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악회 정기산행 <1039> 포항 오어지 둘레길
- 운제산~저수지 일주 8㎞ 코스 - 벼랑 위 자장암·깊은 계곡 장관
- 침엽수·메타세쿼이아 숲 시원 - 남생이바위·황새등 쉼터 운치
- 오어사 동종·원효 삿갓 보고 - 원터골·징검다리 옛 추억 물씬
저수지는 1964년 운제산 계곡을 막아 만들어졌다. 그 전까지는 저수지 안에 오어사가 있었다. 1995년 저수지 준설 작업 중 동종(보물 제1280호)이 발견됐다. 종에는 고려 고종 3년(1216년)이라는 제작연도와 제작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옷자락을 휘날리며 날아가는 동종의 보살상은 조형미가 빼어나다. 오어사의 또 다른 명물은 '원효대사 삿갓'이다. 높이 약 30㎝, 지름 45㎝가량의 이 삿갓은 실오라기 같은 풀뿌리로 매우 정교하게 짜여졌고, 글씨를 쓴 한지도 겹겹이 붙여져 있다.
이번 산행의 최고 비경은 오어사 옆 원효암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올려다본 자장암이다. 족히 100m는 넘을 듯한 깎아지른 벼랑 위에 암자가 앉아 있다. 그 옆으로 깊은 계곡이 산속으로 굽이굽이 뻗어나간다. 그 풍경이 자못 그윽해 선경을 그린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먼저, 오어사 주차장에서 자장암으로 올라간다. 나무 덱과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가파른 계단길을 150m가량 오르면 자장암이 나온다. 암자 뒤편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부도가 있다.
주차장으로 다시 내려와 길이 118.8m의 원효교를 건너 오른쪽 저수지 둘레길로 나아간다. 당단풍나무 굴참나무 등 활엽수와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길은 그늘이 짙다. 바닥 또한 부드러워 맨발로 걸어도 다칠 염려가 없다. 저수지를 끼고 15분가량 가면 남생이바위가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453호인 남생이는 우리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삼거리를 지나 300m쯤 직진하면 가슴 시원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펼쳐진다.
완만한 경사길을 700m가량 오르내리면 원터골에 이른다. 오천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인 이곳은 옛날에는 심산유곡이라 해가 저물면 길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고을 원님이 숙소를 지었는데, 현재 그 터만 남아 '원터'라 불린다. 저수지로 흘러드는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15분쯤 걸으면 황새등 쉼터에 닿는다. 저수지 상류를 가르는 산의 모습이 황새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10분쯤 더 가면 안항사 입구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오어사까지 3.4㎞가량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포장도로라도 저수지를 도는 까닭에 운치가 있지만, 흙길을 걷고 싶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된다. 삼거리에서 1.9㎞쯤 가면 항사리 마을에 이르고, 마을을 지나 1.5㎞가량 걸으면 오어사로 회귀한다.
◆주변 가볼만한 곳 - 여왕·킹콩바위 등 즐비…'선바우길' 걸어보세요
오어사에서 15㎞가량 떨어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입암리에는 '선바우길'이 있다. 맑고 푸른 동해안에 나무 덱을 설치해 만든 길이 600m가량의 이 길에 선바우란 이름이 붙은 것은 입구에 우뚝 선 높이 6m 남짓한 바위 때문이다. 화산열로 생긴 백토(벤토나이트 성분)가 들어간 이 바위는 벼락을 맞아 규모는 작아졌지만 형상이 기괴하다.
이뿐만 아니다. 해변에는 윗부분이 왕관 모양처럼 생긴 여왕바위, 흰 물감을 칠한 듯 새하얀 바위(힌디기), 킹콩이 허리를 굽힌 채 두 손을 내리고 있는 모습을 닮은 킹콩바위, 전체가 검은 빛깔을 띤 먹바위 등 다양한 형상과 색채의 기암이 즐비하다.
이 길은 위로는 영일대·칠포·월포·화진해수욕장 등지를 거쳐 영덕으로 이어지고, 아래론 국립등대박물관, 호미곶 등지를 경유해 울산과 부산으로 뻗어내려 간다.