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는 물론 교과서도 없고, 심지어 교장조차 두지 않는 학교가 있다. 발도르프학교다.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처음 설립됐으니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명은 담배 이름에서 유래했다. 발도르프-아스토리아 담배회사 사장인 에밀 몰트는 공장 노동자들의 자녀를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자 했다.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자본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몰트는 당시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극복하고 사회 전반의 개혁을 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기존 학교의 주입식 교육에는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인지학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에게 새로운 교육이념에 입각한 학교 설립을 부탁했다. 슈타이너는 몰트의 요청에 따라 교육이념을 구체화하고 6개월간 교사 양성 과정을 거쳐 학교를 개설한다.
슈타이너는 성장 단계에 맞는 육체 활동과 예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잠재능력이 계발된다고 보았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목공·원예·뜨개질 등으로 몸을 쓰면서 자신과 세계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도르프에는 교과서도, 성적표도 없다. 입학 후 8학년까지 같은 교사가 줄곧 담임을 맡고,주기집중수업이라 해서 3~6주를 하나의 주기로 설정해 매일 두 시간씩 같은 내용을 가르친다.
발도르프학교는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한때 폐교되기도 했으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초등학교 1100여 곳, 유치원 2000여 곳이 운영될 정도로 확산됐다. 국내에는 올해 개교 10주년을 맞은 서울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가 시초이고,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초등학교가 지난 3월 공교육기관으론 처음 발도르프교육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부산에는 2008년 남구 대연동 사과나무학교가 문을 연 데 이어 지난 4월 남구 용당동에 부산자유발도르프학교가 개교했다.
요즘 발도르프교육이 관심을 끄는 것은 지금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일 게다. 위기에 처한 교육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선 바람직하다. 아직 정규교육 과정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거나 비싼 학비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첫댓글 결국 그 얘기가 그 얘기기지만서도, 기분은 정말 좋네용~
4학년 김현경 슨생님과 언니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