려하는 탁아시설 등은 유아실 외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유아를 둔 부모들의 바람은 놀이방 공간의 마련. 믿을 만한 교사 등이 아이들을 봐준다면 편안히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린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전례 등에 참여하는 것은 조기 신앙교육을 위해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1시간 가량의 미사참례도 어려워 각종 행사의 참여는 생각지도 못하는 젊은 엄마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의 배려 등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권은경(가타리나.28.대구 평리본당)씨는 『성당 보수 공사 후 널찍한 온돌방이 따로 생겨 미사참례도 수월하고 3살박이 아이도 「아멘」하러 가자고 하면 자기가 먼저 나설 정도로 전례가 습관화 됐지만 그래도 놀이방 등이 생기면 아이를 맡기고 미사에 제대로 참례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틀담 수녀회 김마리아니마 수녀는 『아이들을 따로 돌봐주려면 책임감 있는 자원봉사자를 길러내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미사 시간 동안 아이들이 부모를 찾지 않고 지루해하지 않도록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놀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당 내에 놀이방 등과 함께 영아들을 위한 전용 침대와 유모차 등을 비치하는 것도 부모들의 수고를 훨씬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